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912
케일은 조금 전 제갈미려가 한 말을 떠올렸다.
‘도움을 받는 입장에서, 의와 협을 내세워 공자님을 옭아매거나 요구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에 대한 답은 간단했다.
‘그냥 제가 그 요구를 안 들어주면 되는 일이고. 또한 그쪽에서 옭아매려고 한다고, 내가 옭아매일 것 같습니까?’
제갈미려는 숨을 들이마셨다.
김 공자가 묻고 있었다.
내가 너희를 외면한다고 해서, 너희가 나에게 무슨 짓을 할 수 있지?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없다.’
그에게 어떠한 짓도 할 수가 없다.
황궁의 핏줄로 추정되며 황제가 아끼는 자.
거기다가 본인이 가진 무공의 경지도 자연경이며 나아가 그의 수하들도 하나같이 강했다.
더불어 정파가 그를 배척하면 마교와 사파에서 더 달라붙을 터.
제갈미려는 곤륜파 장로가 한 말에 케일의 서늘한 반응을 보며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케일이 제일 처음 방문한 곳이 무림맹이었기에 그를 안일하게 대하고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거기다가 지금 김 공자 곁에는 천마와 사도련주가 함께이지 않은가.
그녀는 천천히 눈을 뜨며 케일에게 말했다.
‘공자님께서 하시고자 하는 일에, 무림맹은 전적으로 협력할 생각입니다.’
총군사는 제 말에 미소가 맺히는 케일을 보며 말을 이었다.
‘앞으로, 불편하실 일은 없을 겁니다.’
김해일 공자. 그는 무림을 도와주는 자.
말 그대로 그런 위치에 있는 자였다.
그 사실을 잊어선 안 되었다.
‘총군사와는 말이 통해서 좋습니다.’
케일이 원하는 바는 간단했다.
혈교.
푸른 피 사냥꾼 가문을 무너뜨리는 데에 함께 힘을 합치는 것.
그리고 아군이 방해 요인이 되지 않는 것.
그 정도였다.
제갈미려는 씨익 웃으며 대화를 마무리했다.
‘앞으로 가장 말이 통하는 상대가 아마 저이지 않을까요?’
그녀를 따라 케일도 미소를 지었다.
제갈미려의 이런 점이 좋았다. 고개를 숙이면서도 미래를 기약하는 모습.
케일은 지난 대화를 떠올리며 생각을 정리했다.
“공자님. 왔습니다.”
그리고 위 상선이 목적지에 도착했다.
케일은 뒤에 따라오고 있던 일행 쪽을 바라봤다.
“여기 맞냐?”
“어. 맞아.”
한 건물 앞에 그들은 걸음을 멈췄다.
“뭐야? 사천당가가 아니잖아?”
극마가 의아해하며 케일을 바라봤다. 그 시선에 케일이 툭 내뱉었다.
“사천당가로 간다고 답한 적은 없습니다만.”
극마는 오늘 어디서 묵을 건지에 대해 물었고 케일은 사천당가를 답했다. 그리고 위 상선이 안내한다고 나섰기에 당가로 가겠다 싶어 그러려니 하며 뒤를 따랐다.
하지만 사천당가는 아직 한참 더 걸어가야 했다.
그리고 김 공자는 걸음을 멈췄다.
극마는 3층짜리 건물을 바라봤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고급 자재를 사용했는지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여기는 꽤 유명한 곳이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몇십 년 전부터 유명해진 장소였다.
극마의 입이 열렸다.
그녀는 현판을 읽었다.
“청은 상단-”
케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어렵게 갈 것 없지.”
평화로운 시장 구역의 끄트머리.
그곳엔 몇십 년 전 제대로 터를 구하지 못해서 외곽에 자리 잡은 청은 상단 건물이 있었다.
이 건물은 상단이 성장함에 따라 점점 모습이 바뀌어 갔고, 지금은 외곽임에도 청은 상단 이름에 걸맞은 멋진 모습을 지니게 되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상단의 문 앞에 서 있던 두 명의 문지기들이 다가왔다.
평범한 모습의 두 사람.
그들은 썩 강해 보이지 않았다. 상단의 문지기로 딱 적당해 보였다.
– 인간아! 저 두 명, 목희 정도 실력이다!
그러나 그들의 실력은 권왕의 증손녀 목희 정도였다. 즉, 황제를 호위하는 금의위급이란 소리였다.
“해일 님.”
최한이 다가왔다.
케일은 최한, 최정수에게 눈짓했다.
“제압해.”
그 말이 시작이었다.
채앵, 챙!
최씨 가문 두 사람이 검을 뽑아 들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짓입니까!”
“정체를 밝히시오!”
그리고 문지기들에게로 향했다.
이를 보며 케일은 생각했다.
‘사천당가로 바로 가면, 내가 도착한 것이 알려지겠지.’
아무리 은밀하게 움직여도 사천에 소문이 날 것이다.
당가로 철가장주와 같은 사파가 올 테니까.
그러면 너무 많은 변수가 발생해 정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혈교도 자연히 김 공자의 존재를 알게 될 확률이 높다.
그러니, 그전에 가볍게.
방심하고 있는 이 상단 지부를,
-인간아, 부수나?
그래, 부순다.
케일은 채찍을 꺼내 들며 동료들에게 말했다.
“모든 입구를 막고, 이 건물을 차지한다.”
최한과 최정수가 문지기와 부딪치는 그 사이로.
케일은 채찍을 움직였다.
고룡 에르하벤의 힘이 담긴 채찍.
아주 비싼 목재로 만들어진 상단 정문과 채찍이 부딪친 순간.
콰아아아앙—-!
엄청난 굉음과 함께.
스스스—-
정문은 먼지가 되어 흩날렸다.
에르하벤의 힘이 닿았으니까.
케일은 사라진 문 너머 놀란 상단 사람들을 보며 지시를 내렸다.
“시작해.”
동료들이 건물 안으로 뛰어들었다.
케일은 느긋하게 그 뒤를 따랐다.
22장. 우리가 착각했다…!
부순다.
사파 유명한 망나니 사마정의 머릿속에 든 생각은 단 하나였다.
‘다 부수네.’
와장창!
창문이 부서졌다.
쿠웅.
문짝이 저 멀리 날아가 파괴된다.
콰직, 콰직!
온갖 것들이 그냥 다 부서지고 날아다니고 흩날렸다.
원래라면 이런 난장판을 좋아하고 스스로 만들 사마정이었지만,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허어.”
옆에서 탄식을 흘리는 극마 역시도 마찬가지인 듯싶었다.
실험에 미쳐버린, 정신 나간 늙은이는 멍하니 입을 벌릴 뿐이었다.
그리고 사마정은 몰랐으나, 그는 자신도 모르게 공손하게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있었다.
김해일 공자.
그의 일행들은 거침없이 움직였다.
앞을 막는 건 다 부쉈다.
“으아악!”
“도, 도망쳐!”
“이게 무슨 일이야!”
청은 상단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일에 극도의 혼란을 느꼈다.
그냥 청은 상단 사천 지부가 발칵 뒤집어졌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
“갑자기 무슨 일입니까!”
“으아악! 어찌하여, 무림 고수분들께서 저희 같은 상인들을 핍박하시는 겁니까!”
그중에 김 공자 일행들의 앞을 막아서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뭘 좀 아는 눈친데?”
“네? 크억!”
그들은 무심한 얼굴로 그 사람들을 제압했다.
“쓸모 있어 보이는군.”
아니, 기절시켰다.
“흐음. 장부를 들고 도망가려고 했네. 뭐가 걸렸나 봐?”
또 기절.
차근차근 기절시키며 1층을 점령, 2층으로 향했다.
힐끗 창밖을 본 사마정은 침을 꿀꺽 삼켰다.
“으아아아-”
“크어억!”
창밖으로 사람이 떨어져 내린다.
누가 봐도 2, 3층에 있던 사람들이었다.
사마정은 부자지간이라고 들었던, 대도를 짊어진 사람과 반백발의 남자가 먼저 위층으로 올라갔던 것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자신의 친우인 두강. 그 녀석도 먼저 신이 나서 올라갔다. 앞에 있는 건 뭐든 몸으로 부딪쳐 부수면서.
‘크하하하! 드디어 시작이구나!’
그렇게 말했다.
그리 말할 때만 해도 사파의 망나니 사마정은 내심 실소를 흘렸다.
왜냐면 두강. 그 녀석이라면 김 공자 밑에 있으면서 갑갑함을 많이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너무 바르다.’
그가 김 공자 일행들을 보며 느낀 바였다.
‘물과 같아.’
고요하고, 있는 듯 없는 듯. 시류에 따라 흘러가는 자들.
물론 김 공자의 수하들이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검마와 김 공자 수하 간의 비무 대결을 보지는 못했지만, 그들이 일으킨 굉음과 그 흔적은 보았으니까.
하지만 그들이 기본적으로 온건하며 다툼을 싫어한다고 보았다.
‘대장, 아니, 김 공자부터가 그런 사람인 줄 알았으니까.’
한 무리의 성격은 그 무리를 이끄는 자의 성향에 크게 영향을 받는 법이었으니까.
콰아앙-!
이전보다 조금 더 큰 굉음 소리에 사마정은 움찔하며 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봤다.
눈이 마주친, 죽립을 쓴 검마가 밝게 말했다.
“귀한 정보가 들어있어 보여서. 하하.”
그러고는 벽에서 뜯어낸 금고를 짊어졌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최한부터 시작해, 다들 착실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건물을 점거해 나가면서도 사람 하나 놓치지 않았고, 물건 하나 놓치지 않았다.
아주 익숙해 보였다.
그래, 이 사람들.
때려 부수고 물건 터는 거에 아주 익숙해 보였다.
솔직히 말하면 장인의 손길이 느껴졌다.
사파의 망나니인 사마정.
그는 솔직히 말하면 저런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
정파 후기지수들보다 험하게 컸지만, 그것도 행패 부리고 제 마음대로 싸우는 일이었지.
목표를 정하고, 이를 신속하게 제압하는 것과는 달랐다.
콰아앙!
쿠웅!
와장창!
지금도 봐라.
딱 부술 것만 망설임 없이 부순다.
이들은 전문가다.
황궁에서 나와서, 그것도 김 공자가 황족이라고 반 확정된 상태이기에.
그리고 평소의 모습이 온건해 보여서.
그래서, 그들은 이런 험한 일은 해보지 않고 산 줄 알았다.
때문에 정파나 사파, 마교들을 끌어들여 그들을 선봉에 세울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하. 착각했구만.”
극마의 헛웃음이 섞인 목소리에 사마정은 처음으로 이 정신 나간 노인네의 말에 공감을 표했다.
김 공자와 그의 일행.
그들은 누구보다도 앞에서 싸우고, 여러 임무를 수행해오며 갖은 고초를 겪어본 것이 틀림없다.
그때, 사마정은 유일하게 이 공간에서 홀로 다른 시간을 사는 듯한 이가 뒤돌아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뭘 착각했다는 겁니까?”
김해일 공자.
그가 느긋하게 걸어가다가 뒤돌아봤다.
“크흠.”
극마가 헛기침을 하며 그 시선을 피했다.
“아무것도 아냐.”
사마정은 극마가 왜 저러는지를 알 것 같았다.
그도 저도 모르게 김 공자의 시선을 피했으니까.
‘무서운 자들이었어.’
이는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생떼를 피워도, 귀찮아하면서 그럭저럭 수용해주던 사람이 알고 보니, 아주 무서운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챘으니까.
그의 일행들도.
‘강한 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드러난 그들의 힘은 정말로 강했다.
청은 상단.
이곳의 문지기가 황궁 금의위급이라는 것을 알아챘을 때부터 사마정은 청은 상단이 정말로 예사 상단이 아닌 혈교의 지부임을 느낄 수 있었다.
‘두 방에 잡았지?’
그리고 문지기들을 최한, 이수혁이 가볍게 두 번 만에 제압했다.
그 후로, 건물 안으로 들어서서도 같은 광경이었다.
물론 어느 정도 당황을 지운 청은 상단의 위층에서 강자들이 하나둘 나타났으나.
‘다 제압했지.’
특히 두강의 주먹에 한 사람은 아예 얼굴이 박살 나더라.
그리고 깨달았다.
‘저 녀석도 나를 봐줬어.’
두강 저놈도 대련할 때 진심이 아니었던 거야.
그냥 적당히 몸 풀 정도로 했던 거지.
“미친놈들-”
그는 무심결에 내뱉고는 얼른 입을 닫았다.
하지만 그가 입을 닫게 했던 원인은 그의 앞에 없었다.
김해일.
그는 사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말든, 여유롭게 2층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당연히 그를 막아설 것은 없었다.
-인간아, 내가 보호해주겠다!
투명화한 라온이 외쳤지만.
서걱.
쿠웅.
콰아앙!
이미 다른 일행들이 곁에 붙어서 다 자르고 부수고 막아주었으니까.
이수혁, 최정수, 최한.
순서를 정한 것인지, 돌아가면서 케일의 방해물이 될 것 같은 것들을 부숴주었다.
“아, 편하네.”
케일은 진심을 내뱉으며, 여유롭게 하지만 느리지 않게 위로 올라갔다.
그러다가 계단을 내려오는 론과 눈이 마주쳤다.
그에게 물었다.
“위에 있어?”
목적어가 상실된 물음이었으나, 론은 착실히 답했다.
“지부장만 잡았습니다.”
“그게 끝?”
“네.”
간결한 대답에 케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려가야겠네.”
케일은 올라가던 계단을 내려왔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다가 1층 계단이 시작되는 지점.
그 옆에 있는 작은 창고 문을 잡아당겼다.
-내가 열어준다!
라온의 말에 케일은 뒤로 세 걸음 물러났다.
그러자 바로 문이 부서졌다.
콰직!
마나에 눌려서 일그러진 문이 대충 옆으로 날아갔다.
케일은 지하로 통하는 문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역시.”
론이 앞으로 나섰다.
“제가 먼저 가보겠습니다.”
“어.”
케일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론이 신속하게 지하로 향했다.
끼익. 끼익.
케일은 그 뒤를 따라 좁고 낡은 계단 아래로 걸어 내려갔다.
그리고 지하로 내려서자, 작은 불들 사이로 막 좁은 굴을 통해 도망가려던 이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을 지키려는 듯 일제히 검을 뽑아 드는 무림인 5명.
채앵, 챙!
그 기도가 지금껏 마주한 이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문지기가 금의위 정도였다면, 이들은 금의위들의 조장을 맡을 정도로 보였다.
무엇보다도 저 도망가려는 놈.
저자는 아주 강해 보였다.
-인간아! 저 도망가려는 놈 품에 문서가 많다!
라온이 또 다급하게 말했다.
-인간아, 그리고 이 사방에 다 화약이다!
청은 상단 지하.
그곳은 꽤 넓었지만, 사람이 움직일 만한 공간은 적었다.
왜냐면 그곳이 다 화약으로 가득 차 있었으니까.
“흐음.”
케일은 태연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네가 여기 진짜 관리자인가 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