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839
2부 81화
12장. 나 약하다고!
무협, 중원.
정파, 사파, 마교. 그리고 정사마 대전.
“음.”
사냥꾼 가문인 혈교. 황궁.
황제, 그리고 황제 엄마.
“으음.”
두 번째로 떠날 세계인 중원에 대해 차분히 생각을 정리해나가던 케일은 자꾸 옆에서 들려오는 침음에 고개를 휙 돌렸다.
“왜 그러십니까?”
왕세자 알베르 크로스만. 그가 팔짱을 낀 채 심각한 얼굴로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는 케일의 물음에 잠시 케일을 쳐다봤지만,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뭐야?’
그 모습이 영 못마땅해진 케일은 미간을 일그러뜨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알베르는 천천히 케일 가까이 다가왔다. 그러고는 주위를 둘러보며 속삭였다.
“너, 이대로 괜찮겠냐?”
“뭐가요?”
영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케일의 눈빛에 알베르의 눈빛이 흐려졌다.
‘으음.’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로운 왕국 수도에 위치한 죽음의 신 신전. 그 안의 은밀한 공간에 현재 두 번째 세계인 ‘중원’으로 떠날 인원이 모여 있었다.
정원은 9명이라고 했다.
‘라온 님과 최한.’
일단 이 둘은 가야지.
알베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론, 비크로스. 저 두 사람은 그 혈교라는 놈들을 상대해본 경험이 있어. 그리고 여러 가지 할 줄 아는 것이 많지.’
괜찮은 조합이다.
‘수이 칸. 저자는 빼놓을 수가 없겠지.’
케일 일행이 샤올렌에서 돌아온 첫날에만 마주치고 그 후에는 어디를 갔던 것인지 보지 못했던 수이 칸. 그는 오늘 새로운 세계로 떠나는 날이 되자 시간을 맞춰 도착했다.
“케일. 진짜 괜찮겠어?”
“아, 진짜.”
케일은 알베르의 목소리에 슬쩍 짜증이 나서 불경하게 그를 바라봤다. 그 시선을 알베르는 당연하다는 듯 넘기며 속삭였다.
“저기, 저건 완전 시체잖아.”
알베르가 혈교 7호를 가리켰다.
케일의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 그는 혈교 7호를 외면했다.
“…걸을 수 있는데요? 겉모습도 멀쩡한데요?”
“정신이 나갔잖아.”
케일의 시선이 혈교 7호에게로 향했다. 비크로스가 그 옆에 서 있었다.
스륵.
비크로스가 흰 장갑을 꼈다. 늘 하던 일이다.
“히익!”
혈교 7호가 그 모습에 경기를 하며 두 손으로 제 얼굴을 가렸다.
참고로 혈교 7호의 외양은 정말 멀쩡했다. 고문의 흔적은 외적으로는 전혀 안 보였다.
“그, 얼마 전에 비크로스가 타샤 이모님을 만났다고 해.”
알베르가 속삭인 말에 케일의 표정이 살짝 흐려졌다.
다크엘프 타샤. 그녀의 다크엘프 부대들은 예전에 케일이 파괴하는 불을 얻었던 곳 근처의 엘프 마을에서 잡아 온 ‘암’ 일당을 취조한 적이 있었다. 그때, 정신적인 압박에 능하다고 했던 것이 떠올랐다.
“으음.”
케일은 혈교 7호를 외면했다.
그러다 비크로스와 눈이 마주쳤다.
“여러 가지로 준비 다 했습니다.”
뭘 준비했는데? 여러 가지가 뭔데?
케일은 묻고 싶었다. 하지만 많은 것이 내포된 말에 그냥 입을 다물었다. 론이 다친 꼴을 봤던 비크로스. 그가 혈교를 어떻게 할지 안 봐도 눈에 선했다.
“케일,”
알베르가 다시 옆구리를 툭 치며 속삭였다.
“감당 가능하냐?”
더스트 노신관을 가리키는 왕세자의 손가락.
“저 신관, 동태 알지? 내가 준 보고서 봤지?”
“…네.”
더스트. 그는 신관복이 아닌 일반 복장을 하고서 로운 왕국에 있는 신전이라는 신전은 다 둘러보고 다녔다고 한다.
거기다가 허가를 받고 들어간 왕궁 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했다고 한다.
뭔가, 상당히 찝찝한 제목의 책이었다.
“…걱정 마라.”
알베르가 나직이, 정말 친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적어도 나는 너를 종교로 만들 생각은 없다.”
아, 진짜.
케일은 살짝 짜증이 난 표정으로 알베르를 쳐다봤다가 알베르의 눈빛에 입을 꾹 다물었다.
‘네가 뭘 잘했다고 그런 표정이야?’라고 묻는 눈빛이었다.
“야.”
알베르가 야라고 했다.
“적당히 힘을 써야지. 아무리 다른 세계여도, 힘을 그렇게 써버리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냐? 응?”
그가 케일을 구박했다.
“너 똑똑하잖아? 나보다 머리 팽팽 잘 돌아가잖아? 생각을 해봐. 지금껏 경험으로 비춰봤을 때, 네가 샤올렌에 다시 갈 일이 안 생길 것 같냐? 생길 수도 있어. 응?”
케일은 아무 반박을 못 했다.
“…….”
“어쨌든 걱정 마. 저 신관이 여기서 쓸데없는 짓을 하게 두지는 않을 거니까.”
케일이 알베르를 바라봤다. 많은 것이 담긴 눈빛에 알베르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백수는 해야 할 거 아냐?”
“…….”
침묵하던 케일이 입을 열었다.
“역시, 로운의 미래를 빛낼 태양께서는 참으로 다재다능한 능력을 지니셨습니다. 그 빛으로 말미암아, 이 로운 안의 모든 이들을-, 그만할까요?”
“…어.”
씨익, 케일이 미소를 그리자, 알베르는 한숨을 작게 내쉬더니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건넸다.
“노신관은 론이 감시한다더군.”
“네.”
“걱정 안 해도 되겠어.”
“당연하죠.”
그때였다.
“크하하하하!”
누군가가 크게 웃었다.
알베르는 입을 열었다.
“…뭐, 대장군은 다루기 쉽지?”
툭 던진 질문에 케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나온 대답은 조금 궤가 달랐다.
“다루다니요? 대장군은 제 친우입니다. 친구끼리 다루지는 않죠.”
부드러운 미소를 띤 케일을 보던 알베르는 마주 웃어 보였다.
화사하게.
“그래. 친구끼리 잘 다녀와.”
그 모습에 케일의 표정이 찜찜하게 변했다.
“…어… 뭐…네… 잘 다녀오죠.”
케일의 대답에 만족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던 알베르는 여전히 화사한 미소를 띤 채 물었다.
“금은?”
“충분히 챙겼습니다.”
“은도?”
“네. 돈은 많을수록 좋죠.”
“네 사고방식이 마음에 드는군.”
알베르는 그 말을 끝으로 케일의 곁에서 멀어졌다. 그러고는 케일에게 말했다.
“잘 다녀와.”
“네.”
케일은 제 주위로 모여드는 이들을 보며 알베르의 곁에 선 이들을 바라봤다.
왕세자를 비롯해, 죽음의 신 교단 주교와 에르하벤 등이 있었다.
“잘 다녀와라. 여기 걱정은 말고.”
“네.”
고룡 에르하벤이 건넨 인사에 케일은 슬쩍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입을 열었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떠나기 전. 한 번 더 동료들에게 할 말이 있었다.
중원.
그곳은 샤올렌과 달리, 제한이 되는 부분이 몇 가지 있었다.
첫 번째 인외는 1명만 가능하다.
그리고.
“외양이 현지화된다. 그쪽 세상에 맞는 외양으로 변하니, 그에 대해 놀라지 않아도 된다.”
세계에 특이점을 주지 않기 위해, 중원에 알맞게 자연스럽게 동화된다고 했다.
“또한 경우에 따라 능력이 일부 하향될 수도 있다.”
이는 중원이라는 세계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능력 전이를 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자신의 능력이 줄어들더라도 놀라지 말고, 그에 대한 적응을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면 말하도록.”
띠링, 띠링!
케일은 품에서 거울을 꺼냈다.
그는 중원이 보낸 메시지를 힐끔 보고는 초대장 팝업창을 열었다.
케일의 손가락이 ‘네’에 닿은 순간.
우우우웅—
공간이 진동하며 케일을 중심으로 검은 진이 형성되었다.
케일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를 감싸는 검은빛을 느꼈다.
이제는 조금 익숙해진 따스함에 몸을 맡긴 순간.
띠링, 띠링!
중원이 보낸 메시지에 슬쩍 거울을 쳐다봤다.
얘는 참, 예의가 바르단 말이지.
케일이 그리 생각한 순간.
검은빛이 사방으로 뻗쳐 나갔다.
케일은 눈을 감으며 생각했다.
‘…돈, 무기 다 챙겨가지만.’
그럼에도 조금 걱정이 든다.
‘힘이 어느 정도 줄어들지 모르겠군.’
싸우고 또 싸우는 세계가 무림이 아니었던가.
그곳에서 약하다는 것은 참으로 많은 위험과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그리고 외양이 바뀐다라.’
이 부분에 대해서 케일은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동양적인 외양이 되겠지.’
케일 헤니투스가 동양적으로 변하면 어떤 모습일까?
그런 생각을 잠시 하다가 문득 김록수일 적의 모습이 떠올랐다.
‘여기 오기 전, 김록수 몸이라면 그나마 좀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서른 중반의 김록수.
고대의 힘을 일부 잃는다고 해도, 그 체격이라면 신체적인 능력이 좀 있는 편이라 훨씬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무림 세계면.’
케일이 가진 김록수의 능력 ‘찰나’ 그것을 쓰면 상당히 유용한 순간이 있을 것이다.
‘으음.’
하지만 라온을 생각하면 그건 웬만하면 안 쓰는 편이 나았다.
그리고 그 힘을 쓸 일이 있겠나?
‘없겠지.’
케일은 이내 생각을 멈췄다.
대신 체격에 대한 생각을 이어갔다.
‘서른 중반의 내가 힘들다면, 최소한 20대 중후반의 나라도 되면 좋겠는데.’
그 정도만 되어도 신체적인 능력이 지금 케일 헤니투스보다 훨씬 나았다.
‘아, 물론 갓 스물이 된 김록수는 곤란하지.’
케일은 비실비실하던 때의 김록수를 떠올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 순간, 목소리가 들려왔다.
역시나 짜증 나는 죽음의 신 목소리였다.
이제 도착 장소를 알려주리라.
예상했다.
조력자가 황제 엄마라고 한 순간부터.
케일은 당황하지 않았다.
어떤 상황이 펼쳐져도 그러려니 할 자신이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띠이이이—-!
기묘한 알람음이 들린 순간.
…듣고 보니 그렇네?
가만히 듣고 있던 케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론, 최한, 비크로스, 수이 칸, 라온, 툰카.
라온처럼 마나에 타고난 종족이거나, 혹은 최한처럼 스스로를 갈고 닦아 힘을 쌓았다.
참고로 이 목소리는 동료들에게도 들린다.
응?
응?
나, 나만 봉인한다고?
파아아앗.
환한 빛과 함께 도착했다.
케일은 도착이고 나발이고 간에, 머릿속이 멍해져 왔다.
그는 눈을 여전히 감은 채로, 당장 제 몸 안을, 내부를 살폈다.
‘…와.’
그는 감탄을 흘렸다.
제 몸 안에서 느껴졌던 고대의 힘들. 그 힘들이 상당 부분 느껴지지 않았다.
‘물, 불 쪽은 거의 봉인되었네.’
물론 조금의 변화도 느껴지지 않는 고대의 힘도 있었다.
‘…아우라는 그대로군.’
지배하는 아우라.
파괴력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이 힘은 거의 그대로였다.
케일은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제 몸을 살피고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화면이 꺼진 거울을 바로 쳐다봤다.
자신의 몸을 보기 위해.
‘빌어먹을.’
거울 속엔 내가 있었다.
‘나긴 나네.’
스무 살의 내가 있었다.
케일 헤니투스가 아닌 김록수가.
띠링!
메시지가 왔다.
케일은 거울을 내렸다.
“…그대가-”
한 여인이 케일을 보고 있었다.
황제는 젊다고 했다. 하지만 눈앞의 여인은 황제의 엄마라고 하기에는 그 나이가 많아 보였다.
‘고생이 많았다고 했지.’
곱지 않다.
그러나 그 눈동자는 흔들림 없는 중심이 잡혀 있었다.
고요한 공간.
분명 케일의 등 뒤에 자리한 일행들 외에도 사람이 이곳에 존재하건만.
쉬이 움직이는 이도, 허투루 입을 여는 이도 없었다.
갑자기 나타난 케일을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숙인 채 얼굴조차 쉬이 들지 못할 뿐.
‘맞구나.’
여기가 그 중원이라는 세계의 황궁.
그곳에서도 중심이 맞구나.
밤인지, 밖은 어두웠다.
이 안도 어두웠다.
그저 몇몇의 촛대에 올린 불만이 이 안을 비출 뿐.
화려한 옷과 달리, 대쪽 같은 눈빛을 지닌 중년 여인의 매서운 눈초리가 케일을 담았다.
아니, 20대 초반의 비쩍 마른, 왜소해도 귀족으로서의 기품이 느껴졌던 케일 헤니투스와는 다른, 볼품없는 외양의 한 청년을 눈에 담았다.
그녀의 입이 열렸다.
“그대가 이계에서 온 그분의 사자(使者)인가?”
그 순간, 케일은 입꼬리를 올렸다.
보자마자 깨달았다. 눈앞의 조력자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하지만 그게 뭐가 중요하겠는가.
약하게 보이면, 잡아먹히는 세계. 그 중원에 발을 들인 이상. 그 세계의 법칙에 따라 움직이면 되는 일이다.
“사자(使者)라-”
케일의 입이 열렸다.
사자(使者).
누군가의 명령이나 부탁을 받고 심부름을 행하는 자.
혹은 죽은 사람의 혼을 저승으로 잡아가는 귀신.
심부름꾼이냐고 묻는 여인에게 케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 걸음을 내디뎠다.
“사자라면, 사자겠지.”
중원에 오자마자, 그는 힘을 썼다.
지배하는 아우라를.
유일하게 단 1%만 봉인된 힘을, 있는 그대로 사용했다.
그의 암갈색 눈동자가 눈앞의 태후를 내려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