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851
2부 93화
반듯하게 일자로. 누군가 손으로 받치고 있는 것처럼, 젓가락이 그렇게 공중에 떠 있었다.
정확히 케일을 겨눈 채로.
꿀꺽.
누군가 침 삼키는 소리가 정적 속에서 흘러나왔다.
왁자지껄하던 이들도, 조용히 주변을 염탐하던 이들도.
모두 입을 다문 채, 젓가락을, 그 주변을 바라봤다.
-인간아! 왜 이리 조용하나? 다들 젓가락 때문에 놀랐나?
케일은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그의 입이 열렸다.
“다들 무기 내리도록.”
스릉.
최한이 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수이 칸은 뻗었던 손을 거두며 피식피식 웃어댔다.
그리고.
“난 괜찮아.”
케일이 한 번 더 말하자, 그제야 비크로스는 대검을 다시 등 뒤의 검집에 집어넣었다.
마지막으로 론이 손에 들고 있던 비수를 품에 도로 넣었다.
“에이. 아쉽네. 싸울 줄 알았는데.”
툰카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손에 들고 있던 의자를 다시 내려놓았다.
쿵.
아쉬움이 담겨서 그런지 그 거친 손길에 꽤 큰 소리가 났다.
“허허.”
신관 더스트는 두 손을 꼭 맞잡은 채 웃더니, 한마디를 툭 내뱉었다.
“감히 공자님께 젓가락을 날리다니, 겁을 상실했군요.”
케일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조용히 따라오던 더스트 신관이 갑자기 입을 열어서 한다는 소리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살벌하다.’
살마가 아주 눈을 크게 뜬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케일은 그 눈빛에 쫄았다.
‘살문 문주라고?’
론 과의 사람이다.
그 생각을 하니 괜히 무서웠다.
케일은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다. 저 노인네를 피해서 얼른 객당에 가야겠다.
-인간아, 젓가락 어쩌나?
-다시 제자리에 둘까?
아차.
케일이 멈칫했을 때.
-착한 비크로스가 그랬다! 뭐든 먹고 나서는 제자리에 두어야 한다고! 헤헤! 저 점소이 아이한테 주면 되겠다!
케일의 시선이 점소이에게로 향했다.
검선을 안내해주고 돌아온 듯싶었다.
점소이는 남궁유학과 독고령. 후기지수들 근처의 부서진 의자와 탁자를 허망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다. 안 된다!’
케일은 라온에게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안타깝게도 마법도 전음도 없다.
그렇다면 남은 건 입 밖으로 말하는 길뿐. 케일은 더 큰 오해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하지만 목소리보다 라온이 빨랐다.
쏴아아-
작은 바람이 불었다.
청량하면서도 부드러운 바람.
젓가락이 춤을 추듯 부드럽게 움직였다.
케일은 제 등 뒤에 살짝 닿는 날개의 파닥임을 느꼈다.
‘어이구야.’
케일은 머리가 아파 왔다.
젓가락은 점소이의 앞에서 멈췄다. 점소이가 어쩔 줄 몰라 하며 케일과 젓가락을 번갈아 바라봤다. 그 시선에 케일은 한숨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받아요.”
“네, 네! 공자님!”
점소이는 놀라서 허겁지겁 젓가락 한 짝을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품에 안았다.
케일의 시선이 부서진 탁자와 의자 쪽으로 향했다. 탁자 위에 있던 수저통이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그 수저통에 있던 젓가락 중 하나가 케일에게로 날아온 것인 듯싶었다.
그의 눈동자가 독고창을 지나, 운선, 정혜, 독고령에게로 향했다.
“그, 그-!”
독고령이 당황해하며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소란을 일으키려던 것이 아니라-”
케일은 손을 들어 올렸다.
그에 독고령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든 그건 제 관심이 아닙니다.”
살마의 시선이 지금도 느껴진다.
검선도 그렇고, 오선 오마와는 엮이고 싶지 않다.
어서 도망가야 한다.
케일은 뒤돌아섰다.
대신 품에서 금화를 하나 꺼내 들었다. 황실에서 챙겨온 돈이었다.
그는 이를 최한에게 넘기며 입을 열었다.
“최한, 이거 객잔 주인장에게 넘겨줘. 부순 것에 대한 보상으로.”
“네.”
그에 독고창이 입을 열었다.
“공자님, 보상은 됐습니다. 저희가 알아서-”
“알아서 하는 자들이 문제를 일으킵니까?”
가만 보니, 독고세가 사람들이 좀 다혈질 같았다.
케일은 조금 눌러줄 필요가 있다 생각했다.
최정수를 구하는 일은 은밀함과 더불어 차분해야 한다.
“…….”
아무 말을 못 하는 독고창에게 케일은 말했다.
“이만 가죠.”
“…보, 보상은!”
그 순간, 또 다른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남궁유학이었다.
“보상은 남궁세가에서 할 것이오!”
케일은 처음으로 남궁유학에게 시선을 두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젓가락을 보고 놀라서 입을 꾹 다물고 있던 놈이 갑자기 바짝 오기에 찬 모습으로 외쳐대고 있었다.
‘딱 봐도, 독고령은 남궁유학 저놈의 주둥이 때문에 참지 못한 것이겠지.’
그는 주먹을 꽉 쥔 채 고개를 숙인 독고령에게 잠시 시선을 두었다가, 남궁유학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아무 말 없이.
그 시선에 남궁유학은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저자는 누구지?’
누구길래, 후기지수들과 독고세가가 공자님이라 부르며 어렵게 대하는 것이지?
분명 나와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데, 저렇게 왜소하게 생겼는데, 강하다고?
남궁유학은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여러 의문을 떠나 할 말은 해야 했다.
“크흠. 남궁은 일어난 일을 회피하지 않소! 모든 보상은 남궁에서 알아서 할 것이오!”
웃긴 놈일세.
케일은 보니까 시비도 지가 먼저 걸어놓고, 물건도 지도 부순 것 같더만. 뻔뻔하게 보상을 알아서 하겠다고 말하는 남궁유학이 거슬렸다.
아까 방을 빌릴 때도 그렇더니, 케일은 남궁세가의 방식이 무엇인지 대략 짐작이 갔다.
피식.
그렇기에 그는 남궁유학을 보며 웃을 수밖에 없었다.
케일은 남궁유학에게서 시선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지금 저 애송이 놈이 문제가 아냐!’
살마의 눈빛이 점점 더 살벌해지고 있다고!
최정수가 살마의 문파인 살문에 한 방을 먹였다고?
‘얼른 떠야지.’
케일은 망설임 없이 객잔 후원, 객당이 있을 곳으로 향하는 문으로 걸어갔다.
“지, 지금 내 말을 무시하는 것이오!”
남궁유학이 얼굴이 벌게진 채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케일은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의 동료들도.
최한만이 주방에서 나와 넋을 놓고 있던 객잔 주인 주방장에게 금화를 쥐여주었을 뿐.
다들 케일의 뒤를 따랐다.
권왕과 증손녀 목희도.
“감히… 감히 지금 대남궁세가의 사람을……!”
남궁유학은 저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케일의 무시에 분노가 일었다.
정파의 명문자제도, 전도유망한 후기지수도 아니고.
어디서 처음 본 놈이 무림맹주조차 함부로 못 하는 남궁세가의 직계를 비웃고 무시하다니!
남궁유학은 용납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에게 신경 쓰는 이는 이곳에 남아 있지 않았다.
“령아.”
“네. 숙부님.”
독고령은 묘한 표정으로 남궁유학을 바라보다가 걸음을 옮겼다.
김 공자라는 이가 건넨 말에 찔리면서도, 시비를 먼저 건 남궁유학 때문이란 생각에 억울함이 일었다.
하지만 김 공자가 남궁유학을 아주 같잖게 보는 듯 실소를 흘리던 모습과 눈길조차 제대로 주지 않고 떠나는 모습.
거기다가.
“안 옵니까?”
남궁유학의 목소리를 들었음에도 무시하고 가던 김 공자가 후원으로 향하는 문 앞에서 멈춰선 채 독고세가와 후기기수들을 기다려주고 있었다.
-령아, 화가 나도 남궁세가가 우리 가문에 한 짓의 증거가 밝혀지기 전까지는 참아야 한다.
독고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우리는 최정수 대협을 구하는 것이 먼저다.
독고령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을 보냈다.
왠지 모르게, 속이 시원해져서 그런지 독고창의 조언이 제대로 담겼다.
‘푸흐흐.’
그녀는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남궁유학은 김 공자에게 무시를 당했음에도 따져들지를 못했다.
이유는 뻔했다.
‘강하니까.’
젓가락.
그 하찮은 것에서 드러난 강함에 그 콧대 높은 남궁유학, 남궁세가 망나니가 아무 말도 못 한 것일 터.
가문을 내세우기에는 겁났을 테니까.
끼익.
후원으로 향하는 문이 열렸고, 케일 일행은 그렇게 객잔 1층에서 빠져나갔다.
남겨진 남궁유학은 두 주먹을 꽉 쥔 채 닫힌 문을 노려보았다.
“감히, 감히……!”
“무슨 일이냐?”
“형님!”
남궁유학은 사촌 형인 남궁태위가 다가오자, 얼른 그의 곁으로 가서 입을 열었다.
“조금 전에 김 공자라고 불리던 비실비실한 놈이 있지 않습니까?”
“잠깐.”
태위가 남궁유학을 멈춰 세웠다.
“일단 올라가서 이야기하자꾸나.”
“네? 아니, 그것보다 우선 제 말을-”
그때, 남궁유학은 입을 꾹 다물었다.
남궁태위가 전음을 보냈다.
-아까 그 김 공자라는 자는 황가의 사람이다.
남궁유학의 눈이 흔들렸다.
믿을 수 없다는 듯.
-호 장로가 그러더구나. 김해일. 그 이름을 지닌 자는 황족에게만 주어지는 황금 호패를 지녔다고.
남궁유학은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말도 안 돼! 그놈이 황족이라고?’
남궁태위는 허튼 말을 하지 않는다. 그가 한 말이니, 호 장로의 말에 신뢰성이 있다는 뜻일 터.
뒤이어 한 가지 생각이 이어졌다.
‘그런데 어찌하여, 그렇게 강할 수가 있지?’
조금 전 그 김 공자가 보여준 힘은 이기어검과 다름없었다.
이기어검.
그 얼마나 지고지순한 경지인가.
검선이신 태상가주만이 이를 자유자재로 보여줄 수 있거늘!
“일단 올라가서 이야기하자.”
남궁태위의 채근에 남궁유학은 입을 꾹 다문 채 그 뒤를 따랐다.
지금 여기서 해야 할 말이 아님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의 꽉 쥔 두 손이 하얗게 질려가고 있었다.
“…너 웬 식은땀이냐?”
“…아닙니다. 형님.”
남궁유학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그는 조금 전 자신이 한 행동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었다.
‘…나 황족 모욕은 저지르지 않았지?’
그래. 반존대이기는 해도, 그래도 어느 정도 말을 높였고.
김 공자에게 덤벼들지도 않았다.
그냥 조금, 그래, 조금 속상함을 토로했을 뿐.
그 황족 놈이 나에게 뭔 짓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그냥 간 것이겠지.
‘빌어먹을!’
황족이라니!
남궁세가는 감히 쳐다볼 수도 없는 진짜 태양이 아니었던가!
남궁유학은 애써 자신이 작은 속상함만 토로했을 뿐,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생각하며 남궁 태위 뒤를 따랐다.
다만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과 달리 상당히 불안한 얼굴로.
그들이 사라지자, 객잔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어수선한 분위기가 조금씩 다시 왁자지껄하게 바뀌어 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남은 한 명의 강자.
살마도 모습을 감췄으니까.
“흐응.”
객잔 지붕.
그곳에 모습을 드러낸 살마는 후원을 바라보다가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분명 은신 중이건만.
저를 정확히 응시하는 한 남자.
조금 전 김 공자의 곁에서 비수를 꺼냈던 그 반백발의 무인이었다.
“관찰은 힘들겠군.”
살마는 미련 없이 객잔 지붕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그녀는 저 김 공자를 머릿속에 박아두었다.
‘…내공을 쓰지 않고 주변의 힘으로 젓가락을 막았다.’
그것도 어떠한 반동도 없이 자연스럽게.
살마도 자신의 내공을 쓰면 그 정도는 가벼이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내공을 쓰지 않았다는 점.
처음에는 그녀가 착각한 줄 알았다.
하지만 젓가락을 점소이에게 돌려줄 때 그 청량하면서도 온기가 담긴 바람.
부드러운 그 힘은 바람, 자연 그 자체였다.
‘누구지?’
남궁세가의 태도나, 개방 놈들 태도로 보아 분명 저 김 공자는 무언가 있다.
살마는 아주 흥미로운 무언가를 발견한 듯 입맛을 다시며 그 모습을 감췄다.
* * *
케일은 다른 이들은 없이, 자신의 동료들만이 존재하는 방 안에서 차를 집어 들었다.
“만두 맛있다!”
라온이 볼이 빵빵해진 채 만두를 먹고 있었다.
“툰카야! 내 거는 건들지 마라!”
“애 건 안 건든다!”
물론 그 옆에 툰카가 똑같이 흉측하게 볼을 빵빵하게 만든 채 만두를 먹는 중이었다.
“어휴.”
케일은 한숨이 나왔지만, 무시했다.
가벼운 식사로 배를 채운 케일은 잠시의 휴식을 만끽하는 중이었다.
조만간 라온이 밥을 다 먹으면 최정수를 찾기 위해 움직일 생각이었다.
“그런데 정화자 님.”
“왜?”
그때, 중원에 온 후 비교적 조용하게 자리하고 있던 더스트 노신관이 먼저 입을 열었다.
여기서는 도 노인이라 불리게 된 그는 인자한 미소를 띤 채, 말을 이었다.
“다름이 아니라요.”
어서 말해보라는 듯, 케일이 무심하게 턱짓하자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미소가 사라졌다.
“아까, 고약한 냄새가 나지 않았습니까?”
“응?”
냄새?
케일은 객잔 1층에서 맛있는 냄새만 맡았다.
더스트 신관은 진지한 얼굴로, 다시 생각해도 참 고약한 냄새였다는 듯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
“그 남궁? 그 성씨를 지닌 이들 중에 넉살 좋던 청년 있지 않습니까?”
“어. 그자가 왜?”
케일의 시선이 위 상선에게 향하자, 라온이 먹을 만두를 부채질로 식혀주고 있던 위 상선이 입을 열었다.
“그자는 아마 남궁태위라는 이름을 지닌 자일 겁니다. 방계로, 현 창천수호대에서 한 조를 맡고 있는 자이지요. 젊은 나이지만 무공 실력이 직계만큼 빼어나다는 평을 받습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그자가 왜?”
케일은 의아한 눈빛으로 더스트를 바라봤다.
“그자에게서 꼭 그 냄새가 납니다.”
“…무슨 냄새?”
뭐지?
케일은 갑자기 불안해져 왔다.
괜히 긴장된다는 생각을 할 무렵.
더스트가 조심스럽게, 단호하게 말했다.
“꼭 시체 냄새가 납니다.”
뭐?
시체?
‘설마?’
케일, 최한, 수이 칸의 시선이 서로를 향했다.
정화의 불 교단. 그 주교만이 유일하게 맡은 냄새.
이건 뭐가 있다.
그리고 그 무언가는 아마도.
케일은 툭 내뱉었다.
“…생강시 아냐?”
그의 시선이 다시 노신관 더스트에게로 움직였다.
왜 정화의 불 신이 신도인 더스트를 케일에게 딸려 보냈는지 알 것 같았다.
드디어 이 노인의 쓰임새를 알아챈 케일이었다.
그의 눈빛이 번뜩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