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836
2부 78화
‘의왼데?’
케일은 생각보다 빠른 중원이의 연락에 조금 감탄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쪼면 쪼는 대로 해내는 타입이군.’
중원이가 알면 식겁할 생각을 아무렇지 않게 한 케일은 저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우우웅–
거울이 진동했다.
신물은 초대장에 일어난 변화를 바로 알려주었다.
‘어?’
케일은 진심으로 놀랐다.
제한 인원이 1명이 아닌, 2명이나 늘었다.
띠링 띠링!
이야. 진짜 중원이가 뭔가를 해내긴 해냈다.
하도 기대한 것이 없어서 그런지, 2명 인원이 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이렇게 되면.’
케일은 데리고 갈 인원을 한 번 더 머릿속에 떠올려보았다.
‘나, 최한, 라온, 론, 비크로스, 혈교 7호, 더스트, 수이 칸.’
거기다가 한 명 더 추가가 가능하다.
‘에르하벤 님은, 인외니까 안 되고.’
인외. 인간이 아닌 종족. 뱀파이어나 다크엘프, 엘프 등은 이번에 데려갈 수 없다. 데려갈 생각도 없고. 그러니 인외는 1명이면 충분하다고 일러둔 것이고.
‘물론 된다고 해도 에르하벤 님은 이번에 함께할 생각이 없어.’
이유는 간단하다.
‘이곳을 믿고 맡길 사람이 필요하다.’
알베르 크로스만 왕세자가 충분히 잘 해내고 있지만, 그의 곁에서 로운 왕국을, 나아가 헤니투스 영지와 짱돌 저택, 검은 성을 원활하게 지킬 경험 많은 존재가 필요하다.
그에 적합한 자는 고룡뿐이었다.
‘로드 쉐리트도 있지만, 검은 성에 종속되어 있다 보니 이동이 힘들어.’
자유롭고 회춘해서 힘도 넘치고. 무엇보다도 케일의 사고패턴을 잘 파악하고 있기에 에르하벤이 하는 일은 과정을 듣지 않고 결과만 봐도 충분했다.
‘그렇다면 한 명은 누구로 데려가지?’
다른 세상도 아닌, 중원.
그 무림에 어울릴 만한 인물은 누가 있을까?
케일의 고민이 살짝 깊어졌다.
그렇기에 그는 주위 분위기가 조용해지고 묘한 기운이 감돌고 있음을 알지 못했다.
그저 제 생각만 이어 나갈 뿐.
‘현재 무림은 난장판이야.’
정사마 대전이 조만간 펼쳐질 예정이니까.
그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케일이 믿고 등을 맡길 만한 동료가 누가 있을까?
‘온, 홍은 제외다.’
라온은 마법으로 도망칠 수 있지만, 온, 홍은 어렵다.
‘라크?’
아니야.
라크는 아직 미숙해.
지금 현재 늑대족 라크는 어둠의 숲 근처 해리스 마을의 호족 족장에게 특훈을 받고 있다고 들었다.
다시 보게 될 라크가 얼마나 강해져 있을지 케일은 짐작이 어려웠다.
‘메리?’
아냐. 다른 곳과 달리 무림은 네크로맨서를 보면 사술이라고 하며, 공적으로 낙인찍어 사방팔방에서 쫓아올지도 모른다.
‘으음. 로잘린 씨? 아니면, 치료용으로 성자 잭? 하나도 괜찮을 것 같은데.’
케일의 고민이 생각보다 길어질 무렵.
띠, 띠링 띠이, 띠링!
중원이가 우물쭈물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걸 어찌 아냐고 할 수도 있지만, 메시지 음부터 우물쭈물거렸다.
‘뭐야?’
케일은 묘하게 뒤통수가 시려 오기 시작했다.
이런 기분은 또 오랜만이었다.
하지만 전혀 반갑지 않은 기분이다.
띠링, 띠이이리이잉……!
얘는 불리할 때 존댓말을 한다.
백지? 그게 무슨 말이지?
케일의 미간이 찌푸려지는 찰나.
띠, 띠링 띠링!
메시지는 다급해졌다.
케일의 미간이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일그러졌다.
띠링 띠링!
메시지가 간절하게 날라왔다.
케일은 가만히 이를 내려다보다가 눈을 감았다.
‘오러도 마법도 안 되면, 성자 잭도 안 되겠는데.’
그가 가진 힘도 신의 힘이니까.
‘라크나 호족 중에 데리고 가야 하나?’
하지만 그들의 강함이나 경험을 떠나.
‘광폭화를 하면 그 모습이 좀 그런데.’
잘못하다간 무림 쪽에서는 인간이 웬 사술을 사용해서 괴상한 모습이 되었다며, 케일 일행을 배척할 것이다.
‘배척이면 다행이지. 사악한 집단이라고 죽이려고 들지도 몰라. 그쪽 놈들은 그러고도 남을 놈들이야.’
다량의 무협 소설을 읽은 경험을 토대로 보았을 때, 중원도 이 판타지 세계만큼 말이 잘 안 통하는 세계다.
‘어쩌면 좋을까.’
타고난 힘이 강한 존재라.
그것도 오러나 마법 같은 힘을 안 가지고 있고.
띠링 띠링!
그때였다.
메시지 음 사이로 뭔가 기이한 소리가 들려왔다.
“크흠. 큼.”
헛기침하는 소리와 함께.
“킁.”
코를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순간 소름 돋는 기분에 케일은 눈을 떴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는 기겁했다.
“너, 왜 그래?”
운다.
“크흠. 킁. 별, 별것 아니다.”
툰카가 운다.
물론 눈물을 주륵주륵 흘리는 것은 아니다.
다만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을 부릅뜬 채, 두 주먹을 꽉 쥐고서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더불어 연신 코를 훌쩍였다.
목소리도 떨렸다.
“너는, 넌-”
그러고는 케일을 아주 뜨거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왜 이래?’
검은 피 화이언스 가주와 싸울 때보다도 케일은 더 긴장했고, 솔직히 하얀 별보다 무서웠다.
툰카의 저 눈빛이.
툰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넌, 정말 착하다.”
그리고 케일은 소름이 돋았다.
“뭔, 미친 소리야?”
그래서 저도 모르게 속마음이 조금의 여과도 없이 그대로 튀어나와 버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툰카는 고개를 연신 가로저었다.
“너의 그런 말투와 달리, 네 속마음은 내가 지금껏 겪은 인간들 중 가장 착하다! 네가 우리 위퍼군들을 살필 때부터 나는 알아봤다!”
점점 더 툰카의 목소리가 높아져 갔다.
케일이 기겁하며 최한을 쳐다봤다.
‘응?’
최한이 슬그머니 순한 미소를 지으며, 케일의 시선을 피했다.
지금 상황이 재밌다는 듯.
‘저놈이?’
최한이 변했다는 생각이 순간 들었지만, 케일은 툰카의 목소리에 딴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위퍼는 제대로 된 천연자원이 부족한 나라다! 너는 그걸 알고 있었겠지! 그러니, 이렇게 거대한 은 광산을 우리에게-! 우리에게!”
“아니-”
케일은 일단 툰카를 진정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야, 들어봐봐?”
갈수록 말투가 여과 없이 나왔다.
“저 광산 소유자는 나고, 거기서 나오는 이득도 내 거야. 나는 그냥 위퍼에 광산을 하나 설치해둔다는 거야. 알겠어? 광산은 분명 내 거야.”
“하지만 그 광산을 채굴함으로써 위퍼 왕국이 얻는 이득도 만만치 않지요.”
참모, 아니, 이제 국무대신이 된 헤롤 코디앙이 말했다.
차분한 목소리와 달리, 서류를 가리키는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엄청난 일자리가 나올 것이고, 여기에 적혀 있네요. 광부들의 근무 환경을 제대로 보장해주는 것이 기본 조건 중 하나군요. 또한 판매에 빌로스 상단이 끼어 있기만 하면, 나머지는 위퍼 왕국과 조율이 가능하고요.”
헤롤은 케일을 바라보지 않고 서류만 바라봤다.
“채굴량을 따졌을 때. 이건 단순히 돈을 주는 것을 떠나, 앞으로 몇십 년 이상 갈 일자리를 위퍼 왕국은 얻은 것이지요.”
쿵!
툰카가 앉아있는 소파의 팔걸이를 내리쳤다.
콰직.
팔걸이가 부서졌다.
‘저 미친놈-!’
케일은 그 모습에 다시 기겁했다.
“역시 인간은 착하게 살아야 하나 보다!”
그리고 툰카가 한 말에 기분이 상당히 떨떠름해졌다.
“우리가 로운 왕국을 도왔기에, 네가 이런 것을 주는 것이겠지! 그리고 네가 착하게, 아주 착하게 살아서 이런 것을 받아온 것이겠지!”
케일은 새삼 깨달았다.
‘…이 새끼 너무 많이 변했어.’
그가 알고 있던 영웅의 탄생과 비교했을 때, 툰카 이놈이 가장 많이 변했다. 헤롤 코디앙도 그렇고.
‘좋은 변화기는 좋은 변환데.’
왜 이렇게 기분이 별로지?
케일이 어찌 느끼건 말건, 툰카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혼잣말처럼 다짐을 내뱉었다.
“선물을 거절하지는 않겠다! 꼭, 꼭 잘 쓰겠다! 나는 은혜는 반드시 갚는 전사다!”
그의 이글거리는 눈동자가 케일에게로 향했다.
“언제든지 내 도움이 필요할 때는 말해라! 네가 나가서 싸우라고 하면 싸우겠다! 네가 원하면 나는 목숨도 걸 수 있다! 내 소중한 친우여!”
응?
케일은 잠시 멈칫했다.
‘내가 나가서 싸우라고 하면 싸우겠다고?’
그의 눈빛이 달라졌다.
“음.”
짧은 침음을 흘린 케일은 천천히 툰카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번 훑어보았다. 아니, 관찰했다.
“왜 그러나? 친우여!”
툰카는 아무렇지 않아 했지만.
‘음?’
이 모습을 지켜보던 최한은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뭔가를 계산하고 있으신 것 같은데?’
케일의 눈빛이 꼭 샤올렌의 황제 지하 무덤에서 발견한 보석을 살펴볼 때와 비슷했다.
‘아니지. 그것보다 더 날카로운가?’
마치 어디 잘 쓸만한 무기를 살피는 눈빛이었다.
“음.”
지켜보던 헤롤 코디앙도 무언가 이상한 기분을 느끼고 짧게 침음을 흘렸지만, 케일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은근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런데 툰카 네가 나를 도울 일이 있겠어? 바쁘지 않나?”
“안 바쁘다!”
툰카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어차피 병사나 전사 훈련은 내가 안 한다! 나는 나약한 놈들 훈련에 관심 없다! 그리고 복잡한 건 내가 안 한다!”
아주 당당하게 방만한 업무 태도에 대해 말했지만, 툰카는 당당할 수밖에 없었다.
다들 툰카보고 그냥 하지 말고 쉬라고 하니까.
“호오. 그래?”
케일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최한은 그 모습이 꼭 사냥감을 눈앞에 둔 사냥꾼처럼 보였다. 케일이 작게 중얼거렸다.
“…이놈-”
가만히 생각해보면, 툰카 이놈 꽤 괜찮지 않나?
온갖 무술을 익힌 무림인들로 득실득실한 중원.
정파, 사파, 마교, 혈교, 황궁.
곳곳에 무림인들이 있고, 무공에 미쳐서 허구한 날 싸워대는 인간들로 가득한 곳.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판타지 세계와 흡사한 그곳.
거기서는 식당과 같은 객잔에서 가게 주인 생각도 안 하고 맨날 싸우고 때려 부수고 그러던데.
또, 산적과 수적도, 심지어 거지와 뒷세계에도 무림인이 많았다.
피와 칼이 난무하는 곳이다.
‘무협 소설을 읽으며 깨달았지.’
대부분의 무림인은 주인공이 협과 의를 중시하면 멋있다고 추켜세워주더라.
왜 그렇겠나?
‘그런 인간이 귀하니까, 그렇겠지.’
케일은 그런 곳이니까, 은근히 막 나가는 인간들로 인원 구성을 했다.
‘그런 곳에 가니까-’
그의 눈동자에 툰카가 담겼다.
최한에게 져서 그렇지, 툰카는 아주 강하다.
타고난 신체적인 힘만으로도, 웬만한 강자들을 때려 부수는 놈이다.
그리고 회복력도 좋다.
아무리 처맞아도 또 덤벼든다.
“툰카.”
“왜 그러나?”
케일은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툰카가 잠시 멈칫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케일은 부드럽게 말했다.
“조만간 다시 연락할 테니까. 시간 좀 비워둬라.”
“…이유를 물어도 되겠나?”
“왜? 나 보는 게 싫어?”
케일의 물음에 툰카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다! 나는 친우의 연락을 거절하지 않는다! 너는 위퍼 왕국의 은인! 없는 시간도 낸다!”
“그래, 그래.”
케일은 툰카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아주 튼튼한 몸이다. 그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툰카의 어깨를 두드렸다.
툭. 툭.
“그래, 은혜를 잊으면 안 되지.”
툰카는 이상하게 등에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케일은 툰카에게 갈 건지 말 건지 따로 묻지 않았다.
‘한 명 더 있어.’
툰카보다 더 강한 사람이 한 명 있다.
그냥 종족 자체가 강하다.
광폭화를 안 해도 강하다.
그리고 마법도 아니다.
본래 가진 힘이다.
‘고래족.’
그중에서도.
‘위티라.’
그녀라면, 두려울 것이 없다.
웬만한 것은 그녀가 다 때려 부술 것이다.
“오랜만에 연락을 해봐야겠네.”
* * *
위퍼 왕국에서 헤니투스 영지로 돌아온 케일은 고래족 위티라에게 연락하기 전 다른 연락을 먼저 받았다.
“음.”
그건 꽤 난감한 연락이었다.
“오랜만이군.”
“네. 케일 님을 뵙겠습니다.”
클로페 세카. 그놈이 웃으며 다가왔다.
그것도 심지어 헤니투스 영지로 직접 왔다.
혼자도 아니다.
“하하하! 여기가 정화자께서 태어나신 곳이군요!”
더스트 신관과 함께.
-인간아, 왕세자한테서 미안하다는 연락이 왔다! 뭐가 미안하다는 거냐? 나는 궁금하다!
케일은 머릿속에 들리는 라온의 목소리에 눈을 질끈 감았다.
왠지 모르게 갑자기 피곤해진다.
하지만 그 눈빛에는 이채가 감돌았다. 그는 더스트 신관을 통해 알베르가 보낸 전서를 확인했다.
대륙 최북단의 파에른. 조금 동북부지만 어쨌든 중앙에 위치한 로운. 그리고 남단에 위치한 정글.
“역시.”
왕세자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서대륙의 북에서 남으로.
그는 새로운 힘의 균형을 만들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