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946
누가 보아도, 순한 미소였다.
그리고 치기 어린 소년이 청년이 되어 스스로에게 확신을 가진 듯, 시원한 미소이기도 했다.
“하하-”
팀장이 헛웃음을 흘렸다.
“한이가 길을 찾았네.”
그는 읊조리듯 이어 말했다.
“저 녀석, 용들하고도 잘 싸우겠어.”
드래곤 피어, 지배하는 아우라.
그것에 비하면 부족하지만, 최한이 만든 것은 분명 스스로가 만들어낸 기운이었다.
최한의 검은 용이 앞으로 전진했다.
푸른 해일 혹은 늪이라고 할 기운에 잡아먹히고 있는 백룡의 앞을 막아서며, 흑룡은 거침없이 앞으로 향했다.
콰아아아아아——
굉음과 함께 난폭한 흑룡을 품은 최한이 푸른 해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해일을 가로질렀다.
케일의 귓가로 지배하는 아우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의 것을 훔친 겁쟁이 도둑이 억지로 만들어내 하나로 뭉친 기운은, 결코 한 사람이 자신의 삶을 담아 올곧이 세운 확신을, 의지를 이길 수 없지.
흑룡과 최한은 거대한 해일 속에서 하나의 작은 점처럼 보였다.
하지만 거침없이 나아간 검은 점은 마침내 해일을 뚫었다.
그리고 혈마와 부딪쳤다.
콰아아아아아—–
굉음과 함께 폭발이 일었다.
푸른 기운과 검은 기운이 뒤섞여 솟구쳤다.
이를 보는 케일에게 다시금 지배하는 아우라가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케일, 최한 저 아이에게도 아우라가 생겼구나.
최한에게도 아우라가 생겼다.
오러도, 마나도, 내공도 아닌 또 다른 기운.
이를 누구보다도 크게 느낀 이는 혈마였다.
“어찌하여, 아니, 어떻게-!”
거대한 푸른 기운 속으로 뛰어드는 흑룡과 최한을 보았을 때, 비웃었다.
백룡을 잡아먹었듯 비슷하게 생긴 저 흑룡 또한 푸른 기운에 잡혀 먹히고 말 것이라 생각했으니까.
‘이 기운은 수십만의 생명력으로 만든 것.’
억울하게 죽어간 순수한 생명체는 늪과도 같았다.
제 품으로 뛰어든 존재를 빨아들이고, 저와 같이 만들어버렸다.
이는 모두 스스로의 죽음이 원망스럽고 억울하기 때문이리라.
‘이 기운에 뒤덮인 인간은 결코 벗어날 수 없다.’
한 명은 수십만 명을 이길 수 없으니까.
그것은 진리와도 같았다.
“왜-”
그런데 어째서 지금 그 진리가 무너지는 것일까.
혈마는 제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남이 보기엔 찰나와도 같은 순간의 장면들이 혈마에게는 아주 느리게 하나하나 눈에 담겼다.
콰아아아—
흑룡과 함께 다가오는 최한은 거대한 푸른 기운, 해일과도 같은 존재의 앞에서 작은 점과 같았다.
그런데 그 검은 점은 해일을 가로질렀다.
처음에는 느리게, 하지만 점점 더 빠르게.
“어떻게 이럴 수가-”
혈마의 눈에는 보였다.
순수한 생명력. 그렇기에 억울한 죽음에 분노하여 늪처럼 다른 생명을 빨아들이던 존재들.
그것들이 처음에는 최한을 공격했다.
하지만 이제는 물러선다.
아니, 도망간다.
거대해 보여도 결국에는 하나하나 작은 생명력인 것들.
그것들은 최한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었다.
“어떻게 저게 가능하냐고……!”
혈마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비명과도 같았다. 그녀의 눈에 분노가 서렸다.
저 작은 검은 점.
정확히 말하면 흑룡과 최한을 감싼 검은 기운.
저건 분명 최한의 것이었다.
그 최한에게서 흘러나온 기운은 무언가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용.
용의 기운에 비하면 보잘것없지만, 볼품없지만. 분명 비슷한 면이 있었다.
스스로의 존재감이 뿜어내는 기운이었으니까.
“말도 안 돼!”
온화하기만 하던 표정이 악귀와 같이 일그러졌다.
그녀는 해일을 지나 빠르게 다가오는 최한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녀의 팔에서는 여전히 푸른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수십만의 생명력을 몸에 받아들이면서 그들의 원망과 업을 짊어지게 된 혈마.
그녀의 피는 어느 순간부터 붉은색이 아닌 푸른색으로 변했다.
수십만 영혼이 흘린 눈물처럼.
촤아아아—
해일을 가르고 최한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혈마를 향해 다가왔다.
그녀의 두 팔에 서슬 퍼런 푸른 기운이 넘실거렸다. 그리고 어느새 검의 형상을 그렸다.
혈마의 두 눈은 푸른 눈물을 흘리고 있었지만 그녀는 상관치 않았다.
쿵. 쿵.
심장이, 온몸이 격렬하게 날뛰는 것 같았다.
수십만의 생명력.
이를 한 사람의 몸 안에 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는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용을 이기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었으니까.
그녀는 최한을 보며 외쳤다.
“어찌하며 너는 용의 것을 흉내 낼 수 있는 것이냐!”
처음 아피토유에 가서 용의 앞에서 머리를 조아렸을 때.
분명 같은 사냥꾼 가문의 가주임에도 혈마는 무릎을 꿇어야 했다.
이는 스스로의 의지가 아니었다.
드래곤 피어.
아피토유의 드래곤 로드가 뿜어내는 그 기운을 이길 수가 없어서, 혈마는 굴욕적으로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 치욕을 이겨내기 위해 혈마는 오랫동안 고민했다.
그리고 훈련을 하고 또 하였다.
더 강해지면 용의 기운을 이기지 않을까 하고.
하지만 그 뒤에도 몇 번이나 드래곤 로드의 앞에서 굴욕적으로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때, 혈마는 깨달았다.
아, 인간은 결코 용을 이길 수 없구나.
하지만 자신은 인간이었다.
그렇다면 무슨 방법이 있을까.
그때, 만들어지는 강시들을 보며 깨달았다.
한 인간으로 안 되면 수백여 명의 인간으로는 용을 이길 수 있지 않을까?
그 생각으로 그녀는 그 인간들의 생명력을 빨아들였다.
가장 순수한 기운을 몸에 쌓고 쌓으면 어느새 그녀 자신의 격이 용과 비슷해지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저절로 용과 같은 기운을 뿜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선택은 옳았다.
만 명의 생명력을 빨아들였을 때.
그녀는 푸른 기운을 뿜어냈다.
수만여 명을 받아들였을 땐, 머리칼이 백발로 변하며 수시로 억울한 이들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지만.
더 강대한 기운을 뿜어냈다.
그리고 수십만여 명을 받아들였을 땐, 피가 푸르게 변했지만.
이만하면 되었다 싶었다.
이 정도면, 드래곤 로드와 동등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어찌하여-’
왜-
“너에게 그런 힘이 생긴 것이지?”
저를 향해 다가오는 흑룡. 그 너머의 남자.
그는 그녀가 무공을 갈고 닦으며 아무리 노력해도 얻을 수 없던 것을, 원망에 찬 수많은 생명을 몸에 담고 나서야 비로소 얻었던 것을 만들어냈다.
바로 이 자리에서.
분노와 원통함이 치밀어 올랐다.
“네가 왜 용의 것을 가지고 있는 것이냐!”
혈마가 앞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흑룡을 품은 검과 푸른 기운이 만든 검이 서로 부딪치기 전.
푸른 눈물을 흘리던 혈마는 최한과 눈이 마주쳤다.
검은 기운 사이로, 담담하고 흔들림 없는 검은 눈동자에 혈마가 비쳤다.
악귀와 같이 일그러진 자신의 표정을 본 혈마. 그녀에게 최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용의 것이 아니다.”
혈마는 최한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평온했다.
자신이 질 것이란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는 진리를 말하듯 차분하게 말했다.
“이건 내가 걸어온 삶이자, 나 자신이다.”
무엇과의 비교도 담기지 않은, 스스로에 대한 확신만이 담긴 대답.
최한은 용을 흉내 낼 이유도, 누구의 것을 닮은 기운을 만들 이유도 없었다.
그는 오로지 자신이 만들어 온 삶만을 받아들이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자 마음먹었을 뿐.
최한은 검을 뻗었다.
복잡한 검식을 만들 필요도, 큰 움직임을 보일 이유도 없었다.
혈마가 뻗어내는 푸른 검.
그 검에는 역시나 수많은 생명들이 담겨 있었고, 그 검날은 최한을 막을 수 없었다.
어둠의 숲.
지난 시간 속 수많은 적들.
그들 중 어느 누구도 최한을 망가뜨릴 수 없었듯이.
이 작은 생명들.
안쓰럽고 안타까운 이 작은 생명들은 최한을 막을 수 없었다.
그는 아까 해일을 지나올 때처럼, 그 진득한 늪을 지날 때와 똑같이 검을 움직였다.
각각의 객체로 존재하는 푸른 기운들이 조금씩 틈을 만든다.
혈마는 도망간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아니다.
저를 안쓰럽고 안타깝게 여기는 마음이 담긴 기운.
최한의 기운에는 그의 감정이 담겨 나왔다.
왜냐면 그의 기운은 바로 그 자신이었으니까. 그의 감정이 당연히 그 안에 담기는 법.
검은 기운 속 감정을 읽은 푸른 기운들이 반응했다.
미세하지만, 안간힘을 내어 아주 작은 구멍을 만들어 준다.
얽히고설킨 족쇄 사이로 미세한 틈을 만들어내듯.
최한은 그 틈에 검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 틈을 더 벌렸다.
콰직.
무언가 부서졌다.
최한은 그것이 족쇄라고 생각했다.
그 족쇄가 부서지면 푸른 기운들은 조금 더 자유롭게 최한에게 길을 만들어 주었다.
어둠 속에서 희망을 따라가다 보면 길이 열리듯.
그렇게 최한은 푸른 기운이 만들어 준 길을 따라 검을 움직였고.
쩌적.
푸른 검에 금이 갔다.
“!”
악귀와 같던 혈마의 얼굴에 놀람이 서렸다.
당연할 것이다.
그녀의 힘에 비하면 아직 최한의 검은 기운은 보잘것없었으니까.
그럼에도 검은 기운은 푸른 검에 흔적을 남겼다.
틈이 생겼다.
우우웅–
그리고 그 틈새로, 흑룡이 입을 벌렸다.
난폭하지만 전보다 더 선명한 용의 형태를 이룬 흑룡이 움직였다.
콰아아아아아아아——-
어느 때보다도 큰 굉음이 울려 퍼졌다.
그 사이로 미세한 소리가 들려왔다.
쩌저적-.
균열이 일어났다.
최한은 푸른 기운에 삽시간에 여러 개의 금이 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마치 지금껏 저들을 묶어두었던 족쇄가 사라졌다는 듯.
쩌적!
그리고 마침내, 그 기운은 자유로워졌다.
수십만의 생명이 담긴 기운들이 여러 갈래로 뻗어졌다.
일부는 하늘로, 일부는 주변으로, 일부는-
저를 가두던 족쇄에게로.
흑룡의 주변에 푸른 기운들이 달라붙었다.
그리고 흑룡은 마침내 적을 물어뜯었다.
“쿨럭.”
최한의 검이 혈마의 배를 꿰뚫었다.
“하, 하하-”
혈마는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제 배에 박힌 검과 그 사이로 흘러내리는 푸른 피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눈에 담긴 것은 저를 떠나가는 푸른 기운들이었다.
쩌저적-
작디작은 검은 기운이 족쇄를 부숴주니 억울한 혼이 담긴 생명력들은 곧바로 저를 가두던 감옥을 벗어났다.
쩌적-
그리고 혈마의 피부가 갈라지기 시작했다.
마치 가뭄이 든 땅처럼, 그녀의 온몸에 금이 갔다.
“하아.”
한숨을 내쉰 그녀는 허망했다.
그것 말고는 표현할 길이 없었다.
“…왜-”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때, 차분하면서도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각각의 생명을 묶어둔 족쇄를 그보다 약한 생명력들이 이겨낼 수 없었겠지. 너는 그렇게 하나하나에 족쇄를 채우며 수십만의 생명을 한데 뭉쳤을 거다. 그리고 그 뭉친 힘은 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최한이었다.
그는 혈마를 더는 공격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뭉친 힘은 너의 것이 아니야. 결국 너의 것은 족쇄 그 자체일 뿐. 하지만 나에게는 그 족쇄가 그렇게 강하지 않았다.”
쩌저적-
혈마가 족쇄를 채우고 또 채워 묶어두었던 생명력들이 탈출하기 시작하자, 이는 점점 더 걷잡을 수 없어졌다.
혈마의 몸은 무너지고 있었다.
“쿨럭.”
혈마의 입에서 푸른 피가 뿜어져 나왔다.
온몸이 요동친다.
피와 몸 곳곳에 새겨진 수십만의 생명력들이 드디어 기회를 얻었다는 듯 날뛰며 그녀를 벗어나고 있었다.
하나하나 생명을 빼앗고 빨아들일 때는 몰랐는데, 한 번에 수십만이 달려드니 혈마는 이겨내기가 힘들었다. 아니, 이겨내는 것이 불가능했다.
털썩.
혈마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최한은 검을 뽑았다. 그러자 더 피가 쏟아져나왔다. 그는 담담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혈마의 눈동자에 빛이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이미 모두 금이 가 있었고 그 틈새에서도 푸른 기운이 흘러나오는 중이었다.
“결국-”
그녀가 입을 열었다.
“네 이야기는 결국 나의 근본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는 건가?”
“그래. 아무리 남의 것을 빌려도 결국 중심은 너니까.”
최한은 혈마의 몸에 담긴 기운들이 폭주하는 것이 느껴졌다.
곧 혈마는 끝나리라.
동시에 거대한 폭발이 일어날 것이다.
가둬둔 기운들은 지금 뚫린 틈새조차 좁을 테니까.
최한은 뒤로 물러섰다.
“하아. 하아.”
혈마는 숨을 내쉴 때마다 푸른 기운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갈라진 피부에서도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온몸이 들썩였다.
“크, 크크큭!”
돌연 혈마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그 눈빛은 텅 비어있었다.
하지만 최한은 조금의 안타까움도 느끼지 않았다. 무슨 이유든, 그녀가 가진 힘은 수십만 명의 생명을 무자비하게 빼앗아 얻은 것이었으며, 그 결과로 벌어진 상황이니까.
“너.”
돌연 혈마의 눈동자에 빛이 어렸다.
최한이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러나-
퍼석.
그녀의 왼팔이 금이 가다가 결국 몸에서 떨어졌다.
푸른 기운이 더 많이 뿜어져 나왔다.
혈마의 끝은 피할 수 없다.
이를 최한이 인지한 그때, 혈마는 최한을 보며 물었다.
“우리 다음은 아피토유인가?”
검은 피, 푸른 피 다음은 보라 피냐고 묻고 있었다.
“…….”
최한은 아무 답도 하지 않았다.
적을 위해 해줄 말은 없었으니까.
“크크큭.”
혈마는 오른팔도 떨어져 나갔다.
이를 본 그녀는 웃더니 최한을 바라봤다.
“빌어먹을 용들도 네 녀석을, 네 주군으로 보이는 자를 만나면 아마 고생 좀 하겠어. 하하-”
힘없이 웃던 그녀의 목소리에 힘이 담겼다.
“내가 하나 좋은 이야기를 해주지.”
그녀의 온몸이 무너져 내려갔다.
하지만 최한은 혈마의 또렷한 눈빛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죽기 전 마지막으로 남기는 말 같았으니까.
혈마는 허망함과 억울함, 동시에 이렇게 사라져가는 자신에 대한 분노를 담아 말했다.
“용은-”
최한의 눈썹이 살짝 들린 그 순간.
“용은, 신이 될 수 없다.”
용은 신이 될 수 없다.
그 말과 함께 푸른 폭발이 일었다.
콰아아아아아—–
거대한 폭발에 혈마의 몸이 휘말렸다.
그녀는 사라지면서도 입을 멈추지 않았다.
이를 보던 최한은 흠칫했다.
가장 가까이 있던 그만은 분명히 들었다.
“용은 가장 하찮은 존재다.”
뭐?
최한의 의문에 답해줄 존재는 없었다.
쏴아아아—-
푸른 기운이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
그 광경은 사뭇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 아래.
푸른 기운이 솟구쳤던 자리에는 무엇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저 스스로 상처를 내어 피를 흘렸던 혈마의 두 팔만이 덩그러니 존재했다.
혈마는 끝이 났다.
최한은 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 눈이 커졌다.
“!”
그는 황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우르르르—-
저 멀리 소리가 들려온다.
아니, 그렇게 멀지도 않았다.
꽤 가깝다.
하늘이 울부짖고 있었다.
쏴아아아—
그리고 바람이 거칠어졌다.
어느새 바다 쪽 하늘은 칠흑과도 같이 어둡게 변해 있었다.
어둠이 이쪽으로 물밀듯 밀려오는 것 같았다.
“이게 무슨-”
최한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선이 케일을 찾고 있었다.
“빌어먹을!”
거친 말을 쏟아내며 무너진 청천향을 향해 케일이 빠르게 다가가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무너진 청천향이 있는 자리의 허공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