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868
#2부 110화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정보에, 그것도 웬만한 폭탄보다 더한 내용을 담은 것에 천혜전은 정적만이 감돌았다.
아니다.
씨익씨익 거리는 검선의 숨소리만 빼고, 조용했다.
“아버지.”
그래도 가주라고, 남궁마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새, 생강시는 무엇이고- 태위 이야기는 무엇입니까?”
그 순간, 검선의 시선이 천혜전 내부를 쭈욱 훑었다.
드르륵.
그 시선에 곧바로 대주들이 일어나 모든 창과 문을 걸어 잠갔다.
대회의 전 천혜전 근방에 다른 이들이 모이지 않는 것을 알고 있지만, 검선의 달라진 기도에 그리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
“후우.”
짧게 한숨을 내쉰 검선.
그는 가주를 바라봤다. 자신이 태상가주이고 아버지였지만, 현재 남궁세가의 우두머리는 남궁마혁이었다.
“가주.”
검선은 대회의에 안건을 제청했다.
“멸(滅) 혈(血). 혈교의 말살을 안건으로 청하는 바요.”
오대세가의 수좌이자, 정파를 대표하는 집단 중 가장 드높은 자존심으로 이름 높은 이들이 그 제왕의 칼날을 겨눌 적을 찾았다.
* * *
-인간아! 툰카 생각보다 잘 싸운다!
케일은 라온의 말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
마나도, 오러도 못 다루는 몸이지만, 마법 내성이 있는 신체를 가진 부족.
그 부족민들 중 툰카는 더 특별한 신체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저 사람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들어.”
이수혁이 차를 홀짝이며 말했다.
“인간의 신체가 가진 타고난 힘은 무엇보다도 강하구나.”
그때, 케일의 귓가로 사도련주 사마평의 아들, 사마정이 외치는 것이 들려왔다.
“이 미친놈…! 무슨 몸이 이렇게 질겨!”
“크하하하하—!”
사마정의 두 손에는 신비로운 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내공으로 만든 기운이었다.
퍼엉! 펑!
사마정이 툰카를 팼다.
그래, 계속 때렸다.
툰카는 몸도 커서 때릴 데가 참 많았다.
그리고 보법을 사용하는 사마정에 비하면 느리기도 더럽게 느려서 막을 새도 없었다.
퍼억! 퍽!
“크하하하! 가소롭구나!”
그렇게 맞으면서도 툰카는 웃었다.
“야, 야.”
케일은 제 팔을 쿡쿡 찌르는 손길에 미간을 찌푸렸다.
“왜?”
“아니-”
케일의 퉁명스러운 말투에 최정수는 움찔했다. 그는 현재 면사로 눈을 제외한 모든 부분을 가리고 있었다.
그리고 옷차림도 무인보다는 학자와 같았다.
“툰카 저분은 따로 피부에 뭘 한 것 같지도 않은데. 어떻게 저렇게 맞아도 멀쩡해?”
최정수의 물음에 위 상선과 권왕이 귀를 쫑긋했다.
사실 그들은 그전부터 케일 일행의 강함에 대해 궁금증이 많았다.
내공을 사용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하나같이 겉으로 보이는 나이에 비해 상당히 강했다.
특히, 목희는 안 그런 척하면서 케일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퍼억! 퍽!
“제길! 이 새끼는 왜 안 죽어!”
“크하하하- 가렵구나!”
그 와중에도 사마정과 툰카는 때리고 맞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3층 물건이 부서지는 일도 거의 없었다.
처음 남궁지혁과 사마정의 부딪침으로 의자와 테이블이 부서진 것 빼고는 현재 식당은 멀쩡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툰카가 멀쩡히 선 채로 조금씩만 움직이며 맞고 있었으니까. 물론 툰카도 때리려고 한다.
“이 느린 주먹에 내가 맞을 것 같으냐?!”
사마정이 곧바로 피하는 바람에 그 시도는 다 실패했지만.
“으음. 툰카가 왜 저리 맷집이 세냐-”
케일이 입을 열었다.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린 창천수호대 대주 남궁지혁도 그쪽으로 집중했다.
‘빌어먹을, 뭐야!’
그리고 사파의 최고 망나니 사마정도 그쪽에 귀를 열어두었다.
도대체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는 투광 사마정이었다.
케일이 태연하게 말했다.
“내가 알기론, 저놈 한때 화산, 설원, 바다랑 싸우겠다고 덤벼들었단 말이지.”
“네?”
위 상선이 저도 모르게 멍하니 되물었다.
뭐랑 싸운다고요?
“아, 그렇지. 태풍이나 폭풍이랑은 시도 때도 없이 싸워댔지. 이겨보겠다고.”
케일과 툰카가 만나기 전, 영웅의 탄생에 적힌 내용에 따르면 툰카는 그냥-
“그냥, 쟤는 자연과 맞섰지. 오로지 순수한 인간 신체가 가진 힘으로.”
미친놈이 따로 없다.
케일의 생각이었다.
그때였다.
“허-”
권왕이 탄성을 흘렸다.
‘응?’
케일은 탄식이나 안타까움이 아닌, 깊은 감탄이 서린 음성에 시선을 옮겼다.
“…대단하구만.”
권왕이 깊이 탄복한 얼굴을 했고, 위 상선도 새삼 다른 눈빛으로 툰카를 바라봤다.
“자연에 맞서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그 모든 것을 도전하셨다니. 공자님과 함께 다니시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케일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권왕의 증손녀 목희가 깊은 고민에 빠진 얼굴로 제 손을 내려다보고 있었고, 남궁지혁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해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외공의 고수.”
사마정이 툰카에게서 몇 걸음 물러서며 진중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이미 술은 다 깬 얼굴 위에는 깊게 가라앉는 눈빛이 자리해 있었다.
“…한길만 팠군.”
무공은 여러 기준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내공과 외공을 기준으로 나누기도 했다.
내공은 쉽게 말해, 몸 안에 기운을 쌓고 이를 운용하여 폭발적인 힘을 내는 것이었고.
외공은 인간의 피부와 뼈, 근육 등을 한계까지 수련하는 것이었다.
보통 외공에는 그 한계가 있다고 여겨, 외공은 기본으로 두고 내공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리고 이는 무림의 고수들을 보면 정답이라 할 수 있었다.
외공의 고수는 무림 역사상 몇 없었다.
“…내 권법을 막을 자격이 있는 자였군.”
망나니였지만 그럼에도 무인인 사마정은, 툰카를 노려보았다.
“…검선 노인네가 없어서 아쉽지만, 제대로 가보겠다.”
스스—
보랏빛 기운이 사마정의 손에서 피어올랐다.
그의 내공이 촘촘하게 손을 감싸는 순간.
“크하하하하! 그래, 싸우자!”
툰카가 달려들었고, 사마정의 자영세권이 그에 맞춰 움직였다.
-인간아!
그때, 케일의 귓가로 라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점소이가 주문을 받으러 못 올라오고 있다! 나 배고프다!
케일은 최한에게 말했다.
“일단, 둘 다 기절시키자.”
툰카는 최한이 기절시키면 5분도 지나지 않아서 일어날 테고, 사마정은 어차피 데리고 다닐 놈이니 기절시키면 편했다.
“…두 사람이 대련 중인데요?”
위 상선이 드물게 케일의 지시에 의문을 표했으나, 케일은 담담하게 말했다.
“밑에서 점소이가 주문을 받으러 올라와야 하는데, 못 한다고 합니다.”
“아.”
위 상선은 탄복했다.
‘점소이와 식당을 걱정하고 계셨구나.’
역시, 그 마음이 고우시다.
위 상선의 입가에 미소가 맺힌 순간.
쿠웅!
툰카가 기절했고.
“이, 이럴 순-”
사파 망나니 사마정이 부들부들 떨며 기절했다.
케일은 최한이 아니라 저를 쳐다보는 시선에 조금 뿌듯한 얼굴로 말했다.
“최한이 기절의 고수죠.”
혈교 7호를 봐라.
이제 최한 손날만 봐도 벌벌 떤다.
-인간아, 최한 뿌듯해한다!
“와아.”
라온과 최정수의 목소리는 흘려들었다.
* * *
“이제 30분 정도 지나면 남궁세가에 도착하겠군요.”
론의 말에 케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차 창밖을 내다봤다.
대부분의 세가나 문파가 산이나 험한 지형을 끼고서 세워진다. 아니면 도시의 중심부나 성안에 그 터를 내렸다.
이 중원 세계의 남궁세가는 성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거대한 장원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남궁세가를 중심으로 마을이 이루어져 있었다.
그것도 마을이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상업이 발달한 듯한 곳이었다.
“인간아.”
라온이 나직이 물었다.
“이 들판이 전부 다 남궁 꺼냐?”
“…어.”
초록의 벼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넓은 논.
끝도 없다.
‘역시 땅 부자.’
부럽다.
헤니투스 공작가는 돌밭이고, 어둠의 숲은 나무로 울창한데.
아쉽게도 케일은 평야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나마 정글 1구역의 해안가가 있으나, 거기는 농사를 짓기에 부적절했다.
‘과수원을 하기는 해야 하는데.’
케일은 괜히 최정수와 이수혁 쪽은 쳐다보지 않고 창밖만 응시했다.
“정화자시여.”
그때, 더스트 신관의 목소리에 움찔했다.
왠지 모르게 갈수록 이 신관이 저를 부를 때면 뭔가 쎄했다.
“…….”
케일이 말없이 바라보자, 더스트가 입을 열었다.
“별것 아니고, 생강시에 대해 남궁세가에 가서 말하실 듯하니 한 말씀 올리고자 합니다.”
더스트 신관은 말을 하면서도 확신을 못 하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 생강시를 정화하실 적에 죽은 마나가 제가 알던 것과 달랐습니다.”
“아! 맞다!”
라온이 대화에 냅다 끼어들었다.
“인간아, 인간아! 죽은 마나 속에 뭔가 다른 게 섞인 것 같았다!”
“맞습니다. 일반적인 강시에게서 피어올랐던 죽은 마나와 달랐습니다. 조금 더 사악하고 진득한 무언가가 섞인 것 같았습니다. 냄새도 아주 아주 지독했고요.”
더스트 신관이 코를 킁킁거렸다. 케일은 이를 외면하다가 팀장과 눈이 마주쳤다.
팀장 수이 칸은 툭 내뱉었다.
“그냥 강시가 아니고 생강시인 만큼, 뭔가 푸른 피 가문에서 만든 비법이 있는 것 같네.”
“동의합니다.”
최한이 덧붙였다.
“죽은 마나에 무언가를 더했기 때문에, 정화를 할 때 그렇게까지 힘드셨던 것 아니겠습니까?”
최한의 말이 끝나자 론이 나직이 읊조렸다.
“그래서 혈교 7호를 통해 뭐 좀 알아보려고 하는데, 쉽지가 않군요.”
론이 부드러운 미소를 띤 채 케일에게 말했다.
“걱정 마십시오, 도련님. 앞으로는 그렇게 피 토할 일 없도록 미리 다 알아놓으면 됩니다.”
케일은 침을 꿀꺽 삼켰다.
심장의 활력 울보가 덜덜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미, 미리 알아도 피, 피를 뿜어댈 거야…. 내가 힘을 더 비축해야……!
그냥 케일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때였다.
“인간아, 저거 뭐냐?”
상당히 의아해하는 목소리에 케일은 알 수 없는 소름이 돋았고, 황급히 눈을 떠 라온의 짧고 통통한 앞발가락이 가리킨 곳을 바라봤다.
“…뭐야, 저거…….”
케일은 진심으로 당황했다.
남궁세가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마을.
안휘의 성이 자리한 중심 도시에 비견되는, 남궁성이라 불리기도 하는 그곳.
푸른 벼들 사이로 해가 저물며 붉게 물든 하늘.
그 아래 자리한 마을에는 하나둘 불이 켜지고 있어야 맞았다.
그러나 오늘은 조금 달랐다.
그곳의 입구에서부터-
“해일아.”
수이 칸이 말했다.
“저거 다 남궁세가 사람 아니냐?”
마을 입구부터 마을의 중심에 위치한 남궁세가까지.
길이 만들어져 있었다.
그 길의 양 끝에는 수많은 이들이 기웃거리며 밖을 쳐다보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창천수호대에 감싸여 다가오는 황금마차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함부로 길로 튀어나올 수가 없었다.
남궁.
그 글자가 새겨진 깃발을 든 수많은 남궁세가의 무사들이 길 양쪽에 서 있었다.
“…공자님.”
위 상선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기 입구에 서 있는 사람들 말입니다.”
유일하게 마을 입구에 서 있는 사람들.
한 10명 되었다.
그중 검선이 케일의 눈에 담겼다.
“검선님과 가주, 그리고 장로회인데요.”
남궁세가의 핵심, 그 무거운 엉덩이로 유명한 이들이 모조리 튀어나와서 마을 입구에서부터 케일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두두두—
갑자기 마차 뒤편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위 상선이 마차 창을 열어 뒤를 살펴봤다.
“고, 공자님!”
그러고는 놀라서 케일에게 바로 말했다.
“안휘성 성주가 왔습니다!”
“……?”
성주가 왜 와?
성주는 로운 왕국으로 따지자면 공작급 관리라고 볼 수 있었다.
성주가 이끌고 온 수십 명의 기마병.
그 사이로, 한 사람이 튀어나와 황금 마차로 다가오며 외쳤다.
전령인 듯싶었다.
“황족님을 모시러 왔습니다……!”
케일이 탄 황금마차.
그 앞에는 수백 여년만의 은인을 모시러 온 남궁세가 사람들이,
그 뒤에는 황금 호패를 지닌 이를 위해 금의위를 보낸다는 황가의 명에 놀라서 황족으로 추정되는 이를 모시러 튀어나온 안휘성 성주 쪽 사람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