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898
2부 140화
최한과 최정수는 케일 앞으로 걸어왔다.
다른 것 같지만 어딘가 비슷하게 웃고 있는 그들. 케일은 그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야.’
다 부서졌네.
연무장이 그냥 아작이 났다. 석재로 된 바닥은 금이 가면 온전한 것이고, 대부분이 그냥 뒤집히고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부서졌다.
라온의 실드가 없었으면 케일도 다치거나 혹은 먼지바람을 그대로 다 뒤집어써야 했을 것이다.
케일은 두 사람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툭 내뱉었다.
“해결됐냐?”
가타부타 다른 말 없이 딱 그것만 물었고.
“네.”
“응.”
두 사람의 대답은 짧지만 시원했다.
“그럼 됐다.”
케일은 더 이상의 미련이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련 중에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아 보였지만, 그것은 케일이 신경 쓸 바가 아니었다.
두 사람의 얼굴을 보아하니, 꽉 막혀 있는 게 뚫렸다는 듯 시원해 보였다.
‘그거면 됐지?’
둘 다 성인인데, 그 이상 자신이 관심을 둘 필요도, 그럴 이유도 없다.
두 사람에게서 등을 돌린 채 걸음을 옮기는 케일은 담담했다. 사실,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런 그를 보고 있던 위 상선은 황급히 그 뒤를 따랐다.
‘이럴 수가.’
그는 소매에 가려진 제 손등을 쓸어 내렸다.
자잘한 소름이 돋아 있었다.
‘검마의 실력이 저 정도였을 줄이야.’
검선을 이겼다는 말을 이번 대련을 보고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검선보다 윗줄이다.’
검마와 최한 대협.
그들이 만들어낸 용. 그 용이 드러나는 순간, 두 사람은 분명 내공과 유사한 힘을 사용했다.
검마가 용을 부린다는 정보는 들었었다.
하지만 이토록 선명한 용이라니, 내 공과 비슷한 기운으로 그런 것을 만들 수가 있나?
검술의 영역이 맞는 것일까?
‘하긴, 화산의 매화는 향이 나니까.
그것과 같은 이치겠지.’
그 순간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내공으로, 기운으로 만들어내는 것.
그것을 검으로 해내는 것.
이것들이 최한 대협과 검마 최정수 대협의 무(武)이리라.
‘어쨌든 두 사람은 적당히 싸웠다.’
연무장은 엉망이 되었지만, 둘 중 어느 누구도 다치지 않았다. 즉, 어느 정도 서로를 배려한 상태에서 적당히 싸웠다는 뜻이었다.
‘놀랍구나.’
강한 줄은 알고 있었지만, 새삼 그 힘의 일부를 보게 되니 김 공자가 혈교를 노림에 거침없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일단 그 자신부터 자연경이며, 동료들도 하나같이 한 문파를 대표하는 고수 격이니. 무엇이 두려우랴?
거기다가 신수, 용도 곁에 함께하고 있지 않은가.
‘오늘은 어떤 보고를 적어둬야 할지… 나날이 적을 것들이 늘어가는구나.’
위 상선은 황제에게 보고를 올릴 내용을 떠올리며 머릿속이 아득해졌다.
물론 당분간 마교에서는 전서구를 날릴 수 없는 상황이라 보고서를 모아두었다가 올려야겠지만.
‘음.’
위 상선은 잠시 멈칫했다.
보고서를 모아두었다가 한꺼번에 올리면, 그것을 황제 폐하나 태후께서 보시면.
‘놀라시겠지?’
감정의 변화가 없는 두 사람이 놀랄 것을 상상하니, 왠지 모르게 위 상선은 조금 즐거워졌다.
황궁에 있었다면 겪지 못했을, 평생에 다시없는 여정을 지금 하고 있다는 게 실감이 났다.
“위 상선님.”
그때, 최한이 다가왔다.
그 거칠고 난폭한 힘을 사용하던 이가 맞냐는 듯 차분한 모습에 위 상선은 신기해하면서도 그 티를 내지 않고 입을 열었다.
“네. 최 대협. 무슨 일이신지요?”
“그-”
드물게 망설였다.
“편히 말씀하시면 됩니다.”
“그게, 연무장을 부쉈는데 이걸 어떻게-”
아.
위 상선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질문에 잠시 탄성을 흘렸다. 그렇기에 그는 케일이 거침없이 가던 걸음을 멈추고 슬쩍 뒤돌아보는 것을 알지 못했다.
위 상선은 걱정이 많아 보이는 최한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오늘 연무장 사용을 허가받을 때, 부서질 수 있음을 언급했고 그 부분은 저쪽에서도 알겠다고 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네. 그러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위 상선은 문득 저를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케일을 볼 수 있었다.
“위 상선, 얼른 가시지요. 저녁때입니다.”
밥 먹으러 가자고 말을 건네는 케일에게, 위 상선은 좋다고 답하며 그를 따랐다.
최한도 안도하며 그 뒤를 따랐다.
적군의 건물이야 많이 때려 부숴 봤지만, 여기는 그래도 협력 관계를 만들어가는 중인 상태이지 않은가.
“최 대협. 다음에 나와도 대련을 해줄 수 있겠나?”
“좋습니다.”
마음을 놓은 최한은 권왕과 대화를 나누며 마지막으로 연무장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잠시 뒤, 두 사람이 연무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놀랍습니다.”
개방의 장로 호송이. 그가 연무장의상태를 보며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으음.”
벽선은 침음을 흘리며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흐름이 두 가지군.”
연무장 바닥은 마구잡이로 부서진 것이 아니었다.
두 가지의 서로 다른 힘이 뒤엉키고 맞부딪친 흔적이 셀 수 없이 많이 보였다.
“섬세하면서도 교묘하고 더불어 압도적인 힘. 검마겠지.”
검마의 검술은 유명했다.
보통 섬세한 검술을 사용하는 이들은 그 파괴력이 약했다. 하지만 검마는 제왕검법을 사용하는, 중검의 대가 검선을 제압할 정도의 압도적인 파괴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을 섬세한 조절로 적당하게 사용하고 있을 뿐.
하지만 오늘은 그 압도적인 힘이 보였다.
“그리고, 이 난폭하고 거친 힘이 그 최 대협이라는 자의 검술인가?”
어느 정도 규칙적으로 부서진 바닥과다르게 엉망으로, 뒤죽박죽 부서졌지만 그 지나간 자리에 난폭함이 물들어 있는 곳.
그곳은 최한의 검이 지나간 자리이리라.
벽선은 최한을 떠올렸다.
겉으로 보기에는 김 공자의 충실한 수하이자, 차분하고 순한 이로 보였다.
“…역시 겉모습으로 판단하면 안 되는군.”
최한. 이 사람의 검술이야말로, 마(魔)라는 칭호가 어울렸다.
검마와 최한. 두 사람은 핏줄이라고 하였다.
“…두 마리의 용이라.”
하늘로 솟구치다가 사라졌지만, 분명 그는 두 마리의 용을 보았다.
비슷한 형태를 하고 있음에도 전혀 다른 모습의 흑백룡.
“도통,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모르겠군.”
“어르신. 그래도 모레면 답을 알 수 있지 않습니까?”
“그것도 그렇지.”
아까 대련 전에 위 상선이 정파 쪽에 들렀다. 그는 호 장로와 벽선에게 모레 낮에 시간을 비워둘 것을 요청했다.
보여줄 것이 있다고.
이는 마교와도 합의한 사항으로, 아마 천마와도 함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 하였다.
‘다만 기밀 사항이니, 두 분만 아시고 오셨으면 합니다. 만약 이 일이 미리 퍼졌을 때 일어날 일은 제가 장담을 못 하겠군요.’
서슬 퍼런 경고를 남기면서.
사실 위 상선의 경고가 없어도, 지금 마교의 문이 모두 닫힌 상황이라 벽선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오히려 그는 마교에서 무언가 벌어지고 있음을 깨닫고 긴장감을 더 높여가는 중이었다.
“후우.”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호 장로에게 말했다.
“이만 숙소로 돌아가도록 하지.”
그는 무심한 얼굴로 덧붙였다.
“그래야, 새로운 구경꾼들이 들어올 수 있을 것 같으니.”
벽선의 시선이 그가 선 반대편 쪽을 향했다.
나무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지만, 사파 애송이들의 기운이 느껴졌다.
저들도 궁금해서 이쪽으로 걸음을 옮긴 것일 터.
벽선은 호 장로와 함께 미련 없이 자리를 떠났다.
볼 것은 다 봤으니까.
결론은 간단했다.
‘나는 검마도, 최 대협도 이기지 못한다.’
어쩌면 자신이 김 공자 일행에서 가장 약한 자보다 약할지도 모른다는, 그런 결론이었다.
‘뭔가 있다.’
정마 협상이 주류가 아님을 그는 알아챘다.
왜냐면 옆에 있는 호 장로가 태연했으니까. 마교에 갇혔음에도 가만히 있는 개방도의 모습은 벽선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었다.
어느 세력에도 속하지 않고, 제멋대로, 고집대로 살아온 벽선이었지만. 그렇기에 그는 흐름을 알아채는 눈치는 있었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 무림이니까.
바스락.
연무장 바깥까지 날아온 돌조각이 사마공의 발에 밟히며 잘게 부서졌다.
이미 금이 가 있던 터라, 쉬이 부서진 것일 터.
“누님.”
“그래. 네 말이 맞는 것 같구나.”
사마단은 술병의 뚜껑을 닫았다. 그녀에게 있어 이 행위는 큰 의미가 있었다.
“모레까지는 제정신으로 있어야겠다.”
김 공자의 초대를 받은 모레.
사마공과 사마단, 그리고 사마정, 하문까지. 그들은 김 공자가 어떤 자리에 초대한 것인지 모른 채 그가 부른 곳으로 가기로 했다.
그 자리에는 천마도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너도 당분간 주사위 만지는 것은 멈추려무나.”
사마공은 소매를 들춰 주사위가 없음을 보여주었다.
“이미 잠시 떠나보냈습니다.”
“그렇구나.”
사마단은 연무장을 살피며 전음을 보냈다.
-네 추측대로 혈교와 관련된 일이겠지?
-그럴 것이라 봅니다. 마교 문을 걸어 잠근 것도 그와 같은 이유겠지요.
-…우리 쪽에도 이 같은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겠구나.
사마공의 비상한 머리는 꽤 많은 것을 잡아내고 있었다.
-그럴지도 모른다가 아니라, 그럴 것이다, 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럼 모레에 벌어지는 일이, 미래에 사도련에서 벌어질 일이라고 예상해도 되겠느냐?
-네, 누님. 그런 마음으로 보아야 할것 같습니다.
술과 주사위를 잠시 멀리하게 된 남매는 연무장을 떠나며 대화를 나눴다.
아무렇지도 않게.
“오라버니는?”
“하문, 두강 대협과 대련 중이십니다.”
“참, 늘 힘이 넘치는 분들이구나.”
문득 사마공은 떠오른 생각을 누이 사마단에게 물었다.
“누님, 이 대련을 마교에서도 다 알고 있겠죠?”
“당연한 소릴.”
그 말은 정답이었다.
숨죽인 듯, 정적이 감도는 대전.
천마는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의자에 앉아 가만히 아래를 내려다봤다.
그러다가 그의 시선이 옆으로 움직였다.
노을이 지고 밤이 서서히 찾아오고 있었다.
“오랜만에 재밌는 구경을 했군.”
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덕분에 흥이 나. 그렇지 않나, 우호 법?”
“…….”
우호법은 대답 대신 고개를 숙여보였다.
천마는 대답을 기대하지 않았다는 듯, 여상스럽게 말했다.
“백룡은 음흉해. 숨겨둔 것들이 많아서 내 취향이 아니구나. 하지만 흑룡은 비슷하구나. 나와.”
그 말에 대전에 숨죽이고 있던 이들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특히 공 각 주가 고개를 슬쩍 들어 올렸다.
때마침 천마와 그녀의 눈이 마주쳤다.
“공 각주, 내 치료가 모두 끝나면 저 흑룡과 한번 신명 나게 놀아보아도 좋을 것 같지 않은가?”
“좋은 생각이십니다, 천마시여.”
“그래. 그럼 즐겁게 놀려면 일을 먼저 다 처리해야겠지.”
천마는 입가에 미소를 매단 채 말했다.
“내일까지 모든 정리를 끝내도록.”
“마(魔)!”
* * *
천마는 가벼운 흑의 차림이었다.
케일은 팔짱을 낀 채로 태연하게 물었다.
“네 몸 안에 있는 죽은 마나를 분출하겠다는 거지?”
“그래. 삿된 기운, 죽은 마나를 꺼낼 것이다. 상단전을 침범하려는 그 힘을 겪으며 그것들이 움직이는 경로를 알게 되었으니까.”
고개를 끄덕이며 케일은 다음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 나는 밖으로 분출된 죽은 마나를 모두 정화하고?”
“그래.”
“그 후에는 네 몸 안에 죽은 마나가 얼마 남지 않을 테니, 내가 네가 전달해주는 경로를 따라 내 힘을 네 몸에 심어 그 죽은 마나를 정화하면 되는 거고?”
“그래. 간단하지 않은가?”
케일의 입꼬리가 삐쭉 올라갔다.
“간단한지는 모르겠다만.”
그는 덤덤하게 말했다.
“구경꾼이 너무 많은데.”
“어쩔 수 없지.”
두 사람이 있는 진법 밖으로, 꽤 많은 이들이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케일은 밖에는 들리지 않을 대화였기에 물었다.
“네가 생강시인 거 이제 소문 다 날 건데 상관없나?”
천마는 웃었다.
“생강시조차 이겨낸 위대한 천마로 기억되겠지.”
그리고 덧붙였다.
“혈교를 없앨 명분으로, 마교에는 이만한 것이 없어.”
그리 말하며 웃는 얼굴은 꽤 즐거워 보였다.
그에게 케일은 무덤덤하게 물었다.
“이 실험이 실패하면 어떻게 되나?”
“첫 번째 과정은 모르겠지만, 두 번째 과정에 실패한다면.”
천마 역시도 덤덤하게 답했다.
“죽겠지.”
그리고 웃었다.
“이 역시도 마교에서 혈교를 없앨 명분으로 훌륭하지.”
케일의 표정이 구겨졌다.
“미친놈.”
천마는 이제 소리까지 내며 웃었다.
“어릴 적 많이 들었던 말이다.”
케일은 대답하는 것도 귀찮아서, 손을 휘휘 저어 보였다.
“시작해.”
“그래.”
단전과 내공을 지키면서 정화를 하기 위한 실험이 케일과 천마의 손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진법 밖, 초대를 받은 정사무인들과 마교 수뇌부들이 진법 안 희미한 광경을 집중해서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