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895
2부 137화
하지만 혈교의 첩자, 그에 대해 오래 생각할 틈은 없었다.
“공자님-!”
어느새 다가온 좌호법이 케일을 보며 간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 무뚝뚝한 얼굴에 이런 표정이 나올 수 있나에 대한 생각을 할 겨를은 존재치 않았다.
케일은 곧장 입을 열었다.
“누군지 알아봐!”
순간 의아해하는 주변 사람들 사이로 라온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들려왔다.
-알았다, 인간아!
케일은 이를 들으며 뇌마에게 지시했다.
“사람들을 뒤로 물리세요!”
“크으-”
그 사이에도 천마는 비틀거리며 점점 더 많은 검은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네, 알겠습니다!”
뇌마는 죽은 마나 연기를 피해 물러나라는 케일의 뜻을 알아챘다. 이미 그도 파악하고 있던 부분이었으니까.
“다들 뒤로 물러나십시오! 그리고 입을 가리세요!”
“총군사, 이게 무슨 일이오?”
꼬장꼬장하게 생긴 노부인이 잔뜩 미간을 찌푸린 채 다가왔다. 법예각의 각주였다.
“공 각주님, 이야기는 나중에 하시지요.”
푸근함이 사라지고 단호함이 어린 뇌마의 표정에 공 각주는 눈가를 찡그렸다. 하지만 그녀는 손에 쥐고 있던 지팡이로 바닥을 내리쳤다.
탕-!
청명한 소리가 전각에 울려 퍼졌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공 각주는 입을 열었다.
“지금은 총군사의 말을 듣는 것이 상황에 맞는 법칙이거늘! 어찌 이리 우왕좌왕하는 것이오!”
그리 말하고는 제일 먼저 전각에서 벗어나 조금 떨어진 땅에 내려섰다.
그 움직임이 얼마나 신묘한지, 그녀의 무공 수위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게 하였다.
뒤이어 다른 각주들과 8대대의 대주들, 4명의 후보자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전각에서 물러나 그 주위를 빙 둘러 쌌다.
이를 본 뇌마가 공 각주에게 살짝 웃어 보이자, 그녀는 콧방귀를 끼며 그 시선을 피했다.
다만 전음으로 전했다.
-천마께서 위중한 것이오?
역시, 공 각주는 천마를 아낀다.
이를 느끼는 뇌마에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으나, 이 상황에 대한 소상한 설명이 필요할 것이오!
이 무슨 예에 어긋나는 일이오?
다시금 들려온 잔소리에 그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러나 이를 듣고 있을 틈이 없었다.
“크으윽-”
천마가 다르다.
평소보다 더 심하게 신음을 토해냈다.
그간 뇌마가 봐온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
온몸이 떨렸고, 검은 연기가 감긴 눈에서까지 피어올랐다.
‘이런 모습을 그간 숨기셨던 건가?’
진법으로 둘러싸인 전각 안의 풍경을, 검은 연기로 뒤덮인 그곳에 홀로 있을 천마를 보지 못했던 뇌마였다.
그는 저도 모르게 다급함이 밀려왔다.
그때였다.
“뭐합니까?”
조금은 까칠한 음성이 들려왔다.
“네?”
김 공자와 눈이 마주쳤다.
“물러나십시오.”
그는 뇌마와 호법들에게 그리 말하고는 천마의 팔을 덥석 잡았다.
“안 갑니까? 이 검은 연기 마시면, 큰일 나는데?”
뇌마는 그래도 곁에 있겠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순간, 김 공자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적당히 긴장감이 들고 숨 막히게 만드는 압박감. 그것을 마주하자, 이성이 돌아왔다.
“…부탁드립니다.”
그 말을 남기고 뇌마는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물러났다.
좌, 우호법은 김 공자의 기세가 점점 더 강해지는 것을 보고는 고개를 숙였다.
“저희는 조금 더 가까이 있겠습니다.”
“연기는 피할 테니 걱정 마십시오.”
우호법, 좌호법이 차례대로 답하고는 전각과 사람들이 있는 중간쯤으로 물러선 채, 사람들의 접근을 막는 듯 기세를 피워올렸다.
그 살벌한 기세에 수군거리는 목소리마저 없어졌을 때.
케일은 비로소 전각 주위가 조용해진 것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너 내 말 들리냐?”
이리 물은 순간, 유일하게 남아 케일의 손을 뿌리치지 않고 있던 천마가 힘겹게 눈을 떴다.
흰자가 있어야 할 부위에 검은 핏줄이 불거져 있었다.
케일은 그 눈을 응시하며 무심하게 말했다.
“정신 단단히 붙잡고 있어. 검은 연기는 내가 가라앉힐 테니까.”
그러고는 허공으로 잠시 시선을 두었다.
“라온, 방음 마법.”
-알았다, 인간. 범위는 전각으로 하겠다!
“그래. 그리고 마정석 아직 많지?”
“많다!”
방음 마법을 펼쳤으니, 편하게 말하는 라온이었다.
“그러면 바람을 일으켜서 죽은 마나가 사람들에게 닿지 않게 가둬.”
“알았다!”
케일은 라온의 대답을 듣고 난 후, 천마를 바라봤다. 그리고 피식 웃음을 흘렸다.
“왜? 이제야 좀 안심되냐?”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젓는 케일의 주변으로 바람이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콰직. 마정석이 하나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전에 텔레포트 등에 꽤 사용했던 마정석이 효력을 다한 듯싶었다.
휘이이—
바람이 일어나며 전각을 넘어 주변으로 퍼지려는, 천마에게서 뿜어져 나오던 검은 연기들을 가두기 시작했다.
전각을 감싼 회오리바람. 거센 바람은 아니었다.
그저 강물이 잔잔하게 흐르듯, 바람이 전각을 중심으로 원을 그렸고, 그 안에서 검은 연기가 사로잡혀 밖으로 흘러나오지 못했다.
“흐음. 정화를 하는 건 아닌 것 같고.
그렇지?”
케일은 천마의 고개가 살짝 끄덕이는 것을 보고는, 그의 팔을 놓았다.
비틀거리지만 아직 쓰러지지 않는 천마.
아마도 주변에 사람들이 있으니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없을 터.
케일은 곧장 파괴하는 불을 일으켰다.
파직, 파지직.
전류가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화르륵, 적금빛의 불이 치솟아 올랐다.
케일을 중심으로.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여기 이 자리에 혈교 첩자가 최소 2명 있더군.”
그러면서도 케일은 제 할 일을 멈추지 않았다.
“신물을 꺼내서 주변 공기를 정화하면 조금 더 수월하겠지만. 첩자들에게 신물을 들킬 수는 없으니, 이 방법으로 간다. 나머진 천마 네가 알아서 하도록.”
첩자를 언급하는 순간, 천마의 눈에 어떤 감정이 스쳐 지나갔지만. 케일은 신경 쓰지 않았다.
바람에 갇힌 죽은 마나 연기 덕에 이 안은 밖의 사람들에게 잘 보이지 않을터.
-태울까?
짠돌이가 물었다.
“어.”
케일은 짧게 답했다.
화르르르-
적금빛 전류를 머금은 불이 바람을 덮쳤다.
마치 검은 늪에 웬 붉은 짐승이 하나 뛰어들어 검은 늪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것 같았다.
잔잔한 강물처럼 흐르던 바람은 검은색에서 점점 찬란한 적금빛으로 변해 갔다.
그리고 그 변화를 따라 회색빛의 재가 흩날렸다.
“라온, 이 안을 훑고 지나가자.”
“알았다, 인간아!”
케일의 뜻에 따라, 라온의 뜻에 따라.
불과 바람은 움직였다.
적금빛 바람은 전각 안의 죽은 마나 연기를 지나가며 모두 집어삼켜 재만 남겨두었다. 그리고 하늘로 솟구쳐 사라졌다.
마치 이무기가 하늘로 승천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것이 지나간 자리임을 알려 주듯 회색 재가 공중에서 떨어져 내렸다.
‘전각 안이 재로 차면 안 되니까.’
케일은 바람으로 대충 전각 밖으로 재까지 함께 처리할 수 있었음에 만족했다.
-가뿐하구나! 저번보다 쉽다.
짠돌이의 말대로, 이번 일은 가벼웠다.
자그마치 72% 봉인이 풀린 힘으로 이 정도쯤이야, 산책하는 기분도 안나는 정도였다.
“후우-”
깊이 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케일은 천마가 가부좌를 틀고 앉아 호흡을 가다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김 공자.”
한결 안정되었지만, 여전히 힘겨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네 그 불 좀 켜고 있어 줬으면 하네.”
응?
그게 뭔 소리지?
“네 불이 곁에 있으면 주변의 공기가 정화된다. 이를 호흡하면 내 몸 안의 삿된 기운들이 잠잠해진다.”
아.
케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파괴하는 불을 두 손에 휘감았다.
“좀 더.”
천마의 말에 케일은 별생각 없이 힘의 출력을 더 높였다.
그의 전신으로 적금빛 불이 휘감긴 채 적당하게, 존재감을 뽐냈다.
“근처에 서 있을까?”
케일이 무심한 어조로 물었고.
“그래 주면 고맙지.”
조금씩 안정되는 목소리로 답하는 천마의 말에 케일은 그가 가부좌를 튼바로 옆으로 가서 멀뚱히 서 있었다.
딱히 할 일이 없었으니까.
그렇다고 아직 천마가 안정되지 않았는데, 방음 마법을 풀 수도 없었고, 사람들에게 이쪽으로 와도 된다고 말할 수 없었다.
‘그냥 있자.’
케일은 어쨌든 또 다른 천마가 나타나지 않은 것과 첩자 2명이 나타난 것에 만족하며 천마를 응시한 채 입을 열었다.
방음 마법이 되어있으니까, 마음 편히 말했다.
“라온. 혈교 첩자 찾았나?”
“찾았다! 두 명이다!”
그러다가 갑자기 라온이 케일의 머릿속으로 말했다.
-인간아! 그런데 지금 전음을 듣기가 힘들다! 저기 전음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일일이 다 구분하는 게 어렵다!
케일은 굳이 자신의 머릿속으로 말한 라온의 행동에 묘한 기분을 느꼈다.
-인간아, 내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전음 듣는 걸 천마에게 들키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다! 이건 우리 무기 아닌가? 내 착각이면 미안하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이 된다!
이야.
그는 진심으로 라온에게 감탄했다.
“라온, 넌 참 똑똑한 용이야.”
-이제 알았나? 나는 위대한 용이다!
참, 똑똑하고 영리하게 잘 컸다.
새삼 케일은 라온의 성장을 느낄 수 있었다.
로잘린이 본인 스테이크 뺏어 먹을까봐 경계하던 그 4살짜리가, 이렇게 커서 천마를 상대로 우리의 무기를 드러내려 하지 않다니!
금전 감각도 그렇고, 꽤 훌륭하게 컸다.
‘아마도 전 로드 쉐리트 님이나 에르하벤 님이 제대로 가르친 덕이겠지.’
금전 감각은 아마도 자신이 준 용돈덕분일 것이고.
케일은 흡족한 미소를 띤 채, 천마에게 말했다.
“나중에 첩자 2명 알려줄 테니까, 뒷일은 네가 알아서 해.”
천마라면 알아서 잘할 것이다.
그는 눈을 감은 채로 살짝 무뚝뚝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천마의 모습에서 수긍을 읽었고,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정파, 사파에도 첩자가 있는 거 아냐?’
그렇다면, 알아봐야 하나?
그것보다도 천마가 갑자기 발작 비슷한 것을 일으킨 걸로 봐서는, 첩자들에게 천마가 생강시로서 움직이게 만드는 어떤 기술이나 장치가 있는 것 같다.
천마가 안정되는 동안, 케일의 생각이 깊어져 갔다.
그 시각, 전각 밖에서 대기 중이던 이들이 있는 곳의 분위기는 묘했다.
딱히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라온의 말대로 다들 전음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사이로 뇌마는 주먹을 꽉 쥐었다.
‘…이것이 김 공자의 힘……!’
천마를 괴롭히던 검은 연기. 그것이 얼마나 치명적이고 삿된 기운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을 일순간 날려 보낸 김 공자의 힘은 놀라웠다.
“…총군사.”
법예각 공 각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노부인의 눈동자가 한껏 커져 있었다.
“…….”
하지만 그녀는 뇌마를 불렀음에도 뭐라 말을 잇지 못했다. 뭐라 물음을 던져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황제의 비호를 받고, 황금패를 지닌 황가의 사람.
김해일 공자.
본명이 아니라 아마 가명일 터.
어쨌든 이 김 공자의 무공 경지가 높다는 소문은 들었다.
그렇지만-
‘이건, 상상과 다르구나.’
지팡이를 쥔 공 각주의 손에 힘이 절로 들어갔다.
“정순하고 청량하구나.”
그녀의 읊조림을 주변에 있던 마교수뇌부들이 들었다. 그들은 귀를 쫑긋세웠다.
공 각주의 무공 경지를 정확히 아는 이는 천마뿐이지만, 그녀의 무공이 여기 수뇌부들 중에서는 최고임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녀의 평을 듣고 싶었다.
“하지만, 난폭해. 거침이 없고, 자유롭구나.”
조금 전 김 공자가 만든 바람과 불에 대해, 사람들은 떠올렸다.
그가 만든 광경은 가히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었지만, 그 안에 담긴 힘은 그저 아름답다고 말하기에는 굉장했다.
“저분의 힘은 확실히 우리의 것도, 정파의 것도, 사파의 것과도 다르구나.
자연 그 자체로다.”
지팡이를 쓰다듬으며 공 각주는 감탄을 숨기지 못했다.
사람들은 그 모습에 침을 꿀꺽 삼키거나 긴장감을 드러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공 각주가 지금껏 누군가의 힘에 대해서 인정했던 적은 지금 천마, 그를 소교주 자리에 올려야 한다며 목에 핏대를 세우고 소리쳤을 때뿐이었다.
마교의 법.
강자존. 그에 가장 걸맞은 이는 지금의 천마뿐이라며. 그가 미래를 이끌어야 한다고, 전대 천마 앞에서 어찌나 성화를 부렸던지.
그녀의 그 서릿발 넘치는 모습을 보았던 이들은 천마를 평가할 때보다도 더 감탄한 듯한 그녀의 모습에 긴장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
김 공자.
그가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도 더 대단한 인물임을 알게 되었으니까.
‘으음.’
이런 광경을 모두 본 뇌마는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꾹 다물었다.
‘천마께서 김 공자는 무공을 익히지 않았다고 했어. 몸에 자연을 담고 있다고 했지.’
어쩌면 인간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뇌마는 주변에서 김 공자의 무공에 대해서 작게 수군거리는 목소리나 눈빛 교환을 하는 이들, 아마 이들은 전 음 중일 터, 다양한 모습을 보았지만 입을 꾹 다물었다.
‘무서운 사람이야.’
그러면서도 공 각주를 복잡한 눈동자로 바라봤다.
공 각주는 한 번도 김 공자의 능력을 무공이라고 하지 않았다. 그의 힘이라고 했을 뿐.
어쩌면 천마와 비슷한 판단을 했을지도 모른다.
뇌마는 전대 총군사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공 노야. 그 사람은 괴물이야, 괴물.
자네가 제일 조심해야 할 걸세. 허튼 짓을 하려는 순간, 공 노야가 자네를 잡아먹을 테니까.’
그런데 그 공 노야가 김 공자의 힘에 진실로 감탄하고 있었다.
‘실로, 김 공자가 답이었구나.’
뇌마는 안정되어 가는 천마의 표정을 멀리서나마 지켜보며 울컥이는 마음을 억눌렀다.
그리고 슬쩍 옆을 바라봤다.
미래의 마교를 이끌어갈 네 명의 후보자들.
저 중에 천마가 나올 터.
다들 다양한 표정으로 김 공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도 휘황찬란 적금빛을 감싼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심각해졌거나.
흥미로워하거나.
복잡하다는 듯 혀를 차거나.
혹은-
‘멍한 표정이군.’
멍하니 입을 떡 벌린 채, 침이라도 떨어뜨릴 기세로-
“쓰읍.”
…그래도 침을 떨어뜨리지는 않았다.
어쨌든 뇌마는 후보자 중 가장 나이가 많은, 20대 초반으로 보이지만 실은 20대 중반인 후보자를 바라봤다.
여인은 결국 멍하니 바라보다가 입가에 묻은 침을 닦아냈다.
‘어이구야.’
뇌마는 머리가 아파 왔다.
저 여인. 4번째 후보자. 그녀가 천마가 마음속으로 정해둔 미래의 천마였으니까.
“쩐다-”
그녀가 중얼거리는 말을 뇌마는 못들은 척했다.
그러다 멈칫했다.
“총군사. 그런데 천마께서 저러시는 이유가 무엇이오? 이제는 말해줄 수 있지 않습니까?”
조심스럽고 유들유들하게 건넨 말.
전수각. 마교의 돈을 관장하는 곳의 수장인 기 각주가 뇌마에게 물어왔다.
그때, 뇌마의 머릿속에 기이한 음성이 들려왔다.
어린 목소리다.
-뇌마야! 우리 인간, 아니, 김 공자가 알려주래서 알려준다! 조금 전에 너한테 말 건 놈, 혈교 첩자다!
뭐?
뇌마의 심장이 철렁하려는 순간.
그는 섬?한 기분을 느꼈다. 그것은 익숙하고 반가운 기운이었다.
뇌마는 곧장 전각을 바라봤다.
“…천마시여-”
검붉은 기운을 두른 천마가 평소처럼, 십만대산의 주인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서 있었다.
반대로 김 공자가 적금빛을 서서히 거뒀다.
붉은 하늘이 사라지고 어둠이 내려앉듯.
노을이 지고 그믐이 찾아오는 듯했다.
뇌마는 천마에게서 거대한 분노를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