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903
케일은 수월한 다량의 정화를 위해 목표를 정했다.
“아무튼 생강시의 자폭을 막아야 하는 만큼, 혈교와의 제대로 된 일전이 벌어지기 전에 최대한 정화를 할 생각입니다.”
거기까지 말한 케일은 뭔가 조용해진 분위기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
이번엔 벽선이 고개를 치켜든 채 천장을 보며 탄식을 흘려댔다.
뾰옹!
경쾌한 소리에 시선을 움직인 케일은 사마단이 조금 전 케일에게 건넸던 술병의 뚜껑을 뽑아내고는 벌컥벌컥 술을 들이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으허.”
한 번에 다 마시고는 감탄사를 흘리는 모습에 케일은 고개를 돌렸다. 천마와 눈이 마주쳤다.
천마가 피식피식 웃어댔다.
그러나 그 눈빛이 꽤 무겁고 살벌했다.
이 모든 것을 본 케일은 간단하게 결론을 내렸다.
‘무시하자.’
저들의 반응이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지금은 한시라도 바삐 일을 다 처리하고.
‘집!’
집에 가고 싶었다.
케일은 저도 모르게 표정이 진지해지고, 그 눈빛에 결연함이 맴돌았다.
이를 본 벽선이 입을 열었다.
“호 장로를 통해 무림맹주와 총군사도 이번 사안에 대해 알고 있다는 것을 전해 들었소. 더불어 곤륜파로 온 저의도 깨달았고.”
벽선은 호 장로의 입을 통해 들었을 때. 처음에는 자신이 모르게 진행된 일에 화가 났으면서도 곧바로 이 일을 기밀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음을 알아채고 납득했다.
뒤이어 마음이 갑갑해져 왔다.
이런 상황도 모른 채 그저 마교와 관에 날을 세워댔으니, 그 꼴이 얼마나 흉했겠는가.
‘내가 과거의 기억에 사로잡혀 현재를 몰라봤구나.’
그는 관을 증오했다.
탐관오리 때문에 가족을 잃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황가의 사람인 김 공자와 권왕, 위 상선은 그 위치가 높음에도 직접 무림을 오가며 어떻게든 평화를 얻으려 노력 중이었다.
그것도 하나도 티를 내지 않고 은밀하게.
더불어 황제는 금의위까지 김 공자에게 보내며 뒤에서 지원을 하고 있었다.
물론 황제 입장에서는 중원 전체의 평화를 위해서였지만, 그 수혜를 무림, 정파도 얻는 중이었다.
무엇보다도 세상에 어느 누가 그렇게 피를 토하면서도 일면식도 제대로 없는 사람 한 명의 목숨을 구하려고 애쓰겠는가.
하지만 김 공자는 그런 사람이었다.
‘심지어 금제가 걸린 상태로 말이지.’
금제가 걸린 상태에서 피를 쏟을 정도로 힘을 쓰는 건 상당히 위험하고 목숨을 내놓은 일이리라.
하지만 이를 수행함에 있어 어떠한 망설임도 보이지 않았다.
당연히 해야 할 것을 한다는 모습.
그것이야말로 의와 협이 아닐까.
‘그리고 마교가 마음에 안 들고, 싫긴 싫지만. 여기도 바뀌었다.’
벽선의 기억 속 마교는 전대 천마 시대에 머물러 있음을 이번에 깨달았다.
지금의 천마는 적어도 말이 통하는 자였으며, 무엇보다도 스스로가 생강시였다는 것이 치욕스러울 수 있음에도 이를 드러내고 그 정화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
그 모든 것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무공 경지에 대한 믿음으로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한 단체의 수장으로서 쉬운 행동은 아니었다.
‘그리고 사파도-’
사마단과 사마공. 두 사람은 어렸지만,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은 알고 있었다.
적어도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지금 세력 다툼이 문제가 아니라, 먼저 해결해야 할 다른 일이 있음을 인지하였다.
그것이면 충분했다.
이 회의를 막힘없이 진행할 수 있는 이유였다.
“내가 정파를 대표하지는 않지만. 당분간 모든 일의 우선순위는 혈교로 두게 될 것이오.”
따로 총군사와 연락을 주고받은 것은 아니지만, 그녀가 곤륜에 온 것부터 무림맹의 뜻은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천마에게 요구했다.
“곤륜으로 가봐야겠소. 총군사와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야 할 것 같소.”
그에 가만히 있던 사마단이 입을 열었다. 술병을 꼭 움켜쥐고서.
“저 또한 사도련주님을 뵈러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사파의 경우, 각 세력의 우두머리가 제대로 상황을 파악한 것과 달리 제대로 된 정보 전달이 다른 두 곳에 비하면 미비한 상태였다.
그러니 한시라도 빨리 제대로 전달해서 같은 방향으로 뜻을 모아야 했다.
의와 협 때문은 아니었다.
사마단은 지극히 사파스럽게 생각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파만 모른 척하면 나중에 명성과 명분이 떨어져.’
혈교를 정리하고 나면, 다시 정사마는 서로를 견제해야 할 터.
특히 이번 일에는 황궁, 관도 김 공자를 필두로 관여하는 상황인데. 아무리 사파가 막 나간다고 해도 이런 일을 모른 척하고 있으면 황궁에 밉보이는 것은 물론 나아가 일반인들에게 더 얍삽하게 보일 것이다.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과 얍삽하고 찌질하게 보이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
‘그리고 김 공자와의 끈도 만들어야 해!’
지금 천마와 김 공자는 상당히 친밀해 보였다.
아마 황궁 사람과 마교 사람이 이렇게 가까워 보이는 건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뇌마와 좌호법 눈빛 봐.’
아주 제 편을 보듯 김 공자를 보고 있었다.
‘이러면 안 돼.’
술병을 쥔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들어보니까 공 각주가 김 공자님을 대장로에 앉히려고 계획을 짜고 있다지?’
동생 사마공이 알아 온 정보라고 했다.
‘그건 안 돼!’
마교가 더 이상 김 공자와 가까워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그리고 이득을 떠나서-
‘곧바로 정화를 한다고 할 줄이야.’
이는 생각도 못 했다.
그녀라면 그렇게 피를 흘리면 적어도 오늘 이렇게 나오지도 못하고 쉬었을 것이다.
그의 정신력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그의 이런 행동은 점차 마교 수뇌부를 떠나 마교 전체로 퍼지고 있었다.
모를 수가 없었다.
적금빛의 벼락.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그 힘은 무공을 넘어섰다.
이를 사용한 사람에 대한 말이 퍼지지 않을 수가 없었고, 사마단은 김 공자의 숙소에서 일하는 사용인들이 그의 피가 잔뜩 묻은 옷을 두고 여러 말을 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검붉은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옷을 씻기보다는 버리는 편이 더 낫다고 했다지?’
상상만 해도 끔찍한 광경이다.
그렇게 피를 흘린 이가 다음 날 이 회의 자리에 왔다.
사마단은 김 공자가 존경스러운 동시에 무서웠다.
때문에 말했다.
“김 공자님, 사파에 함께 가주실 수 있을까요?”
“안 그래도 그럴 작정입니다.”
수월하게 들려온 대답에 사마단은 술병을 꽉 쥐었다.
케일은 앞으로의 일정을 간단하게 정리했다.
“곤륜에 들린 후, 사도련주를 만나고 그 후에는 곧바로 사천성과 남만 방면으로 움직일까 합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그러니 그 일정에 맞춰 정보를 주고받으며, 혈교를 칠 시기를 조율하는 편이 좋다고 봅니다.”
일단 마교의 전력도 상당한 만큼, 곧바로 움직이는 것이 힘들 것이다.
특히 신강에서 남만까지의 거리가 상당하니까, 그 대군을 이끌고 오는 시간을 감안해야 했다.
더불어 사도련과 무림맹도 마찬가지일 터.
그나마 사천성, 운남성 근처에 있는 정사 세력의 도움을 받으면 조금 더 수월하게 남만에 있을 거라 추정되는 혈교를 조사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이동 중에 수시로 정화를 행할 예정입니다.”
케일이 덧붙인 말에 뇌마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세울 수 있는 큰 틀은 그 정도가 다군요.”
“네. 세세한 군 사안이나 전략 등은 각 세력의 참모진들이 세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물론 이 모든 일들을 행하면서 각 세력 안의 생강시를 모두 색출해내어 정보의 유출을 막아야겠지요.”
“그 부분은-?”
뇌마의 물음에 케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도 대협이 조금 더 고생해주기로 했습니다.”
더스트 신관이 자발적으로 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중이었다.
케일은 그렇게 토를 하고 기절을 하면서도 그러는 그가 이상했으나, 더스트의 대답에 따로 할 말이 없어진 상황이었다.
‘저의 행동에 의문을 느끼시기에는, 정화자께서도 매번 피를 토하시지 않습니까?’
진실로 의아해하는 그 눈빛에 케일은 말문이 막혔다.
케일은 잠시 더스트 신관에 대한 생각을 머리 구석으로 밀어내고서 정리를 끝냈다.
“당분간은 서로를 견제하기보다는 힘을 합쳐 혈교를 먼저 상대하는 데에 초점을 두었으면 합니다.”
정파와 사파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제일 고생하는 이가 내뱉은 말의 무게는 꽤 컸으니까.
“김 공자의 말이 다 맞소.”
그때, 천마가 입을 열었다. 그의 담담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우리 마교에서도 이번 혈교를 상대하는 일에 모든 초점을 기울이기로 하였고, 이에 대해 뜻을 확립했소.”
무뚝뚝한 얼굴로 내뱉는 말에는 무게감이 가득했다.
그는 정파와 사파, 마지막으로 케일까지 바라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서 내가 강호로 출두할까 하오.”
응?
케일의 얼굴에 물음표가 떴다.
쟤 지금 뭐라는 거야?
“김 공자와 함께 움직일 생각이오.”
케일은 더 의아해졌다.
너 강호 나가는 거랑, 내가 무슨 상관이냐?
그냥 너는 나중에 싸울 때 병력만 데리고 오면 되는데?
“그, 그럼 저도!”
갑자기 사마단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며 외쳤고.
“그럼 나도!”
벽선이 체통머리 없게 손을 번쩍 들며 소리쳤다.
그 와중에 천마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케일에게 말했다.
“많은 무리는 김 공자의 이동에 불편함을 줄 것이오. 정화된 생강시. 그 증거인 나는 함께 다니는 편이 정화를 할 때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니. 내가 함께하는 편이 나을 것이오. 여러모로.”
끄덕끄덕.
뇌마가 옆에서 연신 고개를 끄덕여댔다.
케일은 너무나도 확신에 찬 뇌마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생각했다.
‘뭐지?’
그때, 라온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들려왔다.
-인간아! 뇌마가 천마한테 전음했다!
-‘천마시여. 부디 뜻을 이루시길 바랍니다.’라고 했다!
…천마 뜻이 뭔데?
케일은 두 눈을 깜박였다.
* * *
3일 뒤.
케일은 고개를 들었다.
해가 중천에 떠 있다. 옆에서 천마가 무심하게 말했다.
“오늘 이 두 사람을 정화하고 나면, 내일 바로 곤륜으로 가는 것이지?”
“…어.”
“그렇군. 짐은 이미 싸두었다.”
“누구 짐?”
“?”
의아해하며 천마는 자신을 가리켰다.
“내 짐. 강호 출두는 처음이니, 내 짐 정도는 챙겨둬야지.”
이야.
케일은 감탄했다.
천마가 강호에 나서는 게 이번에 처음이라고 한다.
이야.
참 재밌겠구나.
그는 천마를 외면했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 있는 두 사람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 힘들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케일은 당황했다.
“공자님!”
“…공자님, 크흑.”
마교에는 천마 외의 생강시는 단둘이었고. 그에 해당하는 8대대의 대주 한 명과 8각의 각주는 케일을 보고 감격에 겨운 듯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정화를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당장 울 것 같은 그들의 표정에 케일은 괜히 기분이 찜찜해져 왔다.
케일이 떨떠름해하거나 말거나 두 사람은 벅차오르는 감정을 참지 못했다.
“크흐흑-!”
“으흑, 흑-”
오열을 할 것 같은 분위기에 결국 케일은 입을 열었다.
“두 분 모두 들으셨겠지만, 기존에 제가 하던 정화와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남궁태위, 천마. 이 두 가지 케이스와는 또 다른 정화 방식이 이루어질 예정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한층 성장한 방식이지.”
천마가 옆에서 한마디를 거들었다.
케일의 뚱한 시선이 천마에게로 향했다.
그때, 마교 8대대 중 마율대의 대주가 입을 열었다.
마율대. 공 각주의 법예각이 마교의 예와 법에 대해서 논하는 곳이라면, 이곳은 마교의 율법을 어긴 이들을 마의 이름으로 징벌하는 곳이었다.
무림 사람들이라면 치를 떠는 마교의 감옥. 그곳을 관리하는 곳이자 마교도들조차도 마율대 사람을 보면 두려움에 몸을 사렸다.
그 마율대의 최고 책임자. 그가 말했다.
“천마께서, 그리고 공자님께서 이 불손한 몸을 위해 하시는 모든 일이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크흐흑!”
옆에 있는 각주 생강시보다 더 운다.
참고로 마율대 대주는 본인이 생강시라는 사실에 마교를 더럽혔다며, 정화도 필요 없으니 그저 죽게만 해달라고 외쳐대던 인간이었다.
“이렇게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소인은 충분합니다! 흐흑!”
쿵. 쿵.
대주는 무릎을 꿇고 앉은 채로 바닥에 머리를 찧어댔다.
케일은 그 모습에 질린 기분이 들어 천마를 보며 입을 열었다.
“바로 시작하자.”
마율대 대주의 말대로, 지금 눈앞의 생강시 두 사람은 스스로가 생강시임을 인지했음에도 정신이 멀쩡했다.
자폭을 할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천마가 무뚝뚝한 얼굴에 살짝 미소를 그려보았다.
“그래, 시작하도록 하지.”
그리고 덧붙였다.
“우리 둘이서 함께하는 첫 정화겠군.”
케일의 눈빛이 더 떨떠름하게 변해갔다.
왠지 반박하고 싶게끔 만드는 말투였지만 그 말에 부정할 건덕지는 없었다.
천마의 두 손에서 뻗어져 나온 검붉은 기운.
그 기운은 현재 두 생강시의 머리에 닿아있었다.
“물러나 있겠습니다.”
곁에 있던 뇌마가 사람들을 뒤로 물렸다.
3일 전, 정사마, 케일이 함께하는 회의에서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윤곽이 잡혔다. 그에 따라 천마는 닫혔던 마교의 문을 일부에게는 열어주었다.
그 덕에 지금 이곳에는 원래는 없었던 인물들이 두 사람 더 있었다.
“으음.”
침음을 흘리는 곤륜파의 장문인과 묘한 표정으로 서 있는 무림맹의 총군사 제갈미려.
이 두 사람은 벽선, 호 장로의 안내를 받아 마교에 방문했다.
“…생강시라니-”
물론 애당초 알고 있던 제갈미려와 달리, 곤륜파 장문인은 마교에 도착하고 나서야 협상이 아닌 혈교에 관한 진실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일단 입을 꾹 다물며 더 이상의 말은 내뱉지 않았다.
곤륜의 역사에 있어 평생의 적이었던 마교. 그 마교의 이번 대 주인인 천마를 바라보는 장문인의 눈빛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참다못한 그는 결국 호송이 장로에게 전음으로 물었다.
-천마 따위가 감히 정화라는 위대한 의식을 치를 능력이 된단 말이오? 그의 무공은 마로 가득 차 있을 것인데!
호송이 장로는 태연하게 답했다.
-우리 김 공자님이 된다고 했으니 되겠지요.
뭔 대답이 이래?
순간 장문인은 의아했지만, 느껴지는 진동에 시선을 움직였다.
우우웅—
천마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검붉은 기운이 강해지고 있었다.
그 기운은 두 생강시의 뒷목 부근을 밧줄처럼 꽁꽁 감쌌다. 잘못 보면 목숨이 위태로워 보이는 광경이었으나, 케일은 차분하게 이를 지켜봤다.
‘아, 그리고 실험을 보완해서 한 번 더 시행해야 할 것 같다.’
3일 전, 회의가 끝난 후 천마는 케일에게 이 말을 했다.
‘보완할 부분?’
별달리 아프지는 않았지만, 계속 피를 토했던 그 경험이 좋지만은 않았던 케일은 저도 모르게 얼굴이 왈칵 찌푸려졌다. 그러나 이어진 천마의 말에 그 표정이 달라졌다.
‘생강시를 상대할 때 가장 큰 문제점은 자폭이지.’
‘그렇지?’
‘그것을 제어할 수 있다면, 훨씬 일이 더 수월하지 않겠나?’
‘당연히 그렇지?’
케일은 씨익 웃는 천마를 볼 수 있었고, 그에 슬그머니 물었다.
‘그 방법이 뭐지?’
천마는 자신을 가리켰다.
‘내가 같이하면 된다.’
케일이 입을 다물었다.
‘그런 표정은 별로군.’
천마는 말 없는 케일의 표정에서 그의 생각을 읽었으나 무시하고 제 할 말을 했다.
‘나는 실험 당시 그 안에 담긴 삿된 기운이 많아서 고생했지만, 자폭이나 나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해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그 부분은 인정하지?’
‘…어. 그렇지.’
‘그렇다면 그게 가능했던 이유가 무엇이었겠나?’
그 물음에 케일은 한 가지를 떠올렸다.
‘…상단전?’
‘정답이네.’
케일의 눈에 이채가 감도는 것을 본 천마는 이어 말했다.
‘모든 사람은 상중하, 세 단전이 모두 존재한다. 하지만 이를 인지할 수 있냐 없냐의 차이 혹은 이를 사용할 능력이 있냐 없냐의 차이일 뿐.’
그는 다시 자신을 가리켰다.
‘그리고 나는 이를 이용할 줄 알지.’
그리고 도출한 새로이 발전한 실험 혹은 정화 방법.
‘내가 생강시들의 상단전을 제어하는 동안, 정화를 시행한다. 그렇다면 최소한 자폭을 하는 일은 없을 거야. 그리고 나는 삿된 기운이 머무는 심장, 중단전과 하단전으로 가는 길을 알아.’
결론은 간단했다.
‘내가 선두에 서서 길을 찾겠네. 그동안 김해일 자네가 길을 뚫으면 돼. 어떤가?’
마지막으로 던진 물음에 케일은 당연히 고개를 끄덕였다.
‘해보자.’
그 결과로 정화 의식이 3일 뒤로 미뤄졌다.
물론 이 때문에 혈교를 찾아가는 일이 3일간 미뤄졌지만, 케일은 오히려 이 준비 기간이 필요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지금 대략 1시간 전에 자신이 생강시임을 알게 된 두 사람은 지금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우우웅—
검붉은 기운의 진동이 점점 더 커져갔다.
그러다가 뚝 멈췄다.
“됐나?”
케일이 물었고, 눈을 감고 있던 천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현경에 이른 천마. 현재 케일이 무림에서 만난 이 중 가장 강한 존재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그만큼 타인의 상단전을 보호하고 길을 찾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터.
그렇기에 케일은 가부좌를 튼 두 생강시의 등 뒤에 앉으며 말했다.
“천마가 향하는 방향으로 본인들의 기운을 움직이십시오. 그래야 삽니다.”
두 생강시도 온 힘을 다해 거들라고 말한 케일은 끈을 매단 신물 난로를 목에 걸었다.
그리고 두 손을 앞으로 뻗었다.
파지직, 파직.
그의 몸에서 적금빛 기운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한 시간 전 두 생강시의 상단전 보호를 시작한 천마가 말했다.
‘살펴보니, 이들의 삿된 기운은 합쳐도 나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