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861
#2부 103화
그러니까, 천장에서 지금 두 사람이 떨어졌는데.
‘한 명은 살마고, 한 명은 최정수라는 거네?’
그리고 살마는 살문의 복수를 하기 위해 지금 최정수를 잡으려고 하는 사람이고?
‘응?’
그런데 살마가 조금 이상하다.
호기롭게 최정수에게 비수를 던졌던 이가 지금은 조금 어정쩡한 상태로 서 있었다.
케일 한 번.
그리고 최정수 한 번.
그렇게 바라보던 살마는 뒤로 한 걸음 주춤 물러섰다.
그리고 말했다.
“…설마, 검마가-”
그녀는 침을 꿀꺽 삼켰다.
지금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해맑은 얼굴로 서 있는 최정수.
저놈이 살문의 살수들을 얼마나 무너뜨렸던가!
‘그런데 그 검마와 김 공자가 친한 사이라고?’
김 공자 쪽에서도 검마를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정은 살마도 했었다.
하지만 이는 검선, 살마와 같은 원한의 관계보다는 황궁에서 ‘천검’이라는 희대의 무공을 원하는 까닭이라 여겼다.
‘지기(知己) 같아 보였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 사이 같아 보였다.
그런 눈치도 없으면 이 판에서 암살자는 살아남지 못한다.
그녀가 주춤하는 사이, 김 공자가 최정수에게 말을 거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황산 언제 내려왔냐?”
어젯밤 보았던 친구에게 건네는 듯한 물음이었다.
“조금 전에 내려왔다가, 폐가에 강대한 기운이 모이길래 와봤지.”
최정수는 황산을 내려오다가 폐가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기운을 느꼈다.
이런 기운을 무림에서 느껴본 적이 없어 혹시나 싶어서 왔고.
“오니까, 폐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후기지수들이 모여있더라고. 그래서 폐가로 숨어들었지.”
그때가 케일이 남궁태위를 막 정화하고 피를 토할 때였다.
최정수는 어쩌지 싶었다가, 아직은 나설 때가 아니다 싶어 가만히 대기했다.
“…그러다가 뭐 살마한테 들켜서. 하하하-”
멋쩍게 웃어댔지만.
사실 최정수는 케일이 배가 고파서 배를 움켜쥔 그 순간, 케일이 다시 아파지는 줄 알고 잠시 은신하고 있던 기운의 균형이 무너졌다. 뛰쳐나가야 하나 싶었다.
그때, 살마가 천장으로 잠입해 들어오다가 최정수를 발견했고. 그대로 공격이 감행되었다.
케일의 시선이 최정수에게서 살마 쪽으로 움직였다.
그는 그녀에게 툭 던지듯 물었다.
“그럼, 그쪽은 뭡니까?”
살마의 동공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녀는 드물게 당황한 기색이었다.
“그것이-”
자연경에 이른 것으로 추정되는 자가 무심한 눈빛으로 쳐다보자 긴장한 것도 있었지만.
상황이 그녀의 예상과도 너무 달랐다.
그녀는 객잔을 떠났지만, 그래도 주변에 머물며 남궁세가와 후기지수들 근처를 맴돌았다.
다만 김 공자 일행은 누군가의 견제로 탐색이 불가하다고 판단해 섣불리 접근하지 않았다.
하지만 후기지수들이 폐가 근처로 오는 것을 보고 호기심에 그 뒤를 은밀히 따라왔다.
그리고 폐가에 가지는 못한 채 그 근처에서 폐가를 주시했다.
‘그러다가 거대한 기운을 느꼈지.’
폐가.
그곳에서부터 흘러나오는 정순하고 청명한 기운.
선(善)이나 마(魔)나.
극에 달하면 둘 모두 자연에서 파생한 기운인 법이다.
살마는 저 거대한 기운을 감히 판단할 수 없었고, 그렇기에 섣불리 다가가지도 못했다.
그리고 확신했다.
‘김 공자. 그래, 분명 그자의 기운이리라.’
또한, 살마는 폐가 안의 상황을 확신했다.
검선 그놈과 김 공자가 결국 부딪친 거구나.
또한 이런 기운이라면, 검선은 필히 진다.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거대한 기운이 사그라들었다.
살마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살금살금 폐가로 다가갔고, 그 천장에 숨어들었다.
그때까지는 몰랐다.
‘크윽!’
막 천장에서 아래를 살펴보았을 때, 김 공자가 제 배를 움켜쥐었다.
그 찰나, 살마는 누군가의 기운을 느꼈다.
아주 잠시였지만, 한번 겪어보았던 용맹한 기운을.
검마다.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살마는 그 방향을 향해 공격을 감행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이렇게 되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그런데 현실은 그녀의 예상과 많이 달랐다.
‘김 공자가 오히려 피를 토하고, 상태가 좋지 못하다!’
자연경에 이른 자가 진 것인가?
‘…그렇다면!’
힐끗.
살마의 시선이 검선에게로 향했다.
‘폭삭 늙었군.’
많은 심력을 소모한 것인지 혹은 내공을 사용한 것인지 검선의 안색은 좋지 못했다.
그래도 김 공자보다는 나았다.
‘검선도 검마의 적!’
같은 적을 둔 유일한 존재.
‘그렇구나! 검선과 김 공자가 부딪친 것은 검마 때문이구나!’
남궁유학 혹은 천검이라는 절세의 무공 때문에 두 세력이 부딪치는 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목적은 검마였다.
‘검선과 조력해야겠다.’
이곳을 빠져나가려면, 짜증 나더라도 검선과 잠시 협조를 해야 할 듯싶었다.
힐끗.
검선을 다시 쳐다보자, 검선은 이미 살마를 보고 있었다.
힐끗.
그녀는 김 공자의 눈치를 살피며 전음을 날렸다. 검선에게.
-검선. 나와 손을 잡자꾸나.
김 공자는 전투 불능 상태라고 해도, 수적으로 밀린다.
그리고 검마는 강하다.
“하.”
검선이 실소를 흘렸다.
-웃을 때가 아니야! 우리 둘이서라도 손을 잡고 여기서 탈출해야 한다고! 검마가 김 공자를 도우러 왔잖아! 이 노인네야, 죽고 싶어?
역시 이 콧대 높은 남궁세가 놈들은, 목숨 귀한 줄을 모른다니까!
살마는 눈빛으로도 검선에게 제 뜻을 전했다.
‘어서!’
그 시선에 답하기라도 하듯 검선이 한 걸음 한 걸음 살마에게로 다가왔다.
-그래! 잘 생각했다!
살마는 조금 안심했다.
그러면서도 스스로가 한 행동에 대해 반성했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움직였어야 했거늘.’
섣불리 검마를 공격했다.
‘하지만 그런 정순한 기운을 지닌 이와 검마가 친우 사이일 줄은 몰랐다고.’
김 공자의 기운만 본다면 그는 정파 중의 정파.
오선을 넘어서는 아름다운 선의 기운을 지녔다.
그렇기에 검마와 한패가 아닐 것이라 판단했고, 자신이 검마를 공격하면 오히려 쌍수를 들고 검선과 김 공자가 합세해 싸우거나 혹은 검마의 것을 빼앗으려고 달려들 줄 알았다.
“살마.”
검선이 두 걸음 앞까지 다가왔다.
살마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잠시지만 동료다.
그것을 알리는 신호였다.
챙!
그리고 그 신호를 받은 검선은.
“멍청하구나.”
검 끝을 살마에게 드리웠다.
검선이 이 폐가에 들어서서 처음으로 검을 뽑아 들었다.
“…뭐?”
살마가 진정으로 당황한 순간.
“너는 여기서 오늘 살아나가지 못한다.”
검선은 예언을 하듯 말하고는 살마에게 달려들었다.
“검선, 네가 미친 것이냐!”
살마가 놀라서 뒤로 몸을 물렸고, 검선은 검을 움직였다.
우우웅—
황금빛의 기운이 그의 검에서 피어올랐다.
제왕검법이었다.
정파 최고의 중검 중 하나로 꼽히는 그 무공의 정수가 담긴 검법.
그 검법이 지금 이곳에서 펼쳐졌다.
그것도 살마의 목을 향해.
“이 미친 노인네가!”
촤악-!
살마의 두 손이 허공을 향해 뻗쳐졌다.
“저것은, 사보도-!”
호 장로가 침음처럼 외쳤다.
‘그게 뭔데?’
케일이 묻고 싶었지만, 그는 곧 볼 수 있었다.
텅 빈 것처럼 보이던 살마의 두 손.
‘이야.’
그녀의 두 손에서 10개의 비수가 마치 뱀처럼 기이한 움직임을 보이며 검선에게로 쇄도했다.
우물우물.
쉴 새 없이 라온이 건네는 사과파이를 씹으며 케일은 감탄했다.
“목희야, 물러나거라!”
권왕이 증손녀를 뒤로 물렸다.
채채채채, 채챙!
그리고 그 비수는 모두 검선의 금빛 검에 부딪혀 사방으로 튕겨졌다.
케일 쪽으로도 하나 날아왔다.
‘음!’
하지만 론이 케일의 앞에 서서 날아오는 비수들을 하나하나 아무렇지도 않게 잡아챘다.
론과 눈이 마주쳤다.
“도련님, 사과파이나 드세요.”
뭔가 론의 말투가 불경하다.
하지만 케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과파이만 열심히 먹었다.
그때, 그의 시야에 검선과 부딪치는 살마가 들어왔다.
“저것이 적수공……!”
호 장로가 또 감탄하면서 무공 이름을 말했다.
스스–
붉게 물든 손.
살마의 이 붉은 손이야말로 그녀를 살문의 최고 자리에 앉히고, 수많은 암살 의뢰를 성공하게 만든 힘이었다.
콰아아앙!!
붉은 손과 황금 검이 부딪쳤다.
“검선!”
살마가 악에 받쳐 그를 노려보았을 때.
검선은 담담하게 말했다.
“은인과 우리 남궁세가는 한 몸이다.”
응?
케일이 멈칫했다.
“…뭐?”
“나 검선은 은혜를 갚을 때까지, 은인의 검이 될 것이다.”
…어?
케일은 살마보다 더 크게 움찔했다.
저 남궁 노인네, 너무 비장한데?
“또한.”
검선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
황금빛 검이 눈에 들어왔다. 검을 감싼 저 금빛 기운.
그는 제왕이란 모름지기 모든 것을 지배하는 자라고 여겼다.
그리고 그 지배하는 기운을 사용하는 자를 눈앞에서 보았다.
그런데 그자는 그런 기운을 가졌음에도 누군가를 지배하기보다는, 본인 입장에서 별것 아닐 사람 한 명 살리는 데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검선은 깨달았다.
‘그것이 제왕이구나.’
급격한 심력 소모로 검선의 안색은 좋지 못했다.
짧은 시간 동안 늙었다고 해도 무방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어느 때보다도 빛났다.
마치 젊은 날, 치기와 열정으로 가득했던 그때처럼.
때가 묻기 전처럼.
검선은 다짐했다.
“또한, 남궁세가는 은인의 뜻대로 오늘부터 정파의 검이 되어 가장 앞에서 싸울 것이다.”
전에 김 공자 앞에서 했던 말과 비슷했지만.
이번에는 이 안에 진심을 담았다.
이득과 계산이 아닌.
“…조만간 한발 앞으로 나아가겠구나.”
권왕이 흐뭇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아니, 이미 나갔구만.”
검선의 검에 머문 황금빛. 그것이 전과 달리 더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아주 조금이지만. 검선이 한발 앞으로 내디뎠음을 의미했다.
“김 공자. 그대의 가르침을 받은 이가 또 나왔군.”
“네?”
권왕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대답하는 김 공자를 보며 다 안다는 듯 미소를 지어주었다.
김 공자는 무위도 뛰어나지만, 그의 내면에 담긴 심지, 생각이 주변에 큰 영향을 미치게 만들었다.
경지에 오를수록 처음을 되돌아보기 힘든 법.
특히 젊은 날 꿈꿨던 정의와 올바름에 대해 잊기 쉬운 법.
‘하지만 김 공자는 그것을 잊지 않고 지켜냈다.’
그렇기에 저리 강한 경지에 올랐을 것이고, 그의 그런 마음이 이미 닳을 대로 닳아져 버린 나와 검선 같은 이들에게 다시금 한 걸음 내디딜 깨달음이 되어준 것이겠지.
권왕은 짙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케일은 자신을 보며 웃는 권왕의 시선을 슬쩍 피했다.
‘왜 저래?’
내가 누굴 가르쳤다는 거야?
도통 감이 잡히지 않는 소리였다.
그때, 살마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누가 네 은인이라는 것이지?”
검선은 그저 올곧은 검 끝으로 살마만 겨눴다.
살마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입을 열었다.
“…김 공자가 검선 당신의 은인인가?”
“그는,”
검선은 입을 열었다.
“나 검선, 그리고 남궁세가의 은인이다.”
살마는 침을 삼켰다.
수백 여년 만에 나타난 남궁세가의 은인.
남궁세가에서 가지는 은인의 의미를 살마는 잘 알고 있었다.
‘…나 뭔가 잘못된 거 같은데?’
살마는 식은땀이 삐질삐질 나기 시작했다.
‘도망갈 수 있을까?’
주위를 둘러보았다.
잘 안 보이지만 누워서 기절한 듯한 남궁태위를 비롯하여 여러 인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 대부분의 정체를 몰라도 일단 만만치 않아 보였다.
그때였다.
“인간아, 맛있나? 잘 먹는다!”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어린 목소리가 들린다.
살마의 시선이 최한에게로 향했다. 가만히 서 있던 최한은 슬쩍 한 걸음 옆으로 비켜섰다.
‘…어?’
그녀의 눈에 최한에게 가려져 있던 라온이 들어왔다.
더불어 라온이 음식을 먹여주고 있는 김 공자의 무심한 눈빛까지.
그 눈빛이 그녀를 향한 순간.
꿀꺽.
저도 모르게 침을 삼킨 그녀는 조심스럽게 두 손을 내렸다.
붉은 기운이 사라진 두 손을 맞잡은 그녀가 미소를 띄웠다.
“헤헤. 일단 이야기 좀 나눠도 될까요?”
자고로, 살수라면 멈춰야 할 때를.
그리고 수그려야 할 때를 잘 알아야 하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