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838
2부 80화
“케일 님, 무슨 일 있습니까?”
지켜보던 최한이 슬그머니 물음을 건넸고, 라온이 연달아 물었다.
“인간아! 중원이가 누구냐? 나는 모르는 애다!”
최한이 라온의 말에 입을 열었다.
“이번에 가는 세계가 중원이라고 들었는데.”
“아! 그 중원이냐!”
인간과 어린 용의 시선이 케일에게로 향했다.
두 존재는 케일이 그들을 보며 입꼬리를 삐죽 올리는 것을 보았다. 상당히 기분이 좋아 보였다.
“우리가 가는 세계 조력자가 누군지 알아?”
묘하게 들떠 보였다.
“누군데 그렇게 웃냐, 인간아!”
“누굽니까?”
피식. 케일은 바람 빠지는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황제 엄마.”
최한의 눈동자에 이채가 감돌았다. 케일은 최한 쪽으로 슬그머니 몸을 기울이며 말했다.
“그리고 황제가 효자래.”
툭툭. 케일은 거울을 두드리며 말했다.
“자세한 설명 좀 해봐.”
띠링 띠링!
잠시 뒤 팝업창이 하나 거울 화면에 떴다.
사연은 길었다.
전전대 황제가 전투로 인해 죽은 후, 그 자식이 셋이나 있었으나 모두 나이가 어렸다.
그 틈을 노려 전대 황제의 동생이 다음 황제의 자리에 앉았다. 다행히 충신의 노력으로 전전대 황후와 막내아들만이 도망을 칠 수 있었고, 참담한 생활 속에서 목숨을 이어갔다고 한다.
‘그 뒤 어찌저찌해서 막내아들이 지금 현 황제가 되었고, 그 과정에 엄마의 희생이 엄청났다는 거네.’
그 순간, 케일은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왜 황제 엄마가 네 수하야?”
띠링 띠링!
“분신?”
띠링 띠링!
“오.”
짧은 감탄을 내뱉은 케일의 눈빛이 묘하게 변했다.
띠, 띠링 띠링!
중원이 긴장했다.
“중원아.”
케일은 부드럽게 말했다.
“내가 중원 가면 볼 수 있지? 응?”
띠, 띠링!
“분신 있다며.”
띠, 링!
케일은 부드럽게 거울을 쓰다듬었다.
“기대할게.”
우우웅-우우우웅–
거울이 떨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케일은 신경 쓰지 않았다. 이를 지켜보던 최한이 입을 열었다.
“혹시 그, 최정수의 위치는 알 수 있습니까?”
살짝 망설이며 건넨 질문에 케일은 최한에게 잠시 시선을 두었다.
‘하긴, 최한은 그게 가장 궁금할 만하지.’
그의 속내를 다 알 수는 없지만, 짐작은 가능했다.
“들었지? 최정수 알지?”
케일은 덤덤하게 거울에 대고 물었다.
하지만 최한도 케일도 그 물음에 대한 정확한 답을 알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답이 없군요.”
최한의 말대로 갑자기 메시지가 뚝 끊겼다.
케일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역시 신이니, 세계니 하는 것들은 뭘 물어보면 제대로 알려주는 적이 없다니까?’
그는 한숨을 삼켰다. 최정수는 이수혁 팀장을 통해서 찾아야 할 듯싶었다.
‘팀장도 정확한 위치는 모르는 것 같던데.’
그 순간이었다.
우우웅—우우우웅—
“인간아! 이 거울이 이상한데?”
라온이 의아한 얼굴을 한 채 앞발로 거울을 가리켰다.
“으음.”
케일은 침음을 삼켰다.
거울이 진동한다. 그것도 아주 심하게.
‘뭐지?’
뭔가 불길한 느낌이 들었을 때.
띠, 띠, 띠, 띠, 띠링—!
‘왜 이래?’
갑자기 알람이 이상해져 버렸다.
“인간아, 저거 왜 저러나!”
라온이 화들짝 놀라며 거울에서 멀어져 케일의 등 뒤로 숨어버렸다.
케일은 굳은 채 거울을 응시했다.
그러자 곧 여러 개의 메시지가 연달아 화면에 떠올랐다.
응? 백룡?
최정수가 하얀 용을 검으로 만드는데……?
…음.
…어…음.
음.
…음.
케일은 침묵했다.
“…….”
그러자 잠시 뒤 메시지가 하나 슬그머니 올라왔다.
띠…띠링!
케일은 차분하게 물었다.
“위치는?”
…띠링.
그는 중원이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최한에게 말했다.
“찾아본대.”
“네.”
케일은 거울을 품에 집어넣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면 일단 순방부터 돌까?”
* * *
쏴아아–
남자는 비를 피해, 작은 신당 안으로 들어섰다.
무엇을 모시는 신당이었는지 알 수 없을 만큼, 낡고 여기저기 무너져 있었지만 비를 피하기에는 그럭저럭 괜찮은 장소였다.
우웅.
짧은 진동에 남자는 품 안에서 작은 패를 꺼냈다.
그곳에 글자가 나타났다.
글자를 보고 있던 남자는 잠시 고민하다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회색빛으로 물든 하늘. 태양 빛 하나 들지 않아 어두운 숲.
스릉.
그는 검을 뽑았다.
새하얀 검신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입이 열렸다.
“복귀하지 않는다.”
동시에 그의 새하얀 검신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쏴아아—
비를 머금은 바람이 스쳐 지나간 순간.
하얀 용이 그의 검에서 피어올랐고, 최정수는 땅을 박찼다.
삐이!
짧은 피리 소리와 함께 곧 어두운 숲에서 수십여 명의 흑의인들이 나타났다.
그들을 향해 백룡이 그 아귀를 벌리며 쏘아져 나갔다.
콰아아앙—!
곧 백룡이 하늘로 솟구쳤고, 최정수는 새하얀 검신을 타고 흘러 내려가는, 끊임없는 피를 보며 입을 열었다.
“여기 올 때가 되었을 텐데. 그렇지?”
그는 들을 이가 더 이상 없음에도 중얼거리고는 검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
그러고는 자리를 옮겼다.
그곳에 남은 것은 온기를 잃어가는 시체들뿐이었다.
타닥. 탁.
잠시 뒤, 작은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이 빠른 속도로 그곳에 모습을 드러냈다.
도사의 모습과 거지의 모습을 한 두 사람.
그들은 짧은 침음을 흘렸다.
“…무량수불.”
“검마가 지나갔나 봅니다.”
“…별수 없겠습니다.”
무당의 도사와 개방의 거지는 서로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먼저 목소리가 흘러나온 이는 개방의 거지였다. 그의 허리춤에는 5개의 매듭이 지어진 끈이 달려 있었다.
“검마를 3급 무림 공적으로 올려야겠습니다.”
“…무량수불.”
도사는 눈을 감았다가 뜨며 말했다.
“사파와 마교에서 가만히 있겠습니까?”
“별수 없지요.”
거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검마의 손에 그 무공서가 있는 이상. 무조건 잡아야 합니다.”
“…무량수불.”
도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검마는 악한 자가 아니오.”
“압니다. 도사님.”
거지 역시도 한숨을 흘리며, 죽은 이들을 가리켰다.
“지금 이놈들은 살문의 살수들입니다. 살문! 사파의 3대 살수 집단 중 하나라는 거 아시잖습니까? 이놈들이 나섰다는 것은 사파에서 검마의 목숨을 노린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으음.”
“그 전에 우리가 찾아야 합니다. 적어도 오대세가 쪽보다 검마를 먼저 찾아야 합니다. 특히 남궁세가보다는 빨리 찾아야 해요. 거기 검선이 지금 눈이 뒤집혀서 검마를 찾고 있지 않습니까? 들어보니 창천 수호대까지 끌어들였다고 하더군요.”
“…큰일이군요.”
거지는 단호하게 말했다.
“무림공적으로라도 올려서 검마를 찾아야 합니다. 3급은 일단 살려서 잡는 게 목표이지 않습니까? 그러니 이렇게 대놓고 해야 합니다. 검마를 살리고 싶다면요.”
“…무량수불.”
도사는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소림에 다녀오리다.”
“그러십시오, 도사님. 저는 곤륜에 먼저 가보겠습니다.”
정파의 구파일방 중 하나인 곤륜파.
그곳은 마교가 자리한 신강 지역과 맞닿아있었다. 마교와의 최전방 격전지였다.
도사의 입이 열렸다.
“…마교가 움직인 것이오?”
거지는 걸음을 옮기려다가 잠시 멈춰 서서 말했다.
“정사마 대전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음.”
도사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곧 두 사람의 신형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사라졌다.
잠시 뒤 그곳에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라졌던 최정수였다.
“…골치 아프네.”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품에 있던 작은 서책을 꺼내 들었다.
딱 두 글자만 적혀 있었다.
천검.
하늘의 검.
“머리 쓰는 건 그 녀석이 있어야 하는데.”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 동기님은 언제 오는 거야.”
최정수는 서책을 품에 넣고는 곧 숲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한마디를 남기고서.
“이거 우리 당숙 건데.”
* * *
뱀파이어 프레도 공작. 그가 두 팔을 벌리며 케일에게 다가왔다.
“아들, 왔어?”
마지막 순방지에 도착한 케일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들 노릇 해줘?”
“음.”
그 말에 프레도 공작은 진지한 얼굴로 고민하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닐세.”
그 얼굴은 정말로 진지하게 거절의 뜻을 표하고 있었다.
“내가 실언을 했네.”
“…….”
케일의 표정이 떨떠름하게 변했다.
아주 심각하게 거절하는 프레도 공작의 모습에 그는 저도 모르게 되물었다.
“나 아들로 괜찮지 않아?”
“자랑스러운 아들일 수는 있겠으나, 사지를 찾아다니는 이를 아들로 둔다면 부모 입장으로서 잠이 오지 않을 것 같군.”
“…….”
케일은 말문이 막혔다.
-인간아! 프레도 공작이 맞는 말 했다!
그러니까.
그래서 할 말이 없어진 케일이었다.
“데르트 공작이 대단한 사람이야.”
뒤이어진 프레도 공작의 한마디에 더 입을 꾹 다물게 된 케일이었다. 프레도 공작은 피식 웃고는 케일의 어깨를 툭 치며 한쪽을 가리켰다.
“어떤가?”
원래는 하얀 별이 기거하던 하얀 궁.
그곳은 보수 공사를 진행하는 동시에 멀쩡한 곳은 행정관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하지만 프레도가 가리킨 곳은 그 하얀 궁의 창밖.
엔더블의 모습이었다.
“괜찮네.”
케일의 담백한 대답에 프레도 공작은 미소를 지었다.
케일은 그 미소가 꽤 낯설었다. 하지만 프레도 공작의 미소는 조금 편안해 보였다.
“왜? 내 표정이 이상한가?”
“어.”
가차 없이 답한 케일은 창밖에 시선을 두었다. 뱀파이어와 다크엘프를 비롯한, 여러 종족들이 엔더블을 오가고 있었다.
거대한 싱크홀.
그곳은 지금 복구 작업으로 여기저기 공사 중이었지만, 활기가 넘치고 있었다.
“내 생각과 조금 다르군.”
케일은 엔더블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생각보다 밝아서 조금 놀랐다.
“하긴 의아할 수 있겠어. 내 표정처럼.”
프레도 공작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입을 열었다. 무심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현재 동대륙은 엔더블을 노리고 있지. 우리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고. 이곳이 사라지길 바라고 있지. 하얀 별에게 고개를 숙일 때와 다르게 말이야.”
프레도 공작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그런데 말이야.”
하지만 그 안에 이채가 감돌았다.
“우리는 원래 없던 존재였어.”
케일의 시선이 프레도에게로 향했다.
그는 케일과 시선을 마주하며 웃어 보였다.
편한 미소가 아닌, 깊은 감정이 담긴 웃음이었다.
“분명 우리는 존재하는데, 우리의 역사도 그들과 함께 존재했는데. 지금도 함께 살아가는데. 하지만 지금껏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다들 모른 척했지.”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는 모른 척할 수 없게 됐어. 우리도 이제 같은 역사 속에 있거든.”
케일이 하얀 궁에서 내려다본 거리의 사람들은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웃는 이들도 보였다.
걸음에 힘이 넘쳤다.
“뭐, 치고받고 싸우게 될 수도 있을 것이고. 여러 인과관계가 얽혀들겠지. 복잡할 거야.”
프레도 공작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걸 할 수 있어서, 아주 꽤 마음에 들어.”
덧붙였다.
“물론 로운에서 얼른 우리를 밑에 들어가게 해주면 좋겠고.”
은근히 요구사항을 말하는 프레도였다.
그는 은근한 어조로 말했다.
“지금 서대륙에서 로운의 눈치를 보느라 비상사태라며? 동대륙도 네가 여기 오는 거 알고, 지금 감시 인원이 더 늘었어.”
케일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인간아! 자꾸 카로 왕국에서 연락 온다! 카로 왕국 왕세자가 연락하고 싶나 보다! 또 무시하나?
케일이 위퍼 왕국에 갔다가 북부의 파에른 왕국까지 간 순간부터, 그것도 로운 왕국 이름을 내건 정식 사절단으로 방문하는 것이 알려진 순간부터.
분위기가 묘하게 바뀌어 갔다.
그리고 케일이 남부 정글에 발을 디딘 때부터, 로운 왕국으로 타국의 연락이 왔다. 나아가 카로 왕국 왕세자는 케일에게 직접 연락했다.
-인간아! 대답 없는 걸로 보아, 늘 그렇듯 무시한다!
그리고 케일은 무시 중이다.
그는 프레도 공작을 보며 툭 내뱉었다.
“너 광산 받을래?”
깜박 깜박.
뱀파이어 공작은 그 퇴폐미 넘치는 두 눈을 멍하니 깜박이다가 물었다.
“어?”
그 한마디에 케일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생각했다.
‘중원에 다녀올 때쯤이면, 다들 알겠지.’
이번 순방으로, 로운 왕국과 케일, 그리고 그들의 동맹이 무엇을 얻었는지.
-인간아! 왜 또 사악하게 웃나?
라온의 말은 흘려들었다.
* * *
“이제 두 번째 세계로 가는군요.”
떠나는 날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