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949
“어느 정도 썼지?”
-대략 150%를 사용했어.
300%까지 상승했던 물의 힘은 운남성에서 싸운 후, 충전식임을 깨달은 케일이었다.
지난 시간 동안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고, 케일의 현 한계는 150%였다.
하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다.
끝이라기엔 저 해일을 막기에 부족하다.
우우우웅—
케일 손에 들린 보랏빛 원석이 격렬하게 진동했다.
-방법은 알지?
후우.
한숨을 내쉰 케일은 원석을 제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삼켰다.
-짱돌도 먹었으니까, 이것도 못 먹을 건 없지. 안 그래?
설렘이 가득한 하늘을 잡아먹는 물의 목소리를 케일은 무시했다.
짱돌에 이어서, 이런 것도 먹어야 한다니!
도대체-
“음?”
-왜?
케일은 어느새 아주 가까이 다가온 거대한 해일을 보며 툭 내뱉었다.
“맛있는데?”
-…응?
예상 못 했다는 듯 멍하니 되묻는 하늘을 잡아먹는 물에게 케일은 진심으로 말했다.
적당히 달달하고, 왠지 모를 담백함이 입안에 맴돌고. 그 끝맛은 산뜻했다.
“…내가 이때까지 먹은 디저트들하고 비교해서 제일 맛있는데?”
-어, 음. 잘됐네?
“…계속 먹고 싶은 맛인데?”
저도 모르게 케일은 입맛을 다셨다.
그때, 케일은 대충 여민 옷깃을 풀며 툭 내뱉었다.
“검은 게 몇 개입니까?”
팀장 수이 칸이 답했다.
“잠시만.”
7개의 하얀색 물방울, 1개의 회색 물방울 문신이 점점 바뀌어 갔다. 아주 빠르게.
곧 이수혁은 케일의 물음에 답할 수 있었다.
“검은 거 5개하고, 하나는 회색.”
검은 물방울이 다시 5개가 되었다.
-아싸! 200%는 더 쓸 수 있어!
흐.
케일은 그냥 웃음이 나왔다.
어쨌든 이제는 한번 해볼 만했다.
바다가 섬을, 모든 것을 집어삼키기 위해 그 몸집을 일으켜 세웠다.
쏴아아아—-
천마는 비가 오지 않는 와중에도 들려오는 빗소리를 귀에 담으며 어릴 적 기억을 떠올렸다.
그가 나고 자란 신강.
마교가 있는 그곳은 바다와 닿아있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가 바다를 처음으로 마주한 것은 책이었다.
누군가가 바다를 보고 남겨둔 기록을 통해서, 그는 바다를 상상했었다.
그때, 이런 문구가 있었다.
천마는 그 문구가 참으로 맞다고 생각했다.
그가 본 바다는 어쨌든 다채로웠으니까.
하지만 지금 그는 이렇게 말할 수 있었다.
“끔찍하군.”
어떠한 빛깔도 품지 않은 채, 다가오는 저것은 검은색으로 일렁였다.
마치 그를 생강시로 만들어 괴롭혔던 죽은 마나라는 것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러나 저것은 분명 바다가 맞다.
자연의 한 모습이 틀림없다.
그럼에도 징그럽다.
거부감이 일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두려우니까.’
물로 만들어진 산맥이 이쪽을 덮칠 것 같았다.
이런 형태를 띠는 재난이 있었던가?
적어도 천마는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이걸 의도적으로 만든 존재가 있단 말이지?’
저 다가오는 끔찍한 재난을 의도적으로 만들 수 있는 자들이 있다는 것은 더욱더 들어본 적이 없다.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당장이라도 저 재난에서 도망쳐야 할 것 같았다.
도망칠 곳이 있을까, 그런 고민은 일단 뒤로 제쳐두고서라도 말이다.
하지만 천마는 도망치지 않았다.
쏴아아아아—-
빗소리가 점점 더 커져 갔다.
바로 옆에 있는 사도련의 련주 사마평이 뭐라 입을 열었지만, 들리지 않았다. 본인도 이를 알아챈 듯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한 사람을 바라봤다.
천마 역시도 같은 사람의 등을 응시했다.
왜소한 체격의 남자.
김해일.
아래를 향해 그가 늘어뜨린 두 팔이 눈에 들어온다.
쏴아아아—쏴아아—-
운남성에서 그가 만들어냈던 거대한 해일.
그것보다 더 높고 더 두텁고 더 긴 해일이 밀려온다.
그는 이걸 막을 수 있을까?
‘없애는 건 불가. 대신 최대한 막을 작정이다.’
김 공자는 그렇게 말하며 덧붙였다.
‘그러다 보면 다 끝날 거다. 내 동료들이 해결할 테니까.’
천마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여전히 왜소한 등이 보인다.
무엇에도 두려움 없이 맞서는 자의 뒷모습이었다.
-160%
그 시각, 케일은 조금씩 힘을 더 쓰기 시작했다.
-…계속 더 사용한다?
하늘을 잡아먹는 물의 말에 케일은 고개를 끄덕이려다가 멈칫했다.
살짝 움찔하는 그의 모습에 수이 칸이 의아해할 때.
“어후, 추워.”
케일은 쇄골이 보이게 풀었던 옷깃을 여몄다.
‘바람이 너무 불어서 그런가.’
춥네.
이러다 감기 걸릴라.
그는 황당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팀장의 시선을 모른 채, 괜히 추위를 털어내려 어깨를 한번 들썩였다.
그때였다.
툭.
그의 어깨 위에 장포가 하나 걸쳐졌다.
고개를 돌리니 비크로스가 왜 보냐는 듯 무심한 얼굴로 그를 보고 있었다.
“어…음… 아니다.”
케일은 이런 장포를 어디서 구했냐, 어디다가 넣어서 가지고 왔냐 묻고 싶었지만. 그럴 틈이 없었다.
-케일, 서둘러야 돼!
지금 상황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는 툭 내뱉었다.
“멈추라고 할 때까지 계속해.”
비크로스와 수이 칸이 멈칫하는 것도 모른 채 케일은 두 팔을 들어 양손을 천천히 앞으로 내밀었다.
그 방향은 다가오는 거대한 검은 물의 벽을 향해 있었다.
저 벽은 모든 것을 덮치고 부술 것이다.
‘막아야 한다.’
아니, 버텨야 한다.
‘내가 지금 이 상황에서 쓸 수 있는 힘은 2개다.’
하나는 하늘을 잡아먹는 물이고, 또 다른 하나는 부서지지 않는 방패였다.
현재 73%의 봉인이 풀린 방패.
하지만 이 두 개를 동시에 쓸 수는 없다.
-위험해.
먹보 신녀가 태연한 어조로 느릿하게 말했다.
-최대 한계치까지 물을 사용하는 상태에서 나까지 쓰면, 심장이 못 버텨. 그릇도 못 버텨. 아마 저 해일을 막기 전에 네 몸이 빵! 터져버릴걸?
아무렇지도 않게 살벌한 말을 하는 먹보였다.
케일은 그런 결과를 맞이하고 싶지 않았기에 결국 하늘을 잡아먹는 물만 사용하기로 했다.
-200%.
드디어.
-225%.
운남성 때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펄럭. 펄럭.
케일의 옷자락이 바람에 휘감긴 듯 나부끼기 시작했다.
그의 어깨에 올려져 있던 장포는 이미 바닥에 떨어져 버렸다.
하지만 그것에 신경 쓰는 이는 없었다.
-250%.
빗소리가 점점 더 거세어졌다.
그리고 해일이 연안까지 다가왔다.
-275%.
케일은 눈을 감았다.
자신의 한계치는 대략 356% 정도.
-이번엔 기절해서는 안 된다.
짠돌이가 말했다.
-케일, 네가 무너지면 이 섬은 그대로 물에 휩쓸리는 거다.
안다.
그래서 케일은 이번에는 반드시 한계를 정해두고 싸워야 한다.
그러니, 자신의 한계치는-
‘350%.’
이걸로 어떻게든 버틴다.
-300%.
하늘을 잡아먹는 물의 목소리가 점점 더 차분해져 갔다.
반면에, 그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속도는 빨라졌다.
-310.
-320.
케일은 천천히 눈을 떴다.
-330.
그리고 마침내.
-335.
그의 입이 열렸다.
“그만.”
그리고 해일도 적당한 위치까지 왔다.
아피토유의 용들이 만들어 낸 해일과 케일의 해일이 부딪칠 때 발생할 여파.
이를 감수했을 때.
“적당하네.”
이 정도가 적당하다.
부딪치기에.
쏴아아아아아—-
빗소리에 주변의 어떠한 소리도 케일에게 들리지 않았다. 아마 자신의 목소리 역시도 바로 옆에 있는 수이 칸에게도 잘 닿지 않을 터.
하지만 케일은 상관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가자.”
그가 해준 말을 들은 이는, 바깥에 있는 존재가 아니었으니까.
-그래. 해보자고!
하늘을 잡아먹는 물의 기합이 단단하게 서린 목소리를 들은 순간.
쏴아아-.
빗소리가 멈췄다.
어둡게 변한 하늘과 함께 밀려오던 해일의 앞, 겁에 질린 듯 잘게 출렁이던 바다가 갑자기 잠잠해졌다.
그리고 마침내.
쿠구구구—–
또 하나의 거대한 벽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 순간은 찰나였다.
삽시간에 생겨난 또 다른 해일을 사람들은 멍하니 바라봤다.
해안 절벽에 오지 않아도, 높은 지대에 모여있던 이들은 이를 안 볼 수가 없었다.
밤하늘 아래 치솟아 오른 두 해일.
모두 그 색이 어두웠다.
검었다.
하지만 분명 차이가 있었다.
한쪽은 너무 짙은 어둠을 품고 있다면, 다른 한쪽은 투명했다.
해일과 해일은 같은 것이었지만, 그럼에도 달랐다.
우르르르—
다시금 하늘의 비명이 들려왔다.
빗소리가 멈췄으니까.
하지만 누구 하나 쉽사리 숨을 내뱉지 못했다.
곧 무엇이 벌어질지 쉬이 상상할 수 없었으니까.
그 순간이었다.
스스—
바람이 불었다.
그리고 그 바람이 점점 더 물소리를 머금어갔다.
쏴아아아—-
다시금 빗소리가 들려왔다.
하늘의 울음소리가 또 한 번 묻히게 되었을 때. 사람들은 확신했다.
지금이구나.
그리고 이는 현실이 되었다.
콰아아아아아아———-
모든 소리를 삼켜버리는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해일과 해일이.
벽과 벽이 부딪치기 시작했다.
이런 광경을 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믿을 수가 없으리라.
-라온! 시선을 돌리지 마!
고룡의 목소리에 라온은 움찔했다.
-집중해!
그 목소리는 꽤 엄했다.
-그리고 서두르지도 마!
라온의 주위에 검은 마나가 일렁였다.
고룡은 단호하게 말했다.
-조금만 더 하면 된다.
라온을 다독인 고룡은 골치가 아파 왔다. 케일이 무슨 짓을 벌였는지 보였으니까.
그리고 이는 케일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머릿속이 복잡했다.
‘빌어먹을!’
상당히 꽤 큰 섬인 해남섬을 단번에 집어삼키고 내륙 해안가에까지 닿을 정도의 해일.
그 말을 입으로 내뱉는 것과 실제로 마주하고 버티는 건 정말로 다른 문제였다.
콰아아아아아—-
해일을 향해 뻗은 두 손. 그 손으로 그는 지금 자신이 막아서고 있는 것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이건 진짜 자연이다.
그리고 진짜는 무서운 법이었다.
‘…이거 장난이 아니야.’
콰아아아아—
콰아앙—-
끊임없이 두 해일이 부딪친다.
한쪽은 전진하기 위해, 다른 하나는 막기 위해.
“…용의 싸움 같군.”
천마의 중얼거림 따위 케일에게는 닿지도 않았다.
-이거 잘못하다간 바로 밀리겠는데.
하늘을 잡아먹는 물이 말했다.
-…까딱하다간 잡아먹히겠어.
케일도, 고대의 힘도 깨달았다.
-오만했다.
본래보다 월등하게 강해진 힘에 취해서 착각했다.
이 정도쯤은 그래도 해볼 만하지 않겠냐고.
‘아니야.’
전혀 해볼 만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명확했다.
바다가 막히는 순간.
우르르르—-!
하늘의 울음소리가 커지더니 천둥 번개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더불어 그 구름은 바람까지 몰아왔다.
밀려오는 해일을 뒤에서 바람이 밀어주었다.
마치 날개처럼.
“빌어먹을!”
이를 막아야 하는 케일의 입장에서는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어디 그뿐인가?
-미치겠네.
다가오는 해일이 스멀스멀 더 높이를 키우기 시작했다.
-케일, 이러다 밀리겠어!
-10분은 버틸 줄 알았는데.
하늘을 잡아먹는 물의 목소리가 다급해져 갔다.
-이 정도면, 곧 무너질 거야!
콰아아아앙—
지금도 끊임없이 부딪치는 두 해일.
그 때문에 멀리 있는 사람들 눈에는 그 광경이 싸우는 것처럼, 혹은 비등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가까이 있는 이들은 침음을 삼키거나 옷자락을 움켜쥐어야 했다.
“이럴 수가-”
콰아아아아—
부수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가 부딪칠 때마다.
그 거대한 충돌에 물길이 치솟아 올랐다.
해일과 해일은 서로의 몸을 내어주며 힘을 겨뤘다.
그럴 때마다 부서지듯 떨어져 나간 물.
케일의 물은 그대로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그의 해일로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자연은 달랐다.
떨어져 나간 틈새를 또 다른 물길이 솟구치며 막아냈다.
탐욕스러운 자연은 제 틈새마저 놔두지 않고 단박에 채웠다.
“…인간은 자연을 막을 수 없는 것인가…….”
총군사 제갈미려는 탄식을 흘렸다. 그리고 케일을 바라봤다.
여전히 굳건히 서 있는 그의 모습에서는 흐트러짐이 하나도 없었다.
그가 계속 이렇게 버텨줄 수 있을까.
‘어떡하지?’
내가 도울 것이 있나?
이걸 못 막으면 결국 이 섬도, 내륙 해안가도 무사하지 못해.
‘…그저 이렇게 바라만 봐야 하나?’
이게 과연 옳은가?
저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맡겨도 되나?
그때, 제갈미려는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빠르게 뛰어온 이는 최한이었다.
그가 김 공자의 등을 향해 외쳤다.
“5분. 그러니까 이제 4분만 버티시면 됩니다!”
그 말을 하며 최한은 어찌나 힘들게 뛰어왔는지 그제야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어?’
제갈미려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쿠웅-
아주 큰 울림이 바다에서 전해져왔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올렸다.
부수려고 다가오는 해일.
자연의 파괴욕이 인간보다 더 컸는지, 해일의 높이가 더 높아졌다.
‘…….’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