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844
2부 86화
13장. 네가 왜 거기서?
“안휘성?”
라온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거기는 어딘가! 지도를 달라!”
케일이 위 상선에게 눈짓했고, 위 상선은 옆에 있는 내시에게서 받아 든 지도를 조심스럽게 탁자 위에 펼쳐두었다.
“지금 황궁이 있는 곳이 북경입니다.”
위 상선은 지도 위 북경을 가리키고는 안휘성 쪽을 가리켰다.
“안휘성은 예로부터 넓은 평야를 지님과 동시에 비옥한 토지를 지녀, 농사가 발달한 곳입니다. 대지주들이 많으며, 타지역에 비해 풍요로운 곳이기도 합니다.”
“호오!”
라온이 눈빛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러면 남궁세가도 부잔가?”
아주 해맑은 물음에, 위 상선은 이 신묘한 존재가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꼭 쥔 앞발이나 통통한 볼살, 그리고 볼록 튀어나온 배가 계속해서 눈길을 사로잡았다.
“네. 정파 오대세가 중에서도 가장 부유하지요.”
“오! 인간아, 남궁세가가 돈이 많다고 한다!”
케일은 과하게 눈을 반짝이는 라온을 보며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세가를 털자는 건 아니겠지?’
그는 슬그머니 라온의 시선을 외면했다.
무림 세가는 함부로 털다가, 인생 쫑날 수 있다. 조심해야 한다.
“그나저나 의복이 참 잘 어울리시는군요.”
위 상선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왔다. 그에게서 조금이라도 친분을 다지고자 하는 마음이 보였다.
“모두 신수가 훤하십니다.”
그때였다.
“크하하하하!”
열린 창밖으로 누군가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역시 최한 너의 기절 솜씨는 훌륭하다! 크하하하하! 덤벼라!”
케일의 시선이 창밖으로 향했다.
객당에 딸린 작은 연무장.
그곳에 툰카가 두 주먹을 쥔 채 최한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덤비라고 외친 놈은 툰카였으나, 늘 그렇듯 덤벼드는 놈은 툰카고.
쿠웅!
한 대 맞고 연무장 바닥에 처박히는 놈도 툰카다.
“…저분도 신수가 아주 듬직하십니다.”
위 상선이 건넨 말에 케일은 퉁명스럽게 답했다.
“듬직은 무슨. 녹림의 우두머리가 고개 숙일 외양이구만.”
“으음.”
위 상선은 반박하지 못했다.
“인간, 녹림이 뭔가?”
“산적.”
라온의 물음에 덧붙여 설명했다.
“일반 산적도 있지만, 녹림이라고 해서 산적들이 모여 하나의 단체를 결성했다. 보통 사파에 속한 조직이지. 그렇지, 위 상선?”
“네. 맞습니다. 녹림 72채가 존재하지요.”
쪼르륵.
그때, 찻잔에 조금 불그스름한 찻물이 채워지는 소리가 났다.
케일의 시선이 찻주전자를 든 론에게로 향했다.
“도련님, 잘 아시는군요.”
케일은 움찔했다.
“아니, 뭐, 그냥-”
“신기합니다. 어떻게 이렇게 잘 아실까.”
그는 슬그머니 론의 시선을 피했다. 대신 긴 소맷자락을 어색하다는 듯 매만졌다.
“이런 옷은 처음 입어 봐서 그런가 어색하네.”
이는 사실이었다.
안 그래도 스무 살 적 김록수 상태라 체격이 왜소해 품이 넓은 옷이 더 낯설었다.
“그래도 상당히 잘 어울리십니다.”
위 상선이 론에게 시선을 두었다.
“이분께서 고르셨다고 들었는데, 안목이 좋으십니다.”
론의 입가에 살짝 비릿한 미소가 걸린 순간, 케일은 입을 열었다.
“그렇지! 론이 늘 내 옷을 다 준비해 주는걸? 아주 훌륭한 안목을 지녔지!”
“네. 푸른색이 참으로 잘 어울리십니다.”
케일은 현재 쪽빛에 가까운 푸른 비단으로 이루어진 옷을 입고 있었다. 특별한 자수는 새겨지지 않았으나, 그 재질만 보아도 상당한 최고급 비단임을 알 수 있었다.
“내 눈동자 색이랑 같다!”
라온이 좋아했다.
“그렇군요.”
위 상선이 흐뭇한 얼굴로 이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러면 안휘성으로 가는 마차를 준비해둘까요?”
“아니.”
케일은 손을 뻗었다. 맨들맨들한 머리통이 만져졌다.
“중원아, 안휘성 좌표 알지?”
“네, 압니다!”
기합이 바짝 들어간 대답에 케일은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위 상선에게 말했다.
“권왕을 내어주십시오.”
“…네?”
“다 압니다. 할아범의 정체는.”
케일이 중원이 쪽으로 턱짓했고, 중원이 씨익 웃어 보였다. 위 상선은 허리를 숙였다.
“…권왕께서는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분이 아닙니다.”
“물어보세요. 갈 건지.”
“네. 그 외에 필요하신 것은?”
“이걸 태후 마마께 전해주십시오.”
케일이 내미는 전서를 위 상선은 공손히 받아 들었다.
“그리고 위 상선도 함께 가죠.”
“…저 말입니까?”
“네. 동창에서 고수 중 한 명이라면서요?”
위 상선은 침을 꿀꺽 삼켰다.
“저는 태후 마마의 곁을-”
“갑시다.”
담담하게 건넨 말에 위 상선은 고개를 숙였다.
“네. 태후 마마께 말씀 올려놓겠습니다.”
“그래요.”
케일이 지켜본 위 상선은 눈치도 빠르고, 일 처리 속도가 신속했다. 더불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사람이 한 명 있어야지.’
사실 케일은 중원에 오면, 정보 단체와 접선하여 어떻게 선을 이어 놓을까 했었다.
‘개방이나 하오문으로.’
정파의 구파 일방 중 하나인 개방. 방원들은 모두 거지였다.
그리고 저기는 중원 어디에 가도 존재했다.
더불어 그에 버금가는 정보 단체인 하오문.
케일은 두 단체 중 한 곳과 의뢰를 통해 선을 이을까 했지만.
‘황실이 있는데, 뭐. 굳이?’
아무리 개방이라도, 하오문이라도 황실 이름 대면 아마 정보를 어느 정도 이상 내놓을 것이다.
‘거기서 더 쪼으면 정보를 술술 내뱉을 거고.’
지들이 어쩌겠어?
불만이면 본인들이 황실을 하든가?
케일은 권력을 제대로 이용해볼까 했다.
“…복잡하게 갈 것 없지. 쉽게 쉽게 가자고.”
나직이 중얼거리는 케일의 눈빛에 위 상선은 왠지 모르게 등골이 서늘해져 왔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서 얼른 자리를 뜨려고 했다.
“아, 그래요. 가보세요.”
“네.”
“참고로 오늘 저녁에 출발할 거니까, 준비해두시고요.”
“……!”
오늘 저녁?
위 상선이 놀랐지만, 그는 고개를 숙였다.
“네. 알겠사옵니다.”
그리고 데려온 내시와 함께 방을 빠져나갔다.
그 순간, 가만히 있던 수이 칸이 입을 열었다.
“좋은 일꾼이네.”
“그렇군요.”
론이 수긍했다.
“케일아. 그런데 정수가 정말로 안휘성에 있을까?”
수이 칸은 창턱에 몸을 기댄 채 물었다.
그를 비롯하여 최한, 비크로스, 론, 툰카는 모두 검은색 무복을 입고 있었다. 물론 각기 채도가 다른 푸른 천으로 허리나 소매를 둘러 마냥 같은 옷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글쎄요.”
케일의 시선이 중원이에게로 향했다.
당과를 손에 쥔 중원이는 오물오물 씹으며 말했다.
“황실의 정보면 꽤 정확할 거예요! 아마 무림맹의 정보를 받았을 테니까요. 다만 조금 걱정이에요.”
“뭐가 걱정이냐?”
마찬가지로 당과를 앞발에 쥐고서 라온이 우물거리며 물었다.
“검선은 최정수 님에게 거하게 패배한 후, 상당한 복수심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거든요.”
남궁세가의 태상가주.
즉, 현 가주의 아버지이자 전대 가주인 검선이 최정수에게 악감정이 많다고 했다.
거기다가 최정수는 검마이고, 더불어 무림 공적이었으니까.
“그런데 왜 무림 공적이지?”
케일의 물음에 중원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겉으로 드러난 이유는, 검마가 무림맹의 맹원들을 공격하고 보물을 훔쳐 달아나서라고 하는데. 그걸 믿는 사람은 없어요.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거예요.”
“하긴.”
최정수가 뭣 하러 보물 때문에 사람을 공격하고 그걸 훔쳐서 달아나?
“말이 안 되네.”
수이 칸의 담백한 확신에 케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론이 이를 유심히 지켜봤으나, 케일은 이를 모른 채 중원이에게 물었다.
“그런데, 혈교는 어딨지? 그리고 정사마 대전은 왜 일어나기 직전인 거야?”
이 부분은 꼭 들어야 했다.
정파, 사파, 마교. 이 세 세력이 한꺼번에 맞붙는 상황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아, 그건 말이죠!”
기다리던 질문이었다는 듯, 중원이는 당과를 입안에 욱여넣어 삼키고는 입을 열었다.
“혈교에서 생강시를 만들었거든요? 그 생강시는 완전 사람 같거든요! 그중에 몇몇 생강시가-”
“어! 중원아!”
라온이 놀라서 중원이를 쳐다봤다. 그리고 외쳤다.
“도, 돌이 된다!”
중원이의 발부터 시작해서 점점 그의 하체가 돌이 되어갔다.
‘뭐야?’
케일조차 놀라서 쳐다봤을 때, 중원이가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균형의 신이 눈치챘나 봐요! 아무튼 들으세요!”
점점 더 빠르게 돌이 되어갔다.
“정사마에 각각 생강시가 있거든요?!”
정파, 사파, 마교에 각각 혈교가 심어둔 생강시가 존재한다.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혈교의 꼭두각시에 불과한 존재.
“혈교의 생강시들은 본인이 아직 살아있는 사람인 줄 알아요! 그래서 혈교의 조종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죠!”
중원이는 허리까지 돌이 되었다.
빠른 속도로 이제 상체도 단단한 돌로 변해갔다.
상황이 급했다.
시간이 없다.
케일은 더 설명을 하려는 중원이에게 물었다.
“누구야?”
“네?”
“그게 누군지부터 말해!”
다른 건 나중에 들어도 된다. 아니, 안 들어도 된다.
“그게- 커억!”
그 순간, 중원이의 몸이 순식간에 목 끝까지 돌이 되어버렸다.
케일은 다급하게 중원이의 어깨를 잡았다.
“커억, 컥. 무, 무림맹-”
그 세 글자를 내뱉은 중원이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듯했다.
그가 입을 벙긋거렸다.
케일은 그 모양을 따라 했다.
“…제, 갈-”
무림맹, 제갈.
“이, 인간아! 완전히 돌이 되었다!”
중원이는 그대로 완전히 돌이 되어버렸다. 케일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일행이 모두 자리에 일어서서 중원이를 보고 있었다.
“돌로 돌아가 버렸다!”
라온이 외치는 목소리에 케일은 중원이의 어깨에서 손을 뗐다.
의자에 앉아있는 동자승의 모습은 꽤 괴로워 보였다.
케일의 미간이 찌푸려지는 찰나.
퍼엉!
중원이에게서 작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케일의 시선이 연기가 걷힌 자리로 향했다.
“인간아, 작아졌다!”
평온하고 해맑은 미소를 지닌 작은 동자승 석상이 의자에 놓여있었다.
아마도 이게 중원이가 사라진 석상의 본래 모습인 듯했다.
“이거 챙기자!”
라온이 말하자마자, 비크로스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석상을 들어 올리더니 쓰윽 쓰윽 닦기 시작했다.
아마 그가 알아서 잘 챙기리라.
케일은 론, 수이 칸과 시선이 부딪쳤다.
수이 칸이 먼저 입을 열었다.
“오대 세가 중에 제갈세가가 있지.”
론이 이어받았다.
“그렇다면, 무림맹에 있는 제갈세가 사람 중 한 명이 생강시라는 존재가 되었다고 생각하면 되겠군요.”
“아마 범위는 더 좁아질 것 같은데. 그렇지, 케일아?”
수이 칸의 물음에 케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사마 대전을 일으킬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할만한 인물이어야 할 겁니다. 그렇다면 최소한 무림맹에서 간부 위치는 되겠죠.”
그는 머릿속 생각을 정리해나갔다.
“제갈세가는 두뇌가 뛰어난 가문으로 유명합니다. 분명, 무림맹에서도 그와 관련된 일을 할 것이고, 아마 군사, 작전, 참모 쪽일 확률이 높아요.”
“그쪽 위주로 간부직을 찾아보면 되겠네.”
케일은 자리에 앉았다.
똑똑똑.
“케일 님.”
때마침 문을 열고 최한과 툰카가 들어섰다.
더스트 신관은 현재 혈교 7호를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중이었다. 말이 감시지, 기절한 혈교 7호 옆에서 뭔가 정리하느라 바쁘다고 들었다.
케일은 단정한 최한과 달리 비싼 옷을 입혀도 개방의 거지마냥 더러운 행색의 툰카를 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안휘성에 가서 해야 할 일이 더 생긴 것 같군.”
무림맹에서 최정수를 무림 공적이라 칭했다.
그리고 안휘성에 검마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정보는 무림맹에서 왔다.
그러니, 안휘성에 가면 무림맹과 접선할 수 있을 터.
케일은 황금패를 눈에 담았다.
“…잘하면 쉽게 가겠어.”
그의 시선이 라온에게로 향했다.
“텔레포트 할 좌표 위치는 들어놨어?”
“아까 약과 먹으면서 들었다! 지도 보면서 좌표 계산법도 돌 된 중원이가 알려줬다!”
이 세계에는 텔레포트가 없지만, 라온은 텔레포트를 할 줄 안다.
“여기 마나가 좀 적긴 하지만, 충분히 텔레포트 가능하다!”
라온이 아공간에서 상자를 꺼냈다.
쿠웅.
꽤 큰 상자는 무게가 엄청났다. 라온이 밝게 말했다.
“최상급 마정석 엄청 많이 챙겨왔다! 그러니 마법 다 된다!”
케일의 입꼬리가 씰룩이며 올라갔다.
이번에 케일은 꽤 많은 것을 챙겨왔다. 마정석도 그중 하나다. 보기만 해도 배가 불렀다.
“그런데 말이야.”
그때, 수이 칸이 심각한 얼굴로 케일의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드물게 진지한 그 얼굴에 일행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아직 중요한 준비가 하나 끝나지 않았어.”
“…무슨 준비 말입니까?”
케일은 위 상선의 연락만 받으면 준비가 끝이라 생각했다.
수이 칸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여기 이 세상 사람들은 발음 구조상, 우리 쪽 이름을 말하는 게 어려운 것 같더군.”
수이 칸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순간 케일은 최한이 자신에게서 등을 돌리는 것을 보았다.
‘제길.’
케일의 눈빛이 살벌해져 갔으나, 수이 칸은 꿋꿋했다. 그는 론과 비크로스를 보며 말했다.
“주변에 우리를 소개해야 할 순간이 올지도 몰라, 여기에 어울리는 가명을 하나 지어두는 편이 편할 것 같습니다.”
그때, 라온이 슬그머니 케일에게 다가왔다.
“인간아.”
“왜?”
“나 개일은 싫다.”
“…….”
케일은 말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