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937
“그럼 무슨 기도지?”
케일의 물음에 백 노인은 답했다.
“신. 신에게 하는 기도야.”
“…그건 없잖아?”
그때였다.
“아냐, 있어!”
윤이었다.
그녀는 케일의 시선에 멈칫하며 다시 말했다.
“있어요. 분명히 있다고 했어요.”
반면에 호야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에 백 노인이 히죽 입꼬리를 올렸다.
“호야는 진실을 아나 보네. 윤은 아직 모르는 것 같고.”
“…그게 무슨 소리죠?”
윤이 호야의 반응을 보고 불안함을 띤 채 백 노인을 바라봤다. 그 시선에 백 노는 더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비웃듯이.
“혈교에서는 대대로 신이라는 존재를 모셔왔지. 신녀를 필두로 해서.”
“무슨 신이지?”
흥미롭게 듣고 있던 최정수가 던진 물음에 백 노인은 등 뒤로 묶인 팔이 조금 불편하다는 듯 어깨를 털었다. 이를 지켜보던 윤이 말했다.
“신은 신이죠. 유일무이한 존재에게 무엇인지 의미를 붙이지 않아요.”
유일무이한 존재.
신 중에 그런 존재가 있던가.
그 말을 듣는 순간, 케일은 문득 떠오른 바를 입으로 내뱉었다.
“…절대신?”
백 노가 환하게 웃었다.
“맞다. 역시 넌 영리하구나, 신이 될래?”
그 말을 가볍게 무시한 케일이 물었다.
“절대신은 없잖아?”
“없지.”
백 노의 대답에 윤이 입을 꾹 다물며 주위를 살펴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 혼란이 가득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백 노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숭배하면 생길 수도 있는 거야. 신이 되려는 자에게 가장 좋은 양식 중에 하나가 숭배거든. 그래서 아직 있지도 않은 신을 숭배하는 거야. 그래야 그 신의 힘이 강력해질 테니까.”
그러고는 윤에게 툭 던지듯 말했다.
“네가 모시는 신은 인간이야. 아직 신 아냐. 크흐흐.”
윤의 눈동자가 하염없이 흔들렸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호야를 보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김 공자.”
백 노는 이어 말했다.
“혈교에 속한 사냥꾼들은 대부분 본인이 사냥꾼인지 몰라. 그저 혈교도인 줄 알지. 모르고 그냥 사냥꾼으로 사는 거야. 그게 혈교도의 삶인 줄 알거든.”
겉모습은 학사였으나, 씨익 웃는 그 모양새는 참으로 음험해 보였다.
“어쨌든, 혈마는 이 신녀의 기도 시간만큼은 무조건 철저하게 지키고 방해받지 않길 원하지.”
사냥꾼 가문 가주들의 목표는 절대신을 만드는 일이니, 그 일에 도움이 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할 터.
“그러니 마음 놓고 하선하면 돼.”
그의 말이 끝난 순간, 케일은 저 멀리 불빛이 보였다.
세 사람의 혈교도가 말했다.
‘해남섬 전체에 진법이 깔려있습니다.’
‘혈교 영역과 아닌 영역이 나뉘어져 있죠.’
해남의 절반은 혈교 본단이라고 했다.
하지만 살고 있는 사람들과 외지인들은 이를 인지하지 못한다고 한다.
섬에 설치된 진법이 그들에게 환상을 보여주어 그들이 사는 절반의 지역이 해남섬의 전체라고 인지하게 만든 것이다.
‘이 역시 용이 준 그 핵으로 만든 기계 장치 덕입니다.’
그러니 그 핵을 부수면, 해남섬의 진정한 전경이 드러나고 바다가 조용해져 외부에서 혈교를 침입하기가 쉬워진다.
더불어 케일이 지금 가는 방향은 바로 해남의 북부. 혈교 본단에 바로 직행하는 길이었다.
케일은 점점 더 가까워지는 불빛을 보며 때를 가늠하다가 말했다.
“소혈마 후보가 총 5명이라고?”
“네.”
호야의 대답에 케일은 머릿속을 다시 정리했다.
‘혈마. 그리고 소혈마 후보 5명.’
그리고.
‘새로운 신녀의 얼굴은 그간 천으로 가려졌다가, 이번에 행사를 통해서 드러난다고 했지.’
과연 오르세나 공녀가 신녀일까?
아니면 납치된 막내 공녀?
케일의 머릿속에 여러 가정과 추측이 오가던 때.
“지금이야.”
백 노의 말과 함께 케일은 손을 들어 올렸다. 그에 위 상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배에는 케일 일행과 혈교도 외에도 3명의 사람이 더 있었다.
위 상선. 권왕.
그리고.
“뱃길 기억하지?”
“네. 어르신.”
“시작하게.”
“네.”
이 배의 키를 쥔 사람.
그는 중년의 수군이었다.
더불어 현재 케일이 타고 있는 배는 수군의 배로 그들이 은밀한 작전 때 사용하는 배였다.
그 때문에 몸체가 검게 칠해져 있었으며 더불어 크기가 작음에도 아주 튼튼했다.
“다들 꽉 붙잡으십시오.”
선장의 말과 함께, 배는 방향을 틀었다.
갑판에 나갔던 수이 칸을 비롯해, 모든 이들이 안으로 들어왔다.
쏴아아아—-
비가 배를 두드렸다.
철썩이는 파도에 배가 흔들렸다.
-인간아, 실드 펼친다!
라온이 실드를 배 주위에 둘렀다.
케일은 팔짱을 낀 채, 섬의 불빛마저 희미해져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비바람에 휩싸인 바다를 응시했다.
어디가 물이고 어디가 밤인지도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운 풍경 속.
배는 모든 불마저 끄고 신속하고 은밀하게 섬으로 향했다.
그 과정은 거칠었으나, 노련한 선장은 착실하게 목적지로 향하는 방향을 잃지 않았다.
물론 그 과정에 라온이 어느 정도 도움을 주기는 했지만.
‘음.’
배가 너무 심하게 흔들린다.
케일이 멈칫할 정도로.
-케일.
그때, 하늘을 잡아먹는 물이 속삭였다.
-내가 바다를 잠잠하게 해볼까?
잔뜩 신이 난 목소리였다.
케일은 저도 모르게 쇄골 위를 매만졌다. 천의 느낌만 난다.
‘빌어먹을.’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쳇.
아쉽다는 듯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했다.
하지만 케일은 침착했다.
‘충분해.’
이만하면 배가 충분히 섬에 닿을 수 있을 것이다.
그다지 먼 거리도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너무 가까워서 문제지.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선장의 말과 함께 배는 천천히 멈춰 섰다.
케일은 밖으로 나왔다. 갑판에 섰다.
비바람이 멈춘 잔잔한 바닷가. 하지만 섬의 불빛이 닿지 않는 곳으로,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거친 해안 절벽뿐이었다.
그때, 백 노인이 론에게 뒷덜미가 잡힌 채 밖으로 나왔고, 그의 턱이 한쪽을 가리켰다.
“저기 동굴.”
거친 절벽들 사이로 작은 동굴이 눈에 들어왔다.
“저기를 통해서 위로 올라가면 돼. 아무한테도 안 들켜.”
그가 히죽 웃었다.
“초기 실험 때 강시로 실패한 쓸모없는 것들을 버린 곳이거든. 저기에는 아무도 안 와.”
왠지 케일은 웃고 있는 백 노인의 뒤통수를 때리고 싶었다.
“크억!”
…비크로스가 때렸다. 론의 시선에 비크로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를 까딱이고는 론 대신 백 노인을 들쳐 업었다.
그리고 차례로 소혈마 후보 두 사람이 손이 묶인 채 걸어 나왔고, 최한 옆에는 혈교 7호가 하얗게 질린, 하지만 평온해 보이는 얼굴로 함께였다.
혈교 7호는 손발도 안 묶였음에도 어떠한 반항도 하지 않았다.
그저 가끔 최한의 손을 쳐다보며 움찔거릴 뿐.
“가자.”
케일의 말과 함께 일행들은 내렸다.
배에는 권왕과 선장이 남아있었다. 그들은 돌아올 케일 일행을 기다리기로 하였다.
“위 상선님, 하셔야 할 일을 기억하시지요?”
“네. 공자님.”
그리고 위 상선은 중간에서 헤어진다.
그는 해남섬에 파견 나온 관리에게 가서 해야 할 일이 있었으니까.
바스락.
땅에 발을 디딘 케일은 망설임 없이 동굴 안으로 향했다.
-불 피운다!
투명화한 라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불을 피우지 말라고 하려던 케일은 이미 펼쳐진 불빛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
라온도 아무 말이 없었다.
모두 아무 말 없이, 동굴을 바라봤다.
셀 수 없이 많은 백골이 동굴 안에 가득했다.
초창기 강시 실험 당시 무수히 희생된 생명들이었다.
예전에 모고르 제국 지하에 있던 연금술 실험장을 떠올리게 만드는 광경이었다.
케일은 고개를 들어 올렸다.
동굴은 위가 뻥 뚫려 있었다.
저 천장으로부터 시신들이 아래로 떨어져 내렸을 터.
케일이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하나뿐이었다.
“올라가자.”
라온의 비행마법이 모두를 위로 올려주었다. 케일은 천천히 동굴 천장 밖이 하나둘 보였다.
저 멀리 빛들이 보인다.
그 빛들의 중심.
그가 소지하고 있는 해남섬 지도에는 그려지지 않은 아주 휘황찬란하고 아름다운 푸른빛의 건물들이 낮처럼 선명한 빛을 띠고 있었다.
마치 바닷속에 자리한 도시가 땅 위로 올라온 듯했다.
-인간아.
라온이 나직이 속삭였다.
투명화하던 앞발이 모습을 드러내며 어딘가를 가리켰다.
-저기에 뭔가 느껴진다. 용의 기운이 맞다.
10여 층이 넘어 보이는 아름다운 푸른 건물.
그곳을 라온이 가리켰다.
케일의 시선이 백 노에게 향했다.
“맞아. 저기에 핵이 있지. 더불어 저기가 신녀가 머무는 곳이야. 우리는 저곳을 청천향이라고 하지.”
청천향.
푸른 하늘로 향한다.
케일이 툭 내뱉었다.
“잘됐네.”
용이 준 진법의 핵도, 신녀도 모두 저기에 있을 테니까.
“가자.”
케일은 푸른빛으로 반짝이는 작은 도시, 혈교로 향했다.
그 순간, 호야와 윤의 시선이 서로 부딪쳤다.
두 사람의 눈 맞춤은 곧 사라졌지만, 그들의 푸른 머리칼이 전보다 조금 더 반짝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를 최한이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케일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아무리 겁을 집어먹었다고 해도, 자신의 영역에, 집으로 돌아오면 그 겁도, 공포도 잊어버리기 마련이지.’
케일이 최한에게 명했다.
‘그러니 잘 지켜봐. 그 녀석들 뒤통수 말이야.’
최한은 허공을 보며 고개를 살짝 까딱였다.
-인간아, 인간아! 최한이 신호 보낸다.
제일 앞장선 케일의 입꼬리가 삐뚜름하게 올라갔다.
그는 아공간 주머니에 있는 물건들을 떠올렸다.
샤올렌에게 보상으로 받은 물건이었다.
샤올렌 출신 최초로 신이 된 자가 사용했던 물건으로, 케일은 이걸 사용하면 난감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어서 그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이걸 사용해야 한다면 쓸 생각이었다.
왜냐면 케일이 피를 토하지 않고, 별다른 부작용 없이 쓸 수 있는 고대의 힘이 하나 있었으니까.
-내 얘기인가? 후후.
지배하는 아우라.
이건 아무리 써도 그동안 피를 토하지 않았다. 그간의 경험이 그랬다.
이번에 강화가 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보았을 때 이 힘은 아무리 써도 몸에 부담이 안 온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케일은 태양의 망토 효과 중 하나를 떠올렸다.
신화 등급을 가진 엄청난 보물. 이 물건의 효과에 대한 설명은 두루뭉술했다. 더불어 사용하기 난감했다.
그 효과 중 하나를 떠올리며 케일은 생각했다.
‘이거랑 지배하는 아우라 같이 쓰면-’
다 쫄지 않을까?
-크으!
지배하는 아우라가 중후한 목소리로 연신 감탄사를 흘렸다.
케일은 무시했다.
하지만 그는 이 망토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쳇.
하늘을 잡아먹는 물의 목소리는 다시 무시했다.
기절을 할 순 없지 않겠나.
그것만은 피하고 싶다.
집에 빨리 가고 싶은 케일이었다.
푸른 불빛들이 피어오르는 곳으로 가까워질수록 케일의 표정은 묘하게 변해갔다.
‘자는 사람이 거의 없군.’
언덕 수풀에 숨어 아래를 내려다보는 케일의 눈동자에 오가는 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인간아, 진짜 다들 가면 썼다!
라온의 말대로, 골목과 거리를 오가는 많은 이들의 얼굴에는 가면이 덧씌워져 있었다.
하얀 얼굴 위로 푸른 눈물방울이 하나 크게 그려져 있는 가면은 기이한 느낌을 주었다.
더불어 하나같이 하얀 옷을 입고 있어, 푸른 불빛 아래 하얀 옷과 하얀 가면을 입은 혈교도들의 모습은 꺼림칙함을 느끼게 만들었다.
“진짜 사이비 신도들 같네.”
최정수가 나직이 중얼거리는 말을 흘려들은 케일은 백 노인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러자 백 노인이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도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신녀가 기도를 올리는 시간이 끝났으니 신도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일 거야.”
“기도는 청천향에서 올리는 건가?”
신녀가 거기에 있다고 했으니.
“그렇지 않네. 청천향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자는 허락된 몇뿐이다. 기도를 위한 회관이 곳곳에 존재해. 그곳에서 선구자들의 지시에 따라 기도를 올리지.”
“선구자?”
“혈교에서 인정받은 신도들을 가리키는 말일세.”
케일은 착실히 답하는 백 노인을 잠시 응시하다가 시선을 돌렸다.
“진입하자.”
그 말과 함께 케일은 품에서 가면을 꺼내 들었다.
장포를 벗어 던진 그의 옷차림 역시 백의였다.
‘혈교에서는 밤에 이렇게 입고 다녀야 돼.’
이미 그 정보를 세 명의 혈교도들에게 들어서 알고 있는 케일이었다.
그의 시선이 호야와 윤에게로 향했다.
두 사람이 멈칫할 때.
“역할 제대로 하자?”
그 말과 함께 최정수가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
“…음.”
두 사람이 움츠러든 사이, 최정수는 검은 포대를 두 사람의 머리에 씌웠다.
이를 지켜보던 케일의 시선이 혈교 7호에게로 향했다.
“잘하자?”
“네, 네!”
혈교 7호가 잔뜩 기합이 들어간 얼굴 위로 가면을 썼다.
그가 가장 앞에 섰고, 그다음으로 최한 등이 계획한 대로 자리를 잡았다.
더불어 백 노인이 후방에서 케일과 함께 나란히 섰다.
“이 정도면 청천향 안은 몰라도 그 근처까지는 별 탈 없이 갈 수 있을 거다.”
백 노인이 클클거렸다.
“감히 율법을 어긴 죄수를 인도하는 자들 곁으로 다가오는 혈교도들은 없을 거거든. 다들 시선을 피하면 피했지.”
청천향. 그곳까지 진입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혈교도 최대의 죄악인 율법을 어긴 신도로 분장한 소혈마 후보들을 데리고 무사로 위장한 케일 일행이 움직이는 것.
그 후에는 인원을 나눠 청천향 바깥에서 대기하는 조와 진입하는 조를 두어, 라온의 투명화 마법을 이용하여 몰래 진입한 이들이 진법의 핵을 부순다.
그러면 바깥에서 대기하던 이들이 신호를 확인한 후 곧장 대규모 신호탄을 쏘아 올린다.
이를 해안에서 대기하던 아군들이 확인한 후, 바다가 안정되는 것을 확인하면 곧장 해남섬을 향해 배를 띄운다.
이게 계획의 큰 골자였다.
‘그리고 안으로 진입한 자들은 신녀도 찾아야 되지.’
케일은 대충 할 일을 머릿속에서 한 번 더 점검한 후 고개를 들었다.
“가겠습니다.”
혈교 7호의 긴장감 어린 대답과 함께 케일은 마을이라기에는 큰, 한밤중에도 푸르게 빛나는 작은 도시 안으로 들어섰다.
“힉!”
“음.”
백 노인의 말은 진실이었다.
검은 포대로 얼굴을 가린 두 소혈마 후보를 본 이들은 모두 길을 비켜주거나 등을 돌렸다.
그리고 케일 일행의 눈을 안 보려 노력했다.
-인간아! 이들은 별로 안 강하다! 그래도 다 기본 무공은 배운 것 같다!
투명화한 라온이 건네주는 정보를 들으며 케일 일행은 다급해 보이지는 않을 정도의 빠른 걸음으로 청천향 방향으로 향했다.
물론 그 길도 대로가 아닌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기 좋은 길로 다녔다.
모두 백 노와 혈교 7호의 안내 덕이었다.
-그런데, 인간아. 저 푸른 불빛들 조금 이상하다! 마법도 아니고 진법도 아니고. 뭔가, 께름칙하다.
케일은 제 백의에 스며든 푸른 불빛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한국에서 살 적 보았던 전봇대처럼, 푸른 불빛들이 긴 장대 위에 달린 채 사방을 비추고 있었다.
그 푸른 불빛이 닿지 않는 곳은 거리에 없었다. 작은 골목이라도 이 푸른 불빛이 모두 존재했다.
‘…별로군.’
가만히 지켜보다 보니 기분이 이상해지는 것 같아, 케일은 고개를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