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883
2부 125화
구파일방 중 하나로 정파의 최전선이자 방벽이라 여겨지는 곤륜파.
마교가 중원을 침공하기 위해서는 곤륜파라는 방벽을 무너뜨려야만 한다.
“신비롭군요.”
케일은 옆에서 들려오는 최한의 목소리에, 그가 신비롭다고 말하는 풍경을 눈에 담았다.
험준한 봉우리들로 이루어진 곤륜산.
높은 봉우리들은 구름에 휩싸여 그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곤륜파 하면 운룡대팔식(雲龍大八式)이지.’
곤륜파의 자랑이자 정체성으로, 특이 하게도 보법이 주를 이루는 무공이었다.
그 모습이 마치 구름 속을 노니는 용과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
구름으로 뒤덮인 수많은 봉우리를 지닌 곤륜산에서 펼치는 신묘한 보법은 인간을 용처럼 보이게 할 수도 있으리라.
-인간아, 여기 산이 험해 보인다! 인간아, 갈 수 있겠나?
물론 실제 용은 아까 전부터 투명화한 채 케일 근처에서 그의 체력을 걱정해 안절부절못하는 중이었다.
-걱정 마라, 인간아! 내가 옮겨주겠다!
참고로 애초에 케일은 걱정하지 않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아, 총군사님.”
케일은 다가오는 제갈미려를 보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곤륜산의 초입. 곤륜파로 향하는 길목에 후발대를 마중 나온 이들이 있었다.
그중 선두에 서 있던 제갈미려는 묘한 미소를 지은 채 케일에게 다가왔다.
“공자님, 긴 여정, 고생하셨습니다.”
“별말씀을. 편히 왔습니다.”
케일은 솔직하게 답했다.
그에 총군사의 미소가 더 짙어졌다.
‘분위기가 달라졌구나.’
벽선을 비롯한 정파 일행과 사파의 일행.
모두가 목적지에 도달했음에도 들뜨는 기색 없이 긴장한 채로 김 공자 일행 쪽을 힐끗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입을 열었다.
“보내주신 전령 덕에 인원 변동에 대한 것은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전령에게서 김 공자가 어떻게 이 분위기를 만들었는지도 들을 수 있었다.
‘무서운 분이야.’
무시무시한 힘을 지녔음에도 이를 굳이 드러내지 않고, 드러낼 때도 모든 것을 내보이지 않고 스스로의 경지를 알린다.
절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게끔. 상황을 만들어버린다.
‘이런 분위기를 만들었으면서도 편히 왔다라-’
김 공자는, 아주 무서운 사람이다.
총군사는 속내를 굳이 드러내지 않고서 자신과 함께 온 이들을 소개했다.
“곤륜의 장문인이신 인호 도사이십니다.”
이야.
케일은 속으로 감탄을 삼켰다.
‘진짜 신선 같다.’
‘신선’ 하면 떠올릴 수 있는 백발에 기다란 하얀 수염, 하얀 옷까지. 거기다가 어딘가 온화한 인상까지.
모두 겸비한 이가 장문인 인호였다.
“반갑습니다, 김 공자님.”
거기다가 포권까지 취하며 인사를 건네는 태도가 아주 예의 발랐다.
그 속에 거짓이나 위선은 보이지 않았다.
오랜 세월 웃어온 것인지, 곱게 접힌 눈가의 주름에 시선이 닿기도 전에 따스한 눈동자가 케일에게로 향했다.
“총군사님께, 그리고 선이에게 많이 들었습니다. 이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호의 모습을 보던 운선 도사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조금은 무심해 보였던 얼굴에 피어난 작은 미소는 장문인을 향한 존경이 담겼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공자님.”
운선도 따라 차분하게 인사를 건넸다.
이를 시작으로 곤륜파의 몇몇 주요 인사들이 인사를 전했다.
물론 케일뿐만이 아니라, 최한이 나론 등에게도 똑같이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인간아! 여기 인간들 착해 보인다!
라온의 말대로, 케일도 비슷한 기분을 느꼈다.
“그럼 모시겠습니다.”
벽선을 중심으로 한 정파 일행이 안내를 받아 곤륜파로 향했다. 그리고 케일은 사마단과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머무는 객잔이 정해지면 전서를 보낼게요.”
“그러시죠.”
사마가의 삼 남매 일행과 하문 일행은 곤륜산에 발을 들일 수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럼 모시겠습니다.”
케일의 옆에서 온화하게 웃고 있는 장문인 인호가 이를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마냥 인자한 사람은 아니네.’
아까부터 인호는 사파 쪽 사람들은 없는 사람 취급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사실에 대해 사파 쪽 인사들은 딱히 불만을 표하지는 않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지.’
곤륜파는 그 역사의 시작과 함께 마교와 늘 대립해왔다.
그렇기 때문인지, 정파의 수많은 문파 중 가장 많은 전투를 치르고 문파가 무너질 만큼 엉망이 된 적도 많았다.
그럼에도 그들은 살아남았다.
‘곤륜파 자력으로, 혹은 정파의 도움으로.’
전자는 곤륜파의 저력인 끈질김 덕분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후자는 마냥 좋은 이유는 아니었다.
‘곤륜파가 무너지면 마교에 대항하는 강력한 문파가 사라진다.’
그렇게 되면 혹시 짐을 떠안을까 걱정이 된 많은 문파에서 곤륜파의 재건에 손을 보탰다.
물론 곤륜파의 의기에 감동해 도운 곳들도 있었지만.
어쨌든 그런 까닭인지, 곤륜파는 많은 전투를 겪었고 그 과정에 필연적으로 사파와도 다툼이 잦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장문인은 자신들의 영역에 사파가 발을 들이는 것을 거부했다.
그럼에도 지금 사마가를 필두로 한 사파의 무인들이 별말을 안 하는 것은 이유가 있었다.
‘날을 세우지는 않았지.’
벽선처럼, 얼굴을 찡그리거나 화를 내지 않았다.
그저 스쳐 지나갈 뿐.
이는 싸우고 싶지도, 엮이고 싶지도 않음을 뜻했다.
최소한 곤륜파에서 보호하는 산 아래 마을에서 머물 수 있게, 객잔을 내어준 것만 해도 그들로서는 할 만큼 예의를 보낸 것이다.
이를 안 사파에서도 싸우려고 온 것이 아니기에 군말 없이 이를 따르는 것이고.
‘나름대로 이들의 규칙이 있는 것이겠지.’
케일은 대강 생각을 정리하고 그들 역시도 곤륜파로 향하는 산의 초입에 발을 디뎠다.
-공자님.
그때, 위 상선의 전음이 들려왔다.
-구해 왔습니다.
그 말에 케일은 걸음을 멈췄다.
고개를 돌리니, 위 상선이 금의위 두명을 데리고 다가오고 있었다.
케일과 따로 떨어져 다른 일을 하러 갔던 금의위.
그중 2명이 굳은 얼굴로 다가와 케일의 앞에서 허리를 숙였다.
“음.”
벽선이 그 모습을 보고 침음을 삼켰다.
황제가 아니면 쉬이 고개를 숙이지 않는 자가 금의위였다.
그런 금의위가 저런 지극히 예의를 차린 모습을 보이다니.
놀라움을 넘어선 감정이 들었다.
“가져왔습니다.”
금의위 2명 중 선임으로 보이는 이가 품에서 상자를 꺼내 내밀었다.
꽁꽁 천으로 감싸인 작은 상자.
“여기 하나 더 있습니다. 모두 같은 성질을 가졌습니다.”
그 옆의 금의위도 선임의 말에 상자를 꺼내 케일에게 전했다.
케일은 붉은 보자기로 싸인 상자 두개를 건네받았다.
붉은 보자기에 새겨진 황룡.
이를 본 순간, 무인들의 동공이 흔들렸다.
‘황제가 준 물건이다!’
그 물건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 드는 김 공자의 모습에, 어떠한 예도 표하지 않는 모습에 분위기가 일렁였으나 케일은 이를 모른 채 생각했다.
‘잘됐다.’
그의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영약 먹고 봉인을 푸는 거지!’
그는 위 상선을 통해 황제에게 영약을 요구했고, 그 답신으로 지금 두 상자가 도착했다.
‘불, 땅, 바람. 셋 중에 어느 것인지 모르겠네.’
두 상자에 담긴 것이 같은 성질을 지닌 영약이라고 하니 저 셋 중에 하나일 것인데. 황제의 성정상 상당히 좋은 영약을 보냈을 터.
‘잘하면 마교로 가기 전에 더 힘을 얻겠어.’
그때, 금의위가 입을 열었다.
“그분께서 연이어 더 보내신다고 하셨습니다.”
오. 역시 황제가 최고네.
케일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최대한 빨리 좀 보내주면 좋겠습니다.”
“네. 말씀 전하겠습니다.”
지켜보던 벽선은 침을 삼켰다.
‘그분은 분명 황제를 가리키는 것일터. 그런데 황제한테 빨리 보내달라고 요구를 한다고?’
김 공자, 저자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이지?
도저히 가늠이 되지 않는다.
금의위 두 명은 바로 자리를 떴고, 케일은 장문인 인호에게 미안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저 때문에 걸음이 늦춰졌군요.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장문인 인호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하면서도 살짝 주먹을 꽉 쥐었다.
‘길이 보이는구나!’
그는 선발대로 온 운선 도사가 은밀히 그를 찾아와 전한 말을 떠올렸다.
‘김 공자님. 그분이 저희를 돕겠다고 하셨습니다.’
‘…김 공자라-’
그에 대한 소문은 선발대 사람을 통해 들었던 장문인이었다.
‘황족이라고 하나, 그 한 사람이 큰 영향을 미치겠느냐.’
씁쓸한 미소가 인호의 입가에 서렸다.
그로서는 마교와의 협상을 이성적으로는 받아들이면서도, 수많은 세월 동안 문파를 짓밟았던 마교와 대화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리고 총군사는 지금 잘못 생각하고 있다.
마교는 협상을 할 생각이 없다.
분명 그들의 태세로 보았을 때, 중원을 침공할 작정이었다.
그렇기에 전쟁 준비를 멈추지 않는 곤륜파였다.
물론 많은 것들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씁쓸해하는 인호에게 운선이 강하게 뜻을 보였다.
‘그분이 오시면 분명 달라집니다.’
‘어찌 그리 생각하느냐.’
그의 물음에 운선이 가까이 다가왔다. 그것도 부족한지 전음으로 뜻을 전했다.
‘그분은 자연경에 이르셨습니다.’
‘뭣이?’
인호는 저도 모르게 육성으로 되물었다.
자연경.
그것이 가능한 경지인가.
‘분명합니다.’
운선은 허튼 말을 하는 이가 아니었다.
이를 알고 있는 인호는 온몸에 힘이 들어갔다. 그런 그에게 운선이 비장한 어조로 말했다.
‘천마의 경지가 현경의 끝자락이라는 소문을 저도 들었습니다.’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신강 쪽에서 그런 말이 흘러 나오는 것은 사실이지요. 그래서 장문인께서도 잠 못 드시는 것 아닙니까.’
현 곤륜파 최고의 경지는 화경의 끝자락에 선 태상장로뿐이었다.
그분은 현재 마교와의 전쟁을 앞두고 면벽 수련에 들어간 상태였다.
화경, 그다음 현경.
그리고 이마저 넘어선 인간 외의 경지 자연경.
‘…선아. 확신하느냐?’
인호는 기대감을 담아 말했고, 운선은 답했다.
‘확신은 못 합니다. 하나 개방의 호장로님, 그리고 총군사께서도 그리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장문인 인호는 상념에서 벗어나며 운선이 마지막으로 남겼던 말을 떠올렸다.
‘김 공자님께서는 제가 먼저 청하지 않았음에도 곤륜에 오시겠다는 뜻을 내비치셨습니다. 현재 상황을 충분히 잘 아시면서도요. 그것만으로도 선의이지 않겠습니까.’
그래, 그것만으로도 곤륜은 그와 그의 일행들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인호는 김 공자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참 아름다운 곳이군요.”
그 말에 장문인은 미소를 지었다.
그들은 지금 산책을 하듯 천천히 을라가고 있었다.
굳이 서둘러 올라갈 이유가 없었고, 김 공자와 조금 더 대화를 하고픈 마음 때문이었다.
“그렇지요? 곤륜산의 절경은 유명합니다.”
그때, 운선이 인호의 뒤를 이어 입을 열었다.
“다만 이 아름다운 곳이 영영 사라질까 두려워 잠이 오지 않습니다.”
“운선.”
갑자기 꺼낸 말에 인호가 운선에게 주의를 주었다.
운선은 입을 꾹 다물었다. 괜히 김공자에게 부담을 주는 말을 한 것 같아, 아차 싶었다.
그 순간, 인호의 뒤에 서 있던 중년인이 입을 열었다.
“그러면 맞서 싸워야지.”
“…장형.”
“그렇지 않겠습니까, 스승님.”
케일의 시선이 장문인 인호의 옆에선 장형에게로 향했다.
그는 인호의 뒤를 이어 차기 곤륜파의 장문인이 될 자였다.
단단하고 곧은 눈빛은 맑았다.
그리고 확신이 담겨 있었다.
케일과 그의 눈이 마주쳤다.
“아름다운 만큼, 험준한 곳이 곤륜산이지요. 마교는 결코 이 산을 넘지 못할 것입니다.”
장형이 차분히 꺼낸 말에는 힘이 담겨 있었다.
총군사 제갈미려가 부드럽게 이어 말했다.
“당연하지요. 대화로 모든 것이 풀릴테니까요.”
“흥.”
그 말에 장형은 콧방귀를 끼며 고개를 홱 돌렸다.
그 모습에 운선은 난감한 모습을 보였지만, 장문인도 그렇고 운선도 그렇고 함부로 입을 열지는 못했다.
-김 공자님.
제갈미려가 차분하게 말했다.
-장형 도사는 어린 시절 마교도에 의해 부모님을 잃었지요. 그러니 그의 강경한 태도는 그러려니 하시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때였다.
아름다운 곤륜산을 배경으로 느긋하게 완만한 경사를 올라가는 이때.
-인간아, 숨 안 차나?
희한하게도 케일은 별로 숨이 안 찼다.
그걸 자각하려는 찰나.
“우웨에에에엑!”
케일은 시선을 돌렸다.
노신관 더스트가 나무를 붙잡고 헛구역질을 하기 시작했다.
‘없는데?’
근처에 제갈은소도, 정찬도 지금은 없다.
모두 앞서 벽선과 함께 걷고 있었다.
그들은 보법으로 빨리 움직여 지금은 보이지도 않았다.
그렇다는 말은-!
‘지금 여기에 생강시가 있다고?’
그 순간, 곤륜파 사람들 중 한 명이 황급히 더스트에게 다가갔다.
“괜찮으십니까?”
걱정이 가득 실린 목소리는 맑았다.
“커억. 컥! 우웨에에엑-!”
하지만 더스트의 헛구역질이 더 심해졌다.
-인간, 쟨가 보다.
그러게.
케일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최한에게 눈짓했다.
최한이 더스트를 생강시에게서 떨어뜨리리라.
‘곤륜파 차기 장문인이라.’
새로운 생강시는 장형이었다.
‘정파와 마교의 싸움은 벌어질 수밖에 없었겠네.’
곤륜파의 차기 장문인이 생강시인 이상 언제가 되었든 마교와 정파의 혈투는 정해진 수순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찜찜한데.’
그전까지 생강시였던 자들은 대부분 젊었다.
그렇기에 당장의 위협은 되지 않았다.
중년인은 지금 장형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는 차기 장문인일지라도, 현재 어느 정도의 정마 대전을 일으킬실행 가능한 힘과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마교도 비슷한 상황이라면.
‘…이거 어쩌면 바로 정화를 사용해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한꺼번에 차례대로 하나씩 정화하려고 했는데, 먼저 정화해야 할 사람들이 나올 수도 있었다.
왜냐면 장형 정도 위치의 사람은 정파와 마교 간의 협상을 망가뜨릴 수 있으니까.
케일은 알 수 없는 서늘함이 온몸을 휩쓸었다.
-인간아, 역시 힘드나? 아니면 무슨 사고 쳤나?
물론 라온의 말은 흘려들었다.
이거, 뭔가 감이 좋지 않다.
-힘써?
심장의 활력. 노인네가 해맑게 건넨물음은 무시했다.
케일은 영약이 든 두 상자를 꼬옥 움켜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