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920
촤르르—
쫓고 쫓기는 서로 다른 빛깔의 물들.
하지만 검은 물들이 도망칠 곳은 많지 않았다.
아무리 넓은 공동이라고 하여도 결국 그 끝은 정해져 있었다.
쿵! 쿵!
검은 물들이 공동 벽과 부딪치며 굉음을 토해냈다.
일부의 물들은 빠르게 수증기가 되어 공중으로 사라지려 했다.
하지만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사슬들이 덮쳐왔다.
“무슨 일 있어?”
걱정 어린 목소리로 살며시 다가온 최정수는 라온이 가리킨 방향을 보고는 멍하니 입을 벌렸다.
“헐.”
웃으며 물로 된 사슬을 사방으로 휘두르는 케일.
그 모습은 아주 신나 보였다.
“우리 인간, 옛날에 용암에다가 돈 뿌릴 때랑 비슷하게 웃고 있다!”
라온의 목소리는 당연히 케일에게 닿지 않았다.
그는 그저 검은 물들을 옭아매고 가두고 잡아들였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손이 움직임을 멈췄다.
총 8개의 기둥.
아니. 사슬에 꽁꽁 싸 매인 검은 물들.
-아 미치겠다!
하늘을 잡아먹는 물이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너무 신나!
그리고 케일은 그 목소리를 배경음악처럼 들으며 다시 손을 움직였다.
8개의 기둥이 곧장 케일에게로 향했다.
마치 거대한 파도 8개가 그를 덮치는 듯했다.
케일은 이를 가만히 바라봤다.
처음에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이걸 다 먹으라고? 마시다가 배 터질 것 같은데?’
그에 고대의 힘이 실소를 흘렸다.
‘누가 진짜로 저 물을 다 먹는대?’
그러고는 아주 쉬운 답을 내주었다.
‘핵만 먹으면 돼.’
즉, 즙만 먹자!
촤아아아—-
8개의 기둥이 일시에 케일을 덮쳤다.
그의 온몸이 젖어갔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케일은 눈을 감았다.
촤르르—, 촤르르–
사슬들이 움직였다.
아니, 사라져갔다.
검은 물속으로 투명한 물이 섞여들었다.
그리고 물들이 진동했다.
‘온다.’
케일은 저를 감싼 물속에서 요동치는 기운들을 느꼈다.
잡아먹으려는 물과 도망가려는 물.
케일은 마침내 눈을 떴다.
물속이건만 눈을 뜨는 것이 조금도 힘들지 않았다.
그의 주위를 감싼 것은-
-끝났다.
하늘을 잡아먹는 물뿐이었으니까.
대신 케일의 눈앞에 작게 뭉친 8개의 검은 물방울들이 존재했다.
-케일.
하늘을 잡아먹는 물이 차분하게 말했다.
-난 이걸 먹으면 봉인이 다 풀리는 건 당연하고, 분명 내 본래의 힘도 강해질 것이라고 생각해.
-솔직히 말해서 어느 정도 강해질지 가늠이 되지 않아.
그녀는 이어 말했다.
-물론 네 그릇에는 문제가 생기지 않을 거야.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흡입을 멈출 거니까.
케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8개의 물방울이 움직였다.
각각 네 개로 나뉜 물방울들이 그의 양팔을 타고 올라갔다.
그리고 어깨, 쇄골 부근에서 멈췄다.
마침내, 스며들었다.
“—!”
케일의 눈이 커졌다.
‘대박!’
하나도 안 아프다!
그리고 온몸에 힘이 넘친다.
뭐지?
…이렇게 안 아파도 되나?
아니, 이렇게 자연스럽게 스며들어도 되나?
-이상하네. 너 왜 피 안 토하니?
하늘을 잡아먹는 물마저 의아해할 때.
케일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양 쇄골에 각각 네 개의 검은 물방울이 문신처럼 맺혔다.
바로, 그 순간.
“—!”
케일의 입이 벌어졌다.
‘미친!’
케일을 감싼 물기둥이 사그라들었다.
세 개의 물건이 올려진 세 개의 제단.
삼각형으로 배치되어 있던 그 제단의 중심에 내려선 케일은 멍하니 서 있었다.
“케일 님!”
“인간아!”
어느새 가로막고 있던 막이 사라지자, 황급히 최한과 라온이 케일에게로 달려왔다. 최정수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그는 다른 말을 중얼거렸다.
“…표정이 왜 저래?”
그때, 케일이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쳤다. 최정수가 움찔하며 어색한 미소를 지은 순간.
“오, 대박.”
케일은 그 말만을 내뱉었다.
“인간아, 너 젖었다! 그런데 피도 안 토하고, 멀쩡하다! 분명 용 눈물 먹는다고 하지 않았나? 고대의 힘이 강해진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왜 멀쩡하나? 좋은데, 아주 좋은데 이상하다!”
“…뭔가 내부가 아프십니까?”
미리 사정을 설명해서 들은 라온과 최한마저 의문을 드러낼 때도 케일은 말했다.
“와, 대박.”
그 멍한 모습에 최정수를 따라 라온과 최한도 움찔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케일은 멍하니 허공을 바라봤다.
그의 머릿속에 하늘을 잡아먹는 물이 멍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봉인 347% 해제…….
아니.
하늘을 잡아먹는 물은 제 말을 수정했다.
-기존 53% 풀린 봉인의 나머지 47%가 풀렸어.
-그리고…….
-…나… 공격력 300% 강해짐. 아니, 그것보다 뭔가 능력들이 생긴 것 같은데?
고대의 힘과 케일은 동시에 중얼거렸다.
-미친.
“미친.”
그리고 말했다.
-용은 위대하다.
“용은 위대하네.”
케일은 실로 오랜만에 하나도 안 아프고, 피 한 방울 안 흘리고 힘을 얻었다.
마치 고대의 힘들을 처음 얻었을 때처럼.
자연스럽게.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맞다! 용은 위대하다! 나 라온 미르도 아주 위대하다!”
케일은 라온이 당당하게 외치는 말에 그저 가만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진심을 담아.
그 모습에 라온이 멈칫했고, 최한의 표정이 더 애매해져 갔을 때.
“어, 음.”
최정수가 망설이다가 세 제단을 가리켰다.
“우리 보물 챙길까?”
삐까번쩍한 물건 3개가 라온의 마나 불빛을 받아 영롱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세 개의 제단 위에 올려진 세 가지의 물건.
반지, 왕관, 검.
“잠시만.”
케일은 보물을 챙기자는 최정수의 제안에 잠시 손을 올렸다.
“기다릴까?”
최정수의 물음에 케일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러고는 눈을 감았다.
‘아무래도 이상해.’
이렇게 아무 이상이 없다고?
그는 스스로와 고대의 힘들에게 물었다.
‘그릇에 문제없나?’
파괴하는 불이 답했다.
-어. 없어. 이야, 이제 네 그릇도 좀 많이 단단해졌나 봐.
심장의 활력, 울보 노인이 중얼거렸다.
-당연하지 않을까요. 산산조각 날 뻔한 유리그릇을 유리보다 더 단단한 접착제로 이어 붙였는데, 본래 그릇보다는 강하겠죠. 그리고 허구한 날 피를 토해대니, 웬만한 거에는 내성이 생겼을걸요?
케일은 울보의 말은 무시하며, 다른 질문을 던졌다.
‘용의 눈물이 제대로 흡수되긴 한 거지?’
용의 모든 것이 담긴 액체를 줄여서 용의 눈물이라 불렀다.
-어… 대박… 완전 강해짐.
하늘을 잡아먹는 물은 넋이 나간 목소리로 답했다.
‘새로 능력도 생긴 것 같다며?’
용의 눈물을 하늘을 잡아먹는 물이 흡수하면서 그에 따라 부가적인 능력도 생긴 것 같다고 하였다.
-어… 근데 써봐야 알 듯… 근데 3개 다 공격용 능력 같은데?
현재 하늘을 잡아먹는 물은 300% 공격력이 증가했다.
그런데 용의 눈물을 잡아먹음으로써 생긴 능력이 공격 계통 같다고 한다.
‘이야.’
케일은 감탄했다.
그간 케일이 주로 사용하던 공격 계통 고대의 힘은 파괴하는 불과 무서운 짱돌이었다.
하늘을 잡아먹는 물, 이 고대의 힘을 한계까지 써본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 힘의 공격력은 인정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그 힘이 더 강해지고, 공격 쪽 능력까지 생겼다고?
‘와.’
그냥 탄성만 나왔다.
파괴하는 불이 무심코 한마디를 툭 건넸다.
-아니, 불로 정화하고, 물로 다 때려 부수고. 그러면 혈교는 그냥 때려잡는 거 아니냐?
그러게.
케일은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렸다.
콩닥콩닥. 설렘으로 심장이 뛸 때, 울보 노인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런데요. 그 힘의 반동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음?
-300%에 달하는 공격력이 증가하고, 그 공격력에다가 공격 특화 능력까지 같이 담아서 힘을 사용하면, 케일의 몸이 버틸까요?
노인은 덧붙였다.
-찰나.
케일은 멈칫했다.
-마치 멈춘 시간 속에서 홀로 움직이는 그 힘. 혼자만 다른 시간 속에서 사는 그 힘.
노인의 목소리는 진중했다.
-그 힘을 사용할 때, 케일의 몸이 상당한 타격을 입고 버티는 것을 힘들어했죠. 그때, 이 녀석 살리려고 심장에 온갖 활력을 불어넣으려고 애쓰던 걸 생각하면 아찔해요. 크흑.
노인이 울먹이기 시작했다.
-흐흡. 그런데 혹시나 이번에 얻은 힘을 제대로 써보겠다고! 크흡. 또 한계까지 있는 대로 다 썼다가, 몸에 피해가 가면…! 그러면 저 아이 용이 세상도 부수고! 나도 부수지 않을까요? 크흐흑.
케일은 울음소리를 무시했다.
하지만 심장의 활력이 한 말은 어느 정도 받아들였다.
‘음. 그래.’
결심했다.
‘한계까지 쓰는 일은 피하자.’
왠지 그러면 안 될 것 같다.
하늘을 잡아먹는 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쓰읍. 한번 제대로 써보고 싶은데. 왠지 신 새끼한테도 한 방 먹일 수 있을 거 같은데. 쓰읍.
입맛 다시는 소리는 무시했다.
저 반응을 보니 더 찝찝해서 적당히 힘을 사용해야 할 것 같다.
‘어쨌든 그릇도 무사하고, 힘은 더 강해졌고. 하늘을 잡아먹는 물은 봉인이 모조리 풀리고.’
다 이득인데?
케일은 흡족한 미소를 지은 채 감았던 눈을 떴다.
“인간아, 진짜 괜찮나?”
라온의 걱정 어린 물음에 케일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어. 매우 괜찮아.”
그에 라온의 표정이 미묘해져 갔다. 좋은데, 이렇게 좋아해도 되나 의문이 드는 표정이었다.
“…왠지 불길하다, 인간아! 그냥 안 괜찮다고 하자!”
뭐래.
케일은 라온의 말을 가뿐히 무시하고 제단으로 다가갔다.
최정수가 냅다 그 뒤를 쫓아왔다.
“오. 용이 제 몸을 바쳐서 지킨 물건이라 그런가 때깔부터 장난이 아닌데?”
최정수의 말대로, 물건들은 꽤 오랜 세월 동안 이곳에서 누군가의 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었음에도 그 빛깔부터 범상치 않았다.
첫 번째 반지.
“인간아, 이거 반지라 아니라 팔찌 같다!”
아피토유의 드래곤 로드가 착용한다는 반지는 그 크기가 엄청 컸다.
최정수가 진지한 목소리로 라온의 말에 제 의견을 보탰다.
“음. 하긴 성룡은 그 크기가 20~30m에 육박하니까. 그 용들의 앞발가락에 끼우는 반지라고 한다면, 이 정도 크기는 되어야겠지. 라온이 사용하려면 발목에 끼워야 할 거 같은데.”
케일은 가까이 다가가 반지를 살폈다.
상당히 큰 크기의 반지 중앙에는 홈이 파여 있었고, 그 홈에는 작은 보석이 박혀 있었다.
‘음?’
케일은 순간 멈칫했다.
‘뭐지?’
이 보석 이상한데?
“!”
케일은 황급히 몸을 뒤로 젖혔다.
“왜 그러십니까?”
“왜 그래?”
최한과 최정수가 케일의 반응에 이상하다는 듯 그에게 다가왔다.
“인간아, 왜 그러나?”
라온마저 다가와서 반지를 보려고 할 때.
케일은 라온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덮어버렸다.
“어푸! 인간아, 뭐 하는 거냐! 이거 놔라!”
케일은 라온의 파닥임을 무시하고 최정수에게 반지 쪽을 턱짓했다.
“저 보석 한번 들여다봐.”
“제가 볼까요?”
최한이 건넨 말에 케일은 멈칫했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넌 순해서 안 돼.”
최정수가 못 들을 말을 들었다는 표정으로 케일을 쳐다봤으나, 케일은 단호하게 말했다.
“얼른 봐.”
“어휴.”
최정수는 한숨을 내쉬고는 반지의 보석을 바라봤다.
“헉!”
그러고는 놀라며 뒤로 몸을 뺐다.
그는 케일을 쳐다봤다.
“눈이지?”
케일이 물었고, 최정수가 답했다.
“어! 눈인데!”
최한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최정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
“보석 안에 눈이 깜박거리고 있습니다.”
꿀꺽. 침을 삼킨 그가 조심스럽게 이어 말했다.
“아무리 봐도, 드래곤의 눈인데.”
최한이 멈칫하며 케일을 쳐다봤고, 라온도 파닥임을 멈추고는 케일의 손가락 틈새로 케일을 바라봤다.
세 존재의 시선을 받은 케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봐도 그건 드래곤의 눈동자야.”
반지를 뚫어지게 바라본 순간.
갑자기 그 안의 무언가가 깜박였다. 그래서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니 한 쌍의 눈동자가 그를 응시했다.
그리고 그 눈은 분명 드래곤의 눈이었다.
그것도-
“보라색 눈동자야.”
케일이 굳은 표정으로 건넨 말에 최정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지. 보라색-”
순간 멈칫했다.
어느새 최한의 표정도 굳어져 있었다.
케일은 최정수에게 물었다.
“목소리는 안 들렸냐?”
“목소리?”
“…한 번 더 들여다봐 봐. 죽립 쓰고.”
최정수는 찝찝하다는 듯 반지를 쳐다보다가 죽립을 눌러 써 얼굴을 가리고는 다시 다가가 그 보석을 들여다봤다.
그리고 멈칫했다.
“헉!”
얼른 뒤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