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832
2부 74화
하지만 케일의 입가에 지어진 미소는 금방 사라졌다.
론은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을 알아채고는 인자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련님, 괜찮습니다. 며칠 뒤에 깁스를 풀 겁니다.”
론은 슬그머니 제 시선을 피하며 다른 곳을 쳐다보는 케일을 보며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힐끗 론을 쳐다봤던 케일은 흠칫했다.
‘무슨 저런 미소를-!’
살벌하다 못해, 당장 누구 목이라도 따버릴 듯한 미소가 론의 입가에 지어져 있었다.
론은 저를 보며 흠칫하는 케일의 모습에 미소를 지웠다.
툭. 툭.
그때 론은 멀쩡한 제 다리를 두드리는 느낌에 고개를 숙였다.
“괜찮은지 궁금한데.”
온이 물었고, 그 옆의 홍과 라온이 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괜찮다.”
론이 온을 보며 답했고, 그제야 온은 한숨을 폭 내쉬더니 동생들을 이끌고 다시 서재 구석으로 향했다.
물론 한마디를 남겼다.
“한쪽이 안 다치면, 한쪽이 다치고. 정말 머리 아픈데.”
어른들은 잠시 침묵했다.
그 와중에도 애들은 대화를 이어갔다.
“포기하면 머리 안 아픈데! 하지만 포기가 안 되는 게 문젠데.”
홍이 한숨을 내쉬었고.
“이제 혈교를 부수러 가면 된다! 론 할배랑 왕세자 건드렸으니까, 아주 폭삭 부수면 된다!”
라온은 의욕이 철철 넘쳤다.
“후우.”
온은 연신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으음.”
알베르가 미묘한 미소를 띤 채 론과 케일을 번갈아 바라봤다. 케일은 그 눈빛이 짜증 나서 왕세자 쪽은 쳐다도 보지 않았다.
그때였다.
“그-.”
노신관 더스트가 입을 열었다.
“저하.”
“왜 그러나?”
더스트가 왕세자를 불렀다.
“제가 샤올렌의 대표로 온 만큼, 차기 황제 폐하의 전언을 가져왔습니다.”
알베르의 시선이 케일에게로 향했다.
‘알고 있었냐?’
눈빛이 그리 물었지만, 이내 케일의 답을 듣기도 전에 왕세자는 답을 알아버렸다.
‘몰랐나 보네.’
케일이 상당히 찜찜한 얼굴로 왕세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흐음.”
알베르는 케일과 동료들이 샤올렌에서 무엇을 했는지 아직 정확히 듣지 못했다.
‘메리를 황제로 만들 수 있다고 했던가?’
초기 계획은 언뜻 들었으나, 그 이후 진행 과정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몰랐다.
‘분명 작은 눈사람 만든다고 나섰다가, 눈사태를 일으켰을 것 같은데.’
더스트 신관이 케일을 쳐다보는 눈치만 봐도 답이 보였다.
‘영, 마음에 들지 않은 기색이고.’
그리고 케일 헤니투스 표정이 썩 안 좋았다.
그러면 답이 나왔다.
“다른 세상 지도자의 전언이라, 읽어보고 싶군. 다만-”
더스트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알베르의 모습에 반색을 했다가, 그의 시선이 주위의 일행에게로 향한 것을 알아챘다.
“다만, 먼 길을 돌아 고향으로 돌아온 우리 친구들은 이만 쉬러 갔으면 싶군.”
“아.”
“그래도 상관없겠지?”
“…네!”
케일을 보고 잠시 고민을 하던 더스트 신관이 답했고, 알베르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케일의 어깨에 손을 턱 올렸다.
“그럼 집에 가봐!”
아주 호탕한 말투였지만, 케일의 표정은 떨떠름해졌다.
‘왜 갑자기 집에 보내려고 해?’
뭔가 갑자기 집에 가고 싶지 않아졌다.
“바센 공자에게 네 귀환을 알려주었어.”
바센. 동생의 이름이 나오자, 케일은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히죽 웃는 알베르의 꼴이 보기 싫었지만.
‘집에 가야지.’
오랜만에 헤니투스 영지로, 짱돌 저택으로.
집으로 돌아가고 싶기는 했다.
-오랜만에 집에 가는구나.
짱돌도 반가운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케일은 동료들에게 돌아가자고 말하려고 고개를 돌렸다가 살짝 움찔했다.
‘음.’
평균 9세. 그리고 최한이 이미 준비를 다 마친 채 케일을 쳐다보고 있었다.
“옆에 방을 하나 비워뒀으니, 거기서 라온 님 마법으로 텔레포트 진을 발동하면 될 거야.”
이미 알아서 준비를 해놓은 알베르의 말에 살짝 고개를 끄덕인 케일은 슬쩍 알베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더스트에게 들리지 않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마정석은 우리 동네에 둡니다.”
마정석 광산은 헤니투스 영지 어둠의 숲에 둘 거다.
“나머지는, 알아서 후보를. 아시죠? 깔끔하게.”
피식. 알베르가 바람 빠지는 웃음을 흘렸다.
“당연한 소릴.”
가소롭다는 듯 답한 알베르는 가볍게 케일의 어깨를 두드렸다.
“가서 푹 쉬고 있어. 조만간 내가 가지.”
“…오신다고요?”
“…표정이 왜 그래?”
케일은 제 동네에 알베르가 온다니까, 썩 달갑지 않았다. 알베르는 그 표정을 무시하고는 말을 이었다.
“당연히 내가 가야지.”
이어진 말에 케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대륙 최고의 부자가 되실 분인데. 우리 왕국보다 돈이 많은 분일 테니, 내가 보러 가야지. 안 그래?”
“별말씀을.”
“…아니란 소리는 안 하네.”
떨떠름하게 변하는 알베르의 표정을 보며 케일은 어깨를 으쓱였다.
“사실이잖아요?”
신물 거울에 뜬 보상 알림. 그 보상 메시지에 적힌 광산의 규모를 보는 순간.
그런 규모의 광산을 종류별로 여러 개 손에 쥘 수 있다는 것을 안 순간.
케일은 자신이 부자가 되었음을 알았다.
…그럼에도 백수는 멀었지만.
‘…사냥꾼. 그놈들 빨리 해치우고, 반드시 쉰다!’
그래도 미래는 착실하게 준비 중이다.
“그럼 가보죠.”
“그래. 더스트 신관은 내가 나중에 대화가 끝나면, 헤니투스 영지 쪽으로 보내도록 하지.”
알베르는 더스트에게 시선을 두었다.
“조금 늦게 가도 되겠지?”
“네. 됩니다.”
더스트는 케일의 집이란 말에 눈을 반짝였다. 이를 알베르가 날카롭게 바라봤다.
그때였다.
“도련님.”
“왜?”
론이 온화한 미소를 띤 채 케일에게 다가왔다.
“저는 깁스를 다 풀고 헤니투스로 돌아가도 되겠습니까?”
“아, 그래.”
미처 생각 못 했다.
현재 론은 왕궁 최고 치료사에게 치료받는 중이었다.
“비크로스도, 론과 함께 오도록.”
“네.”
케일이 비크로스에게도 지시를 내리는 동안, 론과 알베르의 시선이 교차했다. 그 와중에 두 사람은 그들을 쳐다보는 시선을 느꼈다.
최한이었다.
“가자.”
그때, 케일이 먼저 나섰고, 배웅하려는 이들에게 괜찮다고 손을 들어 보였다.
“인간아, 나 집에 가서 스테이크 먹고 싶다! 사과파이도 먹고 싶다!”
“나돈데! 사과파이!”
“…역시 집밥이 최곤데.”
평균 9세가 케일의 곁으로 들러붙었다.
그는 신이 났는지 정신없이 떠드는 평균 9세를 달고서 서재를 나섰다. 더스트가 벌떡 일어나 케일에게 인사했다.
“곧 뵙겠습니다, 정화자시여!”
“…그러지.”
케일이 대충 인사하고는 알베르가 마련해둔 옆방으로 이동했다.
최한은 더스트의 시선이 케일에게 집중된 것을 보고는 알베르에게 다가갔다. 이를 본 비크로스가 더스트와 최한 사이에 서며 시야를 가렸다.
“저하.”
최한이 아주 작게 속삭였다.
“저쪽 세계에서 케일 님을 아주 강하게 원했습니다.”
그의 표정은 진지했다.
“특히, 전언을 보낸 올리비아 황녀는 물론이거니와 제국, 교단 등등 여러 세력이 케일 님을 붙잡아두려고 애썼죠.”
“…그래?”
“네. 제 눈에는 그랬습니다.”
그때, 케일이 최한을 불렀다.
“최한, 안 오나?”
“갑니다.”
최한은 순한 표정으로 답하고는 알베르를 스쳐 지나갔다. 그런 그에게 알베르도 화사한 미소를 띤 채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주 좋은 보고야. 역시 우리 스승님이야.”
꾸벅. 최한은 가볍게 인사를 하고는 스쳐 지나갔다.
‘…이만하면 됐겠지.’
최한이 본 샤올렌은 케일을 그곳에 붙잡아두고 싶어 했다. 분명 정화의 불 교단과 제국 쪽에서는 더스트를 끈으로 하여 어떻게든 케일을 다시 그쪽 세계로 들르게 할 작정일 것이다.
‘케일 님은 그런 속내를 모르는 것 같지만. 아니면, 알고도 다시 갈 일이 없다고 생각해서 무시 중이거나.’
하긴 샤올렌 입장에서는 케일은 놓치고 싶지 않은 인물일 것이다.
‘혼자서 엄청난 힘을 발휘하지만, 권력에 관심도 없고. 재물도 크게 탐하지 않지.’
물론 케일은 돈을 좋아한다. 그렇지만 샤올렌 사람들은 이를 모른다.
‘거기다가 케일 님은 은근히 해달라는 걸 다 해주니까.’
그러니 케일을 두려워하고 신성시하면서도, 붙잡아두길 원하는 것일 터.
“최한아, 어서 와라!”
라온의 파닥이는 날개를 보며 최한은 케일 일행을 따라 텔레포트 진 위에 올라섰다.
‘그래도 이제 괜찮겠지.’
왕세자 저하와 론, 비크로스가 알았으니.
알아서 행동하리라.
‘나는 케일 님 곁을 지키면 돼.’
우우웅—
텔레포트 진이 빛을 발했다.
“집에 간다!”
라온의 신난 목소리와 함께 텔레포트 진은 공간 전체를 채울 환한 빛을 뿜어내더니, 이내 그들은 헤니투스 영지로 이동했다.
그들이 떠나가고 남은 자리.
아니, 그 옆방인 왕세자의 서재.
알베르 크로스만은 상석에 앉아 더스트를 보며 말했다.
“그래, 전언이 무엇이지?”
“우선 이것부터 봐주십시오.”
더스트는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영상저장구였다.
“정화자께서 이루신 업적입니다.”
알베르는 잠시 움찔했다.
‘눈빛이…….’
최한의 말만 들었을 때는 더스트가 케일을 노리고 온 스파이처럼 조금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저 눈빛은-
‘클로페 세카 같은데.’
케일 헤니투스만 언급하면 눈이 돌아버리는 놈.
그놈보다는 덜하지만 비슷한 류의 눈빛이었다.
‘죽음의 신 주교도 저렇게 케일을 안 쳐다보는데.’
죽음의 신이 내려준 성물을 사용하는 현시대의 유일한 인간인 케일. 그를 주교도 저렇게 신성시하듯 바라보지 않았다.
“…전언부터 보고 싶은데.”
“아, 그것도 보셔야죠.”
망설이던 더스트는 전언도 알베르에게 내밀었다. 알베르는 그 손길이 참 의욕 없다 느꼈다. 영상저장구를 꺼낼 때와는 그 안에 담긴 힘이 달랐다.
“…편지군. 언어가 다를 텐데?”
“아. 그 부분은 이곳으로 오기 전, 최한 님께서 번역해주셨습니다.”
“…아, 그런가?”
그러고 보니 더스트 신관도 세계가 다른데, 대륙 공용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네. 아무래도 신께서 세계를 오갈 때 이 정도는 가능하도록 도와주시는 것 같습니다.”
더스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알베르는 전언이 담긴 편지를 묘한 눈길로 바라봤다.
‘이걸 우리 스승님이 번역했다는 거지?’
역시, 우리 스승님은 이런 것도 다 보고 나한테 보고를 했군.
늘 느끼지만, 본인이 철저하고 냉정한 줄 아는 케일 헤니투스보다 최한이 더 이성적이고 눈치가 빠를 때가 있었다. 연기를 못해서 그렇지.
“으음.”
알베르는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올리비아 황녀가 보낸 편지의 내용은 간단했다.
“우리 쪽의 검술과 마법에 대한 기본 지식을 알고 싶다. 대신에, 샤올렌의 네크로맨서와 흑마법, 백마법 지식을 전달하겠다라-”
알베르의 시선이 더스트에게로 향했다.
노신관은 모습에 걸맞은 능숙한 자세로 답했다.
“저에게 흑마법, 백마법, 네크로맨서 지식이 담긴 저장구가 있습니다. 백마법의 경우, 화이언스 가문에서 발견한 기본 서적인데. 이를 공유할 생각이 충분히 있습니다. 단, 거래의 수지가 맞아야겠지요.”
노신관은 오랜 시간 동안 이단으로 취급받던 교단의 주교로서 지내오며 거래를 하는 법을 알았다.
“분명, 이 자료들은 저하께, 그리고 이 나라에 유익할 겁니다.”
알베르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로운 왕국.
다크엘프와 네크로맨서, 더불어 엔더블까지 아우르는 미래를 꿈꾸고 있다.
“샤올렌은 거래를 할 줄 아는군.”
알베르의 말에 더스트는 슬쩍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침음을 삼켰다.
‘으음. 확실히 아예 무시하는군.’
올리비아가 대표로 작성한 제국, 나아가 샤올렌의 전언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다.
더스트는 그런 부분은 말끔히 무시하는 알베르를 보며 교황이 그에게 한 말을 떠올렸다.
‘교단 안에서도 여러 의견이 존재해. 나보고 왜 정화자님을 그냥 이리 쉬이 보내냐고 했지.’
교황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웃기는 녀석들이야. 붙잡는다고 붙잡을 수 있는 분인 줄 아나 봐. 더스트 주교. 자네는 내 뜻 알지?’
더스트는 교황의 뜻을 안다.
“크흠. 저하.”
그는 슬그머니 안쪽에서 아공간 주머니를 꺼냈다. 알베르는 흑마법으로 된 아공간 주머니에 이채를 띠었고, 곧 그 눈이 커졌다.
“?”
더스트는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들을 꺼냈다.
“한동안, 로운 왕국에서 신세를 지게 되었습니다. 교황님께서 이에 대해 감사 표시를 해야 한다고 하여, 약소하게나마 준비했습니다.”
탁. 타닥. 탁.
테이블 위에 마정석과 보석들이 놓였다.
‘더스트 주교. 정화자님 세계로 가면, 그 세계 권력자로 보이는 자에게 잘 보이게. 알지?’
‘네. 알죠.’
멸망한 왕국 출신에, 이단으로 오해받는 교단의 주교로 살아온 연륜.
그 연륜은 신관임에도 세상사에 능숙하게 만들었다.
“작은 성의를 받아주십시오. 하하.”
그리고 더스트 신관은 두 손을 쓱쓱 비비며 은근한 어조로, 알베르와 론, 비크로스에게 말했다.
“크흠. 별것은 아니고요. 우리 정화자님께서 사용하신 정화의 불 힘을 보시고, 감상을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는 케일을 잘 보좌할 생각이지만, 신관으로서의 업무도 잊지 않았다.
“크흠. 큼. 제가 개인적으로 이 땅에 정화의 불에 대해 조금만, 아주 아주 조금만 알리고자 하는데. 괜찮을까요? 아유, 막 교단을 세운다거나 그런 생각은 전혀 없고! 그냥 이 세상을 구경하면서 살짝씩 제 이야기를 할까 해서요. 하하하하!”
알베르의 표정이 떨떠름하게 변했다.
‘이 사람, 말은 통할 것 같은데.’
갑자기 신관에서 세상사에 통달한 상인처럼 구는 모양새가 영 이상했지만, 희한하게도 잘 어울렸다.
“저하.”
그때, 온화한 미소를 띤 론이 말했다.
“일단 영상부터 보죠.”
“…그래.”
알베르는 신이 난 더스트가 작동시킨 영상을 보았다.
그리고 질끈 눈을 감았다.
‘이러니, 저 세계에서 욕심을 내지!’
그의 귓가로 비크로스의 헛웃음이 들려왔다. 론은 말없이 비수를 꺼내 매만지고 있었다.
“…저… 왜 분위기가?”
더스트는 의아해했지만, 알베르는 한숨을 흘리며 생각했다.
‘백수를 시켜주고 싶어도, 왜 자꾸 백수하기 힘들게 일을 하냐고!’
그의 입이 열렸다.
“돌겠네.”
* * *
“좋다.”
케일은 오랜만에 제 침대에 드러누웠다.
“인간아, 잘 건가? 노크 소리 들리면 깨워줄까?”
“어.”
그는 눈을 감았다.
폭신한 침대 속.
정말 좋다.
“역시 백수가 최곤데.”
똑똑똑.
“형님.”
하지만 그 폭신함을 즐기기 전,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간아! 바센이다!”
냐아아옹!
냐아옹!
오랜만에 케일은 가족의 얼굴을 볼 시간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