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849
2부 91화
객잔으로 오는 길은 참으로 평화로웠다.
적어도 케일은 그리 생각했다.
하지만 함께 온 두 무리의 생각은 달랐다.
‘무슨 무공이지?’
‘발목에 바람이 맴돈다?’
먼저 젊은 무림인들은 연신 케일 쪽을 관찰하며 그들이 경신법으로 사용했던, 발목에 맴도는 ‘바람’을 떠올렸다.
무공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했다.
어떠한 걷는 법, 즉, 보법이 존재하는 것 같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그들은 빨랐다.
‘분명 보법 같은데.’
스님 정혜는 케일의 등을 유심히 바라봤다.
‘김 공자님, 준비가 끝났습니다.’
위씨 성을 지닌 노인이 말하자, 김 공자는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그를 중심으로 검은 연기와 같은 무언가가 퍼지더니, 곧 그의 호위들 중 몇몇의 발목에 바람이 맺혔다.
김 공자 본인의 발목에도 마찬가지였다.
‘사술은 아냐.’
처음 검은 기운에는 살짝 움찔했다.
그러나 그 기운은 사이한 기운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무공 경지가 낮은 이가 본다면 그 빛깔에 의심을 할 수도 있겠으나, 지금 이 중에 그 정도로 경지가 낮은 이는 없었다.
오히려, 불가에 귀의한 그는 느꼈다.
‘…깨끗했다.’
그 청량한 바람의 기운은 마치 불가 혹은 도가를 떠올리게 했다.
정파의 정수를 이은 듯한 청렴한 기운.
더불어 그 검은 기운은 찰나였지만, 마치 자연을 생각나게 만들었다.
‘누구보다도 저 김 공자라는 자의 힘은 정순하다.’
고고한 자연을 닮았다.
정혜의 시선이 옆으로 힐끗 향했다.
‘그걸 아니까, 이자도 가만히 있는 것이겠지.’
처음 케일 일행을 향해 비수를 날렸던 자.
그는 무림맹 소속의 사람이었다. 그 정체를 케일에게는 물론, 정혜 일행들에게도 밝히지 않았다.
‘호 장로님은 아는 것 같지만.’
개방의 장로 정도는 되어야 저 비수를 사용하는 자의 정체를 알 수 있단 소리였다.
그러나 정혜는 딱히 저자의 정체가 궁금하지 않았다.
그가 궁금한 것은.
‘김 공자.’
저 일행들의 무공이었다.
이는 아마 정혜 자신뿐만 아니라, 함께 온 모든 후기지수들의 생각일 터.
‘도대체 저들의 무공은 무엇이지?’
하나, 후기지수 중 단 한 명.
곤륜파의 운선 도사.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숙여 제 손바닥을 내려다봤다.
손에 땀이 가득했다.
은밀히 그녀의 시선이 독고창과 호 장로에게로 향했다. 호 장로는 사람 좋게 웃으며 권왕과 김 공자 곁을 서성였으나.
독고창은 독고세가 소가주를 뒤에 둔 채,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아는 거지.’
독고창 뒤에서 호기심을 보이는 독고 소가주, 그리고 후기지수들과 달리. 독고창 그는 아는 것이다.
저 김 공자가 만든 기운의 정체를.
‘자연이다.’
그가 사용한 힘은 자연 그 자체다.
내공은 한 톨도 없었다.
운선은 그가 힘을 사용했을 때를 떠올렸다.
모든 힘은 그의 주위에서 일어났다.
그는 몸 안에 쌓여있을 내공은 조금도 쓰지 않았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선아. 화경의 너머가 무엇이냐?’
‘현경입니다.’
‘그래, 현경부터는 궤가 다른 고수다. 고수라는 칭호마저 모자라다 느낄 정도의, 인간이 아닌 힘을 부리는 존재다.’
‘네.’
‘그러면 현경 너머는 무엇인지 아느냐?’
‘…자연경이라고 아옵니다. 하나, 스승님. 그것은 말로만 전해지는 경지 아니옵니까?’
‘아니다. 자연경은 존재한다. 검황, 그가 자연경으로 추측되는 인물이었지.’
현경에 살짝 발을 들인 인물을 운선은 스승님과 함께 만난 적이 있다.
스승님은 그녀에게 조곤조곤 말해주었다.
‘선아. 현경에 이르면 이제 내공은 중요치 않음을 알게 된다고 하더구나.’
‘그러면 무엇이 중요합니까?’
그 대답은 스승님이 해주지 않았다.
현경에 발을 들였던 인물. 그녀가 해주었다.
‘자연.’
그녀는 운선을 보며 말했다.
‘현경은 자연경으로 가는 과정이다.’
현경은 최고의 경지가 아니다.
그 또한 무(武)의 끝으로 향하는 또 하나의 과정일 뿐.
‘자연경에 이르면, 그때부터는 내공이 아닌 자연의 힘을 쓰게 된다. 물론 나는 현경 초입에 불과하나, 조금은 자연의 힘을 사용할 수 있지.’
그 인물은 운선에게 자연의 힘을 사용하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녀와 스승님의 곁을 떠났다.
그렇기에 운선은 김 공자가 내공을 쓰지 않고 주위의 힘으로 무공을 펼쳤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김 공자.’
정확히 말하면 김해일이라는 이름을 가진 자.
그자는 분명 내공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 내공은 존재한다.
모두의 숨을 막히게 하고 절로 고개를 숙이게 만들었던 그 힘은 그에게서 뻗어져 나온 기세였으니까.
분명 엄청난 내공을 지녔을 터.
‘…설마, 저 사람은, 아니, 저분은 현경을 넘어-’
운선은 차마 생각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아득하다 못해 전율이 일어날 것 같았으니까.
‘…분명 저분은 무공 말고도 무언가 정체가 있다.’
호 장로의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하나, 일단 의와 협을 아시는 분 같아.’
운선은 눈을 질끈 감았다.
곤륜.
자신의 사문.
구름 속에 노니는 용의 모습을 흉내 낸 걸음을 만들어낸 사문답게.
그곳은 험준한 산봉우리들 사이에, 구름 속에 존재했다.
더불어 산봉우리들 너머 존재하는 황량한 땅을 사이에 두고서 마교와 셀 수 없는 오랜 시간 동안 대치해 왔다.
‘마교가 준동하고 있다.’
곧 그들이 무슨 짓을 저지를 것으로, 곤륜파 어르신들은 생각하고 있었다.
‘만약 정마 대전이라도 일어난다면.’
정파와 마교의 전쟁이 일어난다면.
운선은 기꺼이 산을 넘어 저 황량한 땅으로 가, 마교의 그 피 묻은 칼날이 정파를 노리지 못하게, 일반 중원인들의 터전을 짓밟지 못하게 할 것이다.
전쟁은 모든 것을 폐허로 만들 테니까.
‘이번 출타도 일종의 경험이다.’
정파, 사파, 어쩌면 마교까지 검마 최정수를 노리는 상황.
운선은 그 싸움판에 끼어들어 실전 감각을 키울 생각이었다.
어쨌든 이를 떠나, 현재 곤륜파에는.
‘…강자가 필요해.’
마교의 출정을 막아설 동료가, 나아가 의인이 필요하다.
현재 곤륜파는 전쟁을 대비해 모든 외부 활동을 중단하고, 전쟁 준비를 하고 있다.
곤륜파 산 아래에 있는 마을 사람들은 이미 언제라도 떠날 수 있게 채비가 되어 있는 상태였다.
‘만약 저 공자님이 우리를 도와준다면-’
아니다.
운선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쟁은 현실이다.’
현실에서는 의와 협도 거의 존재치 않는다.
특히 전쟁에서는 득과 실을 따지는 이들이 많았다.
‘우리는 줄 것이 없어.’
곤륜파는 오대세가는 물론이거니와 구파일방 내에서도 가난하기로 유명한 문파였다. 사실 그 역사와 무공 때문에 구파일방의 끝자락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지.
웬만한 정파의 다른 문파보다 가난했다.
‘내가 강해져야 돼.’
운선은 마음을 굳게 먹었다.
끼이익-
객잔의 문이 열렸다.
케일은 위 상선의 뒤를 따랐다.
-인간아! 이런 환경에서 마법 쓰는 것도 은근 재밌다!
그는 머릿속에 들리는 라온의 말에 대충 고개를 한번 끄덕여줬다.
이곳으로 오는 길에도 라온의 헤이스트 마법으로 빠르게 이동해 온 케일 일행이었다. 물론 라온의 모습이 들키면 안 되니까, 케일이 대충 자기가 한 척했다.
‘다들 별말이 없으니까. 괜찮겠지.’
호 장로와 독고세가에서는 별말이 없었다.
자꾸 힐끗거리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적의가 있지도 않아 그냥 무시했다.
“확실히 객잔이 다 바글바글하네.”
수이 칸이 툭 내뱉은 말에 케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황산 아래에 위치한 작은 마을.
이곳은 황산을 방문하는 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마을이다 보니, 객잔이 많았다.
그 객잔들의 대부분이 지금 꽉 차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그나마 작은 객잔인 이곳에 자리가 조금 비어 있었다.
싹싹한 인상의 점소이가 케일 쪽으로 다가왔다.
“어쩌지요?”
어린 점소이의 얼굴에 난감한 기색이 일었다.
“지금 객잔이 거의 다 차서, 이 인원이 모두-”
그때, 위 상선이 앞으로 나섰다.
“이 객잔은 후원에 객당이 있지 않습니까?”
“네? 그렇긴 합니다만.”
점소이는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한껏 움츠러든 채였다.
“그, 그곳엔 선객이 있어서요.”
힐끗힐끗.
그가 위 상선, 케일 너머의 사람들을 연신 보며 겁을 집어먹고 있었다.
“배고프다!”
일단 툰카가 눈에 확 들어왔다.
거기다가 독고창의 눈빛도 살벌했고, 무엇보다도 모두 무인 같았다.
점소이는 며칠 전부터 객잔을 채운 무인들을 보며 마음이 조마조마한 상태였다.
거절을 하다가 칼 맞을까 봐 겁났다.
“숙부님.”
그때, 점소이는 위 상선에게 아는 체를 하며 다가오는 이를 보고 안색이 밝아졌다.
“저분이 선객이신데-”
점소이의 말에 위 상선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네. 저희 일행이지요.”
“아, 그렇군요!”
점소이는 그제야 밝은 미소를 띠었다.
‘다행이다!’
스무 명가량 되는 무인들을 어떻게 내보내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객당의 투숙객이 이들과 일행이었다.
‘안 그래도 혼자서 객당을 다 쓰길래 이상했는데!’
선객이 홀로 객당을 모두 차지해서 이상했었다.
‘그나저나, 이분들은 괜찮은 손님들이네.’
점소이는 자신에게 존댓말을 한 위 상선을 보며 안도했다.
“우리 조카, 잘 있었나?”
“네. 어서 객당으로 가시지요.”
“우리 인원이 갑자기 많아졌는데, 괜찮겠나?”
위 상선은 조카라고 부른 이에게 뒤쪽을 가리켰다.
“네. 괜찮습니다. 객당이 2층짜리 건물이라, 공간은 될 겁니다.”
“그렇구나.”
인자하게 답한 위 상선의 또 다른 목소리가 케일의 머릿속에 들려왔다.
-동창입니다.
위 상선을 숙부라고 부르는 이 역시도 동창이었다.
무림인들이 모여드는 곳. 사건이 터지는 곳엔 늘 황실의 정보원이 존재했다.
“공자님.”
위 상선의 시선에 케일은 입을 열었다.
이리로 오는 길, 호 장로에게서 조금 더 상세한 검마의 위치 정보를 얻었다.
개방의 정보이니, 믿을 만할 터.
‘그리고 서둘러야 한다.’
검마를 찾으러 사천까지 갔다가 돌아온 검선. 남궁세가 태상가주가 남궁세가 최대 전력인 창천수호대를 이끌고 내일 황산에 당도한다고 한다.
‘그 전에 최정수를 찾아 무림맹으로 간다.’
원래는 날라버릴 생각이었으나, 무림맹에 생강시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생강시 정화부터 해야지.’
정화의 불 신이 준 신물인 난로가 케일에게 있었으니까.
아무리 파괴하는 불 힘이 봉인되었다고 해도, 정화에 쓸 힘이 일부는 있었다.
‘서두르자.’
할 일이 많다.
그 뒤에는 마교 가야 하고, 사파도 어찌 처리해야 한다.
그렇게 정사마 대전을 어느 정도 막고 나면.
혈교 치러 가야 한다.
“일단-”
그때, 케일은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배고프다!”
툰카다.
무시한다.
-인간아, 배고프다!
케일은 말했다.
“…일단 허기부터 채우도록 하지.”
그래, 어릴 때는 제때 잘 먹어야 한다.
‘다만, 좀 그런데?’
케일은 슬쩍 객잔을 둘러보았다.
‘이거 영 분위기가-, 쎄한데?’
객잔은 시끌벅적했다.
사람들도 음식을 먹거나 술을 마시며 즐거이 일행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 분명히 그래 보이지만.’
다들 안다.
‘서로가 무인이라는 것쯤은.’
딱 봐도 정파만 있는 게 아니었다.
사파 혹은 낭인으로 보이는 이들도 꽤 많았다.
보나 마나 다들 검마가 가진 무공과 영물, 어쩌면 콩고물이라도 떨어지길 바라고 온 사람들일 터.
‘우리보다는 뒤에 있는 녀석들을 더 보는군.’
특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닌 척하지만, 호 장로 일행과 독고세가를 주시했다.
개중에 행동이 서툰 이들은 대놓고 심각한 표정으로 일행들과 눈짓을 주고받았다.
평범한 객잔에 좋지 않은 기운이 흐른다.
“공자님.”
위 상선이 넌지시 물었다.
“식사가 객당에서도 되는지 물어볼까요?”
역시, 위 상선.
눈치가 좋다.
“당연히 됩니다! 주문하시면 객당으로 바로 음식을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점소이도, 또 다른 정보요원인 동창도 눈치가 좋다.
“다들 배가 고프실 텐데, 어서 모시겠습니다! 숙부님, 오십시오. 공자님도요.”
넉살 좋게 케일에게도 말을 붙이는 동창이었다. 그리고 그 동창에게로 론이, 점소이에게로는 비크로스가 다가갔다.
알아서 착착 진행되는 이 상황.
케일은 만족스러웠다.
“좋군요, 위 대협.”
케일의 나직한 음성에 위 상선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도 속으로 생각했다.
‘…이런 수발을 받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야.’
언뜻언뜻 케일에게선 우아함과 어떤 품위가 느껴졌다.
‘신비로운 분이다.’
도저히 어떤 사람이라 재단을 내릴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위 상선은 한시도 마음을 놓지 않았다.
반대로 케일은 조금 마음을 놓았다. 그는 라온의 신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간아, 나는 만두, 만두! 그리고 그, 그 돼지고기로 만든 요리도 맛있다고 돌머리 중원이가 그랬다!
케일은 위 상선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때였다.
끼이익-
객잔의 문이 다시 열렸다.
“앗!”
점소이가 다시 난감한 기색으로 열리는 문으로 총총 뛰어갔다.
케일의 시선이 점소이를 지나 들어서는 이에게로 향했다.
총 3명이었다.
젊은 사람 2명.
그리고 그 중간에 선 키가 작은 노인.
왜소한 체격을 지닌 노인을 비롯하여 3명은 급하게 왔는지 그 외양이 조금 꾀죄죄했다.
‘눈빛이…….’
하지만 케일은 객잔에 들어선 노인의 눈빛에 순간 멈칫했다.
‘살벌한데?’
눈빛이 상당히 살벌했다.
칼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흐를 것 같았다.
“…이럴 수가!”
그때, 호 장로가 저도 모르게 내뱉는 탄식을 들었다.
‘설마-’
왠지 예감이 좋지 않다.
케일이 그리 느낀 순간.
위 상선의 다급한 전음이 들려왔다.
-김 공자님! 검선입니다!
저 중간에 선 작은 노인.
그가 검선이었다.
‘아니, 검선 저 인간이 왜 지금 나타나?’
케일은 황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