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950
그녀는 멍하니 해일을 바라보았다.
높이 치솟아 오른 해일이 그대로 몸을 숙였다.
콰아아앙—!
김 공자의 해일을 덮쳤다.
그 굉음 사이로 그녀는 해일이 아닌 김 공자를 바라봤다.
그리고 보았다.
그가 뭐라고 벙긋거리는 것을.
케일은 말하고 있었다.
“더 올려.”
-…340.
“더.”
-343…….
케일은 덮쳐진 해일 아래에 아직 자신의 힘이 사라지지 않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아직, 아직은 부서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더.”
-…아니, 그, 하아, 347-
“더.”
-케일, 이러다가 한계치까지 닿을 텐데…….
최한이 전해준 소식.
4분만 버티면 된다고 했다.
라온이 그 안에 봉인을 끝낸다고 했다면.
“더.”
버텨봐야지.
-아, 나도 모르겠다! 350! 더?
“…더.”
-353!
“더.”
케일의 두 팔이 떨리기 시작했다.
-356! 이제 한계치야!
이를 본 비크로스가 미간을 찌푸리며 케일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8개의 물방울 문신.
그중 7개가 흰색. 그리고 1개가 회색이었다.
하지만 그 회색마저도 하얗게 변해갔다.
비크로스는 뭐라 입을 열었다가 케일의 눈을 봤다.
그는 다시 입을 닫고 바닥에 떨어진 장포를 주워 케일의 어깨 위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뒤로 물러섰다.
앞을 바라봤다.
해일에 덮쳐진 케일의 물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해일이 더는 다가오지 못하고 있었다.
무언가에 걸린 것마냥.
그것이 뜻하는 바는 당연히 하나였다.
아직, 케일의 바다는 부서지지 않았다.
그 순간, 케일의 입이 열렸다.
“나 한계 맞냐?”
그의 물음에 하늘을 잡아먹는 물이 대번에 반응했다.
-그렇지! 한계까지 썼다니까!
그때였다.
조심스럽고 소심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음, 그게, 아직 한계는 아닌데.
역시.
케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상하게 저번에 하늘을 잡아먹는 물의 힘이 강해진 후, 이 힘을 사용해도 어떠한 반동이 없었다.
피도 안 토하고, 기절도 안 했다.
그게 뭘 말하겠는가?
‘진짜 한계가 아닌 거지.’
심장의 활력. 울보 노인이 조곤조곤 말했다.
-아직, 케일 네 본인의 힘이 남아 있기는 한데.
-호오.
하늘을 잡아먹는 물이 반응했다.
그 감탄사에 묘한 흥분이 서려 있었다.
케일은 이를 무시한 채 울보에게 말했다.
“한계가 오면 말해.”
-응? 으응. 그, 알았어!
4분.
그만큼만 버티면 된다.
케일은 힘을 더 쏟아부었다.
‘역시!’
역시, 힘이 더 들어간다.
취이이익-
케일은 제 쇄골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지만, 신경 껐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싶지 않았다.
왜냐면.
‘아직 안 아프다고!’
피를 토할 것 같지가 않아!
그러면 괜찮은 거 아니겠어?
여태 경험이 그랬는걸?
기절도 아직 안 할 것 같고!
-아, 빌어먹을! 너무 좋잖아!
하늘을 잡아먹는 물이 거칠게 외친 순간.
콰아아아아아아——–!
여태껏 굉음과는 차원이 다른 큰 굉음과 함께, 바다가 들썩였다.
촤아아악-
그리고 다시금 케일의 해일이 솟구쳐 올랐다.
또다시 해일이 부딪치기 시작했다.
-으음. 아직 더 해도 돼.
케일은 심장의 활력이 우물쭈물 건네는 말을 들으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이제, 3분.’
그 정도만 버티면 된다.
할 수 있어.
라온이 하는데 내가 못하면 그것도 좀 그렇잖아?
케일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
그러다가 멈칫했다.
‘…어?’
피를 토할 것 같은 느낌이 아니었다.
기절할 것처럼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도 아니다.
찌릿.
머리가, 특히 이마와 눈가에 살짝 통증이 느껴졌다.
그래, 분명 살짝이다.
‘너무 정신을 집중했나?’
…별거 아니겠지?
심장의 활력도 아무 말이 없잖아?
케일은 애써 그 통증을 무시하려는 순간.
“크윽!”
그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저도 모르게 순간 몸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공자님!”
가장 가까이 있던 비크로스가 놀라서 케일을 붙잡았다.
그리고 보았다.
제대로 두 눈을 뜨지 못한 채,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는 케일을.
“어흑.”
그것도 울음 섞인 신음 소리까지 내면서.
비크로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그리고 케일의 얼굴도 시퍼렇게 창백해져 갔다.
‘미친!’
그는 말도 제대로 튀어나오지 않았다.
-어, 어? 아직 한계 아닌데?
울보가 당황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케일은 미칠 것 같았다.
‘아파!’
머리가 너무 아프다.
이런 통증은 살면서 처음이다.
‘비, 빌어먹을-!’
고대의 힘을 사용하면서 이렇게 아픈 건, 정말 처음이다.
진짜, 너무 아프다.
말 그대로 머리가 깨질 것 같다.
“크흑!”
신음을 흘리고 싶지 않아도 절로 흘러나왔다.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뭐지?’
지금 내 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케일은 상황 파악이 어려웠다. 그만큼 통증은 심각했고, 격렬했다.
그가 김록수일 적, 처음으로 ‘찰나’를 사용했을 때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아니지.’
그것과 다르다.
온몸에 상처가 났던 찰나와 달리, 이건 상처가 난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고통의 강도는 가장 셌다.
‘…틀려.’
고통이 가장 센 게 아니라.
‘참을 수가 없어.’
뭔가 비교할 것이 없는데, 이 고통은 참을 수가 없는 고통이다. 인내를 하기가 힘들었다.
왜 그럴까?
“크윽.”
모르겠다.
이런 생각도 못 하겠다.
“공자님!”
“케일 님!”
주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뭐라 하는지도 하나도 안 들렸다.
-케일! 멈출까?
고개를 가로저었다.
버텨야 한다.
어째서 이렇게 격통이 찾아왔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대로 멈추면 모든 게 끝장난다.
콰아아아아아—
콰아아아—
굉음조차 잘 들리지 않아, 지금 상황이 어떤지 파악이 힘들었다.
사실 눈을 애써 뜨고 있지만, 눈물이 눈앞을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제 기운이 쓰러지지 않았음을, 하늘을 잡아먹는 물이 해일을 간신히 막아서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걸 어찌 그만둔단 말인가?
겨우 4분이 남았지 않았던가?
‘아니지. 이제는 3분? 아니, 2분 남았으려나?’
시간의 흐름도 가늠이 힘들다.
1초, 매초마다 쉬지 않고 두통이 밀려와 시간이 엄청 느리게 흐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강도가 점점 세지고 있었다.
‘빌어먹을!’
미칠 노릇이었다.
케일은 그냥 질끈 눈을 감았다.
그저 버티자.
그건 그래도 나름 잘하는 일이지 않은가?
고통도 참다 보면 익숙해질 것이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
케일은 덜덜 떨리는 몸에 최대한 힘을 준 채, 버텼다.
-아, 아직 한계가 아닌데!
심장의 활력. 울보 노인의 당황이 섞인 목소리를 들으며.
-이상하다! 왜 한계가 안 오지? 몸에, 힘이 점점 더 넘치는 거 같은데?
-야, 막내! 너 제대로 파악하는 거 맞아?
-마, 맞는데! 형님, 분명히 제대로 보고 있어요!
-근데 왜 이러는 거야? 그릇이 깨지려는 건 아닌 것 같고! 미치겠네!
짠돌이와 울보가 시끄럽게 떠들어댔다.
안 그래도 머리가 아픈데, 케일은 짜증에 가득 차서 툭 내뱉었다.
아니, 겨우겨우 내뱉었다.
덜덜 떠는 목소리로.
“…좀… 닥쳐…….”
그제야 짠돌이와 울보가 조용해졌다. 대신 사뭇 비장한 음색으로 하늘을 잡아먹는 물이 말했다.
-케일. 일단 더 힘을 늘리지는 말자. 여기서 멈추자. 이 정도면 버틸 수는 있어.
사뭇 반가운 말이었다.
너무 아파서 하나도 안 반갑게 들리지만.
-물론 네 고통이 상당하겠지. 그래도 조금만 참자. 여기서 무너질 순 없잖아.
그래.
버티자.
케일은 참았다.
그래서 그는 몰랐다.
주위가 얼마나 난장판이 되어 있는지를.
처음 케일이 앞으로 고꾸라지고, 그런 그를 부축했던 비크로스는 고통에 덜덜 떨며 울고 있는 케일을 보고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버렸다.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러다가 고개를 들었다.
굳어버린 최한이 눈에 담겼다. 두 사람의 시선이 부딪쳤고 그제야 비크로스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공자님!”
뒤따라 최한도 이쪽으로 다가와 주저앉으며 입을 열었다.
“케일 님!”
최한은 당황해서 김해일이라고 부르는 것도 잊어버렸다. 비크로스는 이를 꼬집어 줄 정신도 없었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간 케일은 타인이 보기에 끔찍하고 상당히 고통스러워 보이는 상황을 많이 겪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본인은 멀쩡하다고 괜찮다고 말해왔다.
그 말을 모두 믿을 순 없었지만, 그럼에도 조금 마음이 안심되었다.
그리 말하는 케일의 표정에 흔들림이 없었으니까.
물론 그간 몇 번의 고통에 흔들리는 모습도 보긴 했지만, 이는 찰나와도 같았다. 그는 금세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무너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째서-”
그런데 어째서 지금 이런 모습을 하고 있단 말인가?
순간 최한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었다.
‘아프지 않을 리가 없잖아!’
이렇게 홀로 거대한 자연과 맞서고 있으니까.
“크흑.”
케일은 고통이 심한지 신음을 참지 못했다. 비명을 토하지 않으려고 입술을 꽉 깨무는 게 눈에 들어왔다.
‘어떡하지?’
뭘 어쩌면 좋을까?
이대로 뭘 해야 하지?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
무인들이 놀라서 뭐라 소리치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때였다.
“…좀… 닥쳐…….”
희미하게 들려오는 케일의 목소리에 주변이 조용해졌다.
누구 하나 입을 열지 못했다.
총군사 제갈미려는 입을 다물다 못해 제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러고 보면 그는-’
피를 토하면서도, 고통을 겪으면서도.
이제껏 여러 일을 해왔다.
스스로에게 걸린 봉인을 풀며 피를 토하던 모습, 그리고 보고로 들은 천마를 정화하기 위해 그가 흘린 피.
그럴 때조차도 의연했던 사람이 지금 이렇게 아파한다.
그렇다면 얼마나 고통스럽다는 것일까?
제갈미려는 온몸에 감동을 넘어선 격렬한 전율을 느껴야 했다.
‘이 감정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존경?
충성심?
감화?
전율?
아니다.
그 어떤 것도 지금 느끼는 것을 표현할 수 없다.
김해일.
그는 지금 자연과 싸우며 고통 속에서 버티고 있다.
한 인간의 그런 모습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감정은-
‘그래.’
제갈미려는 결국 인정했다.
‘나는 그를 숭배하고 싶구나.’
찬양을 넘어, 그를 향해 머리를 조아리고 싶다.
해남섬과 내륙 해안가를 지키기 위해.
이 땅을,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그를 보며 제갈미려는 눈앞이 흐려져 갔다.
그녀는 제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이 고마움.
이 존경심.
이 격렬한 감정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그녀는 그저 두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기도했다.
부디 김해일 공자가 바라는 바가 이루어지길.
그것밖에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찰나의 정적이 내려앉은 때, 최한은 지금껏 한 번도 입을 열지 않고 있던 이가 나직이 읊조리는 것을 들었다.
“바다를 봐.”
팀장. 수이 칸이었다.
그의 말에 최한은 저도 모르게 바다로 시선을 돌렸다.
콰아아아아아아아—
잊고 있던 굉음이 다시 들려왔다.
그리고-
쏴아아아아—-
다시금 케일의 빗소리가 함께 귓가에 닿았다.
바다와 케일.
자연과 한 인간이 만든 각각의 해일은 어느 쪽도 밀리지 않고 있었다.
최한은 비크로스에게 기댄 채 바다 쪽을 향해 두 손을 뻗고 있는 케일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온몸을 덜덜 떨면서도 그는 힘을 거두지 않고 있었다.
그 의지를, 그 마음을-
‘내가 멈추게 할 순 없다.’
자신만의 길을 가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이번에 깨닫게 된 최한은 케일을 말릴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를 팀장도 이미 알고 있을 터. 그러니 그저 지켜보기만 하는 것이리라.
최한은 늘 나른한 표정으로 있던, 싸울 때조차 한 줌의 여유를 버리지 않던 팀장의 얼굴이 야차와 같이 일그러지는 것을 모른 척했다.
그때, 최한이 멈칫했다.
‘음?’
케일에게로 다시 시선이 움직였다.
뭔가 이상하다.
케일의 주위로 알 수 없는 미지의 무언가가 모여드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무형의 기운이 그에게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취이이익—
그제야 케일의 쇄골에서 무언가 타들어 가는 소리가 들린단 사실을 알았다.
잔뜩 웅크리고 있는 케일을 건들 수가 없어 그저 지켜만 보던 최한은 다가오는 인기척에 시선을 돌렸다.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던 무인들보다 뒤에 홀로 떨어져 있던 사람.
천마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그의 표정은 당황과 의문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지금 김해일 머리 뚜껑이 열렸는데?”
뭐?
최한의 눈이 커지고, 팀장이 곧장 천마를 바라봤다.
천마조차 팀장의 표정에 멈칫하였을 때, 팀장이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지?”
그의 목소리에는 고저가 없었다.
“설명해.”
그리고 상당히 지시적이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불평을 쏟을 이는 없었다.
천마는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입을 열었다.
“지금 김해일에게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기운이 느껴지지 않나?”
최한이 냉큼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