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942
“크하하하! 드디어 땅에 닿았다!”
쿵.
땅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체격을 지닌 이가 배에서 땅으로 뛰어내렸다.
그 사람은 바로 툰카였다.
그런 그를 질린 얼굴로 몇몇 무인이 바라봤다.
다가오는 적의 배가 가까워지면 뛰어넘어가 적군 배의 갑판에 구멍을 숭숭 뚫고, 적군을 잡는 대로 바다로 던져버리는 괴력.
수십이 달려들어도 끄떡없는 맷집.
더불어 그런 적군이 기껍다는 듯 웃으며 달려드는 저 미친 정신.
툰카는 미친놈이라고 절로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툰카는 그런 시선 따위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콰아앙!
콰앙!
그의 등 뒤로 펼쳐진 바다 위에는 여전히 크고 작은 전투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 또한 그의 알 바가 아니었다.
“막아!”
“무시하고 앞으로 나아가! 조금만 더 가면 해남섬이다!”
“정사마 연합군을 호위하라! 혈교의 배는 모조리 침몰시켜!”
정사마 연합군을 어떻게든 막으려는 혈교의 배들.
그리고 어떻게든 섬에 닿으려는 정사마 연합군 여러 선박들.
마지막으로 해남섬 성주가 혈교를 막고 정사마 연합군을 돕기 위해 내보인 배들까지.
바다 위는 전쟁이었다.
그리고 그 틈새 속에서 하나둘 정사마 연합군의 배가 해남섬에 닿았다.
툰카는 그 선두에 속해 있었다.
“저기군.”
시퍼런 불빛들이 쏟아지고 있는 작은 도시. 그곳을 바라보는 툰카의 눈빛이 번들거렸다. 그의 입꼬리는 한껏 올라간 채 내려갈 줄을 몰랐다.
“두강 대협.”
그때, 뒤에서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당연한 것처럼 툰카는 무시했다.
쿵!
가볍게 발을 굴린 그는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크하하하! 전장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두강! 나도 같이 가지! 으하하하하!”
“푸흐흐. 드디어 싸움판이구나!”
그의 뒤를 이어 사파 망나니 사마정을 비롯한 사파의 유명한 싸움꾼들이 연달아 뛰어갔다. 특히 녹림의 비율이 상당히 높았다.
이미 바다에서 날뛰고 있는 수적들을 보고 근질근질했던지, 함박웃음을 지으며 뛰어가는 그들을 보며 툰카를 불렀던 제갈미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총군사 제갈미려를 향해 천마는 한마디를 내뱉었다.
“우리도 가겠다.”
고개를 든 그녀는 천마를 비롯한 마교 쪽 사람들과 정파, 그 외의 사파 사람들을 바라봤다.
모두 몸이 근질거리는 듯한 기색에, 그녀는 한숨처럼 내뱉었다.
이왕 전장으로 가야 한다면.
“최대한 빠르게 이동하죠. 각자의 목표는 알 것이라 생각합니다.”
대답은 없었다.
대신 천마가 걸음을 내디뎠다.
천마군림보.
중원에는 재난이라고 여겨지는 그 무공이 천마의 발끝에서 펼쳐졌다.
쿠웅–!
한 걸음 한 걸음이 세상을 군림하는 것과 같다고 알려진 무공은 천마가 한 걸음 펼칠 때마다 그의 존재감을 점점 더 크게 키워갔다.
검붉은 내공이 그의 몸을 휘감았다.
그런 그의 뒤를 따르는 마교도들은 조금씩 내공을 피워올렸다. 그들의 귓가에 천마의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작은 목소리였지만, 그 소리는 천둥처럼 다가왔다.
“여기까지 오는 데 시간이 꽤 걸렸구나.”
천마의 눈앞에 그들을 가로막기 위해 혈교 외곽으로 나오는 혈교도들이 보였다.
새로운 신녀의 첫 행사를 위해, 중원 곳곳에 흩어져 있던 혈교 고위직들이 모두 이곳으로 모였다.
그 덕인지, 꽤 강해 보이는 이들이 많았다.
“탐스러운 먹잇감이 많아.”
하지만 그의 시선은 저 멀리를 향해 있었다.
혈교의 중심지, 그곳에서 솟구치는 검은 용과 거대한 푸른 기운이 보였다.
스릉.
천마는 검을 뽑아 들었다.
“기억해라.”
마교도들도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해가 뜨기 전, 혈교는 무너진다.”
그에 응하듯 천마의 뒤에 선, 현재 모여든 마교도들 중 최정예인 이들이 외쳤다.
“멸혈(滅血)!”
그 목소리에는 열기가 가득 담겨 있었다.
감히 마교에 첩자를 심어두고 마교의 하늘인 천마를 무너뜨리려고 했던 혈교.
그곳을 향한 마교도들의 분노는 매서웠다.
그리고 드디어 그 분노를 제대로 풀 곳에 도착했다.
그 전장이 그들은 기껍기만 했다.
천마가 검을 휘둘렀다.
촤악—-!
눈앞에 달려드는 혈교도들의 피가 하늘로 솟구쳤다.
하지만 천마는 눈길 하나 주지 않은 채 속도를 높였다.
그의 목적지는 아직 멀었다.
‘김해일.’
그놈이 있는 곳으로 간다.
그곳이 전장의 중심일 테니까.
혈마.
그리고 그에 버금가는 강자들과 싸우고 싶은 천마였다.
대신 그 피가 피어오른 전장에 마교도들이 스며들었다.
하얀 가면을 쓴 혈교도.
그들을 보는 마교도 중 한 명이 즐겁다는 듯 외쳤다.
“저 가면을 빨갛게 물들여 보자꾸나!”
마교인들이 어떠한 고삐도 없이 날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이들이 있었다.
“허. 역시 마(魔)는 미쳤어.”
개방의 장로 호송이는 탄식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그러나 이미 그의 손에는 개방의 상징과도 같은 무기인 타구봉이 들려 있었다.
그때, 가장 선두에 선 이가 입을 열었다.
정파의 거두, 검선이었다.
“잔챙이들은 알아서 정리해라.”
그 말과 함께 그는 창천수호대를 이끌고 더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그의 목적지 역시도 천마와 방향이 같았다.
우우웅—
이미 검선의 몸에서는 황금빛 기운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와 함께하는 남궁세가의 최정예 창천수호대 역시도 서슬 퍼런 기운을 내뿜었다.
호 장로는 검선에게 달려드는 혈교의 무인을 볼 수 있었다.
상대방의 기세가 매서웠으나-
쿠웅!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히는 황금빛 검은 어느 때보다도 제왕의 기운을 듬뿍 머금은 채, 한없이 무거웠다. 제왕이라는 이름에 어울리게끔.
“허어.”
무섭구만, 무서워.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젓던 호 장로는 곧 한숨을 내쉬었다.
쿵!
땅이 울렸다.
혈교에서 하나둘, 수백은 넘어 보이는 강시들이 동시에 걸음을 내디디며 호 장로가 있는 쪽을 향해 진군하고 있었다.
그 사이사이로 혈교 소속 무인들이 보였다.
강자는 아니었지만, 능히 무인 한 사람 몫은 할 것으로 보이는 자들이었다.
“…하나둘 기어 나오는구만.”
낮게 읊조린 그는 품에서 작은 호리병을 꺼내 들었다.
“다들 기억하고 있겠지?”
“네!”
수십여 명의 무림맹 대원들이 그의 물음에 힘차게 답하며 호리병을 손에 들었다.
“우리의 임무는 잔챙이들을 정리하고, 강시들을 재우는 것임을 잊지 말고 경거망동하지 말아라!”
정사마 연합군은 선발대와 후발대로 나뉘어져 있었다.
선발대의 역할은 혈교 곳곳에 있을 강자를 상대하는 일이었고, 후발대의 임무는 중하급 혈교 무사를 처리하고 각 지역을 장악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강시를 재우는 것이지.’
혈교의 강시는 대부분 남쪽과 북쪽의 새외 지역에 있다고 하였다.
하지만 해남섬이 본거지인 만큼 이곳에도 상당한 숫자의 강시가 존재하며 그중에는 생강시와 진강시도 다수 있다고 하였다.
이들을 정화하는 법은 백 노인에게 들었지만, 그 방법이 단순하지 않았다.
따라서 백 노인은 다른 답을 내놓았다.
그건 강시를 잠재우는 것.
‘수십만 구에 달하는 강시를 어떻게 다 깨어 있는 상태로 보관하겠어? 일종의 가수면 상태에 빠지게 만들어서 관리하면 편하거든.’
그 말을 하며 백 노인은 가루를 건네주었다.
‘이걸 태운 연기를 강시들이 맡으면 잠들어.’
한번 연기를 맡고 잠들면 대략 4-5시간 가수면 상태에 빠진다고 하였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해가 뜨기 전에 모든 것을 정리할 작정이었으니까.
“시작해라!”
호 장로를 비롯해 곳곳에서 같은 외침이 펼쳐졌다.
화르르–
누군가 피워올린 불길과 함께 가루들이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푸른 연기가 피어오른 순간.
쿵!
강시들이 움직임을 멈췄다.
실 끊어진 인형처럼, 강시들이 하나둘 바닥으로 쓰러졌다.
“빌어먹을! 상부에 보고해! 강시들이 가수면 상태로 들어갔다고!”
“이걸 어떻게 저놈들이 알고-! 당장 서둘러!”
쓰러진 강시들 때문에 곳곳에서 혼란이 일어났다.
물론 혈교의 혼란은 아군에게는 이득이었다.
“지금이 때다! 모두 진군해!”
“혈교 쪽 사람은 모두 잡아!”
촤락.
총군사 제갈미려는 이 모든 것을 지켜보며 부채를 펼쳐 들었다.
그녀의 시선이 저 멀리 해남섬 남쪽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신호탄이 한 번 더 솟구쳐올랐다.
삐이이이—-!
“…사도련주와 위 상선이 만났군.”
사파와 해남섬 무인들이 만나, 남쪽에서부터 혈교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제갈미려는 지도를 내려다봤다.
북부에서는 정마 연합군이.
남부에서는 해남, 사파 연합군이.
위아래로 혈교를 압박하는 형세였다.
“해남으로 오는 아군의 수가 더욱더 많아질 것이니, 싸움의 형세는 이쪽으로 기울 것이다.”
혈교가 아무리 강하다고 하더라도, 이곳이 본거지라고 하더라도.
사람 수에서는 중원을 등에 업은 정사마 연합군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제갈미려의 눈동자가 지도의 중앙, 혈교의 중심부로 향했다.
결국 모든 싸움의 판가름은-
“…중앙에서 나겠구나.”
진법이 유명무실해졌으니, 남은 것은 혈마를 잡는 것이었다.
그녀의 시선이 지도를 벗어나 저 멀리로 향했다.
콰아아아앙—–!
굉음이 끊임없이 들려오는 어딘가로.
***
최한은 검을 쥔 손에 살짝 힘을 풀었다.
까득까득.
기이한 소리가 들려오는 정면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쏴아아—
밤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혈마의 백발이 흩날렸다.
까득까득.
혈마의 손가락이 리듬을 타듯 움직일 때마다 기이한 소리가 더 크게 울려 퍼졌다.
동시에 그녀의 주변에 넘실거리는 푸른 기운이 주변을 잠식해 갔다.
‘…강하다.’
최한은 오랜만에 적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혈마.
그녀는 죽은 마나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그녀가 펼치는 저 푸른 기운의 근간은 오히려 생명력이 넘쳤다.
모든 것을 다 포용하는 바다. 그 속에 수많은 생명체들이 살아가며 만들어내는 활기처럼.
차갑고 서늘한 기운 속에는 아름다운 생명력이 넘쳐흘렀다.
그렇기에 최한은 죽은 마나의 중독을 걱정하지 않고 혈마와 싸울 수 있었지만,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깨끗해.’
혈마가 사용하는 힘이 너무나도 순수하고 깨끗해서.
수많은 사람을 강시로 만들어버리고 중원을 장악하려는 자의 힘같이 보이지 않았다.
“확실히 너희는 무림인이 아니구나.”
처음으로 혈마가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냉랭했지만, 묘하게 부드럽게 들리기도 했다.
까득까득.
푸른 기운은 여전히 그녀의 곁에 넘실거렸다.
몇 번의 부딪침이 있었음에도 혈마는 여전히 태연했다.
“진법을 파괴시켰길래, 아피토유에서 배신을 했나 싶었는데, 그것 또한 아니고.”
혈마와 최한.
두 사람은 하나의 건물을 사이에 두고서 꽤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럼에도 혈마의 목소리는 최한의 귓가에 대고 말하는 것처럼 잘 들려왔다.
“답이 보이는구나.”
혈마는 부드럽게 말했다.
“샤올렌을 검은 피 가문에게서 구한 자들이 너희로군.”
최한은 어떠한 반응도 하지 않고, 가만히 혈마를 응시했다.
그러나 그 속내는 꽤 복잡했다.
백발에 푸른 눈동자를 지닌 혈마. 그녀가 한 말이 묘하게 귀에 거슬렸으니까.
‘…샤올렌을 구한 자들이라고 지금 말한 건가?’
검은 피 가문. 화이언스 가문처럼 중원을 무너뜨리려고 하는 혈교의 수장 혈마가 최한 자신에게 샤올렌을 구했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뭔가 좋게만 들리지 않았다.
그렇기에 최한은 처음으로 그녀의 말에 답했다.
“그래. 중원도 그렇게 구하려고 왔지.”
저 멀리 있는 혈마는 그의 말을 들은 듯 살짝 입가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행태에 최한의 미간이 살짝 일그러지는 찰나.
“이상해.”
그는 팀장 수이 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조금 힘이 빠져 보였던 수이 칸은 어느새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최한 옆에 서더니 툭 내뱉었다.
“혈마의 기운이 너무 깨끗한데?”
최한은 자신과 같은 생각을 내뱉은 수이 칸에게로 절로 시선이 움직였다.
안 그래도 최한도 그 사실이 찝찝하게 다가왔다.
강시들을 다루는 자가, 어떻게 저렇게 순수한 힘을 쌓았지?
‘…무공으로 저렇게 한 건가?’
혈마는 분명 평범한 인간이다.
그렇기에 최한은 그녀의 강함에, 적이지만 조금 감탄했다.
적이지만 혈마가 품은 힘은 티끌 하나 없이 깨끗했으니까.
그 깨끗함을 유지하며 저렇게 강대한 힘을 만들려면 최소한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했을 것이다.
그것만큼은 적이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최한이 생각하려는 그때였다.
“혈마.”
수이 칸이 앞으로 나섰다.
평범한 철검이 그의 손에 들려 있었다.
서걱.
그는 푸른 기운의 일부를 베어내며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
“수십만 구의 강시를 만들면서, 그만큼 죽은 마나가 생겨났겠지. 그리고 그 죽은 마나로 또다시 강시를 만들었을 것이고.”
그는 무언가를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혈교는, 너는 셀 수 없는 수많은 자를 죽였어.”
까득까득.
주변을 잠식해가는 푸른 기운을 수이 칸은 담담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너의 그 깨끗한 힘은, 네 것이 아냐. 뺏은 것이지.”
최한이 멈칫했다.
수이 칸은 혈마와 시선을 마주했다.
“인간이 가진 가장 순수하고 깨끗한 기운. 생명력. 그걸 너는 빼앗았구나.”
인간이 태어나면서 가지는 최초의 생명력. 그것은 살아가며 쌓아가는 기운들과 달리 순수하고 깨끗할 확률이 높았다.
이곳 중원식으로 굳이 비슷한 것을 찾자면, 선천지기일 것이다.
“그렇게 강해진 거야.”
강시로 만들어지는 수십만 이상의 사람들의 생명력. 그것을 흡수해서 모은 것이 이 푸른 기운이었다.
푸른 피 가문.
그것은 진짜 몸에 흐르는 피를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었지만, 이 푸른 기운, 생명력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리라.
그때, 아래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어머니!”
“어머니, 저희가 왔습니다!”
또 다른 소혈마 후보 은과 백이었다.
그들이 강자를 이끌고 혈마를 돕기 위해 다가왔다.
피식.
수이 칸은 어머니라 불리는 혈마를 보며 비웃음을 숨기지 않았다.
“어머니라. 혈마, 특히 아이들의 생명력을 많이 빼앗았네. 맞지?”
가장 순수한 생명력은 아이에게 있을 테니까.
그 순간, 누군가의 탄성이 들려왔다.
“이야.”
어느새 다시 돌아온 최정수가 검을 움켜쥔 채 혈마를 쳐다보며 한마디를 툭 내뱉었다.
“쓰레기네요.”
“그래.”
그에 동의를 보낸 수이 칸 팀장은 시선을 저 멀리 두었다.
천마를 비롯한 무림인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우린 혈마만 맡으면 되겠네.”
그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내가 베어낼 테니.”
최한과 최정수가 수이 칸의 바로 뒤에 서며 자리를 잡았다.
“두 사람이 혈마를 잡아.”
평범한 철검의 끝이 혈마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지나가듯 물었다.
“저쪽은 어때?”
최정수의 입이 열리려는 찰나.
콰아아아앙—-!
청천향에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최정수는 저를 바라보는 최한과 팀장에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
“신녀를 잡았나 봐요.”
***
“크윽!”
소혈마 후보 명이 라온의 마법을 맞고 뒤로 튕겨져 나간 찰나.
케일은 라온에게 말했다.
“부숴!”
“알았다!”
콰아아앙—!
신녀가 있는 방 벽이 부서졌다.
오늘 하루 종일 내내 다 때려 부수는 라온이었다.
“다 부순다!”
라온의 경쾌한 목소리를 들으며 케일은 무너진 벽을 넘어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미소를 지었다.
“찾았다.”
드디어 신녀를 발견했다.
‘하.’
케일은 속으로 짧은 탄식을 흘렸다.
신녀가 머무는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케일이 마주한 것은 수십여 명의 사람이었다.
그들은 중앙에 있는 침대를 성벽처럼 둘러싼 채 보호하고 있었다.
벽이 무너지는 와중에도 신음 하나 흘리지 않고 굳건히 서 있는 그들은 마찬가지로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채 케일을 응시했다.
신녀를 노리는 적을 용서할 수 없다는 듯.
그리고 케일은 그들 너머 침대를 바라봤다.
“역시 1명이 아니었네.”
아까 소혈마 후보 명을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분명 수하들에게 지시했다.
‘당장 신녀님들을 보호해라. 더불어 혈마님께 가서 전해라.’
‘신녀님들’이라고 했다.
-인간아, 신녀가 2명인 건가?
“어. 그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