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927
사도련의 우두머리 사마평의 딸 사마단은 산에서 몸을 웅크린 채로 김해일 공자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쿵쿵.
심장이 너무 뛴다.
‘정말로 그게 가능할까?’
그녀의 눈동자가 재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운남성을 기준으로 하여 산을 비롯한 높은 지대 곳곳에 정사마 세 세력이 나뉜 채로 은신해 있었다.
그들은 신호를 받는 순간 모두 운남성으로 향할 예정이었다.
“하, 미치겠네.”
사마단은 부하의 말리는 목소리를 무시하며 다시 술을 들이켰다.
무서워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너무 심장이 뛰어서, 너무 기대되어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자신이 보게 될 광경이 무림의 역사에 기록될 경이로운 광경일 것이 틀림없으니까.
“흐.”
그녀는 웃음을 흘렸다.
“다들 나랑 비슷하겠지.”
그녀의 시선이 마교와 정파가 있을 쪽을 한 번씩 향했다.
그리고 그녀의 생각은 얼추 맞았다.
마교.
천마, 뇌마와 함께 온 마율대의 대주와 대원들은 그 수가 정파와 사파에 비하면 적었지만, 가장 경지가 높은 이들로 구성된 단체였다.
그 덕에 가장 파괴력이 높은 이들이라 할 수 있었다.
또한 곧 마교 후발대가 이곳으로 올 것이라, 어쩌면 사파와 정파보다 마교의 수가 많아질 수도 있었다.
그들은 천마, 그리고 김 공자만을 바라봤다.
대화는 없었지만, 그들의 열기는 어느 때보다도 높았다.
마교의 하늘인 천마.
그를 꼭두각시로 만들어 마교를 조종하려고 한 혈교.
마를 따르는 이들에게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행위였다.
그들은 곧 시작될 싸움이 너무나도 기다려졌다.
그들의 분노를 혈교는 여실히 견뎌야 할 것이다.
사마단이 앞으로 펼쳐질 전투에 대한 기대감으로 심장이 뛰었다면 마교는 드디어 말살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그 긴장감과 기대감이 상승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사파 쪽과 달리 더 끈적하고 뜨거운 열기가 그들 사이에 감돌았다.
“후우.”
그리고 정파는 조금 달랐다.
“왜 그러십니까?”
호 장로의 나직한 물음에 사천당가의 가주 당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아니긴. 뭔지 말해보게.”
정파의 어른인 벽선의 말에 당유는 결국 입을 열었다.
“이게 말이 되는 작전인가 싶어서요.”
강시가 만 구가 넘고.
성안에는 혈교도들도 있다. 거기다가 소혈마 후보가 저 안에 있다면 그들 자체도 강하겠지만 그들을 호위하는 이들도 강할 터인데.
‘이 숫자로 가능할까?’
과연, 우리로 감당 가능할까?
‘물론 조금 있으면 더 많은 무림인들이 여기로 모이겠지.’
무림맹과 사도련, 마교.
각각 세력을 이곳에 보냈다.
그것도 핵심으로.
무림맹에서는 맹주가.
사도련에서는 사도련주 사마평이.
마교는 천마가 여기 있으니, 그다음의 최고수가.
각 단체의 최고 전력을 이끌고 온다고 했다.
이들이 모두 모여 혈교를 상대하는 모습은 새로운 역사이자 장관이리라.
하지만-
‘지금은 좀 적지 않나?’
숫자가 너무 밀리는데.
당유는 머릿속이 복잡했다.
“흥.”
그때, 벽선의 콧방귀 뀌는 소리가 들렸다.
“당가주.”
그리고 그녀를 불렀다.
“네?”
“쓸데없는 고민 하지 말게.”
“네?”
“김 공자가 된다고 하면 되는 걸세.”
“…네?”
“저 검선, 꼬장한 늙은이가 군말 안 하고 김 공자를 따르고 있네.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모르겠나? 그리고 총군사가 김 공자의 계획에 그냥 따르라고 했어. 그 말의 의미를 알지 않나?”
“…압니다.”
그래서 이상합니다.
김 공자가 어떤 인물이기에, 그의 힘이 어느 정도이기에.
그냥 따르라는 거지요?
당유는 갑갑했다.
하지만 차마 속내를 내뱉지 못했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안다는 듯 호 장로가 나직이 말했다.
“그저 지켜보면 될 겁니다.”
그때, 귓가에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두웅-
마치 북소리처럼 울리는 소리가 사방에 퍼졌다.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케일은 걸음을 멈췄다.
-인간아, 뇌마부터 시작했다!
케일은 서쪽을 바라봤다.
뇌마가 어느새 나타나 온몸에 기를 두르고 있었다.
그의 어깨에 기다란 천이 둘러져 있었다.
마교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보물 중 하나라고 했다.
진법의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물건.
-이제, 사마공이다!
그리고 사마평의 막내, 사마공이 동쪽에서 나타났다.
그의 곁에는 혹시 몰라서 늦게 도착한 비크로스와 론, 툰카가 자리하고 있었다.
사마공의 손에는 동자승 조각상. 중원이가 들려 있었다.
그에게서도 기묘한 기운이 몰아치는 중이었다.
뇌마, 사마공.
두 사람의 기운이 모두 극에 달한 순간.
-한다!
케일은 고개를 들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 위에 라온이 있었다.
두웅-
두웅-
이 진동의 중심은 라온이었으니까.
-진법은 자연의 기운을 뒤트는 거다! 그 진법에 틈을 만들려면 할 수 있는 게 있다!
검은 마나가 케일의 눈앞에 펼쳐졌다.
작은 점에서 시작된 검은 마나가 급속도로 퍼져갔다.
마치 거미줄처럼.
-자연의 기운을 되돌리면 된다!
발랄한 목소리와 함께 라온이 외쳤다.
-난 자연 잘 안다!
그 말과 함께.
둥——–!
거대한 울림이 퍼져 나갔다.
뇌마는 손에 들린 지팡이를.
사마공은 중원이 조각상을.
“개(開)!”
같은 말을 외치며 땅에 꽂았다.
그 순간이었다.
쿠구구—
땅이 흔들렸다.
그리고 검은 마나가 지워지기 시작했다.
케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검은 마나는 홀로 지워지지 않았다. 주변의 환각을 집어삼키며 함께 사라져갔다.
“허.”
극마의 탄식이 들려왔다.
정오.
푸른 하늘에 뜬 햇빛이 아직은 따갑게 느껴지지 않는 좋은 날씨.
그 아래에 서 있는 극마의 눈동자에 검은 마나와 함께 사라진 환각 너머 강시들이 보였다.
하나같이 시퍼런 기를 피부에 품은 강시들이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숫자를 세기 버거울 정도로 끝없는 강시의 행렬에 극마는 순간이지만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아니야.’
이건 착각이 아니다.
정말로 숨을 쉬기 힘들었다.
억지로 열어버린 진법.
그 너머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끈적하면서도 텁텁했다.
숨을 쉬기가 힘들게 만들었다.
그때, 김 공자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역시 진법을 깨는 건 힘든가 보네.”
-인간아, 나 아직 진법 조금 서툴다! 이건 이해해야 한다!
당연히 이해하지.
케일은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무시무시하네.”
뒤에서 들려오는 천마의 여유로운 목소리는 무시했다.
대신 정면을 바라봤다.
진법은 3분의 1 정도 뚫렸다.
그것조차도 조만간 복구될 것 같았다.
“크윽!”
“으음.”
사마공과 뇌마. 그 둘이 동쪽과 서쪽을 맡는 것이 버거워 보였으니까.
그리고 어차피 서둘러야 했다.
강시들의 눈동자가 모두 케일 쪽으로 향했으니까.
등골이 섬뜩해지는 광경이었다.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시체들이 그를 보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케일의 시선은 다른 곳으로 향했다.
운남성 내부.
그 위에 뜬 잿빛 구름은 여전했다.
성벽 외부 진법 안도 케일이 서 있는 곳처럼 환하지 않았다.
공기도 이상한 것이, 진법의 내부는 무언가 강시를 위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케일은 그런 것들을 보고 있지 않았다.
그 부분은 이미 파악한 것이었다.
“사람이 있네.”
그가 보는 것은 다른 것이었다.
깨진 진법의 범위가 넓은 덕분에, 이제야 비로소 성벽 위가 제대로 보였다.
분명 아무도 없는 것처럼 보였던 성벽.
그 위에 사람들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푸른 머리칼의 사람이 두 명 보였다.
멀어도 그 머리칼 색이 독특해서 잘 알 수 있었다.
‘공자님- 소, 혈마들은 머리색이, 푸르, 파랬습니다-’
아직도 기절한 상태인 독고창이 전해준 정보.
그 덕에 케일은 저들이 소혈마 후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경지가 심상치 않, 않았습니다.’
도망가느라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지만, 저들의 힘은 웬만한 단체의 수장급일 것이라 추측했다.
케일은 그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들 역시도 자신을 바라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윤아. 저자가 김 공자인가?”
“네. 맞아요. 인상착의가 같네요.”
“역시 네 생각대로 저자가 왔구나.”
소혈마 후보 윤과 호야는 태연하게 대화를 주고받았다.
“들리는 소문에 자연경이라니, 황족이라니 별별 소리가 다 있던데.”
“그거야 한번 상대해 보면 알겠죠.”
두 사람의 시선이 서로에게 향했다.
피식.
여자는 웃음을 흘리고는 덧붙여 말했다.
“저자를 우리 수족으로 만들면, 고혁. 그 자식은 우리가 이기지 않겠어요?”
“…고혁. 그 자식이 소혈마가 되면 안 돼.”
두 사람의 눈동자에 불길이 일었다.
그들은 제 뜻이 일치함을 깨달았다.
“쥐새끼들도 많이 온 것 같으니, 다 잡아들이자.”
“좋아요. 그래도 쓸 만한 자들은 잡아서 진강시로 만들죠.”
“그래.”
쓰읍.
호야가 숨을 들이마셨다.
“진법을 깨부순 존재는 인간이 아닌 것 같은데.”
“소문대로 김 공자 곁에 신수가 있나 보죠.”
호야가 입맛을 다셨다.
“신수를 강시로 만들어봐도 좋겠어.”
그의 손이 허공으로 향했다.
“우리가 직접 싸울 일도 없겠군.”
천마, 검선 등. 모두를 알고 있음에도 그는 그렇게 판단했다. 그리고 이는 옆에 선 윤의 생각과도 일치했다.
지금 그들과 수준을 견줄 이는 없다.
왜냐면 그들에게는 강시가 있었으니까.
그의 손가락이 맞부딪쳤다.
딱!
소리가 울려 퍼진 순간.
쿵!
강시들이 동시에 발을 내디뎠다.
땅이 진동했다.
그 소리는 어마어마하게 컸다.
단순히 만 구라는 숫자 때문이 아니었다. 그 걸음 하나에 힘이 담겨져 있었다.
“이런!”
뇌마의 표정이 굳어져 갔다.
그리고 성벽 위의 소혈마 후보 호야는 미소를 짙게 그렸다.
“움직여라.”
그의 담담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법도 무엇도 아닌 기묘한 무언가.
산에 숨어 있던 무림인들에게까지 그 소리가 모두 들렸다.
소름이 돋았다.
쿵!
그리고 다시 강시들이 동시에 한 발을 내디뎠다.
각자의 방향을 향해.
그리고 그 중의 대다수가 케일 쪽으로 향했다.
강자들이 그곳에 있었으니까.
지켜보던 무림인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실제로 마주한 광경은 상상 이상이었다.
“으음.”
또 다른 후보 윤이 잠시 고민하더니 두 손을 펼쳤다.
우우웅—
그녀의 몸에 걸쳐진 수많은 장신구들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찰랑찰랑.
장신구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순식간에 극에 달한 순간.
“환상은 이왕 깨진 것이니 내버려 두고, 환경을 바꾸는 편이 좋겠네요.”
성벽 외부 진법이 변화했다.
이제 시야를 가리는 환상은 모두 사라졌다.
강시들이 모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텁텁한 공기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더불어 운남성 내부를 뒤덮은 잿빛 구름이 번져나갔다.
점점 다른 세상이 되어가는 것만 같았다.
쿵!
그때, 다시금 강시들이 발을 내디뎠다.
그 소리가 이전보다 더 커졌다.
텁텁한 바람이 산으로까지 불어갔다.
지켜보던 무림인들은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저, 저게 무공이 맞소? 아니, 저런 힘을 사람이 쓸 수가 있는 것이오?”
당가주가 호 장로를 붙잡고 입을 열었다.
이대로 있다가는 큰일이 날 것만 같았다.
김 공자의 힘이 인간의 것이 아닌 것 같다는 소리를 꽤 들었다. 그 말도 어느 정도 믿었다.
그가 내뿜는 기운을 느꼈으니까.
그런데 지금 성벽에 있는 저 두 사람이 단순한 손짓만으로 행한 행동들 역시도 인간의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당유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저들은 고작 소혈마 후보잖아?’
혈교에는 저들보다 더 강한 이들이 많을 건데!
우리가 그들과 싸워서 이길 수 있을까?
그것도 수많은 강시들을 상대하면서?
쿵! 쿠웅!
강시들의 걸음이 빨라졌다.
조만간 뛰어서 각지로 흩어질 듯했다.
“이대로 있어도 되는 겁니까?”
그녀는 다급하게 외쳤다가 멈칫했다.
“…뭐야?”
땅을 진동하는 강시들의 발걸음 소리 때문에.
성에서부터 불어오는 텁텁한 바람에 숨이 막혀오는 바람에.
미처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희미하게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제야 그녀는 호 장로도 주변 사람들도 모두 숨을 죽인 채 그 희미한 것에 집중하고 있음을 알아챘다.
눈이 마주친 당가의 젊은 무인이 물어왔다.
“…가주님, 이거 빗소리인가요?”
쏴아아—-
희미하게 들려오는 소리.
잠자코 있던 벽선의 입이 열렸다.
“아니다. 이건 빗소리가 아니야.”
쏴아아아—
“이건 파도 소리다.”
바다라고는 조금도 보이지 않는 이곳에서 바다에서 들려야 할 소리가 들려왔다.
무림인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향했다.
다가오는 강시들을 마주 보고 있는 케일에게로.
그리고 이 소리를 소혈마 후보들도 들었다.
“…윤아, 이게 무슨 소리지?”
“오라버니.”
진법에 있어 최고의 기재라 일컬어지는 소혈마 후보 윤.
그녀의 표정이 굳어졌다.
자연의 변화에 민감한 그녀는 입을 열었다.
“물이-”
“어?”
“물이 오고 있어요.”
쏴아아아—
점점 더 그 소리가 커지고 있었다.
물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건만.
쏴아아아—–
점점 더 소리는 거대해졌다.
운남성 안에 잡혀 있거나 혹은 숨죽인 채 있던 운남성 주민들의 귓가에도 닿을 만큼.
쏴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