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906
“사도련주야! 너 마나를 느낀 것이냐!”
뭐지.
케일은 가만히 라온과 사도련주의 대화를 쳐다봤다.
그러나 두 사람은 케일은 관심에도 없다는 듯, 아주 열띤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것의 이름이 마나입니까?”
“그렇다! 마나다!”
“오. 마나…! 실로 아름다운 이름입니다! 빗방울을 잡던 힘 하나하나는 그 크기가 아주 작았지만, 그 작은 힘 속에 그야말로 모든 생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 경이로움을 의지로 다룰 수가 있다니!”
“그것이 바로 마나를 이용한 마법이다! 사도련주야, 너 똑똑하다!”
어린 용과 염소수염의 중년인은 잠시 말을 멈춘 채 서로를 바라봤다.
특히 중년인은 하고픈 말이 있지만 망설이는 투였다. 그러다가 이내 부채를 두 손으로 꽉 잡고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신수님.”
“라온이라고 불러라!”
“네, 라온 님. 조금 전 사용하신 그 힘에 대한 가르침을 조금이라도, 한 톨이라도 얻을 수 있겠습니까?”
라온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사도련주을 바라보다가 슬그머니 케일의 눈치를 봤다.
-인간아, 그래도 되나?
케일은 머릿속에 전해진 라온의 목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균형의 신이니 뭐니 하면서, 마법은 안 된다고 하려나?’
케일의 세계에서 만들어진 힘을 이쪽에 전해주면 균형이 무너질까?
그는 신물인 거울을 꺼냈다.
톡톡.
거울을 두드리며 말했다.
“10초 준다. 안 된다는 메시지 없으면 그냥 수락으로 본다?”
그리고 10초가 흘렀다.
거울은 조용했다.
케일은 라온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마음대로 해. 다만 기초만.”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다! 사도련주가 배운 주술은 가샨과도 다르다! 그러니 함부로 마법과 섞이면 안 된다! 적당히 마나가 무엇인지만 가르치고, 그걸 이용하는 건 사도련주의 문제다! 알겠나, 사도련주야?”
“네, 라온 님.”
사도련주가 공손히 답했다. 스승을 대하듯.
그리고 그 모습은 진실인 듯했다.
“스승님으로 부르겠습니다.”
“응?”
케일은 의아해하던 라온의 입꼬리가 순간 씰룩이는 것을 보았다.
“내, 내가 스승?”
“그렇습니다. 라온 님. 작은 가르침이라도 받으면 스승님이지요.”
“…흐응.”
이상한 소리를 내는 라온의 콧김이 거세어졌다. 통통한 두 볼이 씰룩였다.
그때, 띠링! 신물에서 메시지가 왔다.
중원이가 보낸 메시지였다.
지금껏 케일이 피를 철철 토해도, 라온이 조각상을 부수려고 해도 조용하던 놈이 튀어나왔다.
케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 눈빛이 살벌해지는 것을 본 듯.
띠링, 띠, 띠리링!
뭘 합의 중일까.
케일의 미간이 찌푸려지는 찰나.
띠링!
갑자기 글자가 흐려졌다.
잠시 뒤, 띵! 하고 메시지가 왔다.
그러고 신물은 조용해졌다.
‘중원이 얘 은근 영악하단 말이지.’
그간 했던 행동들이나, 지금 다른 세계까지 끌어들이는 모습을 봤을 때. 이놈은 똑똑하다 못해 아주 영악하고 손해를 안 보려고 했다.
‘어쨌든, 나한테는 잘됐군.’
조금 전 제지를 당하고 다 쓰지 못한 중원이가 하려던 말은 뻔했다.
‘그러니까 일단 저지르세요.’
일단 지르라고 했다.
그러면 지르면 되겠지.
“라온, 마법은 중급까지만 가능해.”
“응, 알았다!”
사마평이 케일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보였다.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 공자님. 스승님께 잘 배우겠습니다.”
스승이라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라온의 볼이 씰룩였다.
사마평이 사근사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위대한 용께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니. 이 사마평 평생에 다시없을 은혜를 얻은 것 같아 송구스럽고 또한 기쁩니다. 스승님, 제가 잘 보필하겠습니다.”
그 순간 라온의 표정이 굳었다.
그에 사마평이 멈칫할 때, 어린 용은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과하게 기름칠 된 혀는 취향이 아니다!”
자신의 의사는 분명하게 밝히는 라온이었다.
“물론 위대하다는 건 사실이니까, 그건 말해도 된다!”
“아, 네. 스승님!”
사마평이 살짝 긴장한 채 답했고, 케일은 이를 흐뭇하게 바라봤다.
‘잘됐다.’
케일은 이곳에서 사냥꾼 가문, 푸른 피 혈교를 없앨 것이다.
하지만 이는 그 중심을 무너뜨리는 것이지, 혈교의 모든 것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려웠다.
그렇게 하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니까.
그렇다면 그 뒤처리를 중원 사람들에게 맡겨야 하는데.
‘샤올렌과는 상황이 달라.’
샤올렌은 네크로맨서 등 기본적으로 사냥꾼 가문들이 사용하는 죽은 마나에 대한 이해도가 존재했다.
하지만 중원은 마나와 죽은 마나에 대한 개념이 없다시피 했다. 그러니 이에 대해 사마평이 이해하고 있다면 후에 혈교 뒤처리가 더 쉬울 터.
“련주님. 다만 이 배움에는 조건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케일은 조건을 내걸었다.
“이 배움으로 얻은 것을 혈교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무조건 사용하는 것입니다.”
하.
사마평이 탄성을 흘렸다.
“김 공자님은 참으로, 대단하신 분이군요. 이런 사람이 실제로 존재할 수 있군요.”
케일은 뭔가 이상했지만.
“알겠습니다. 배움을 얻었으면 그에 대한 보답을 해야지요. 못 미더우시면 수결도 쓰겠습니다.”
확실한 긍정의 대답에 케일은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았다.
대신 신이 난 라온이 중얼거리는 말을 들었다.
“나한테 제자가……!”
…라온이 신났으면 된 거 아닐까.
케일은 그리 생각하며 살짝 한숨을 내쉴 때.
“아마 녹림 우두머리가 생강시일 겁니다.”
사마평이 툭 던진 말에 케일은 굳어버렸다.
“…뭐라고요?”
그가 되물었을 때, 사마평은 예의 간신과 같은 미소를 띤 채 살갑게 말했다.
“그리고 제 장남도 생강시일 겁니다. 그 두 사람이 어느 순간부터 정사 대전을 일으키려고 수작을 부리는 것이 보이더군요. 왜 그러나 의심이 들어서 약해진 척하며 돌아가는 꼴을 살펴보고 있었는데. 혈교를 들으니 답이 보였습니다.”
제갈미려만큼 똑똑한 사람이 사마평이었다.
그리고 도박에 빠졌지만 상당히 영특한 막내 사마공에게 기본을 가르친 이가 사마평이었다.
“그 외에도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자들은 모두 적어두었으니, 한번 살펴보시지요. 아마 생강시 혹은 첩자일 겁니다.”
그리고 덧붙였다.
“사마가에 남겨져 있던 혈교에 대한 비사도 가져왔으니, 확인해보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야.
케일은 감탄했다.
-인간아! 나 사도련주 좀 마음에 든다! 제자라서 그런 게 아니라, 말이 좀 통할 것 같다!
그러게 말이야.
사파와 관련된 일은 생각보다 훨씬 더 잘, 쉽게 풀릴 듯싶었다.
그때였다.
쾅! 쾅!
문을 부술 듯이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공자님, 공자님!”
“소저, 이러시면 안 됩니다. 일단 진정하시고-!”
“진정할 일입니까!”
문이 벌컥 열렸다.
케일을 곤륜파로 초대했던 운선 도사가 다급한 얼굴로 그를 보며 외쳤다.
“장문인께서 부르십니다!”
곤륜파의 장문인이 다급하게 케일을 부를만한 일은 몇 없었다.
케일은 곧바로 물었다.
“장형 대협에게 일이 생겼습니까?”
곤륜파에 있는 생강시는 다음 대 곤륜파의 차기 장문인인 장형이었다.
“…네! 폭주를 하십니다!”
운선이 울 것 같은 얼굴로 답한 순간, 케일은 라온에게 말했다.
“천마를 불러와. 바로 곤륜으로 간다.”
장형 문제만 해결하면, 이제 사파를 지나 혈교였다.
곤륜파 정문을 넘어 장문인이 기거하는 전각 근처에 도달한 순간, 케일은 손을 들어 보였다.
-알았다, 인간아!
라온이 케일의 발에 맴돌고 있던 바람을 지웠다.
콰아아앙! 콰앙! 콰아아—
찢어질 듯한 굉음이 케일의 귀를 때렸다.
“장형아!”
곤륜파 차기 장문인 후보 장형.
장문인 인호가 자신의 후계자이자 제자인 그를 보며 간절하게 외쳤다.
하지만 그 부름을 들은 장본인은 이미 원래의 모습과는 전혀 달라져 있었다.
“크르-”
괴상한 신음을 흘리는 몸의 전신에 검은 핏줄이 불거져 있었으며, 그 눈자위가 거멓게 물들어 있었다.
“으음.”
뒤따라온 천마가 그 끔찍한 모습에 침음을 흘렸고, 론은 덤덤하게 한마디를 했다.
“샤올렌의 강시와 흡사한 모습이군요. 거기다가 상당히 강하고요.”
콰아앙-!
장문인 인호 외에도 2명의 곤륜파 사람이 더 장형을 상대하고 있었다.
쾅!
콰앙!
곤륜파의 그 소박하지만 품위가 느껴지는 전각 중 하나가 부서졌다.
“장문인! 장형의 힘이 더 강해집니다!”
장형을 상대하던 장로 중 한 명이 다급하게 외쳤다.
그리고 천마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못해도 화경 중반이군.”
장형. 그의 경지는 본래 초절정 후반이었다. 그의 나이대에 이 정도 경지여도 상당한 실력이었지만, 그는 조금만 더 수련을 쌓으면 화경에 닿으리라 예상되는 인재였다.
곤륜의 미래이자 자랑. 그것이 장형이었다.
“생강시가 폭주를 하면 화경에 이르는 고수도 상대하기 힘들다고 하더니, 이는 진실이었군.”
천마는 곧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지. 점점 강해지는 것이 화경 중후반까지는 도달하겠어. 저 생강시는 기존 기록된 것보다도 더 강해.”
즉, 혈교는 생강시를 역사에 기록된 것보다 더 강화했다는 소리였다.
론이 차분하게 인자한 미소를 띤 채 이어 말했다.
“남궁태위 소협보다 더 강한 자가 폭주를 하니, 웬만한 사람들로는 막을 수가 없겠군요.”
“공자님!”
운선 도사가 다급하게 케일을 불렀다.
그리고 그런 이는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김 공자님!”
“어서 좀 이걸 해결해 주십시오!”
다급한 얼굴로 곤륜파 사람들이 그에게 말을 걸어왔다.
케일은 그중에서 얼굴을 보자마자 어서 해결해 달라고 말한 이를 쳐다봤다. 바로 꽂히는 시선에 그 사람이 멈칫했을 때, 그는 무심하게 물었다.
“어쩌다가 저렇게 된 것입니까?”
“그것이-”
난감해하는 그들 사이로, 제갈미려와 벽선도 나타났다. 사마평은 곤륜파에서 진입을 막아 들어오지도 못했다.
천마는 일의 해결을 위해 필요하다는 케일의 말에 들어올 수 있었을 뿐.
“왜 말을 못 하십니까?”
제대로 상황 설명을 못 하고 어물쩍거리는 그에게 케일이 한 번 더 담담하게 묻자, 결국 옆에 있던 이가 입을 열었다.
“일단 따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그리 말하며 천마를 한번 힐끗거렸다.
케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딱 봐도 마교 사람 앞에서는 말할 수 없다는 태도였다.
지금 장문인과 장로 2명이 폭주 상태의 장형을 막기 위해 온갖 힘을 다 쓰고 있는 상황에서, 저렇게 어물쩍거리며 망설이는 태도라니.
‘마음에 안 드네.’
케일은 알 수 없는 짜증이 일었다.
지금껏 남궁세가도, 마교도, 무림맹도. 적어도 생강시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모두 다급하게 움직이며 선후 관계를 잘 따졌다.
“말하세요. 지금.”
결국 케일은 지배하는 아우라를 사용했다. 그의 몸에서 서서히 피어오르는 지배자의 기운에 케일에게 어서 해결하라고 말했던 노인이 멈칫했다.
딱 봐도 장로로 보이는 이를 케일은 가만히 응시했고, 그에 장로는 입을 열었다.
콰아아앙—-!
“사람들을 대피시켜!”
전각 하나가 무너지고 사람들이 도망가는 소리가 들린 직후였다.
“그것이, 장형이 마교와의 협력을 알게 되고, 곤륜과 마교 간에 교류가 일어날 것이란 소식을 듣고 난 후에 저리되었습니다.”
케일의 입꼬리가 미묘하게 비틀리듯 올라갔다.
“제가 분명 마교에 관한 사항은 장형의 귀에 들어가게 해서는 안 된다고 장문인께 부탁드렸던 것 같습니다만.”
“그, 그게-”
점점 더 거세지는 케일의 아우라에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입을 다물어 갈 때. 케일의 시선을 받은 이는 결국 입을 열었다.
왜냐면 지금도 장형과 장문인 등이 싸우고 있음에도 케일이 조금도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았으니까.
의와 협을 중시하는 이라, 당장 이 사태부터 해결하리라고 예상했던 사람이 오히려 누구보다도 냉정했으니까.
“장로들끼리 이야기를 하다가, 그것을 장형이 들어버리는 바람에 이리되었습니다.”
그 말에 벽선이 코웃음을 치며 입을 열었다.
“하! 그러니까, 장문인이 절대 비밀이라고 말한 사항을 장로들이 별생각 없이 밖에서 이야기하다가 그걸 지나가던 장형이 들었다는 거요?”
상당히 삐딱한 말투였지만, 장로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흥! 얼마나 조심성 없게 이야기를 했으면 장형이 지나가는 것조차 몰랐단 말이오?”
“그거야, 우리 입장에서는 갑자기 마교와 같이 협력을 할지도 모른다고 하니 그 황당한 말에 당연히 답답함을 호소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런 사태를 만들었다?”
벽선의 말에 장로는 입을 꾹 다물었다.
“보나 마나, 저기 장문인과 싸우는 장로 둘하고 여기 있는 장로 둘. 총 넷이서 씨부리다가 일을 벌였나 보네. 쯧쯧. 어찌 이리 조심성이 없을 수가 있소!”
점점 더 벽선의 말이 거칠어져 갔지만, 장로는 변명하듯이 말했다.
“어쨌든, 혈교 이야기는 하지도 않았단 말이오! 장형이 생강시란 소리도 하지 않았고! 그저 마교 이야기를 했을 뿐인데!”
“장형 사형에게는 마교가 더 위험한 요소라는 걸 아시잖아요!”
듣다 못 한 운선이 입을 열었다.
“…어디서 장로가 말을 하는데 말을 올리는 것이냐!”
“흥. 멍청한 소릴 해대면, 장로고 뭐고 한 소리 해야지!”
장로는 화를 냈지만, 벽선의 말에 한 마디도 반박을 하지 못했다. 벽선의 서슬 퍼런 눈빛과 더불어 케일의 기세가 점점 더 그를 숨 막히게 만들었으니까.
마침내 케일의 입이 열렸다.
“하긴, 장형 대협에게 마교는 혈교보다 더 하겠지요.”
마교도에 의해 부모를 잃은 장형에게는 혈교보다는 마교가 더 악이었다.
그러니 그가 폭주할 만한 일이 될 터. 그래서 케일도 장문인도 그렇게 조심하려고 했던 것인데.
그때, 잠자코 있던 천마가 입을 열었다.
“일단 결박을 시켜야 할 것 같은데.”
크흠. 큼!
그가 입을 열자, 장로는 불편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고는 케일에게 말했다.
“공자님, 저희가 실수를 했지만 어서 이 상황을 안정시켜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부탁드립니다. 어서 정화를 하시지요.”
이를 들은 케일이 툭 내뱉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맡겨뒀습니까?”
“…네?”
“정화, 그거 저한테 맡겨뒀습니까?”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놀라서 케일을 쳐다봤다.
론과 투명화한 라온을 빼고. 천마마저도 조금 놀랍다는 듯 바라봤다.
“아니, 그것이-”
당황하던 장로는 울컥하는 표정으로 외쳤다.
“지금 마교는 해주셨으면서 우리는 안 해주려는 것입니까? 우리는 정판데! 사악한 마교가 아니란 말입니다!”
“이 인간이 미쳤나.”
케일은 저도 모르게 제 속마음이 입 밖으로 흘러나간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장로가 놀랐으나,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저 무심하게 내뱉을 뿐.
“내가 그간 너무 다 해줬나 보네.”
케일의 기세가 더 강해졌다. 이제는 현경에 이른 천마마저 그 기세에 눌리는 듯한 기분이 들어 손으로 제 목을 매만졌다.
그러니 다른 이들은 오죽하겠나. 제갈미려가 흔들리는 눈동자로 케일이 한 말을 되새긴 채 고개를 숙였다.
“크르-”
생강시조차도 폭주를 멈추고 케일을 바라봤다.
가장 강한 자가 나타났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는 듯.
그러나 케일은 그저 서 있었다.
사실 곤륜파가 마교에 악감정을 가지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마교가 그간 행한 짓이 곤륜파 입장에서는 악, 그 자체였으니까.
그렇기에 케일은 곤륜에게 마교와 협력하라고 말한 적도, 친하게 지내라고 말한 적도 없다.
다만 혈교를 같이 상대하자고 했을 뿐.
그리고 혈교에 대항하기 위한 정사마 연합에 함께하겠다고 먼저 뜻을 밝힌 것은 장문인이었다.
‘아마 장문인도 장로들에게 이번 혈교에 관련해서만 마교와 일시적인 협력을 한다고 말한 것이겠지.’
그것도 장형을 살려야 하니까.
생강시가 된 제자를, 곤륜파 사람을 온전히 정화하려면 천마가 필요했으니까.
그러니 아마도 늘 방어만 해오던 곤륜파의 수장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이 상황을 받아들였으리라.
그리고 혈교가 중원 무림 자체를 무너뜨리는 짓만큼은 막아야 하니 일시적인 협력이 옳다고 느꼈을 것이다.
‘김 공자님, 우리 장형이는 괜찮겠지요? 그 아이가 곤륜의 미래입니다. 지금의 천마가 이끄는 마교를 막을 재능을 지닌 아이는 장형뿐입니다.’
마교를 떠나 곤륜으로 오던 길. 장문인 인호가 몰래 찾아와 조심스럽게 건넨 말이 떠오른 케일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하려는 일도 생각했다.
‘혈교를 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