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853
2부 95화
드물게 위 상선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 멍청해 보이는 대답에 순간 심사가 뒤집힌 까닭이었다.
“새, 생, 가, 강시라니-”
말까지 더듬는다.
위 상선은 기가 막혔다. 이런 인간이 개방에서 장로라니. 그것도 정보 계통으로 어느 정도 힘이 있다고 들었건만.
“하.”
절로 탄식이 흘러나왔다.
위 상선은 저 멍청해 보이는 노인네에게 말을 쏟아붓고 싶었지만, 일단 멈췄다. 그의 시선이 대번에 조심스럽게 변한 채 케일에게로 향했다.
끄덕.
눈이 마주친 케일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권왕을 가리켰다.
여기서 소란을 피우지 말라는 뜻이리라.
위 상선은 마음을 가라앉혔다. 동시에 창피했다.
‘다른 곳에서 오신 분 앞에서 이런 모습을 보이다니!’
황실의 사람으로서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옆의 빈방으로 가시죠.”
그때, 론. 여기선 모안 대협이 위 상선에게 맞은편 방을 가리켰다.
위 상선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먼저 한 론을 묘하게 바라봤지만,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는 케일의 뒤를 냉큼 따랐다.
“호 장로! 안 오고 뭐 하는 겐가!”
나직한 목소리로, 하지만 꾸짖듯 위 상선은 호 장로에게 말했고, 그에 호 장로는 허겁지겁 그 뒤를 따라왔다.
이를 무시한 채 걸음을 옮기던 케일은 권왕의 증손녀 목희와 시선이 마주쳤다.
살짝 고개를 숙이는 목희의 앞에서 케일은 잠시 고민했다.
‘어쨌든 상황상 나 때문에 깨달음을 얻어서 지금 저 상태인 거겠지?’
권왕의 저 모습에 어느 정도 케일의 지분이 존재했다.
그렇기에 케일은 권왕의 증손녀인 목희에게 한마디를 건넸다.
“내 동료들이 호법을 설 것이니, 걱정 마세요. 권왕 어르신께서 분명 좋은 깨달음을 얻으셨을 겁니다.”
최한과 팀장이 있으니 괜찮을 것이다.
-인간아, 나도 따라간다!
당연히 호 장로가 나서자마자 투명화를 한 라온은 케일의 뒤를 따라왔다.
-여기서 인간은 내가 지킨다! 내가 독안개 만드는 법도 같이 연구해서 왔다! 수면독도 받아왔다! 인간, 말만 해라! 내가 다 잠재운다!
뭔가 복잡한 눈빛으로 케일을 보던 목희가 다시금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대신했다.
케일은 고개를 까닥여 보이고는, 그녀를 지나쳐 문밖으로 나왔다.
맞은편 방으로 향하는 복도.
나무로 된 복도의 끝.
목소리가 들렸다.
케일의 시선이 ㄱ자로 꺾이는 복도의 모퉁이에 선 후기지수들에게 향했다.
시선이 마주치자 어정쩡한 자세로 입을 다문 그들을 물끄러미 본 케일은 론에게 말했다.
“저들에게 조용히 해달라고 좀 말해줘.”
“네. 도련님.”
케일은 맞은편 방으로 들어섰다. 뒤따라 호 장로와 위 상선이 들어왔고, 위 상선이 문을 닫으며 방 안에는 3명만이 자리했다.
한편, 론은 닫힌 문을 복도에서 보다가 복도 모퉁이 쪽으로 향했다.
“죄송합니다.”
그가 다가가자 후기지수 중 운선 도사가 앞으로 나서며 바로 사과의 말을 건넸다.
뭐라 말을 할 필요가 없어진 론이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보자, 곤륜파의 운선 도사는 입을 열었다.
“호 장로님께서 여기로 오셨다고 하여 뵈러 왔습니다만. 시간을 잘못 맞춘 것 같습니다.”
“호 장로님께 후기지수 분들이 찾아오셨다고 말씀드려놓지요.”
“네. 감사합니다.”
론은 차분한 운선 도사와 달리 안색이 조금 좋지 못한 다른 후기지수들을 관찰하듯 살폈다.
‘귀가 좋군.’
이 세계의 무인이라는 존재들은 귀가 밝고, 몸이 가벼운 듯했다.
은신도 잘하고, 남의 말도 잘 들었다.
지금도 케일의 목소리를 듣고, 주춤한 모양새였다.
‘재밌게 되었군.’
론은 대강 눈치채고 있었다.
이곳 사람들이 케일을 아주 많이 강한 무인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것을.
‘좋군.’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
적어도 케일에게 시비 걸 놈들이 줄어들 테니까.
그러나 이 귀 좋은 자들에게 한마디는 해주어야 할 듯싶다.
그는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채 자리를 뜨려는 이들에게 말했다.
“여기.”
그는 모퉁이를 가리켰다.
케일의 일행이 머무는 방들이 시작되는 지점.
“여기서부터는 귀를 닫고 사는 편이 좋을 겁니다.”
“…….”
저를 빤히 쳐다보는 운선 도사. 그녀를 포함한 개방의 소방주 등에게 말했다.
“서로에게, 여러모로요.”
그 경고의 말을 후기지수들은 아주 잘 알아들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소림승과 곤륜파의 또 다른 도사는 조금 분해하는 기색이었으나, 조용히 운선 도사를 따라 자리를 떴다.
론은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봤다.
나무로 된 천장. 나뭇결을 살펴보던 그의 입이 열렸다.
“들었지요?”
그 말을 남기고 론은 케일이 있는 방의 닫힌 문 앞에 섰다.
끼익.
천장에서 나무판이 눌리는 소리가 났다.
론의 미소가 짙어진 순간, 천장에 몸을 숨기고 있던 남자.
후기지수, 호 장로와 일행인 무림맹 소속의 무인.
비수를 쓰던 그가 부동심이 흔들려, 소리를 냈다. 그는 자신의 정체가 들킬 것이란 생각을 하지 못했다.
특히, 조금의 무공실력도 느껴지지 않는 론에게.
‘으음.’
그는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소리 없이 물러섰다.
들킨 이상, 더 이상 김 공자를 관찰하려는 시도를 해서는 안 되었다.
오히려 악수가 될 터.
‘무서운 자들이다.’
하나같이 다 강하고, 하나같이 그 실력을 가늠할 수가 없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황궁의 힘이 이다지도 컸단 말인가.
무인의 이마에 땀이 흘러내렸다.
무림맹 소속 월랑대.
달 아래의 늑대로, 그들은 무림맹주의 직속 부대였다.
그것도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칼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중원 곳곳에서 무림맹주의 뜻을 받아 여러 일을 하고 있었다.
지금 그가 하는 일도 그런 일 중 하나였다.
검마 최정수를 구하는 일.
‘…그게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지금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간다.
검마의 친우이자 황족이 등장했다.
‘뭔가, 더 큰 일이 일어날 것 같다.’
알 수 없는 직감에 그는 무림맹주에게 얼른 보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걸음이 서둘러졌다.
“무얼 저리 급하게 가지?”
론이 피식 웃으며 그의 걸음을 다 파악하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물론 론도 무인에게서 곧 관심을 뗐다.
느긋하게 케일의 대화가 끝날 순간을 기다렸다. 최한과 수이 칸을 관찰하며.
한편 그와 다르게, 방 안 분위기는 느긋하지 못했다.
“위 대협, 정말로 생강시가 나타났다는 말이 참입니까?”
어느 정도 정신을 차렸는지, 호 장로는 그 목소리가 차분해졌지만, 여전히 그 몸짓에는 다급함이 섞여 있었다.
“참입니다.”
위 상선은 한숨처럼 답하고는, 케일의 눈치를 한번 살핀 후 입을 열었다.
“혈교에서 생강시를 만들었소.”
위 상선은 생각했다.
이리 말하면 개방에서 알아듣겠지.
그러나 위 상선은 생각지도 못한 반응이 호 장로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예?”
다시 한번 어벙한, 아니, 아주 멍청한 반응이 나온 순간 위 상선의 눈가가 일그러졌다.
“혈교요, 혈교!”
“…혈교요? 혈교가, 혈교가 나왔다고요?”
“아니, 지금 그렇게 멍하게 반응할 일이 아니라-!”
위 상선은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지려다가, 호 장로의 얼굴을 보고 멈칫했다.
호 장로가 상당히 충격받은 얼굴로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제야 위 상선은 무언가를 깨달았다.
그때, 잠자코 있던 케일의 입이 열렸다.
“무림맹 쪽에서는 혈교가 움직이는 걸 모르는 겁니까?”
“아니, 그것이-”
호 장로는 더듬더듬 말했다.
“이, 일단 나는 모르는데요?”
참으로 멍청한 대답이라는 생각이 위 상선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곧 그는 호 장로의 굳어가는 표정에 입을 열었다.
“생강시가 중원에 나타났소. 그리고 이를 만든 것은 혈교이고.”
“…세상에.”
호 장로는 눈을 질끈 감았다.
믿을 수가 없는 정보였다.
“혈교는 분명 수백 년 전 이후로, 그 자취를 찾기가 힘들어졌는데.”
“그 혈교가 다시 나타난 것이지요.”
위 상선은 냉담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 생강시가 정파, 사파, 마교. 모두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오.”
호 장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런 그에게 위 상선의 냉막한 얼굴이 시야에 담겼다.
“호 장로, 지금 정사마의 분위기가 정상이라고 보오?”
정사마 사이에 전운이 맴돌고 있었다.
“현재 마교가 곤륜을 넘어 중원을 노리고 있다는 것은 정설이오. 또한 사파와 정파 사이의 충돌이 요즘 들어 빈번해졌지요. 서로의 이권을 노리는 것이 이유지만. 근 십 년간, 그 충돌의 빈도가 이상하리만치 높아지지 않았소?”
“…….”
“호 장로는 이것이 단순히 벌어진 일들이라고 보오?”
호 장로는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어느새 그의 분위기는 차분해졌다.
“정사마 사이에 자잘한 충돌이 증가했다는 것은 알고 있소. 그래서 어떤 계기만 있다면 그 충돌이 전쟁으로까지 퍼질 수 있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지요.”
그는 자신의 견해를 전했다.
“하여 우리 개방에서도-”
잠시 말을 멈췄던 그는 이것까지 말해도 되나 고민하는 듯한 기색이었다. 하지만 곧 케일을 보고는 비장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왜 저런 표정을 지어?’
케일은 자신을 보고 갑자기 비장해지는 호 장로의 모습에 의아했지만, 곧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에 귀를 기울였다.
“우리 개방과 구파일방에서는 곤륜을 도와 일단 마교와의 충돌을 최대한 막아볼 수를 찾고 있소.”
“그렇습니까?”
위 상선의 반응에 호 장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곤륜에서는 마교와의 대화는 필요 없다는 의지를 표하고 있지만, 우리 개방과 화산 쪽에서는 어떻게든 전쟁은 안 된다 싶어, 마교에 대화를 청해볼 생각도 있습니다.”
“호오.”
위 상선이 처음으로 감탄을 흘렸다.
“마교와의 대화라. 용케도 그런 생각을 하셨구려.”
“네. 그래서 현 방주님께서 바쁘신 지금, 일선에서 은퇴한 제가 이리저리 움직이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이지요.”
흐음.
케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름대로 문제를 인지하고 막으려는 시도는 하고 있군.’
이러면 얘기가 조금 더 편하겠는데?
케일은 정파는 어찌저찌 연결이 되었다지만, 사파와 마교는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까 고민했었다.
그런데 잘하면 마교는 큰 고민 없이 해결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다만, 혈교까지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호 장로는 황급히 덧붙였다.
“물론 제가 이리저리 일하고 있다고 해도 일선에서는 물러선 상태다 보니, 특정 정보를 모를 수도 있습니다.”
“하긴, 혈교에 관한 정보는 개방 안에서도 비밀이겠지요.”
“맞습니다. 하지만, 이건 확실합니다.”
호 장로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생강시는, 방에서도 모를 겁니다. 그걸 안다면,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니까요.”
정파니 사파니 마교니 할 때가 아니다.
제 세력에 숨어든 그 괴물을 없애야 할 때이지.
호 장로는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위 대협. 생강시가, 정말 참이오? 그 확실한-”
그의 말은 이어질 수 없었다.
위 상선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살벌해졌다.
무표정한 얼굴에 시퍼런 눈빛이 피어올랐다.
케일은 새삼 위 상선이 동창의 수뇌라는 것이 느껴졌다.
“호 장로.”
위 상선은 호 장로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지금, 황실의 말을 의심하는 것이오?”
호 장로는 침을 삼켰다.
아예 대놓고 위 대협이 자신이 황실 사람임을 밝혔지만, 그에 대해 반응할 수가 없었다.
상대의 눈빛이 워낙 살벌했기 때문이었다.
어떠한 대답도 함부로 할 수가 없었다.
“호 장로님.”
그때, 호 장로는 제 어깨 위에 올라간 손을 보았다.
“믿기 힘들겠지만, 진실입니다.”
툭, 툭. 김 공자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그의 어깨를 부드럽게 두드렸다.
친밀감을 표현한다는 듯.
“이 정보, 아무래도 호 장로님 혼자 감당할 수가 없는 것이겠지요?”
호 장로는 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위 상선의 표정이 대번에 다시 평소처럼 부드러워진 것을 보며 더 긴장감이 솟구쳤다.
위 대협은 김 공자가 입을 열자마자 차분해졌다.
“그래요. 호 장로님도 위쪽과 논의를 해봐야겠지요.”
“그렇습니다, 공자님.”
호 장로는 조심스럽게 답했다.
“개방에도 연락해야 하고, 무림맹에도 알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툭툭. 케일이 다시 어깨를 두드렸다. 그러고는 호 장로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속삭였다.
“장로님.”
“…네.”
“생강시 하나가 지금 이 객잔에 있습니다.”
“!”
순간 눈을 크게 뜬 호 장로. 케일은 그 흔들리는 눈동자를 보며 다시 속삭였다.
“남궁세가 중 한 명이지요.”
그때였다.
“공자님!”
위 상선이 놀라서 케일을 불렀다. 그의 전음이 케일에게로 전해졌다.
-공자님, 이리 귀한 정보를 바로 호 장로에게 말해도 되겠습니까? 적어도 무림맹주나 개방 방주를 독대할 때 쓸 미끼로 두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전음을 할 수 없는 케일은 위 상선에게로 잠시 시선을 옮겼다.
“조언은 고맙습니다만. 굳이 정보를 숨길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의 시선이 다시 호 장로에게로 향했다.
호 장로는 케일의 암갈색 눈동자를 마주했다.
그 눈은 웃고 있었다.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림을 살리는 일인데. 안 그렇습니까?”
아.
케일은 짧은 탄성을 흘리더니 툭 내뱉었다.
“그리고 무림맹에 있는 생강시는 제갈세가 사람입니다.”
케일은 황실에서 준 정보를 읽었다.
제갈과 개방은 서로 견제하고 있었다. 오대세가와 구파일방이 서로를 견제하듯.
“제갈과 남궁에 생강시가 하나씩 있네?”
케일의 눈꼬리가 휘었다.
“호 장로님, 지금 무슨 생각 하셨어요?”
호 장로는 흠칫 어깨를 떨었다.
생강시와 혈교.
그에 대한 충격 사이로, 남궁과 제갈 그 두 세가 이름을 듣는 순간, 잘하면 일타이피를 하겠다는. 세속적인 생각이 순간이지만 들었다.
“그것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차마 말하지 못하는 호 장로에게 케일은 다 안다는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호 장로는 입안이 바짝 마르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 케일의 표정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물론 구파일방에도 생강시가 숨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끔찍한 가정에 호 장로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래도 말이에요.”
케일이 느긋하게 말했다.
“이 상황을 알아채고 더 큰 일이 벌어지기 전에 수습하려는 자와 마냥 당하고 끌려다니는 자 중. 누가 더 이득일까요?”
당연히 전자다.
호 장로는 서서히 자신을 옥죄는 어떤 힘을, 기세를 느꼈다.
김 공자, 그의 그 특유의 지배할 듯한 기세였다.
툭툭. 김 공자는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서두르세요. 우리가 나서기 전에.”
우리.
그건 황실일 터.
“우리가 나서면, 글쎄요. 무림맹에서는 재미를 못 보겠군요. 오히려, 한동안 무림은 숨죽이고 살아야겠지요. 안 그렇습니까?”
황실이 나선다.
관무불가침을 넘어서는 생강시의 존재. 이 생강시를 황실에서 모조리 처리한다면, 정사마는 황실에게 명백하게 눌리게 될 터.
“자, 오대세가가 문제가 아니지요?”
김 공자는 호 장로에게 말하고 있었다.
지금 제갈이니 남궁이니 그딴 작은 이득이 문제가 아니라고.
혈교, 생강시. 나아가 황실까지.
산재한 문제들이 많다고.
“우리 호 장로님, 앞으로 바빠지겠는데요?”
그러니 어서 빨리 움직이라고.
내가 나서기 전에, 뭐라도 하라고.
김 공자는 분명 그렇게 말한다고 호 장로는 느꼈다.
그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케일은 그런 호 장로를 보며 생각했다.
‘이제 더 편하게 갈 수 있겠지?’
황실에, 구파일방과 무림맹까지 협조를 받으면, 혈교. 푸른 피 가문을 상대하는 일은 훨씬 더 수월해질 것이다.
‘그리고 검마에게 신경을 안 쓰겠지.’
최정수는 조용히 쓰윽 빼 오면 될 터.
‘좋군.’
케일은 만족의 미소를 지었다.
호 장로는 호랑이가 사냥감을 앞에 두고 웃는 것 같은 미소에 그 눈을 피했다.
여전히 지배하는 아우라가 호 장로 근처를 맴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