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911
미련 없이 극마가 뒤로 물러섰다. 이를 본 케일은 생강시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시작하지.”
“그래.”
천마가 뭐가 재밌는지 그 무뚝뚝한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선 내공을 일으켰다.
“크아악-!”
그때, 사마석. 사마평의 첫째 아들이 갑자기 괴성을 지르며 몸을 비틀어댔다.
폭주라도 할 듯한 모습이었으나.
“커억!”
사마석은 곧 기절했다.
사마평은 제 아들을 후려치며 기절시킨 자를 쳐다봤다. 수이 칸은 느긋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폭주하기 전에 기절부터 시키면 편하잖습니까.”
나름 두 번의 생강시 폭주를 경험하고 케일 일행들이 터득한 방법이었다.
폭주하는 생강시는 상대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폭주 전에 제압하고, 그 후에 기절을 시킨다면?
“그렇군요. 편하겠군요.”
사마평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걸렸다.
기절한 아들을 내려다보며 그가 좋은 방법이라며 연신 고개를 끄덕일 때.
“크윽!”
“큭!”
다른 4명의 생강시들도 기절했다.
물론 녹림의 우두머리 하령의 반항이 상당했으나.
“툰카보다는 쉽군요.”
최한의 담담한 말과 함께 하령은 정신을 놓았다.
“어찌, 저렇게-”
중립파인 철가장은 이 광경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생강시니, 혈교니. 흘러나오는 단어들에 머릿속이 복잡한 것을 떠나 나름 사파에서 고수로 인정받는 자들이 이다지도 허무하게 제압당하는 모습은 충격이었다.
“뭘 그리 놀라나?”
“어르신.”
극마가 언제 진상을 부렸나는 듯, 고수다운 진중한 모습으로 철가장주의 옆에 섰다. 그녀는 케일의 일행들을 보며 툭 내뱉었다.
“강해.”
그에 철가장주가 멈칫했을 때.
“몇몇은 나도 승리를 확답 못 하겠군.”
“…하긴 천마나 김 공자는 소문만 들어도-”
“아니. 그 둘 말고.”
“그 두 사람 외에도-”
“있어. 강한 놈들이, 많이.”
최한, 수이 칸 등을 스쳐 보는 극마의 입꼬리가 삐뚜름하게 올라갔다.
그러나 곧 그녀의 미소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파지지직—–!
적금빛이 몸집을 키웠다.
그리고 난로에서 붉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천마의 검붉은 기운이 처음으로 녹림의 우두머리 하령에게로 향했고, 그 뒤를 케일의 적금빛이 따랐다.
“허-”
극마는 제 팔을 내려다보았다.
여러 흉진 상처들로 가득한 팔에 오랜만에 소름이 돋았다.
“상극이로구나.”
김해일 공자.
그가 뿜어내는 기운은 극마와 완전히 반대에 놓인 것이었다.
말 그대로 ‘정화’ 그 자체였다.
‘살아있는 것들은 저마다 약이 될 성질과 독이 될 성질을 함께 품고 있다.’
독. 그것은 이 자연 속의 생명체가 품고 있는 것 중 해로운 것을 조합하여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물론 때로는 약이 독이 될 때가 있고, 독이 약이 될 때가 있다.
어찌 되었든, 약이든 독이든 생명체에게 어떠한 변화를 만들어내려고 하는 성질을 품고 있었다.
“없애는구나.”
하지만 저 불벼락이 품고 있는 것은 말 그대로 없애는 것이었다.
그것도 삿된 기운 하나만.
아니, 마음만 먹는다면 무엇이든 태워서 사라지게 만들 것이다.
존재의 변화를 만드는 힘과 존재를 없애는 힘.
그것이 상극이 아니고 무엇이 상극이겠는가.
그럼에도 두 가지 모두 자연 속에 그 이치가 담겨있다.
‘흥미롭구나.’
극마. 더 이상 발전할 길이 보이지 않아 스스로의 한계를 내려버린 노고수는 자신에게 한계를 뛰어넘을 길이 열릴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일었다.
“사천이라-”
그녀는 철가장주에게 말했다.
“장주.”
“네, 어르신.”
“자네 장원에 빈방이 많지?”
철가장주는 극마와 케일 쪽을 보더니 고개를 숙였다.
“준비해두겠습니다.”
“그래. 정파 쪽으로 가지 않고, 우리 쪽에서 머물 수 있게 제대로 준비를 해두자고.”
쯧.
그러면서도 극마는 혀를 찼다.
“아미파에서 환장할 힘인데.”
케일의 붉은 전류가 뿜어내는 파괴적이면서도 청량하고 정순한 그 기운에 극마는 자신의 오래된 앙숙인 아미파의 장문인을 떠올렸다.
그 미친 여자가 극찬할 힘을 김 공자가 가지고 있었다.
“흐.”
잠시 걱정이 일었던 극마는 케일의 정화하는 힘에 눈을 반짝이는 사마평을 보며 한껏 미소를 지었다.
“저놈이 아주 제대로 빠졌군. 그러면 걱정은 없겠어.”
사마평. 저놈은 한번 문 것은 절대로 놓지 않고 어떻게든 쫓아가는 놈이니까.
“재밌겠어.”
천마에, 사도련주에, 아직 극마가 정체를 파악 못 한 김 공자의 수하들까지.
김 공자 주위가 아주 시끄러울 것 같았다.
‘그리고 그걸 원하는 것 같고.’
김 공자의 덤덤한 얼굴을 보며 극마는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그녀는 곧 여러 생각을 잊고 감탄을 흘려야만 했다.
“허-”
전각 안을 가득 채우는 붉은 연기.
평생을 독에 쏟아부었기에 안다. 이 기운이 얼마나 정순하면서도 아름답고 고고한 경이로움을 담고 있는지.
“쿨럭!”
잿빛 액체를 토해내며 하령이 눈을 뜨는 것을 시작으로.
생강시들이 하나둘 정화되어 갔다.
그 과정에서 김 공자는 식은땀을 좀 흘리며 안색이 창백해져 갔으나, 그 외에는 멀쩡했다.
물론 그 약해져 가는 모습을 비웃는 이는 없었다.
가공할 만한 정순한 힘이 이 공간을 가득 채우다 못해 전각 밖으로 흘러나가 주변을 채우고 있었으니까.
천마와 사도련주가 있음에도 모두의 시선이 케일에게로 집중되었다.
‘그래, 사파라는 족속들이 이런 놈들이지.’
극마는 웃었다.
사파.
이놈들은 윗사람에 대한 공경? 그딴 건 없다.
연륜? 지혜? 그런 것들을 신경도 안 쓴다.
오로지 강한 힘.
월등한 무력.
그것에 환장하여, 그 강자의 신발이라도 핥으며 옆에 붙어있으려는 놈들이 수두룩하다.
그렇기에 사파에서 인정받으려면 그 힘을 내보이면 된다.
그리고 이를 김 공자는 아주 훌륭하게 선보였다.
더할 나위 없이 말이다.
마지막 정화까지 끝나고 난 후.
사마평은 수하들을 전각 안으로 불러들였다.
“감옥에 가둬.”
본인의 아들까지 포함하여 정화된 생강시 5명은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인간아! 치료를 해야 하는데, 왜 감옥에 가두냐? 우리 제자 이상하다!
라온의 말을 들으며 케일도 의아한 얼굴로 사마평을 쳐다봤다. 그 시선에 사마평이 부드럽게, 간신처럼 답했다.
“감옥에 갇히겠지만, 의원을 붙여 보신을 위한 치료는 진행될 겁니다.”
보살핌은 이루어진다는 말에 케일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원래는 생강시들이 사도련에 죄를 지었다며 죽이겠다고 했던 사마평이 아니었던가.
그런 그가 일단 살려두려고 의원도 붙여준다고 하니. 더 이상 신경 쓰지 않는 편이 나았다.
사도련.
그곳에는 그곳 나름대로의 방식이 있는 법이니까.
외부인인 케일이 이래라저래라 할 자격은 없었다.
다만.
“그럼 다시 연회를 시작하도록 하지요!”
“좋습니다!”
“크하하하, 역시 우리 련주님은 화통하십니다!”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악공들이 다시 음악을 켰고, 사파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제자리를 찾아갔다.
그리고 사용인들이 들어와 부서진 물건들과 엎어진 음식을 치우고 새로이 준비해왔다.
그 과정이 아주 물 흐르듯 착착 진행되었다.
“오늘은 그래도 누구 목 떨어진 것은 안 봐서 좋군요! 그래서 그런가 술맛이 좋겠어. 크하하하!”
“나는 피를 좀 봐야 술맛이 돌더이다.”
“크하하, 그렇습니까?”
케일은 제 귀에 닿은 목소리들을 들으며 생각했다.
‘여기도 정상이 아니구만.’
한숨을 내쉬는 그에게 사마평이 다가와 두 손을 비비며 말했다.
“공자님을 위한 자리가 저기 있습니다.”
“…….”
제일 상석.
사마평의 자리로 추정되는 곳. 그곳이 케일의 자리였다.
덤으로 케일의 자리 옆에는 황금색으로 수실이 놓아진 작은 방석이 있었다.
사마평이 허공을 보며 속삭였다.
“위대한 스승님을 위해 미천한 제자가 준비한 것이지요.”
투명화한 라온 전용 방석이었다.
-인간아! 우리 련주 제자는 좀 이상한데, 이상하게 조금 마음에 들기는 든다.
그러게나 말이다.
* * *
“곧 사천성이야.”
죽립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던 최정수가 슬쩍 얼굴을 드러내며 케일에게 앞을 가리켰다.
“저 성안에 청은 상단 본점이 있어.”
케일의 머릿속에 라온의 음성이 들려왔다.
-인간아, 이제 부수나?
기대감이 잔뜩 어린 목소리를 들으며 케일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서렸다.
사천.
이곳은 중원의 중심 지역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하여 상업이나 여러 분야의 발달이 더딘 곳도 아니다.
모든 것이 중간에 있는 지역이라고 보는 편이 좋으리라.
“평화롭지요?”
끌끌거리는 웃음을 흘리며 극마가 다정히 건넨 말에 케일은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왜냐면 극마의 어깨에 짊어져 있는 포대가 눈에 들어왔으니까.
저 포대 속에는 혈교 7호가 폭신한 천으로 감싸인 채로 꽁꽁 묶여 있었다.
물론 기절한 상태다.
-인간아. 혈교 7호도 참 고생이 많다.
케일은 최한만 보면 발작을 하듯 온몸을 떨며 건들지 않아도 정신을 놓아버리는 혈교 7호의 모습이 생각났다.
이 녀석은 최한의 손을 벗어나 드디어 무림인 손으로 자신의 목숨줄이 옮겨지는 것을 오히려 반겼다.
그러다가 그 무림인이 극마라는 것을 알고는-
‘이 악독한 놈들!’
케일 일행에게 저주를 퍼부어댔다.
그래 봤자, 극마가 눈을 희번득하게 뜬 채로 혈교 7호에게 얼굴을 들이밀자 입이 꾹 다물렸다.
‘호오. 팔팔하구나. 마교에 있던 첩자 놈들은 80번대, 100번대의 놈이라고 했지. 보아하니 숫자가 작을수록 위치가 높은 놈 같은데.’
극마가 입맛을 다셨다.
‘7호라니. 너는 재미난 지식을 많이 알고 있겠구나.’
7호는 눈물을 줄줄 흘렸다.
‘그냥, 그냥 다 말할 테니까! 그냥 죽여라!’
그러나 아쉽게도 그 말을 들어줄 사람은 없었다.
‘죽이기는. 아깝게. 끌끌. 이 노인네랑 같이 재미나게 살아 보자꾸나.’
극마의 그 말에 혈교 7호는 털썩 옆으로 쓰러져 버렸다. 기절한 것이었다.
케일은 너무나도 소중하게 포대를 옮기는 극마를 외면했다.
“그런데 어디에서 머물 것이오?”
극마가 건넨 물음에 케일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성문을 지나자 곧바로 시장이 자리해 있었다. 물론 여행객을 위한 객잔과 여러 음식점들도 즐비했다.
땅! 땅! 땅!
그리고 한쪽에서는 망치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천은 야장술이 발달했다. 특히 농기구나 장신구를 만드는 기술보다 무기술이 뛰어났는데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일단 사천당가가 독과 암기로 유명했다.
암기술이 발달하려면 기본적으로 주요 무기인 암기나 비수가 뛰어나야 했으니 자연적으로 사천당가에서는 대장장이를 귀히 여겼다.
그리고 철가장. 그곳도 사파 내에서는 암기로 이름을 날리는 곳으로, 여기는 심지어 몇몇 대장장이들과 협약을 맺어 사파에 공급하는 물건을 만들어 파는 일도 하고 있었다.
‘어쩌면 정파와 사파가 혼재한 가운데에서도 싸움이 드문 건, 이 대장간들 때문일 확률이 높을 거야.’
잘못 싸우다가 저 대장간들이 부서져 봐라.
손해는 온전히 사천당가와 철가장의 몫이었다.
케일은 대장간 구역에서 들려오는 망치 소리를 배경음 삼아 활기찬 시장을 보며 무심히 답했다.
“사천당가에서 짐을 풀어야 할 것 같습니다.”
“철가장주가 아쉬워하겠구만.”
극마가 중얼거리는 말을 들었으나, 케일은 못 들은 척했다.
“공자님, 제가 길을 안내하겠습니다.”
위 상선이 앞장섰다.
하지만 주위에 권왕과 증손녀 목희는 없었다.
‘아무래도 시일이 조금 걸릴 것 같습니다.’
귀주에서 만난 위 상선은 홀로 케일을 맞이했다. 그는 영약 문제로 권왕 목현과 금의위가 조금 더 시일이 걸릴 것이라 했다.
‘마교에서 일어난 일을 보고 받으신 황제 폐하께서 영약을 한 개 더 내리기로 결정하셨는데. 그 영약을 옮기는 일은 아무래도 목현 어르신이 북경까지 다녀와야 할 일이라서요.’
자그마치 권왕이 중원의 수도. 북경까지 가서 황제에게 직접 받아와야 하는 영약.
케일은 웃으며 말했다.
‘그래야 할 일이면 그래야지요.’
딱 봐도 엄청난 영약이리라.
그것도 최소 2개 이상일 터.
‘혈교 본단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지금 당장 내가 봉인 때문에 불편할 일은 없으니까.’
권왕이 조금 늦어도 상관없었다.
케일은 앞장선 위 상선의 뒤를 따라가며 극마의 목소리를 들었다.
“흐음. 그러면 나도 같이 당가에서 머물러도 되겠소?”
“당가에 말입니까?”
“그렇소.”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위 상선이 멈칫하며 입을 열었다.
“그것은 좀-”
사천당가와 극마의 사이는 최악이나 다름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극마는 사천당가를 신경도 안 쓰고 있었으나, 사천당가에서 잔뜩 날을 세우는 것이었다.
괜히 극마가 따라왔다가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그래서 이를 말리려던 위 상선은 케일의 목소리에 말을 멈췄다.
“마음대로 하세요.”
케일은 별다른 말을 덧붙이지 않고 위 상선에게 눈짓했다. 어서 가자고.
그에 위 상선은 뭔가 알 수 없는 꺼림칙함을 느꼈지만, 그 눈짓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호오.”
극마마저 케일의 반응을 신기해했으나, 케일로서는.
‘천마에 검마까지 같이 가는데. 극마라고 못 데려갈 것도 없지.’
별생각이 없었다.
‘극마는 왠지 혼자 두면 사고를 칠 것 같단 말이지.’
더불어 그는 이렇게 마교와 사파 사람을 줄줄이 데리고 사천당가로 가도 크게 문제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존재했다.
‘공자님.’
총군사 제갈미려는 무림맹의 생강시를 모두 정화한 케일에게 다가왔다.
그 행동이 몹시도 조심스러웠다.
케일은 그녀의 어깨 너머를 바라봤다. 차마 다가오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무림맹 사람들도 보였다.
케일은 그 이유를 금방 떠올릴 수 있었다.
‘왜 그러시죠?’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척 되물었다, 그에 제갈미려는 살짝 고개를 숙여 보였다.
‘저희 쪽의 태도 때문에 기분이 상하셨을 겁니다. 죄송합니다.’
‘곤륜파 장로님의 사과는 이미 받았습니다.’
케일에게 정화를 해달라고 당당하게 말하던 장로는 장형이 정화되고 난 후 장문인과 함께 케일을 찾아와 사과를 건넸다.
‘죄송합니다, 공자님. 순간 다급한 마음에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의와 협을 중요시 여기고 그에 따라 행동하시는 공자님의 마음을 몰라보고 방만한 언사를 저질러 정말 죄송합니다.’
문제는 그 사과가 케일의 마음에 조금도 들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케일은 그 사과를 깔끔히 무시했다.
그냥 지나쳤다는 소리였다.
그에 장로가 뭐라 말할 듯 움직였으나, 장문인 인호가 이를 말리고는 그저 케일에게 감사 인사를 여러 번 건넸다.
‘감사합니다, 공자님! 뭐라도 보답을 드려야 하는데, 지금 저희 문파 사정이 그닥 좋지 못하여-’
‘됐습니다. 딱히 뭘 받을 필요 없습니다.’
부유한 남궁세가와 달리, 곤륜파는 원래 빈궁했다. 거기다가 생강시가 된 장형이 전각을 부순 바람에 그걸 고치려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었다.
케일은 이런 상황에서 보답을 원하지는 않았다.
‘정말 감사합니다, 공자님!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장문인의 모습에 케일은 괜히 마음이 껄끄러워져 대충 괜찮다고 그들을 떼어내기는 했다.
물론 케일은 이런 상황을 알고 있었을 총군사 앞에서 일부러 아까의 ‘그 사과’를 언급하기는 했다.
머리가 잘 돌아가는 인간이니만큼, 제대로 처신할 테니까.
‘공자님,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입니다.’
제갈미려는 더 사과를 하기보다는 곧바로 케일이 원하는 답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케일은 물었다.
‘이런 일은 무슨 일을 말하는 겁니까?’
그에 제갈미려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도움을 받는 입장에서, 의와 협을 내세워 공자님을 옭아매거나 요구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케일은 그녀를 빤히 바라봤다.
사실 곤륜파 장로의 행동은 제갈미려의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곤륜파 장로가 그냥 철없이 한 행동이었을까?
한 단체의 중요 직책까지 오른 자이다.
그런 만큼 주변 분위기를 파악하는 눈치는 있을 터.
즉, 장로는 곤륜파와 정파에 흐르는 김 공자에 대한 평판을 가지고서 그를 대했으리라.
그리고 이런 분위기를 관리하는 것이 제갈미려의 일이었다.
케일은 총군사를 질책할 생각은 없다.
그런 관계도 아니었거니와, 앞으로 그런 사이가 될 생각도 없었으니까.
다만 총군사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귀를 바짝 세우고 이 이야기를 듣고 있을 무림맹 사람들에게 분명히 일러둘 필요는 있었다.
앞으로를 위해.
‘총군사님. 사실 아까 그 장로님의 말을 듣고 기분이 조금 짜증 나기는 했지만. 딱히 문제 될 일은 없을 겁니다.’
제갈미려는 케일의 입가에 지어진 미소를 응시했다.
그 미소는 조금도 부드럽지 않았다.
오히려 차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