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872
#2부 114화
17장. 난 네가 누군지 안다
무림맹으로 떠난다는 케일의 말에 검선과 가주 남궁마혁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김 공자님의 뜻을 아주 잘 알겠습니다.”
케일은 가주의 눈빛에 멈칫했다.
‘뭐라도 한 대 칠 눈빛인데?’
눈빛이 아주 뜨겁다 못해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왜 저러나 싶을 때, 남궁마혁이 담담하게 말했다.
“모든 일이 끝날 때까지 편히 쉴 수 없다는 말씀이시겠지요.”
그에 케일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얼른 다 해치우고, 로운 영지로 돌아가 어둠의 숲에 있는 라온의 집에서 푹 쉬고 싶었다.
‘그러고 보니, 왕세자 저하한테도 연락을 한번 해봐야 하는데.’
케일은 굳이 알베르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지금쯤이면, 샤올렌에서 케일이 보상으로 받아온 광산을 가지고 여러 왕국들의 뒤통수를 신나게 날리며 쌓아온 짜증을 풀고 있을 것이다.
그 딱히 좋지 않은 성격상, 좋게 좋게 넘어갈 인간은 아니었으니까.
“…그 마음을 존중하겠습니다.”
남궁마혁은 케일과 시선을 마주했다.
“그리고 그 뜻을 따르겠습니다.”
무슨 뜻?
케일이 의아해할 때.
“우리 남궁세가는 혈교를 말살하는 것에 총력을 쏟기로 다짐했습니다.”
가주의 말이 끝나자, 검선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내가 선두가 될 걸세. 그리고 2장로가 나와 함께 세가 전력을 이끌기로 했네.”
“…2장로시라면?”
“태위의 할아비지. 그리고 내 동생이기도 하고.”
케일은 위 상선의 전음을 들을 수 있었다.
-남궁세가 무공 1인자가 검선이고 2인자가 2장로입니다.
그 두 사람이 남궁세가의 핵심 전력을 이끌고 혈교를 말살하는 데에 총력을 쏟기로 했다.
케일의 입가에 미소가 절로 맺혔다.
“고맙습니다.”
이렇게 나서서 혈교를, 푸른 피 가문을 상대해준다고 하니. 케일로서는 손이 덜 가게 되어 정말로 고마운 일이었다.
‘어느 정도 나설 것이란 생각은 했지만, 총력을 쏟을 거라곤 예상을 못 했는데.’
어찌 되었거나 잘된 일이었다.
“…정말 김 공자님은-”
남궁마혁은 고맙다고 말하는 케일의 모습에 말을 잇지 못했다.
‘어찌하여 사람이 이리도 겸손하고 또 의로울 수 있을까.’
그때였다.
똑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현재 케일은 위 상선, 최한, 투명화한 라온과 함께 가주전에서 남궁마혁과 검선을 마주하고 있는 중이었다.
“무슨 일이냐.”
가주의 말에 문밖에서 호위가 답했다.
“그것이-”
하지만 그보다 더 빨리 말을 내뱉는 이가 있었다.
“가주님, 저 남궁유학입니다!”
남궁세가 망나니가 찾아왔다.
“유학아!”
그리고 그런 그를 다그치는 목소리가 이어 들려왔다.
덜컹. 덜컹.
조금의 소란이 일어나더니, 드르륵, 문이 열렸다.
“아버지! 할아버지!”
남궁유학이 냅다 얼굴을 들이밀었다.
“나도 갈래요!”
그리고 땡깡을 부렸다.
“이 녀석이!”
그런 남궁유학의 머리채를 잡아다 꽉 내리누르는 이가 있었다.
케일은 그와 인사를 나눈 적이 있다.
남궁유선.
현 남궁세가의 소가주로서, 다음 대 남궁세가를 이끌 자였다.
“죄송합니다.”
그는 남궁유학의 머리를 내리누르며, 케일과 가주 쪽을 향해 연신 고개를 숙였다.
“이 녀석이 천지분간을 못하는 바람에-”
“천지분간을 못한다니요!”
남궁유학이 남궁유선의 손을 피하려 몸을 움직였다.
그 순간, 남궁유선의 손이 귀신같은 움직임을 펼치며 다시 남궁유학의 머리채를 잡아챘다.
“호오.”
위 상선이 감탄했다.
그 짧은 동작에서 남궁유선의 무공 경지가 보였다.
“역시 정파의 미래 검선이라 불릴만한 재능이군요.”
그 말에 평소라면 가주가 흐뭇함을 표하며 자랑을 했겠지만.
“이놈이!”
그는 화가 난 얼굴로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남궁유학에게로 다가갔다.
퍼억!
그리고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어이구야.’
케일이 순간 놀랐고.
-인간아! 저 남궁유학이라는 망나니 많이 아프겠다!
라온이 안타까워할 정도로 세게 맞았다.
“크읍!”
하지만 남궁유학은 나름 뚝심 있는 망나니였다.
아픔은 금방 잊어버리고서는 고개를 치켜들었다.
‘응?’
케일과 남궁유학의 눈이 마주쳤다.
케일은 심하게 반짝이는 눈으로 저를 바라보는 남궁유학을 볼 수 있었다.
“공자님!”
그러고는 냅다 무릎을 꿇었다.
“저도 데려가 주십시오!”
쿵!
머리까지 바닥에 박으며 외쳤다.
‘왜 저래?’
케일은 의아했다.
“이 남궁유학! 의와 협을 위해, 이 한 몸 바치겠습니다!”
“이놈이!”
남궁마혁이 기가 찬다는 얼굴로 둘째 아들을 나무랐다.
“어디서 그런 말을 함부로 뱉는 것이냐! 네 실력으로는 방해만 될 뿐이다!”
“그래, 아버지 말씀이 맞다! 그리고 내가 가기로 했으니, 너는 가문에 남아있거라.”
남궁유선의 말에 케일은 검선을 바라봤다.
“소가주께서도 함께 가는 겁니까?”
소가주는 가문에서 가장 귀중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런 이가 혈교와의 싸움 중 크게 다치거나 죽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당연히 가야지. 우리 가문의 복수를, 그리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일세. 이를 가문의 미래가 함께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네.”
검선의 담담한 어투에서 케일은 남궁세가가 정말 진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할아버지!”
남궁유학이 검선에게 간절히 말했다.
“저도 가고 싶습니다!”
케일은 검선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김 공자.
그는 전음으로 말했다.
-저 아이가 방해되지 않도록, 내가 잘 데리고 다니겠네. 함께해도 되겠나?
검선이 알아서 관리한다고 하면, 케일로서는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전음을 못하는 케일이 입을 열었다.
“남궁세가에서만 괜찮다면, 저는 함께 가도 상관없습니다.”
“오!”
남궁유학의 표정이 밝아졌다.
“하아.”
가주가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두 아들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일단 너희 둘은 나가라.”
“…네.”
“네!”
유선은 답답하다는 듯, 유학은 신이 난 듯 대답하고는 방을 나섰다.
문이 다시 닫혔고, 가주가 골치 아픈 표정을 짓다가 케일과 눈이 마주치자 아차 하는 표정으로 곧바로 입을 열었다.
“아들이 다칠까 봐 이를 걱정해서 이러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둘째가 망아지 같은 면이 있다 보니 괜히 경거망동하다가-”
“그건 걱정 마시오, 가주.”
태상가주 검선이 묘한 미소를 짙게 그렸다.
“이번 참에, 그 망나니 같은 성질머리를 싹 고쳐 놓으면 좋지 않겠나?”
“…호오.”
가주가 관심을 보였다.
“아무리 저가 망나니 같더라도, 맨바닥에서 구르고 또 구르고, 몇 번 쥐어터지면 정신을 차리지 않고 배기겠어?”
케일은 망나니라는 단어에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하긴, 망나니 같은 놈이 곱게 자라서 그런 것이니. 좀 얻어터질 필요가 있지요.”
가주의 맞장구에 케일은 다시 한번 침을 삼켰다.
‘…나 망나닌데.’
남궁세가 망나니 남궁유학이 구르고 또 구르며 쥐어터질 미래를 생각하니. 괜스레 간담이 서늘해졌다.
검선과 눈이 마주치자, 그가 살짝 놀라더니 얕은 웃음을 흘렸다.
“우리 김 공자는 둘째가 걱정되나 보군. 걱정 마시오. 외공도 어느 정도 배워서, 혈맥만 맞지 않는다면, 계속 얻어터져도 하루면 멀쩡해질 것이네.”
검선의 살벌한 말을 최대한 흘려들으려는 케일에게 ‘우리 김 공자’는 미처 인지되지 못 했다.
“…….”
다만 우리 김 공자를 언급하는 순간, 위 상선이 묘한 눈빛으로 검선을 바라봤으나, 검선은 위 상선의 눈빛을 능청스럽게 외면했다.
“크흠.”
케일은 일단 이야기의 주제를 바꿔야겠다 싶었다.
“그러면 일단 호 장로님과 함께 무림맹으로 먼저 향하겠습니다. 대강의 일정이 나오면 연락을 드릴 테니, 그때 와주시면 됩니다.”
“알겠네. 준비를 모두 끝내놓을 테니, 연락하면 바로 가지.”
대답을 하던 검선은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무림맹에 있는 생강시는 어찌할 참인가?”
“제갈세가의 사람이라는 것은 아는지라, 그중에서 찾아 정화를 해봐야지요.”
“허-”
검선은 탄성을 흘리더니, 진중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김 공자의 뜻대로 하면 그것이 답이겠지.”
죽이는 것이 수월할 텐데.
그 말을 차마 검선은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다.
케일은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그러면 조용히 떠날 것이니, 저번과 같은 인사는 괜찮습니다.”
“은인께서 떠나시는데 어찌하여-”
가주의 말에 케일은 단호하게 답했다.
“최대한 조용히 가고 싶습니다.”
저번과 같은 환영 세례는 끔찍하다.
“…알겠습니다. 그래도 떠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려질 것 같습니다.”
“그것이야 어쩔 수 없지요.”
케일은 별생각 없이 그리 답하고는, 곧바로 무림맹으로 떠날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무림맹으로 향하는 이른 새벽.
“공자님-”
안휘성 성주가 이른 새벽부터 달려와 케일의 두 손을 붙잡았다.
“이리 보내게 되어 제 마음이 찢어질 것 같습니다.”
이 사람이 왜 이러나.
케일은 성주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으나, 성주는 간곡하게 말했다.
“다음에 꼭 한번 안휘성을 방문해주십시오. 그러면 제가 두 발로 뛰어나가겠습니다.”
굳이 그럴 필요까지야.
케일은 말을 섞기도 귀찮아, 그저 잡혀 있던 손을 빼내며 미소만 지어 보였다.
그때, 2장로가 앞으로 나섰다.
‘음!’
2장로는 검선과 달리 기골이 장대했다.
장군이라는 단어와 어울리는 이였다.
“반드시, 반드시 찾아뵙겠소.”
“…네.”
살벌한 목소리에 케일은 자그마하게 답하고는 얼른 마차에 올라탔다.
생강시에서 정화가 된 남궁태위의 할아버지인 2장로.
그는 지금 남궁세가에서 가장 살벌하다 못해, 뭐든 부술 기세를 항시 피우고 있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케일의 짧은 인사 후, 그가 탄 마차가 출발했다.
이번에는 평범한 마차였다.
“공자님, 꼭 다음에는 제가 모시겠습니다아-!”
성주의 말은 흘려들으며.
케일이 탄 마차에 이어 또 다른 마차까지. 총 2대의 마차가 빠른 속도로, 조용히 남궁세가에서 멀어졌다.
그리고 마차들은 인근의 인적이 드문 숲에서 멈췄다.
“…김 공자님, 여기서 왜 멈추는 것입니까?”
호 장로는 의아해하며 케일에게 물었다.
그와 무림맹 소속 무인, 후기지수들은 아무래도 구파일방이다 보니, 남궁세가와는 친밀하지 못했다.
그 탓에 남궁세가에서 조용히 지냈다.
다만 안휘성 성주가 케일에게 하는 것을 보고, 이전보다 더 그를 어려워했다.
케일은 그들의 물음에 무심히 답했다.
“무림맹으로 가려고요.”
“그거야, 맞는 말씀이신데-”
여기는 무림맹으로 가는 방향도 아니거니와, 그냥 숲인데요?
개방의 호 장로는 뭐라 말을 하고 싶었지만. 왠지 김 공자에게 섣불리 말을 걸 수가 없었다.
그 순간이었다.
케일이 거울 화면을 눈에 담았다.
그는 입을 열었다.
“라온.”
“왜 그러나, 인간?”
투명화하고 있던 라온이 모습을 드러내자, 무림맹 소속 단원과 후기지수들이 멈칫했다.
“아, 몰랐죠?”
케일은 여상스럽게 라온을 그들에게 소개했다.
“호 장로님은 알고 계실 건데. 얘 용이에요.”
그들의 입이 벌어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케일은 라온에게 좌표를 보여주었다.
“김 공자.”
권왕 목현이 은근한 어조로 물었다.
“텔-, 뭐시기를 할 건가?”
“네. 이 정도 인원수까지는 될 것 같아서요. 되지?”
라온이 통통한 배를 내밀고 어깨를 쫙 폈다.
“된다! 마정석 왕창 가져와서, 마법진 그리고 내 마법 쓰면 이 정도 사람들은 한 번에 다 옮길 수 있다. 인간아, 무한. 여기로 가면 되나?”
“어.”
무림맹.
호북 무한.
그곳에 무림맹이 존재했다.
그리고 무한 근처에는 동정호가 있었다.
우우우—
곧 검은 기운이 피어오르며, 텔레포트 진이 만들어졌다.
“…….”
넋이 나가 있는 후기지수들과 무림맹 소속 단원. 그리고 호 장로를 보며 케일은 무심하게 말했다.
“자, 자. 얼른 갑시다. 시간 없어요.”
소림의 후기지수 정혜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시, 신수에, 신묘한 술법을-”
케일은 헛소리를 깔끔하게 무시했다.
그리고 곧 익숙한 일행들, 한번 겪었다고 군말 없이 움직이는 황궁 사람들까지 데리고 무한으로 향했다.
* * *
무한의 중심부에 위치한 거대한 성.
그곳은 무림맹이었다.
“호 장로님?”
“어, 어서 문을 열어주게.”
호 장로가 잔뜩 긴장한 채 문지기에게 말했고, 문지기가 의아해하며 호 장로의 어깨 너머를 바라봤다.
“이분들은 누구십니까?”
케일은 툭 내뱉었다.
“김 공자라고 하면 알 겁니다.”
그때였다.
케일 옆에 있던 최한이 나직이 케일에게 보고했다.
“해일 님, 옵니다.”
케일의 시선이 최한을 따라 움직였다.
번듯이 성문이 있음에도, 성문을 무시하고 성벽을 넘어서 다가오는 도포 자락을 휘날리는 사람.
“군사……!”
호 장로의 부름대로, 그 사람은 무림맹의 총군사. 참모진을 이끄는, 맹주의 오른팔 제갈미려였다.
케일은 흡족하게 미소 지었다.
“바로 마중 나오는 걸 보니, 정보 체계가 빠른가 보네.”
일 잘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