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866
#2부 108화
16장. 우리 김 공자는-!
검선이 누구던가.
정파의 오선 중 한 명이자 남궁세가의 태상가주.
더불어 그 드높은 자존심으로 유명한 이였다.
무림맹주는 물론이거니와 자신보다 연배가 높은 이를 보아도 고개를 숙이는 경우가 없는 사람이었다.
“허억.”
그렇기에 검선이 케일에게 고개를 숙이는 모습에, 누군가 숨 들이켜는 소리를 냈다.
하지만 그 사람은 제가 한 행동에 놀라 두 손으로 입을 가렸다.
검선의 서늘한 눈초리가 겁이 났기 때문이었다.
‘누구지?’
‘김 공자? 그게 누구야?’
다들 케일을 힐끗거리거나 아니면 대놓고 바라보며 그를 탐색하고자 했다.
‘모르겠는데?’
‘…안 강해 보이는데?’
하지만 그들이 보기에 케일은 안색이 조금 창백하고 왜소한 체격을 지닌, 보잘것없는 무공 실력을 가진 이로 보였다.
‘흐음.’
그리고 그 많은 구경꾼들 사이에서도 날카로운 빛을 뿜어내는 사람들이 몇 있었다.
‘검선이 고개를 숙여? 쉬이 볼 정보가 아니군.’
‘은인이라고? 남궁세가의 은인이라니, 얼마 만에 나타난 거지?’
‘이건 두목님께 알려야 한다! 지금 검마도 검마지만, 이것도 살펴봐야겠어!’
은밀히 이 자리를 떠나 각자의 방향으로 흩어지는 이들.
위 상선이 슬그머니 옆에 서 있던 동창에게 눈짓했다.
-지금 움직인 자들의 동태를 살피게. 사파인지, 정파인지, 마교인지.
아니면.
-혈교인지. 분명 정보를 전달하려 움직이는 자들일 테니까.
-네!
동창이 슬그머니 움직였다. 그의 밑에서 움직이는 이들도 있으니, 곧 지금 움직인 자들의 정보가 위 상선에게로 올 것이다.
‘김 공자님께 보고해야겠군.’
그리고 이 정보는 위 상선을 거쳐 케일에게로 향하리라.
그의 시선이 케일에게로 움직였다.
‘…역시.’
살짝 난감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고 서 있는 케일.
‘사자님의 성정상, 이렇게 대놓고 호화스러운 대접을 하는 것이 탐탁지 않으실 테지.’
위 상선은 검선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검선은 그걸 알면서도 이리 공자님을 대접하는 것이겠고.’
이러는 이유야 뻔했다.
‘남궁세가의 은인이라는 걸 대놓고 소문내려는 것일 터.’
김 공자를 건드는 것은 남궁세가, 그리고 나 검선을 건드리는 일이다.
우리의 검을 받을 자신이 있다면 그렇게 행동해라.
이런 의미가 담겨 있을 것이다.
‘남궁세가에서 은인을 대해온 기록을 보면 그러고도 남을 자들이지.’
그 고고한 자존심만큼, 은인이 당하는 꼴을 못 보는 가문이었다.
‘하지만 검선이 단순히 그런 이유만으로 김 공자님께 저렇게 지극정성인 것은 아닐 것이다.’
검선은 보이는 모습보다 더 계산적이고 세가의 이득을 중요시하는 사람이었다.
‘흐음.’
위 상선의 시선이 호 장로에게로 향했다.
개방의 장로. 그가 아차 하는 표정으로 이 상황을 바라보고 있었다.
‘김 공자님은 무림맹으로 간다.’
검선은 그 김 공자의 곁에 선 정파 사람이 구파일방의 개방이 아닌, 오대세가의 남궁세가. 자신의 가문임을 드러내고 싶은 것이리라.
‘혈교에 의한 피해자로 보이는 동시에, 이번 일을 기회로 삼아 무림맹 안에서 남궁세가의 권력을 더 높이려는 수작이겠지.’
하여간, 무림은 늙은 괴물들을 조심해야 한다.
‘아마, 살마도 같은 생각으로 김 공자님을 사파로 모시는 길에 동의한 것일 테고.’
위 상선은 케일을 다시 힐끗거렸다.
‘그리고 김 공자님은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음에도 기꺼이 그들을 곁에 두는 것이겠지.’
더불어 그런 얕은 수작, 욕심 따위는 자신이 가는 길에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생각하며, 그저 가장 효율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이리라.
‘황제 폐하 앞에서도 그 엄청난 기운을 드러내신 분이다.’
늙은 괴물들 따위, 우스워 보일 터.
위 상선은 여전히 말없이 서 있는 케일을 보며 살며시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를 모실 수 있음이 자신의 인생에서 큰 자랑거리로 남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인간아! 저, 저거 봤나?
그 시각, 케일은 당황한 라온의 목소리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대신 티 나지 않게 침을 삼켰다.
-황금 마차다! 저거 도색 아닌 것 같은데?!
이번엔 흘려듣지 않았다.
‘그러게. 금을 써서 통째로 마차 벽을 만들 수가 있나?’
창천수호대 300여 명의 뒤로 황금 마차가 번쩍거리고 있었다.
“타시오.”
검선이 다가와 건넨 말에 케일은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세가가 부자라더니, 내 상상 이상으로 부자였나 보네.’
이렇게 황금 마차를 대령해 케일을 태우고 갈 생각을 하는 걸 보면.
-인간아, 우리 남궁세가 털자!
진짜, 그래야 하나.
케일이 저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한 순간, 전음이 들려왔다.
-몸이 덜 회복한 듯 보여 마차를 준비했소. 태위는 다른 마차이니, 편하게 일행과 가면 될 것이오.
검선이 무덤덤하게 말했다.
-세가에 도착하면, 몸 회복에 좋은 영약도 드리겠소. 태위를 살리다 이렇게 된 것이니, 은인의 건강을 회복하는 것도 남궁의 몫이 아니겠소?
검선 정도의 안목을 지닌 자가 좋다고 평가한 영약.
-김 공자가 화의 기운을 지닌 힘을 쓰니 그에 잘 맞는 영약일 것이오.
케일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전음을 할 수 없었으니까.
그는 생각했다.
‘…안 훔쳐도 그냥 줄 것 같은데.’
왠지 검선은 그럴 것 같았다.
‘역시.’
그리고 검선은 황금 마차와 영약에 대해 언급했음에도 그저 가볍게 고개만 끄덕이는 케일을 보며 감탄했다.
‘호들갑을 떨 것이란 생각은 안 했지만, 기뻐하는 기색이 전혀 없군.’
그러면서도 인정했다.
‘황실 사람이니, 황금이나 돈에 대해 놀랄 일은 없겠지.’
물론 검선은 케일이 전음을 할 줄 몰라서, 차마 많은 사람들 앞에서 영약 이야기를 할 수가 없어서 그냥 고개만 끄덕였다는 사실을 몰랐다.
‘흐음. 그래도 이러니 조금 자존심이 상하는군.’
검선은 남궁세가에 대한 자부심이 최고에 이른 이였다.
그런 만큼, 눈앞의 이 고고한 사내가 놀랄만한 뭔가를 해주고 싶었다.
자연경에 이른 무공 경지를 지녔고, 황실의 큰 어른인 자를, 나 검선이, 우리 남궁세가가 놀라게 만들고 싶다.
‘그리고 투자지.’
비옥한 토지를 지닌 안휘.
그곳에서 땅부자로 유명한 남궁세가.
아무리 비옥한 땅을 지녔다고 하여도 상계에 어두우면 큰 재물을 쌓기 어려운 법.
검선은 무공은 물론이고, 상학도 꽤 공부했다.
‘김 공자 같은 이에게는 크게 투자를 해야 돼. 자잘한 것들은 중요치 않아.’
그는 슬그머니 주먹에 힘을 주었다.
‘그 영약을 준비해야겠구나.’
검선의 눈빛이 번뜩였다. 그는 자신의 눈빛을 모른 척 피하는 케일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왜 저러지?’
그리고 케일은 검선의 눈빛이 살벌해서 저도 모르게 피했다. 더불어 최대한 자연스럽게 황금 마차로 향했다.
열린 마차 문 안.
-와아. 인간아, 여기 맛있는 당과들도 있다!
투명화한 라온의 신나 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창천수호대는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의 구경꾼들을 슬슬 물러나게 했다.
힐끗.
그리고 창천수호대의 대주. 남궁지혁은 케일을 유심히 살폈다.
‘갑자기 웬 은인이지?’
그는 검선에게 자세한 내용을 모두 듣지 못했다.
‘대주. 자세한 내용은 가주가 있는 곳에서 말할 테니, 수호대에서 가장 발이 빠른 녀석을 세가로 보내게.’
‘…무엇을 전하면 되겠습니까?’
‘대회의를 열어야겠어.’
‘…! 그 정도의 사안입니까?’
대회의.
이는 가주와 장로는 물론이거니와 남궁세가에서 최소한 대주급 이상에 이르는 직책을 가진 자들이 모두 모이는 회의였다.
마지막으로 열린 대회의가 현 가주가 검선으로부터 가주 자리를 물려받는 결정을 내릴 때였다.
즉, 남궁세가의 미래와 관련된 큰일이 있을 때만 열리는 회의였다.
‘그래. 그 정도의 사안이야. 하지만 가주에게 전하게. 위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검선과의 대화를 떠올리던 창천수호대의 대주 남궁지혁은 마차에 올라타는 케일을 눈에 담았다.
‘김 공자가 우리와 함께하는 한. 어쩌면 남궁세가가 무림에 그 이름을 드높일지도 모르니까.’
김 공자.
저자가 누구일까.
“대주.”
“…태상가주님.”
대주 남궁지혁은 케일을 살피던 제 시선을 들킨 것 같아, 검선의 부름에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괜찮네.”
툭툭. 어깨를 두드리는 검선의 손길에 남궁지혁은 곧바로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궁금한 마음에 괜히. 앞으로는 이런 일 없이 김 공자님 경호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음?”
“네?”
“…김 공자를 경호한다고?”
“…네. 세가로 빨리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태위와 함께 김 공자님을 보호하는 게 일 아니었습니까?”
검선이 따로 그런 지시를 내리지는 않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드러누운 남궁태위를 경호하는 것은 물론이고, 딱 봐도 허약해 보이는 김 공자를 보호해야 하지 않겠나 싶었다.
-지혁아.
-네, 큰아버지.
그때, 검선의 전음이 들려왔다.
-김 공자는 나보다 강해.
-…네?
내가 뭔 소리를 들은 걸까.
중년에 이른 남궁지혁은 처음으로 제 귀를 의심했다.
-김 공자는 자연경이야.
-…….
남궁지혁은 처음으로 검선의 말을 믿지 못했다.
-노망이라도 들었냐는 눈빛이군.
검선은 피식 웃으며 덧붙였다.
-사실이야. 내가 백 명이 있어도 김 공자는 이기지 못해.
으음.
남궁지혁은 믿을 수 없는 사실에 침음을 흘리면서도 입술을 깨물었다.
-천검? 절세의 무공? 그런 것이 무에 중요한가. 지혁아, 김 공자를 살펴봐도 된다. 그는 그런 것을 신경 쓰는 분이 아니야. 대신 그를 살피면서 배워라. 너, 벽에 막혔지? 그를 보다 보면 너도 한발 앞설 수 있을 것이다.
…너‘도?’
그 단어에 남궁지혁이 멈칫했을 때, 검선이 그를 스쳐 지나갔다.
-나는 이미 한발 내디뎠다.
아.
남궁지혁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김 공자를 바라봤다.
“김 공자님.”
한편 케일은 마차 문을 닫기 전, 다가오는 이를 보며 입을 열었다.
“독고 대협.”
독고창이 그에게로 다가왔다.
케일은 그를 보며 물었다.
“같이 안 가신다고요?”
“네. 저희는 세가로 돌아갈까 합니다.”
그는 아직 검마 최정수가 케일과 합류한 것을 몰랐다.
이는 후기지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호 장로님께 들었습니다. 검마 대협이 황산이 아닌 다른 곳으로 옮긴 것 같다고요.
혈교에 대한 내용을 독고세가와 후기지수들은 몰랐다.
아직 중요한 정보인지라, 많은 이들에게 공개할 수가 없었다.
물론 때가 되면 ‘최정수가 혈마다!’라는 소문과 함께 퍼져나가겠지만.
-개방에서 정보를 준다고 하였으니, 저희는 세가로 돌아가 그때를 기다리고자 합니다.
여기까지 전음으로 말한 독고창은 케일에게 말했다.
“그래서 떠나기 전에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그의 등 뒤로 소가주 독고령을 포함한 독고세가 사람들이 케일에게 인사를 보내왔다.
“그렇군요. 같이 가셨으면 좋았을 것인데.”
독고세가 사람들이 좀 고집이 있어도, 의리도 있고 무공 실력도 꽤 있어 보여 아군으로 두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것은 조금 힘들 것 같습니다.”
독고창은 그리 말하면서 검선 쪽을 힐끗거렸다.
케일은 그 뜻을 알아챘다.
‘하긴, 독고세가 입장에서는 남궁세가가 원수니까. 원수와 함께 움직이고 싶지 않겠지.’
독고세가 사람들 마음이 얼마나 부글거릴지 케일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끼어들 문제는 아니야.’
케일이 이곳에서 할 일은 푸른 피 가문, 혈교를 무너뜨리고 부상자 없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는 것. 그 과정에서 될 수 있으면 중원에 많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
“그, 공자님.”
“네. 편히 말씀하십시오.”
“언제, 시간이 나시면 저희 세가에도 방문해 주시겠습니까?”
조심스럽게 독고 대협이 꺼낸 말은 의외였다.
“…독고세가에요?”
“네.”
놀라는 듯한 김 공자를 보며 독고창은 긴장감을 애써 감췄다.
‘이 얍삽한 남궁세가 놈들 같으니라고! 은인이라는 말로 김 공자를 독차지하려고 해?’
딱 봐도 김 공자는 곧 엄청난 명성을 떨칠 것이다.
가진 능력이 엄청나니까.
‘이대로 있을 순 없어!’
부디 김 공자와 독고세가 간에 인연의 끈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검마 대협의 친구분이라고 하시니, 그 인성도 의심할 여지가 없고!’
그는 김 공자의 대답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음. 그러죠.”
그리고 생각보다 케일이 손쉽게 대답해주었다. 그것도 긍정의 대답을.
“저, 정말입니까?”
황실의 사람이 기울어져 가는 세가인 독고세가에 와준다고 말하는 것이, 그것도 사실 별로 친분도 없는 사이인데 흔쾌히 들르겠다는 말이 독고창은 너무나도 기뻤다.
“네. 정말이죠.”
케일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인 이유가 있었다.
‘독고세가가 사천성 옆에 있지?’
사천 옆 동네에 독고세가가 있다.
안 그래도 혈교가 있는 사천으로 가야 하는데, 그 길에 그 지역을 잘 아는 문파가 곁에 있으면 아주 든든할 터.
‘무림맹은 남궁 끼고, 사천은 독고 끼고 움직이면 되겠네.’
훨씬 더 편해지겠어.
케일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걸렸다.
‘그 김에 최정수도 슬쩍 보여줘야지.’
지금이야 소문 때문에 독고세가에게 최정수를 보여줄 수 없지만, 나중에 어느 정도 소문도 퍼지고 상황이 정리되면 독고세가 정도의 의리를 지닌 자들에게는 보여주어도 무방할 터.
“어차피 그쪽으로 갈 일이 있으니, 들르지요.”
“가, 감사합니다, 공자님!”
케일은 감사하다고 말하는 독고창이 의아했으나, 그러려니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조만간 뵙죠.”
“네! 그날을 고대하고 있겠습니다!”
독고창은 미련 없이 물러났다.
“숙부. 잘됐어요!”
그는 좋아하는 소가주 독고령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남궁세가 무리 곁을 벗어나 속삭였다.
“가주님께 말해야 한다.”
“네.”
독고세가의 무리가 떠나고, 케일은 그 자리에 대신 다른 이를 맞이해야 했다.
“…운선 도사?”
곤륜파의 운선이 두 주먹을 꽉 쥔 채, 케일 앞에 섰다.
‘언제 가지?’
얼른 무림맹으로 떠나고 싶은 케일.
‘…독고세가에도 들른다고 쉬이 답하셨으니까, 곤륜파도 한번, 우리 문파에도 와달라고 말이라도 건네볼까?’
마교라는 적 앞에 풍전등화 상태가 된 곤륜파.
‘아니야.’
독고세가에 방문해달라는 것과 곤륜파에 들려달라는 말의 무게는 차원이 달랐다.
그것을 이 눈앞의 공자님도 알고 계실 터.
그녀는 차마 어려운 부탁을 할 수가 없었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드물게 그녀는 말을 더듬으며, 발걸음을 돌리려 했다.
하지만 케일의 목소리가 그녀의 발을 붙잡았다.
“곤륜파에도 한번 가보고 싶군요.”
“…네?”
놀라는 운선을 보며 케일은 생각했다.
‘그래, 무림맹 사절단으로 마교를 방문해도 되지만. 마교로 넘어가기 전에 곤륜파도 한번 들러서 어떻게 아군으로 써먹어도 좋지 않을까?’
아군은 많을수록 좋잖아?
안 그래도 운선 도사가 독고창과의 대화를 들은 듯하니, 지나가듯 말을 흘려도 상관없을 터.
케일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그곳에서 해야 할 일이 있는지라. 곤륜산에 한번 올라보고 싶군요.”
“…아.”
탄성을 흘리는 운선 도사를 보며, 케일은 마차 문을 닫았다.
‘밑밥은 던져뒀으니, 다음에 마교 갈 때 슬쩍 들르자고 해야지.’
달칵.
케일은 마차 문을 닫았다.
그리고 운선 도사는 닫힌 문을 멍하니 바라봤다.
“드, 들었습니까?”
그녀는 사제의 놀란 목소리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없이 가볍게, 지나가듯이 그가 한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
지금 상황에 곤륜파에 온다는 것.
분명 그 의미를 김 공자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곤륜산으로 와서 할 일이 있다고?
그것을 곤륜파의 사람인 자신에게, 별것도 아닌 일처럼 선뜻 먼저 말한다고?
그녀는 깨달았다.
“내가 쉬이 짐작을 해서는 안 되는 분이겠구나.”
그는 실로 의와 협을 지닌 무인이 틀림없다.
저런 분이 정파의 정의를 나타내는 것일 터.
“가자꾸나.”
“네, 사저.”
운선은 마차에서 벌어졌다.
곧 케일 일행, 남궁세가 일행, 개방과 후기지수로 구성된 인물들이 빠르게 황산을 벗어나 안휘성의 제왕.
남궁세가로 향했다.
* * *
그 시각.
황제는 손에 들린 종이를 보며 웃음을 흘렸다.
“생강시를 정화한다고? 도로 사람으로 살려 보내?”
하, 하하-
그의 웃음이 그가 머무는 침전 안을 가득 채웠다.
“금의위는 준비되었나?”
“네, 폐하.”
황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흥얼거리듯 말했다.
“그래, 두 손 놓고 있을 순 없지. 그쪽에서도 원했으니, 바로 출발시키게.”
“네.”
케일의 허락을 받은 위 상선은 생강시에 대한 내용을 황제에게 보고했고, 황제는 자신의 손발 중 일부를 선뜻 내보였다.
고작 안휘의 제왕이 아닌, 중원의 제왕이 읊조렸다.
“…김 공자. 우리 황실 사람이 무림맹으로 가는데, 초라하게 보낼 순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