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834
2부 76화
웃던 빌로스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저도 모르게 내뱉은 한숨이었다.
그 모습을 보던 케일이 툭 내뱉었다.
“골치 아픈가 보네.”
“…으음.”
빌로스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렇죠. 그래도 좀 괜찮습니다.”
“퍼슬시 복구에 참여해서?”
“네.”
플린 상단은 지금 머리가 없다. 빌로스가 지금 그 머리가 되어가는 과정 중이지만, 플린 가문에 생긴 몇 번의 죽음으로 인한 혼란이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었다.
“왕세자 저하께서 저희 상단에도 기회를 주셨죠.”
다행인 점은 퍼슬시 복구라는 왕국 주도의 대대적인 사업에 플린 상단이 어느 정도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왕세자 저하는 자네를 신뢰하니까.”
몇 번 일을 같이 해본 빌로스의 능력을 인정하고 있는 왕세자 알베르는 그를 믿고 플린 상단에게도 일부의 일을 배정해주었다.
“다행이죠.”
빌로스는 씁쓸한 미소를 감출 수가 없었다.
‘허무하구나.’
그는 현재 마음이 허했다.
‘…어떻게든.’
어떻게든 그는 플린 상단의 상단주가 되고 싶었다.
서자로서 외면받아야 했던 상황을 벗어나, 능력을 인정받고자 했다.
그 과정은 나름 잘 이루어지고 있었다.
‘케일 공자님을 만나면서부터였지.’
그와 연을 튼 이후, 위퍼 왕국의 마법 장치 처리 등의 일을 맡으며 빌로스는 세를 키워나갔다.
그러다가 결국 이렇게 되었다.
상단주도, 배다른 형제들도 없는 플린 상단.
혼란에 가득 찬 상단을 일으킬 자는 다친 채 도망쳐야 했던 빌로스뿐이었다.
‘지친다.’
몸이 여전히 아프다.
그러나 그런 상황이라 힘들거나 지치는 것이 아니었다.
무언가, 빌로스를 움직이던 무언가가 사라진 기분이었다.
플린 상단주를 넘어 대상인이 되고 싶었던 꿈은 변함이 없지만, 빌로스는 알게 모르게 지쳐갔다.
그는 저도 모르게 힘이 조금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다행이죠. 그래도 저하께서 이런 플린 상단이라도 믿어주셔서.”
“상단이 아니라 너를 믿는 것이래도.”
툭.
그 순간, 케일은 품에서 서류를 하나 꺼내 테이블 위에 던졌다.
무슨 서류인가 싶어, 케일을 쳐다보던 빌로스는 눈이 마주친 케일이 무심히 던지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더 믿지.”
“…네?”
“한번 봐.”
빌로스는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어떤 촉이 왔다.
케일 헤니투스. 그 망나니 공자가 단순한 망나니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던 그때처럼.
뭐라 명확히 할 수 없는 직감이, 그래서 정확하다고 말할 수 있는 감각이 빌로스를 찾아왔다.
빌로스는 떨리는 손으로 케일이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서류를 집어 들었다.
사락.
서류를 펼쳐 드는 그의 귓가로 케일이 무덤덤하게 말했다.
“왕세자 저하, 그리고 우리 영지에는 말을 해두었어.”
글을 읽어 내려가는 빌로스의 눈이 흔들렸다.
광산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뒤이어 규모와 생산량이 담겼다.
“…고, 공자님-”
케일을 부르는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서류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왜?”
케일은 저를 바라보는 빌로스에게 무심히 말했다.
“내가 자네 아니면, 일을 맡길 상인이 없어. 알잖아?”
“…하.”
빌로스는 짧은 탄식을 터트렸다.
“하, 하하-”
그리고 이는 곧 웃음이 되었다. 퉁퉁 부은 얼굴 가득 빌로스는 웃음을 그렸다.
그 탓에 얼굴이 일그러져 꽤 흉한 모습이 되었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광산이 한두 개가 아니군요.”
서류는 여러 장이었다.
“그래.”
케일은 창밖을 내다봤다. 사람들 몰래 방문한 것이라, 퍼슬시에서는 케일이 온 줄 몰랐다.
그는 연말 추운 날씨임에도 한창 복구 작업을 하고 있는 현장을 보며 입을 열었다.
“어쩌면 여러 지역, 혹은 왕국을 끼고 일을 하게 될지도 몰라. 내가 광산의 주인이라고 해도 상시 내가 살펴볼 수는 없지.”
그는 여러 세계를 돌아다니게 될 테니까.
“그래서 자네를 끼울 수밖에 없어.”
케일로서는 확실한 아군을 이 광산 건에 끼워두어야만 했다.
그리고 빌로스라면.
‘믿을 만하지.’
또한 케일은 온몸이 다친 상황에 저를 찾아온 빌로스에게서 자신을 향한 신뢰를 느꼈다.
“…공자님.”
빌로스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내가 더 믿지.’
그 말이 빌로스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서류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다시 눈을 뜬 빌로스는 힘주어 말했다.
“잘하겠습니다.”
“그래, 그거면 돼.”
케일은 다시 한번 창밖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
“일단.”
그때였다.
띠링 띠링!
케일의 품에서 알람음이 들려왔다.
“공자님?”
빌로스는 그의 미간이 살짝 일그러지는 것을 보았다.
뭔가 화가 났다기보다는, 미묘한 짜증과 성가심이 담겨 있었다.
‘뭐지?’
빌로스가 의아하게 생각할 때, 케일은 한 손으로 눈가를 매만지며 입을 열었다.
“툰카 대장군을 한번 만나봐야 되겠네.”
빌로스의 표정이 굳어졌다.
“…설마 광산을-”
“어차피 로운에서 모두 소화 못해.”
종류별로 모두 최대 규모의 광산이다.
로운 왕국이 혼자서 이를 감당하는 건 불가능했고, 만약 이를 감당할 수 있어 로운 왕국에서 모든 광산을 채굴한다고 해도.
‘그러면 다른 국가들이 연합해서 로운을 노리겠지.’
가만히 보니까, 이 동서대륙 왕국들은 그러고도 남을 판이었다.
“일단 왕세자 저하와 대화를 나눠보고.”
“네.”
띠링. 띠링!
빌로스는 계속해서 들리는 소리에 멈칫했지만, 케일이 무시하는 모습에 슬그머니 신경을 거뒀다.
“그럼 조만간 또 보지.”
“네. 제가 헤니투스 영지로 가겠습니다.”
“그래.”
케일은 빌로스와의 자리를 끝내며, 슬쩍 품에 있던 거울을 꺼냈다.
띠링 띠링!
“하아.”
케일은 왠지 모르게 자꾸 얘 메시지만 보면 한숨이 나왔다.
“…적극적이기는 적극적인데.”
그리고.
“…협조적이기는 협조적인데…….”
우우웅-
그때, 거울이 진동하며 새로운 메시지를 띄웠다.
케일은 무시했다.
어차피 원래도 딱히 필요 없는 신이니까.
달칵.
그는 빌로스와 이야기를 나누던 여관방을 나와 그 옆의 여관방 안으로 들어섰다.
“인간아, 이야기 다 했나?”
“어.”
라온이 케일의 곁으로 대번에 날아왔다. 그리고 창밖을 가리켰다.
“다들 공사 엄청 열심히 한다!”
“그렇지.”
공사 전문 인력은 왕국에서 선정한 이였지만, 일반 노동자는 퍼슬시와 인근 영지에서 대부분 뽑혔다.
자신의 터전을 되돌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복구 작업에 뛰어드는 이들도 있다고 했다.
“흐음.”
이왕 새로 짓는 퍼슬시라면.
좋게 나오면 좋을 것이다.
아마 왕세자는 돈만 충분하다면, 퍼슬시를 멋진 도시로 재구성할 터.
띠링 띠링!
그때, 다시금 들린 알람음에 케일은 한쪽에 놓인 의자에 앉으며 다리를 꼬았다.
탁.
그리고 거울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띠링 띠링!
메시지를 확인했다.
찝찝하다.
케일은 스스로를 ‘중원이’라고 칭하는 이 세계가 참 찜찜했다.
“인간아, 왜 그렇게 떨떠름한 표정을 짓나? 꼭 누구 도와주기 전 표정 같다!”
라온의 말을 흘려들으며 케일은 입을 열었다.
“중원으로 가지.”
띠링 띠링!
“단.”
케일은 무심한 얼굴로 말했다.
“2주 뒤에 간다.”
쉴 만큼 쉬고 갈 생각이다.
‘나야 샤올렌에서 별로 힘들지 않아서 쉴 것도 없지만.’
론은 아직 깁스를 풀지 않았고, 깁스를 풀었다고 해서 바로 갈 수는 없는 법이다. 어느 정도 쉬다가 가야지.
거울이 달달 떨어댔으나, 케일은 모른 척했다.
“그리고 한 가지 조건이 있어.”
거울이 더 진동하기 시작했다.
“인간아, 이 신물 왜 이러나?”
라온이 의문을 표하며, 앞발로 슬그머니 거울을 툭툭 건드렸지만. 케일은 모른 척하며 입을 열었다.
“제한 인원 7명은 부족해.”
거울이 심하게 덜덜 떨어댔다.
케일의 미간이 깊게 파였다. 꼭 괴롭히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 애기 세계라고 해도, 나보다는 많이 살았을 거 아냐?’
검은 피 가문만 해도 300여 년이 넘게 샤올렌 행성에서 수작을 부려왔다. 혈교는 그때부터 검은 피 화이언스 가문과 손을 잡았으니, 그 역사도 300여 년은 넘을 터.
‘최소 300살은 넘었을 거면서, 애기라니?’
그건 좀 아니지 않나?
케일의 표정이 떨떠름하게 변해갔다.
“인간아, 괜찮나? 왜 그러나!”
그러다가 라온이 눈에 들어왔다.
천년을 사는 용.
‘용의 기준에서 봤을 때, 백 살 정도는 아기, 유아겠지.’
케일의 표정이 더 떨떠름해져 갔다.
그는 거울을 보며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떻게 더 늘려봐…….”
그 목소리는 조금 힘을 잃은 상태였다.
원래 한 10명을 원했으나.
“…1명이라도 더 늘려서, 8명이라도 해봐.”
최소한 8명은 필요했다.
케일 자신과 더불어.
‘최한, 라온, 론, 비크로스, 혈교 7호, 더스트 신관.’
그리고 수이 칸.
팀장 이수혁까지 있어야 한다. 팀장이 있어야, 최정수와의 접선이 쉬울 테니까.
‘물론 거기 간다고 해서 최정수를 만난다는 보장은 없겠지만.’
만나겠지.
그런 예감이 들었다.
케일은 말없이 달달 떠는 거울을 보며 말했다.
“수인은 인외로 치나?”
역시.
예상한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충 말했다.
“인외 존재는 1명만 데려갈 거니까, 그걸로 대충 퉁쳐서 8명으로 조정해봐.”
“인간아, 목소리에 왜 그리 힘이 없나?”
띠링 띠링!
그 순간, 알람음이 왔다.
케일은 메시지를 보고 눈을 질끈 감았다.
띠링 띠링!
“어휴.”
“인간아, 고개를 왜 그렇게 절레절레 가로젓나?”
케일은 두 애들의 목소리를 그냥 무시했다.
대신 그는 샤올렌이 준 10개의 보상 목록을 떠올렸다. 동료들 각자에게 준 것은 상당히 좋은 물건들이었다.
“…좀 빌려야겠어.”
그중 몇 개는 빌려야 될 것 같다.
중원.
그곳에서 어찌 될지 모르니.
“…템빨이다.”
일단 유용할 만한 건 잔뜩 챙겨가야 할 것 같다.
“…돈도.”
그래, 힘이 부족하겠다 싶으면.
돈이다.
“인간아, 눈을 왜 그렇게 뜨나?”
띠링 띠링!
케일은 황금이든 보석이든 뭐든 돈이 될만한 걸 아주 많이 챙겨 가야겠다고 단단히 결심했다.
* * *
“…친우여.”
케일은 툰카의 눈빛을 보고 흠칫했다.
‘왜 이래?’
그의 표정이 구겨지려는 찰나.
쿵. 쿵. 쿵.
거대한 체구의 툰카가 성큼성큼 다가와 두 팔을 벌렸다.
“살아있었구나……!”
그리고 케일에게 포옹을 하려고 했다.
‘왜 이래!’
케일의 얼굴이 더 구겨지려는 찰나.
툭.
툰카와 케일 사이에 검집이 하나 나타났다.
툰카의 몸은 그 검집에 가로막혔다. 그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오랜만이군.”
최한은 툰카의 미소를 깔끔하게 무시했다.
케일은 살짝 두세 걸음 툰카에게서 떨어지며 입을 열었다.
“여기는 여전하네.”
그는 위퍼 왕국의 수도, 그 중심에 있는 왕궁을 방문했다.
“하하하! 여전해서 좋잖아?”
물론 호탕하게 웃는 툰카는 케일의 방문 이유를 아직 몰랐다.
그저 케일은 방문한다고 연락을 먼저 취했을 뿐. 하지만 위퍼 왕국은 그 연락을 받자마자 단박에 환영 인사를 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