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880
2부 122
케일은 뒷골이 땡겨 저도 모르게 뒷목을 매만졌다.
그때, 라온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들려왔다.
-인간아··· 좀 이상한 거 같다.
아이의 심각한 음성에 케일은 뭐라 대답할 말이 없었다.
웃기게도 케일이 말하지 않아도 모든 것들이 알아서 정해지고 있었다.
“후후. 둘째 형님이 곤륜까지 가는 길에 사고를 7번 친다에 제 손목을 걸지요.”
“나는 10번. 내가 이기면 곤륜파에서 담그는 과일주 좀 훔쳐 와.”
“거기 도가 아닙니까? 도가에서 술도 담급니까?”
“어. 담가. 거기 장로 중 한 명이 과일주에 있어 선구자라고 들었어. 그거 훔쳐 와. 안 그러면 내기 안 해.”
과일주를 언급하며 사마단은 혀로 제 입술을 축였다. 발그레한 볼이 더 상기되기 시작했다.
-인간아! 쟤 눈빛 이상하다!
“음. 훔치다가 걸리면 제 손목이 아니라 목이 날아가겠군요. 후후, 좋습니다. 어차피 제가 이길 테니까요.”
후후. 낮은 웃음소리를 흘리는 사마공은 연신 안경테를 매만졌다.
-인간아! 쟤도 눈빛이 이상하다!
케일은 차마 라온의 말을 한 귀로 흘려듣지 못했다.
그 순간이었다.
“어허.”
둘째. 사파의 유명한 망나니가 으름장을 놓으며 동생들을 바라봤다.
“지금 뭣 하는 짓이냐!”
드물게 멀쩡한 모습에, 케일은 더욱더 불안해져 왔다. 그간의 경험으로 보아, 저런 놈들이 저렇게 굴 때 더 사고를 쳤다.
사마정은 동생들에게 엄하게 말했다.
“일단 우리 대장님에게 허락을 받아야지!”
내가 언제 저 사마 삼 남매의 대장이 되었지?
케일은 묻고 싶었지만, 물어볼 데가 없었다.
위 상선, 제갈은소, 심지어 이수혁까지 기가 찬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그 순간만큼은 케일은 자신이 평범한 인간임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일단, 지금 중요한 건 따로 있지.’
케일은 저 정신 나간 삼 남매와 뭐라 말을 나누기 전에 반드시 확인할 것이 있었다.
그의 시선을 알아챈 듯 비크로스가 스윽 한 걸음 옆으로 비켜섰다.
그곳엔 노신관 더스트가 서 있었다.
“쓰읍.”
그는 코를 막고 있었다.
생강시 탐지 신관. 그의 역할이 막중했다.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겠지.’
케일은 입을 열었다.
“보좌관님.”
“네, 공자님.”
사마 삼 남매를 보며 멍하니 있던 제갈은소가 정신을 차리고 케일과 시선을 마주했다.
“일단 관련 내용을 제갈미려 총군사께 보고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것이-”
본인이 떠나도 되나 싶어 걱정하는 제갈은소에게 케일은 담담하게 말했다.
“다른 두 분은 여기 계시고, 보좌관님이 가시는 편이 저는 좋을 것 같군요. 제갈 소저께서 총군사님의 귀 아닙니까.”
그 말에 제갈은소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잠시 자리를 비우도록 하겠습니다.”
그녀는 사마단을 보며 말했고, 사마단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대놓고 보고를 하러 간다고 함에도 별다른 불편함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런 걸 보면, 꽤 수완이 있는 자인데.’
쓸데없는 신경전을 하지 않는 사마단의 모습에 케일은 그녀에 대한 평가를 수정해나갔다.
“그런데 제갈 소저.”
하지만 떠나려는 제갈은소의 발을 잡았다.
“네?”
“연회는 없다고 들었습니다.”
제갈은소의 표정이 굳어졌다.
마교로 떠나는 무림맹. 그 인원이 많아짐에 따라 숨길 수 없게 되었고 그에 따라 그 움직임을 사파에서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무림맹은 황족을 근거로 사도련 련주의 자식을 무림맹에 들여보냈다. 그런 상황에서 연회를 언급하니, 제갈은소로서는 좋게 들리지 않았다.
“···연회를 원하시는 건가요?”
“아뇨.”
제갈은소는 단호한 대답에 멈칫했다.
사마단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얼굴로 말했다.
“그래도 술은 주죠?”
제갈은소는 잠시 말문이 막힌 듯 가만히 있다가 평온한 얼굴로 답했다.
“네. 얼마든지요.”
“무림맹의 호의에 감사를 표합니다.”
사마단은 정말로 공손하게 인사했다.
케일은 사마단과 사마공 뒤에 서 있는 이들을 바라봤다. 익숙한 듯 태연해 보였다.
‘사파라.’
협과 의를 내세우는 정파와 달리 조금 더 원초적인 패도를 추구하는 쪽이 사파였다.
사실 이건 두 곳을 모두 좋게 설명한 것이었고. 정파는 안 좋게 표현하자면 위선을 내세우면서 뒤로는 음흉한 짓을 하는 놈들이라 욕을 들어왔으며. 사파는 패도를 넘어서 동네 양아치와 건달 같은 놈들이 패를 이뤄 나쁜 짓을 하고 다닌다고 욕을 들어 처먹었다.
‘보통 무협 소설을 보면 사파를 안 좋게 표현하지.’
잠시 케일이 사파에 대해 생각을 하는 동안, 제갈은소는 자리를 떴다. 이를 본 케일이 저를 뚫어질 듯 바라보는 사마단에게 말했다.
“곤륜행에 대해서는 총군사께서 답을 드릴 겁니다.”
제갈은소가 아마 알아서 잘 보고할 것이다.
그 순간 케일은 사마단의 입가에 온화한 미소가 그려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녀의 입에서 태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차피 결정은 공자님께서도 내리실 수 있지 않나요?”
케일은 여전히 술에 취한 것 같은 얼굴의 사마단을 가만히 응시했다. 사마단은 술병을 매만지며 말을 이었다.
“총군사의 성정상, 열쇠를 본인이 쥐고 있을 때는 결코 타인의 침범을 허하지 않지요. 특히 중요한 일을 앞두고는요. 우리가 무림맹으로 들어오는 것조차 불가했겠지요.”
온화한 음성에는 막힘이 없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무림맹에 들어왔고, 곤륜행 후발대에 김 공자님이 계시며 제갈은소가 이를 보좌하는 것처럼 행동한다는 것이. 이번 곤륜행의 열쇠 중의 하나가 김 공자님께도 있다는 소리 아니겠습니까?”
그녀의 말에 동의하듯 사마공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다 뭔 소리야?”
사마정만 못 알아듣고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이래서였군.’
케일은 왜 사파에서 사마정은 망나니라고 하지만, 사마단과 사마공은 망나니로 쳐주지 않는지 알 것 같았다.
‘영리해.’
술주정뱅이에 도박쟁이였지만. 두 사람은 머리가 돌아갔다.
케일은 무심한 표정으로 물었다.
“련주께 보고 안 해도 됩니까?”
그에 이번엔 사마공이 답했다.
“곤륜행까지 함께 보고드리면 련주님께서는 더 좋아하실 겁니다.”
호오.
이 녀석도 머리가 잘 돌아간다.
즉, 사마공의 말은 ‘사마정의 억지를 내세워 겸사겸사 곤륜행에 우리도 끼어서 마교와 정파가 합심하는 것을 정탐하고자 한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이를 련주에게 보고하겠다고 당당히 말하고 있었다.
케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숨김이 없군.’
속내를 당당히 드러내는 것은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나에게 무슨 이득이 있을지 궁금하군요.”
그 말에 사마단과 사마정이 멈칫할 때 케일은 더스트를 바라봤다.
노신관 더스트는 어느새 코를 막고 있던 것을 빼냈고,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있었다.
“쓰읍-.”
그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공자님, 오늘은 공기가 아주 상쾌합니다.”
케일의 눈동자에 이채가 감돌았다.
‘여기 사파 무리 중에 생강시는 없다.’
그렇다면, 목적을 말해도 되리라.
“련주님을 뵙고 싶은데 되겠습니까?”
사도련은 현 련주 사마평과 녹림의 우두머리로 파벌이 나뉘어 있다.
녹림 쪽은 살마를 통해 선이 닿을 터이니, 련주는 사마 남매들을 통해 연결되면 좋을 것이다.
케일이 사마단을 응시했고, 그 시선에 사마단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때였다.
“우리 아버지? 당연히 되지! 크하하하! 내 친우의 친우이니, 우리 아버지도 아주 좋아하실걸! 크하하하하!”
사마정이 좋다고 웃어댔다.
케일의 얼굴이 구겨지려는 찰나, 사마공이 입을 열었다.
“공자님.”
사마공은 사마정을 깔끔하게 무시하며 태연히 말했다.
“안 그래도 련주님께서도 김 공자님을 궁금해하십니다.”
미묘한 미소가 입가에 맺혔다.
“청을 먼저 드릴까 했는데, 오히려 먼저 언급해주시니 감사하군요. 정파와만 만나셨다면, 많이 섭섭했을 것 같습니다. 우리도 이 중원의 백성 아닙니까?”
호오. 이 녀석도 사마단처럼 말을 재밌게 한다.
‘황실 사람으로 보이는 내가 정파, 마교와 모두 닿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사파만 쏙 빼놓으면 불안하다 이 말이지?’
케일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면 사마정을 무림맹에서 납치한 것이 아니라 나와 함께 움직인 걸 알면서도, 사마정의 납치를 들먹이며 무림맹에 온 것일 수도 있겠군.’
사파.
생각보다 머리 좋은 놈들이 많다.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공자님. 사마가는 정파의 제갈세가와 같습니다.
때마침 전해진 위 상선의 전음 내용대로, 사마가는 사파에서 지략이 뛰어나기로 유명했다.
‘물론 제갈세가보다는 조금 더 무공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하지만. 진법에도 조예가 깊다고 들었지.’
제갈세가에 사마가라.
케일은 이 두 가문을 끌어들여 혈교를 상대할 때 어떤 이득을 취할 수 있을지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여러분이 중원의 백성인 것과, 저를 보는 것은 딱히 큰 상관은 없을 겁니다.”
사실이었다.
‘내가 진짜 황족도 아니고, 황제는 권위적인 인간이라 내 부탁을 그다지 들어줄 것 같지도 않고.’
자신을 본다고 해서 사파에서 얻을 이득은 없다.
“련주께서 저를 만나고 많이 실망하시지는 않을까 걱정이군요.”
콩고물을 기대하고 자신을 만났다가, 실망하여 혈교 일에 비협조적이면 상당히 곤란했다.
“와.”
케일은 사마공의 탄성에 그를 쳐다봤다.
“왜 그러시죠?”
“아닙니다.”
사마공은 아니라고 답했지만, 속으로 연신 감탄을 흘리고 있었다.
‘본인을 봐봤자 큰 이득이 없을 것이라고?’
실망할 것이라고?
그런 사람이 둘째 형님을 데리고 있었단 말인가?
아무리 사파의 망나니라고 해도 사마정은 상당한 무공 실력을 가진, 미래의 사파 고수가 될 자였다.
또한 그의 위치는 련주의 아들.
그걸 알면서도 김 공자는 사마정을 곁에 두었다. 그것도 형님이 저렇게 신이 나 좋아할 정도로 좋은 대접을 해주면서.
‘그건 사파와도 만날 생각을 하고 있었단 소리지.’
이를 눈치채고 련주인 아버지 사마평은 자신과 누님을 보냈다.
‘저 김 공자의 위치에 어울리게끔, 최소한의 수준을 맞춰야 하니까.’
이는 금의위 때문이었다.
사실 사파에서도 김 공자의 존재를 제대로 알아챈 것은 남궁세가의 은인 소문과 더불어 무림맹으로 들어선 금의위의 존재였다.
‘그 고집불통 황제가 자신의 친위대를 백여 명이 넘게 내어주었다.’
저 김 공자를 지키기 위해.
아마 이 사실 때문에 지금 북경은 난리가 났을 것이다.
온갖 관리들이 김 공자라는 자를 알아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을 터.
‘왜냐면 새로운 중원의 권력자가 나타났으니까.’
황제는 자신의 어린 자식들에게도 금의위는 넘겨주지 않았다.
‘그 말이 뜻하는 바는 하나다.’
김 공자가 그만큼 황제에게 자신만큼 소중하거나.
‘혹은 김 공자가 하려는 일이 황제에게 자신 혹은 중원만큼 중요하거나.’
둘 중에 어느 하나든 사파에게 있어선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이로써 답이 나왔군.’
조금 전 대화로 김 공자는 자신에게 답을 주었다.
‘만약 김 공자가 황제만큼 소중한 인물이었다면, 그를 만나는 것이 아버지께 이득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만나는 것이 이득이 아니라고 했다.
‘그 말은 그가 지금 하는 일이 황제가 제 여벌의 목숨을 내어줄 만큼 중요하다는 소리지.’
그리고 그 일에 무림이 연관되어 있으며.
‘정파, 마교. 나아가 사파가 함께해야 할 일이다.’
사마공의 눈빛에 이채가 감돌았다.
련주 사마평.
그는 심복들에게 막내아들에 대해 이리 평했다.
‘그 아이는 미래에 제갈가보다 사마가를 앞에 둘 재목을 지녔다.’
머리 하나로는 어디에서도 꿇리지 않는다고 사마공은 스스로 내세울 수 있었다.
“답이 나왔군요.”
그의 말에 누님 사마단이 슬그머니 술병을 쥐고 있던 두 손 중 한 손을 떼어 그의 어깨 위에 올려두었다.
-답이 보이니?
전음으로 전해진 누님의 물음에 사마공은 전음으로 답했다.
-황실, 정사마. 이 모든 곳이 함께 움직일 만한 사건은 지금 하나뿐이지요.
-무엇이니?
사마공은 술기운이 점점 가시는 누님 사마단의 눈동자를 응시하며 전음을 보냈다.
-소문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사마가 남매 중 누님은 가장 차분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손에 술병이 아닌 검이 들린 순간, 아버지는 이리 말씀하시곤 했다.
‘단이가 제대로 큰다면, 검마의 칭호는 최정수가 아닌 단이가 가지겠구나.’
아버지는 묘하게 바뀌는 중원의 기류를 깨닫고 그가 현재 쓸 수 있는 패 중 두 가지를 보냈다.
머리. 그리고 검.
머리를 맡은 그는 누이에게 자신이 깨달은 바를 전했다.
-혈교가 다시 나타난 것이 사실 같습니다. 그리고 혈교에서 황실이 움직여야 할 만큼 큰일을 벌이려고 하는 듯 보입니다.
-그렇구나. 그런 자리라면 사도련이, 우리 사마가가 빠질 수 없지.
담담하게 답한 누이 사마단은 김 공자에게 말했다.
“저희도 곤륜으로 가겠습니다. 그리고 련주님과의 만남을 준비시켜 놓겠습니다.”
그 순간 그녀는 멈칫했다.
케일이 묘한 눈동자로 남매를 바라보더니 입꼬리를 올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영리하신 분들이군요.”
그 말에 사마공이 멈칫했다.
‘···우리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었던 건가?’
그 순간 사마공은 확신했다.
역시 제갈미려는 김 공자의 뜻을 따르고 있는 상황인 거야!
열쇠는 김 공자가 가졌다!
‘황실에서 준비한 지낭(智囊)은 김 공자임이 틀림없다!’
황제는 그 지낭을 보호하기 위해 금의위를 준비한 것일 터.
‘쉽게 봐서는 안 되겠구나.’
사마공은 웬만한 도박을 할 때보다 더 긴장감이 솟구치는 상황에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를 보며 케일은 생각했다.
‘이야. 혈교를 바로 생각하다니, 진짜 똑똑하네.’
그는 두 남매의 대화를 모두 들어버렸다.
-인간아! 나 이제 조금만 집중하면 모든 전음 다 들을 수 있다!
라온이 모두 알려주었다.
역시 용은 위대하다.
***
곤륜으로 떠나는 후발대가 무림맹이 있는 무한시를 떠나 곤륜산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