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910
그는 제 생각이 입 밖으로 나왔나 싶어 흠칫했다가 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봤다.
극마. 그녀가 끌끌 웃으며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극마 어르신!”
중립의 거두인 극마가 내뱉는 말에 하령이 예를 차리면서도 분노를 드러냈다.
그러자 극마가 툭 내뱉었다.
“더럽고 치사해도 끝까지 살아남아서 잘 사는 거.”
히죽. 그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독을 연구하느라, 그녀의 피부는 흉했다. 그래서인지 노파의 얼굴은 꼭 전래동화에 나올 무시무시한 악인 같아 보였다.
“그게 사파 놈들 생각이지. 뭐 별달리 대단한 것이 있다고 투쟁이니 타협이니 하는 것이야? 그냥 이득이 되는 대로 움직이는 거지.”
극마는 툭 던지듯 물었다.
“하령아. 너 왜 그러냐?”
케일은 사마평이 미소를 지우고 나직이 읊조리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역시 눈치채고 있었군.”
‘무엇을?’이라고 묻기도 전이었다.
극마가 말했다.
“하령아. 너는 무엇을 노리고 정파 놈들처럼 구는 것이냐?”
“어르신, 제가 정파놈들처럼 굴다니요!”
분노를 표하는 하령을 보며 극마가 한쪽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수하들은 이상해진 분위기에 멈칫했다.
사마평의 자식들도 마찬가지였다.
극마의 저 여유로움에는 진실로 의문이 담겨 있었으니까.
“하령아. 너는 지금 사파라는 집단에 투쟁이니 타협이니 하면서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 않느냐? 그것이 저 꽉 막혀서 답답한 정파 놈들 하는 짓이 아니면 무엇이더냐?”
호오.
케일은 작게 탄성을 흘렸다.
그 와중에도 극마는 이어 말했다.
“또, 너는 투쟁을 언급했지. 꺾여서는 안 된다고. 그건 마교 놈들이 주로 하는 말 아니냐?”
그녀는 끌끌 웃었다.
“우리가 마교냐? 강자존 그딴 게 무엇이 중요하다고. 더럽고 치사해도, 수시로 아군의 뒤통수를 때려도 살아남기만 하면 되는 사파에게. 왜 투쟁을 해서 죽을 자리에 뛰어들라고 하는 것이야?”
그리고 이어 그녀의 시선이 사마평에게도 향했다.
“련주. 왜 너는 약한 척하고 있냐?”
취이이이—-!
그녀의 술잔이 녹아들어 가기 시작했다.
독을 머금은 내공에 반응해 술잔은 서서히 사라져갔다.
“공자님.”
극마가 케일을 바라봤다.
“공자님은 답을 아십니까?”
이야.
케일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이 노인네 듣던 대로네.’
위 상선이 케일에게 해준 말이 있었다.
‘공자님. 사천 지역은 언뜻 보면 정파의 힘 있는 문파가 3개나 있어, 사파가 밀릴 것 같아 보일 수도 있지만.’
하지만 현실은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극마. 그녀가 아미파와 사천당가의 견제를 감당하는 이상. 정파는 사파를 이길 수가 없습니다.’
극마.
이 인간이랑은 말이 통할 것 같다.
어쩌면 조금 맛이 간 사마평보다도 더.
“어이구.”
사마평이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극마 어르신의 눈을 피하기는 어렵군요.”
그에 첫째 사마석이 입을 열었다.
“련주님,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뭔 말이기는. 꽤 재미난 일이 이곳에 벌어진다는 뜻이지.”
사마평이 부채를 접었다.
음악이 멈췄다.
-인간아, 시작하나?
이 온전한 정적이 신호였다.
“들어오는구만.”
극마가 툭 내뱉는 순간.
드르륵-
전각의 입구 문이 다시 열렸다.
“우웨에엑!”
더스트가 황급히 다다다 들어와 케일 곁에까지 왔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기!”
하령.
“저, 우웨에엑-!”
첫째 사마석.
“저기, 저기도-, 크읍!”
더스트의 손가락이 5명의 사람을 빠르게 가리킨 순간.
“흐음. 그래도 이만하면 괜찮겠는데?”
천마가 태연하게 전각 안으로 들어서며 케일에게 말했다.
그에 케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교에서처럼 더스트가 기절을 할 듯, 숨이 넘어갈 듯 굴지 않았다.
그저 헛구역질만 할 뿐.
“이 정도 급의 생강시면, 가뿐하지.”
그 숫자가 많아도.
정화는 금방 할 수 있으리라.
특히 폭주 전에 놀라고 있는 생강시들은.
“해일 님.”
케일은 최한을 선두로 들어서는 론, 비크로스, 수이 칸, 최정수에게 눈짓했다.
그들이 알아서 신관이 가리킨 다섯 명을 제압할 것이다.
“첫째는 제가 하지요.”
사마평도 있었고.
“이게 무슨-”
“련주님, 지금 무슨 일입니까?”
놀라는 사파 사람들 사이로.
파지지직.
케일은 적금빛 전류를 일으켰다.
그런 그에게 한 사람이 다가왔다.
“지금 생강시라고 했나?”
극마. 그녀가 성큼성큼 그에게로 왔다.
그것도 안광이 형형한 채로.
“생강시 하나만!”
응?
케일이 멈칫했을 때, 극마가 다급하게, 간절하게 외쳤다.
“하나만 나 줘! 연구할래!”
케일은 가볍게 극마를 외면했다.
미친 소리는 무시하는 편이 나았으니까.
하지만 케일은 잠시 착각했다.
미친 소리는 무시하기가 힘들다.
왜냐면, 그 미친 소리를 하는 인간도 보통은 아니기 때문이다.
“제발! 하나만!”
“뭡니까!?”
케일은 화들짝 놀랐다.
그는 제 바짓단을 내려다봤다.
극마가, 사파의 초고수 중 한 명이 그의 바짓단을 붙잡고 바닥에 드러누웠다.
콰아앙!
쾅!
아름다운 음악이 멈추고 사방에서 전투를 펼치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음에도.
“련주님! 아니, 아버지! 어찌하여 저를-”
“가만히 있거라.”
련주 사마평과 아들 사마석의 대결이라는, 부자간의 꽤 가슴 아플 만한 싸움이 펼쳐지고 있음에도.
“커억!”
쿵-!
녹림의 우두머리 하령이 최한과 비크로스에 의해 바닥으로 쓰러지는 와중에도.
“하나만! 생강시 하나는 나 줘! 연구하고 싶단 말이야!”
극마는 떼를 썼다.
팔순이 넘은 노인이 하는 꼴을 보는 케일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져 갔다.
좀 말이 통하는 영리한 인간인 줄 알았건만.
“쯧.”
케일이 혀를 찼다.
케일은 제 바짓단을 붙잡은 손을 떼어내려고 다리를 움직였다.
하지만 극마의 손은 떨어지지 않았다.
‘아, 진짜.’
극마가 아주 단단하게 바짓단을 붙잡았다.
“좀 떨어지시죠?”
“생강시 하나 주면!”
극마는 단호했다. 케일의 표정이 점점 더 띠꺼워지고, 그의 얼굴이 불퉁해져 갔지만. 극마는 떨어질 줄을 몰랐다.
케일은 무심하게 말했다.
“바쁘니까. 정화 그대로 합니다. 다쳐도 나는 모릅니다.”
“아, 정화 안 돼!”
극마가 바짓단을 더 세게 붙잡았다.
“하나는 정화하지 말고 나 줘!”
케일의 답은 단호했다.
“싫습니다.”
파지직!
적금빛 전류가 케일의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그 전류에 극마가 놀라서 손을 떼길 바라는 마음이었으나.
“흐어-”
전류에 닿은 극마가 요상한 소리를 내더니.
“어이구, 시원하네. 이거 안마 효과가 있구만? 찌릿찌릿한 게 아주 좋아.”
이 노인네 뭐야?
케일의 표정이 해괴하게 일그러졌다.
“이젠 웬만한 독을 마셔도 삼삼해서 아쉬웠는데. 이건 아주 짜릿짜릿하구만!”
미쳤다.
이 노인은 예사로 미친 게 아니다.
제대로 미쳤다.
케일은 전류에 닿은 극마의 손이 시뻘겋게 물들어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보아하니 내공으로 화상을 입지 않게 막고 있지만, 그럼에도 조만간 화상을 입을 것 같았다.
그런 와중에도 진심으로 극마는 전류를 좋아했다.
심지어 얼굴까지 가져다 대었다.
“시원하네!”
어깨도 갖다 댔다.
“어이구, 제대로 안마받는 기분이구만! 사천 제일 안마사보다 이게 더 좋아!”
극마가 진심으로 행복해했다.
그리고 케일은 기가 찼다. 하지만 점점 더 극마 이 노인네가 무서워져 갔다.
‘눈이 맛이 갔어.’
희번득한 안광은 생강시와 안마에 대한 것으로 가득 차 있었다.
“김해일.”
어떻게 할 것이냐고 천마가 옆에서 나직이 물어왔다.
케일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니, 이게 무슨-”
당황한 사파 사람들.
하지만 그들은 생강시라는 단어 때문에 쉬이 움직이지 못했다.
“크윽! 나를 이렇게, 이렇게-”
“놓으시오!”
“아버지, 어찌하여 저에게 이러시는 겁니까?”
그리고 생강시들은 이미 제압이 되어 있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대비를 못 하고 여지없이 잡힌 듯싶었다.
물론 케일 일행과 사마평이 생강시들보다 강하단 이유도 있었다.
케일이 제압된 생강시들의 상태가 점점 더 격렬하게 변해가는 것을 눈에 담았을 때.
“잘못하다간 폭주할 수도 있을 것 같다만.”
천마의 말에 케일은 입을 열었다.
“곧바로 정화를 해야지.”
“안 돼!”
극마가 냅다 외쳤다.
그녀를 내려다본 천마가 무심한 투로 물었다.
“이렇게 짐 덩이를 달고 정화를 하다가 기운 운용에 무리가 가면, 네가 다치지 않을까?”
-천마 말이 맞다! 인간아, 저 극마 떼어내자!
라온이 투명화한 채로 자신의 의견을 아주 강하게 주장했다.
“후우.”
한숨을 내쉰 케일은 쪼그리고 앉았다. 극마와 그의 눈높이가 가까워졌다.
“극마님.”
그녀를 부르자, 아주 반짝이는 눈동자로 그녀가 케일을 올려다봤다.
“하나 줄 거야?”
히죽, 케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아뇨. 안 줄 겁니다.”
“안 돼! 그러면-!”
김 공자님이라고 부르며 최소한의 예의를 차리던 모습도 내다 버린 이 행동.
케일은 다정하게 말했다.
“하지만 생강시에 대해 아주 잘 아는, 혈교의 핵심 첩자를 한 명 소개해드리죠.”
“음?”
극마가 멈칫했다.
“강시를 제작하고 운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꽤 많이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런 애가 있다고?”
“네. 있죠. 저희 손에.”
이름은 혈교 7호다.
수시로 기절을 당하는 그놈은 조만간 사천 지역에 가면 청은 상단을 시작으로 숨겨진 혈교를 찾는 데에 유용하게 쓰일 놈이었다.
“흐음.”
극마가 케일의 바짓단을 붙잡은 손을 꼼지락거렸다. 케일은 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혈교 본단에 가면 아주 좋은 연구자료들이 많지 않을까요?”
“하긴. 거기야말로-!”
극마의 눈이 번뜩였다.
그 틈새를 놓치지 않고 케일은 극마의 손을 바지에서 털어냈다. 그는 곧장 일어서서 극마에게서 두 걸음 멀어졌다.
그리고 괜히 다리를 털어냈다.
“혈교-”
극마가 케일에게 물었다.
“혈교가 어디 있는지 아오?”
다시 말을 높였다.
“대강 이어진 끈은 발견해 두었습니다. 사천입니다.”
극마가 끌끌거리며 웃었다.
“그럼 혈교로 가면 되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