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929
‘저들을 모두 내가 정화할 순 없어.’
어차피 케일은 애초에 강시를 정화할 생각이 없었다.
‘강시를 만든 혈교도들이, 그것도 소혈마 후보가 여기에 있는데 내가 왜 해?’
강시를 만든 자들이니, 그것을 시체로 되돌리는 법도 저들이 알고 있지 않겠나?
혈교 7호도 시간이 오래 걸려서 그렇지 방법은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강시를 만드는 전문가들이 지금 여기에 더 많으니, 더 손쉽게 강시를 되돌리는 방법도 가지고 있으리라.
‘저놈들이 벌인 짓이니, 지들 손으로 해결해야지.’
철퍽.
앞으로 걸음을 내디뎠던 케일이 멈칫했다.
“왜 그러지?”
그에 천마가 물음을 던져왔다.
케일은 무심코 툭 내뱉었다.
“…평원이 엉망이 되었네.”
원래 강시로 인해 초토화된 평원이었지만, 케일의 해일 때문에 더 엉망이 되어버렸다.
올해 농사는 힘들리라.
‘…이거 내가 보상해야 하나?’
…황궁에서 하겠지?
안 하면 협박 좀 하면 하지 않을까?
이게 다 운남성 성주가 혈교도여서 벌어진 일이잖아?
케일이 대충 머릿속에서 답을 내려갈 때.
“하, 하하하-”
갑자기 검선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 소리에 정신이 든 케일은 검선을 보지 않고 허공에 대고 말했다.
노인네가 웃든지 말든지 알 바 아니었다.
“신호 쏘자.”
1차, 성벽 외부 진법을 건드려 일시적으로 환각을 지워낸다.
2차, 강시를 밀어내면서 성벽에 타격을 주어 무너뜨린다.
계획의 1차와 2차를 모두 완수했다.
이제 남은 것은 3차.
성벽이 무너지며 내부 진법이 흔들릴 때 성안으로 진입, 혈교를 제압한다.
삐이이이이——-
검은 빛줄기가 하늘로 쏘아져 올라갔다.
케일이 라온을 통해 보낸 신호를 모든 이들이 본 순간.
철퍽.
케일은 등 뒤에 있던 이들이 하나둘 그를 지나쳐 앞서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제 우리 차례네.”
천마가 그 말과 함께 가장 먼저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먼저 가보겠습니다.”
최한도, 최정수도 모두 성으로 향했다.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운남성을 둘러싸고 있던 산에서 정사마의 무인들이 빠르게 성으로 움직였다.
-케일, 아직 여유가 있어. 너 많이 강해졌구나?
짠돌이의 감탄을 들으며 케일도 그 뒤를 따랐다.
그의 눈동자에 각기 본인들의 내공을 뿜어내며 이를 몸에 휘감은 채 경신공으로 성까지 순식간에 도달한 이들이 담겼다.
‘이제 나는 살살해도 되겠지?’
남은 일은 저들에게 맡겨도 될 것이다.
그때, 케일은 유일하게 앞서가지 않고 남아 있는 이를 돌아보았다.
“안 갑니까?”
팀장 수이 칸이었다. 그는 한쪽으로 고개를 기울인 채 묘한 표정으로 물었다.
“정말 몸이 멀쩡하냐?”
“네. 용이 남겨준 것들이 상당히 도움이 되네요.”
“정말로?”
“…정말이라니까요?”
이수혁은 상당히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케일을 쳐다보았다. 그 시선에 괜히 짜증이 치민 케일은 뚱한 얼굴로 말했다.
“가서 싸우기나 하세요. 베는 능력으로 성벽 좀 더 베어버리고.”
“…….”
팀장은 끝까지 케일을 쳐다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성벽으로 향했다.
물론 한마디를 남겨두고서.
“케일아. 그래도 한번 제대로 살펴봐. 혹시 모르니까.”
“하. 알았어요.”
케일은 대충 수이 칸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천천히 본인도 걸음을 옮겼다.
아직은 서두를 이유가 없었으니까.
-후후. 이제 신만 잡아먹으면 되겠군.
하늘을 잡아먹는 물의 비장한 목소리를 들으며.
-인간아, 진짜 괜찮나?
라온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여 주는 것은 덤이었다.
그래서 결국 케일은 몰랐다.
옷에 가려져 있던 쇄골.
각 쇄골에 새겨진 4개의 검게 칠해진 물방울.
총 8개의 물방울 중에 6개의 물방울이 하얗게 변한 것은.
그리고 7번째 물방울이 회색으로 변해가는 것도.
그는 몰랐다.
정말 괜찮았으니까.
대신 그는 순식간에 무너진 성벽 너머로 진입하는 선두의 천마와 최한. 그 뒤를 잇는 동료들과 무인들을 보며 생각했다.
‘소혈마 후보. 일단 이 둘부터 잡는다.’
푸른 머리칼의 두 사람.
성벽 위에 여전히 머무르는 소혈마 후보 두 사람을 향해 달려드는 최한과 천마가 케일의 눈에 들어왔다.
-인간아, 갈까?
“그래.”
휘이이-
바람이 그의 발목 끝에 맴돌았다.
라온이 만든 바람을 타고서 케일은 빠르게 성으로 다가갔다.
그런 그의 걸음이 잠시 멈칫했다.
콰아아아—-
굉음과 함께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검은 존재가 있었다.
그것은 스스로 빛을 반짝였다.
흑룡.
최한의 검에서 솟구쳐 오른 검은 오러였다.
그리고 그 옆.
우우우우—
거대한 파장을 일으키며 하얀 용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에서는 검마라고 불리게 만든 최정수의 힘이었다.
최한과 최정수.
두 사람이 함께 성벽을 넘어 한 사람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하늘색을 닮은 푸른 빛깔의 머리칼을 지닌 소혈마 후보.
그녀가 최한과 최정수가 맡은 이였다.
케일이 최씨 가문 두 사람에게 요구한 것은 단 하나였다.
‘진법이 다시 생길 틈이 만들어지지 않게. 진법을 만든 자를 잡아.’
케일을 비롯한 최씨 두 명은 분명히 보았다.
수많은 장신구를 매단 그녀가 진법을 관장하는 것을.
그러니 그들의 두 마리 용이 노리는 것은 그녀였다.
“……!”
소혈마 후보 윤의 눈이 커졌다.
그녀는 서둘러 보법을 밟았다. 그녀의 신형이 순식간에 다른 곳으로 이동한 그때.
콰아아아아앙—-!
그녀가 있던 자리를 검은 용이 집어삼켰다.
쿠웅. 쿵.
부서진 성벽 잔해가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 자리에 난폭하게 일렁이는 검은 용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최한의 검 끝이 소혈마 후보 윤에게로 향했다.
“!”
그러나 윤은 그것을 계속 보고 있을 틈이 없었다.
몸을 피했다.
스스스—
그러자 그 자리로 은밀히 빠르게 다가왔던 하얀 용이 아쉽다는 듯 그녀를 바라봤다.
최정수의 눈동자가 그녀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평소의 어벙한 표정이 사라진 최정수와 순한 미소가 사라진 최한의 얼굴은 상당히 그 표정이 흡사했다.
그때였다.
“거, 검마님!”
최정수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와 시선을 돌렸다.
그곳엔 손이 포박된 채 허겁지겁 달려온 독고세가 소가주 독고령이 서 있었다.
독고세가는 모두가 검마를 외면하고 잡으려고 할 때, 그를 은인으로 모시며 구하려고 한 가문이었다.
그 가문의 소가주는 검마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외쳤다.
이 말을 꼭 전해야 했다.
“저자는, 현경이에요! 소혈마 후보들은 모두 현경이에요!”
현경.
그 경지가 얼마나 높은가.
자연경인 김 공자에 비하면 부족한 경지였지만, 웬만한 문파의 장로급이 화경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현경은 엄청나게 강한 수준이었다.
평생을 무에 매달려도 현경은커녕 화경에조차 도달하지 못하는 이들이 수두룩한 것을 떠올리면, 아직 젊은 나이로 보이는 소혈마 후보들이 얼마나 어마무시한 존재인지 금방 가늠이 될 터.
때문에 독고령은 성벽이 무너진 것을 깨닫자마자 어떻게든 밖으로 뛰쳐나왔다.
왜냐면 아군으로 온 무인들에게 소혈마 후보의 경지를 알려야 했으니까.
“그리고 여기에 화경이나 절정도 많아요!”
도와주러 온 이들의 무의미한 죽음만은 막아야 한다.
그녀는 자신이 건넨 별것 아닌 외침이, 정보가 싸움에 있어선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다급했다.
왜냐면 그녀가 알기론 검마 최정수는 화경이었으니까.
또한 최한의 검술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조심해서-”
그러니 조심해서, 싸우시라고.
그렇게 말하려던 독고령은 멈칫했다.
최정수가 어느새 그녀의 앞에 도달해 있었으니까.
“정보 고맙습니다.”
서걱.
독고령의 손을 묶고 있던 포박이 끊어졌다.
그리고 대충 풀려 목에 걸쳐져 있던 재갈도 풀어줬다.
“소가주님도 조심하세요.”
그렇게 말하곤 최정수는 미련 없이 등을 돌렸다. 그 모습에 독고령은 저도 모르게 다시 한번 외쳤다.
“저들은 현경-”
“괜찮아요.”
독고령과 최정수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안 져요.”
부드러운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는 단호함이 서려 있었다.
독고령은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입을 다물었다.
그러던 그녀의 눈동자에 어떤 광경이 담겼다.
콰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소혈마 후보 윤과 부딪친 최한이 그 검을 거침없이 휘두르고 있었다.
조금의 밀림도 없이.
콰, 콰과광! 쾅!
소혈마 후보 윤은 화려한 보석이 장식된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 검에는 푸른빛이 어스름히 빛나고 있었다.
더불어 그녀의 몸에도 푸른빛이 피어올랐으며, 그 눈동자가 푸르게 변했다.
그녀의 표정은 아주 여유로웠다.
“꽤 하는구나. 진강시로 만들면 최고겠어.”
그녀가 입맛을 다실 때, 최한은 묵묵히 검을 휘둘렀다.
콰아앙!
검은 오러와 푸른 기운이 부딪쳤다.
누구 하나 밀리지 않았다.
물론 푸른 기운은 점점 더 방대해지고 있었다.
“김해일? 그자도 그렇고, 신수에, 너까지. 꽤 써먹을 만한 몸이 많네?”
최한의 눈썹이 그 순간 들썩였다.
하지만 윤은 이를 모른 채 먹잇감을 마주한 듯 탐욕스러운 눈빛을 숨기지 않으며, 여유롭게 지팡이로 선을 그렸다.
그 선은 마치 검술과 같았다.
하지만 모든 그림이 다 그려지지 못했다.
콰아아아아앙—–!
윤은 저를 덮치는 하얀 용을 막기 위해 지팡이를 휘둘렀다가 멈칫했다.
콰아앙!
“크윽!”
그녀의 입에서 처음으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하얀 용 뒤에는 검은 용이 그녀를 물어뜯으려고 했다.
정밀하면서도 교묘하게 그녀를 노리는 검을 피하면, 난폭하면서도 거침없는 검이 그녀의 목을 노렸다.
“하.”
윤은 한숨과도 같은 웃음을 흘렸다.
“어쩔 수 없네. 진강시가 될 몸에 상처를 남기기는 싫었는데.”
우우웅—-
엄청난 진동과 함께 그녀의 몸에서 푸른 기운이 솟구쳐 올랐다.
“조금 거칠게 제압해야겠구나.”
그녀가 웃으며 말을 내뱉은 순간.
콰아앙!
곧장 검은 용이 그녀에게로 쏘아졌다.
말할 틈을 주지 않고 이어지는 공격에 윤이 미간을 찌푸렸을 때.
쾅!
지팡이와 검이 부딪쳤다.
사선으로 교차한 지팡이와 검 너머 그녀는 최한과 눈이 마주쳤다.
검은 눈동자는 그녀를 빤히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입이 열리며 툭 내뱉었다.
“푸른 피 가문이라서, 푸른 기운을 쓰는 건가?”
“…뭐?”
윤의 눈이 커졌다.
“그럴 겁니다. 사냥꾼들 나름대로 가문별 특징이 있으니까요.”
그녀는 놀라서 뒤를 돌아봤다. 최정수가 다가오고 있었다.
얼른 몸을 내뺐다.
그녀의 얼굴에 처음으로 당황이 서렸다.
그 모습에 최정수가 씨익 미소를 그렸다.
우우우—
그의 검이 울음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하얀 용이, 하얀 기운이 점점 더 강해져 갔다. 지금껏 보인 모습은 단순한 몸풀기에 지나지 않았다는 듯.
“설렁하실 건 아니죠?”
그가 최한을 보며 건넨 물음에, 최한은 답하듯 검을 바로 잡았다.
검은 기운이 폭발할 듯 솟구쳐 올랐다.
케일과 라온을 강시로 만들겠다는 말을 들었던 순간 내리눌렀던 분노를 토해내듯. 최정수조차 흠칫 놀랄 정도로 기운을 뿜어낸 최한은 걸음을 옮겼다.
“빨리 끝내자.”
“네~”
최정수가 넉살 좋게 답하며 그 뒤를 따랐다.
“너, 너희 뭐야?”
윤은 처음으로 눈앞에 있는 두 사람의 정체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그에 최한이 묵묵히 답했다.
“사냥꾼.”
“…뭐?”
“너 같은 사냥꾼 잡는 사냥꾼.”
윤은 그제야 깨달았다.
최한. 저자야말로 자신을 먹잇감으로 바라보고 있었음을.
더불어 그의 옆에서 오고 있는 최정수. 저자도 마찬가지임을.
피식.
최정수는 최한의 대답에 실소를 흘렸다.
그러면서도 그 대답이 꽤 마음에 들었다.
그는 윤에게 달려들며 얼핏 독고령의 놀란 얼굴이 시야에 담겼다.
그의 힘에 놀란 듯싶었다.
‘하긴 그럴 수밖에 없지.’
최정수는 죽음의 신과 거래를 하며 사냥꾼에 대해서 알아보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은밀히, 중원에 동화되어 행동해야 했다.
그 결과로 검마라는 칭호를 얻었지만.
단 한 번도 그는 중원에서 자신의 모든 힘을 써본 적이 없었다.
물론 최한과의 대련 때는 찰나지만 꽤 많은 힘을 썼다.
그러나 그 외에, 이렇게 많은 이들 앞에서는 늘 적당히 싸웠다.
그런 그를 사람들은 화경이라고 치켜세워 줬지만.
‘나도 그렇고 우리 당숙도 그렇고.’
화경이니 현경이니 하면서 중원식 경지를 논할 필요가 있을까?
우리가 살아온 방식은 이 세계와 다른데.
우리는 우리만의 강함이 존재했다.
그리고 이는 경지로 나눌 수가 없다.
“이 애송이를 얼른 잡아볼까.”
소혈마 후보. 그래 봤자, 혈교 자체도 아니고, 혈마도 아닌 겨우 후보에 지나지 않는 이에게 최한과 최정수가 밀릴 이유는 없었다.
최정수는 여유롭게, 흥얼거리듯 중얼거리며 최한을 피하는 윤의 빈틈을 노렸다.
보이는 나이보다 훨씬 더 오래 삶을 살아온 최정수.
그에게 있어서 눈앞의 어린 윤은 아무리 강해도 애송이였다.
그리고 이는 최한 당숙에게도 마찬가지일 터.
그야말로 아주 오랜 삶을 버텨온 사람이었으니까.
그런 그에게 생긴 소중한 이들을 강시로 만든다고 말하는 윤을 그가 가만히 둘 리는 없다.
이는 최정수도 마찬가지였다.
콰아아아아아——!
두 마리의 용이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크윽!”
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리고 이를 질린 얼굴로 바라보는 이들이 또 있었다.
“이럴 수가.”
바로 일부의 무림인들이었다.
“검마가 저렇게 강했다고?”
“…김 공자님의 일행도 상당하군.”
현경.
그 지고한 경지에 이른 자를 상대하는 검마와 최한은 거침이 없었다.
놀라운 광경임을 깨닫는 동시에 소름이 돋은 이도 있었다.
특히 사천성 쪽에서 온 무림인들이 그러했다.
사천당가의 가주 당유는 입술을 깨물었다.
“어떻게 저런-”
김 공자의 힘도 놀랍건만, 저 힘들은 뭐란 말인가.
지금 한시라도 바삐 움직여야 하는데, 도저히 발길을 뗄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극마를 도우러 가야 하지 않습니까?”
느릿하면서도 여유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수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