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952
“음.”
케일은 다시 한번 제 몸을 확인했다.
피?
안 토함.
기절 가능성?
없음.
눈물, 콧물, 침은…….
좀 그렇지?
케일은 후딱 어깨에 걸쳐져 있던 장포로 대충 얼굴을 훔쳤다. 어차피 해일이 부서지면서 내린 비로 젖어버리는 바람에 딱히 얼굴에 물기가 있어도 상관이 없었지만.
‘콧물은 좀 티가 나니까.’
슬쩍 닦아낸 케일이었다.
그러다가 비크로스와 눈이 마주쳤다.
“쯧.”
쯧?
지금 얘 나보고 혀 찬 거야?
케일이 기가 막혀서 쳐다보았으나, 비크로스는 어느새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손수건은 꽤 귀여운 자수가 수놓아져 있었다.
‘…원래 흰 손수건만 들고 다니지 않았나?’
언제 취향이 바뀌었지?
그러다가 자수 모양이 고양이인 것을 보고 납득했다.
‘홍 건가 보네.’
온은 이런 취향이 아니다.
케일은 대충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아냈다. 그러면서도 담담하게 말했다.
“일단 혈교로 돌아가자. 그리고 혈마가 머물렀던 곳을 살펴봐야 돼.”
그는 천마와 사마평, 제갈미려를 응시했다.
“혈마와 간부들이 묵었던 곳은 우리가 먼저 탐색하겠다. 그건 괜찮겠지?”
사실 거의 대부분의 일을 케일 일행이 했는데, 그 정도 권한은 부려도 되지 않겠나.
상대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
물론 천마는 기가 차다는 듯 탄식을 흘렸고, ‘이 순간조차도-’라고 중얼거리며 제갈미려는 눈물을 연신 훔쳐댔다.
사마평은 골똘히 생각에 잠긴 기색이었고.
그런 반응이야 가볍게 무시한 케일은 차근차근 할 일을 떠올렸다.
‘혈마는 확실히 검은 피 화이언스 가주보다 뭔가를 더 많이 알고 있는 기색이었어. 특히 아피토유에 대해서.’
그러니 그녀의 전각을 뒤져서 조금이라도 이득이 될 만한 정보를 얻어야 한다.
‘…단단히 준비해서 가야 돼.’
해일을 막아내며 명백하게 느꼈다.
보라 피 가문. 이 용들은 정말 장난이 아닐 것이라고.
‘물론 혈교를 아작내려고 세계수 힘까지 동원했으니, 아피토유에서도 상당히 많은 여력을 쏟았을 거야.’
세계수 힘을 쓰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분명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일을 해낼 수 있는 존재와의 싸움이 다음에 펼쳐진다고 생각하면-
‘빌어먹을.’
뭘 준비해도 모자라다는 생각이 든다.
케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
휘청이지도 않네.
아주 좋은데?
-…이상하다.
심장의 활력. 울보 노인이 중얼거리는 불길한 말은 무시했다.
어쨌든 지금 괜찮지 않은가?
-그런데 케일, 괜찮아?
짠돌이가 나지막이 건넨 말에 케일은 입을 꾹 다물었다.
지금 괜찮냐고 묻는 건 케일의 몸 상태가 아니다. 그의 몸 상태는 고대의 힘들이 더 잘 안다.
그가 묻는 건 다른 거다.
케일은 아까 전부터 말 한마디 없이 가만히 있는 최한과 수이 칸을 의도적으로 안 보고 있는 중이었다.
사실 한번 힐끗 보기는 봤는데, 최한은 진짜 그냥 가만히 쳐다봤다.
그게 살벌했다.
‘거기다 팀장은-’
진짜 화난 표정이다.
무심. 정말 어떠한 감정도 드리우지 않은 얼굴로 바다를 바라보는 팀장의 표정은 진실로 그가 화가 났을 때를 의미했다.
케일은 그래서 더 쳐다볼 수 없었다.
어쨌든 왜 이러는지는 모를 수가 없었으니까.
그래서 괜히 말했다.
“인간아!”
마침 라온도 도착했으니까.
“와. 몸 상태가 아주 가뿐한데?”
괜히 이렇게 말해봤다.
그에 최한이 움찔하며 그 눈꼬리가 살짝 다시 순해졌다.
케일이 안도하는 찰나.
“도련님.”
론도 도착했고.
“인간아, 여기 세계수 힘 담아서 봉인했다!”
라온이 동자승 조각상을 앞으로 쭈욱 내밀며 제 배도 내밀었고.
-고생했다.
-…도대체 넌 뭔 짓을 하고 다니는 거냐? 백수 할 생각은 있고?
에르하벤의 고생했다는 말과 알베르의 기가 차서 내뱉는 말을 들어야 했다.
물론 영상통신 화면이 뜬 신물은 론의 손에 들려서 왔다.
최정수도 어슬렁어슬렁 뒤에서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그리고 툭 내뱉었다.
“너 눈이 왜 그렇게 팅팅 부었냐? 울었어?”
라온이 그제야 멈칫하며 케일을 살폈다.
핏자국이 없고 기절도 안 하고 정말로 멀쩡히 서 있어서 별생각을 못 하고 있었던 라온이었다.
그때, 천마가 진짜 존경한다는 어투로 툭 내뱉었다.
“눈이 팅팅 붓는 게 문제가 아니라 머리가 팡팡 터질 뻔했다. 정말 김해일의 인내심을 존경하고 싶군.”
툭.
라온의 두 앞발에 들려있던 세계수 힘이 담긴 조각상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저놈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그것도 애 앞에서! 아니, 그것보다도 나 진짜로 멀쩡하다고!’
케일이 기가 막혀서 천마를 바라볼 때, 라온이 중얼거렸다.
“…머리가… 팡팡……?”
그 뒤를 이어 천마가 말했다.
“그래. 정말 잘못하다간 큰일 날 뻔했지. 대단했어.”
정적이 내려앉았다.
케일의 동공이 흔들렸다. 그는 곧장 말했다.
“아, 아닌데? 그렇지 않았어.”
하지만 누구도 답하지 않아서 다시금 적막이 내려앉았다.
-…돌겠네.
왕세자 알베르 크로스만의 중얼거림이 그 정적을 깼다.
돌겠네.
그 단어를 듣자마자 케일은 번쩍 정신을 차렸다.
그는 곧장 입을 열었다.
“아니야. 난 괜찮아.”
케일의 시선이 멍하니 두 눈을 깜박이는 라온에게로 향했다.
“정말로.”
깜박깜박.
라온이 입을 벌린 채 케일을 바라봤다. 그 시선을 마주하며 말을 이었다.
“그릇도 괜찮고, 피도 안 토했고, 기절할 것 같지도 않고. 지금은 하나도 안 아파.”
“…진짜로……?”
“어. 진짜. 특히 그릇은 오늘 하루 종일 단 한 번도 위험에 빠졌던 적이 없어.”
모두 사실이었다.
“…진짜?”
슬슬 라온의 표정이 밝아져 갔다. 긴가민가한 얼굴로 바라보자, 케일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라온이 눈을 가늘게 뜨며 케일을 노려보았다. 그 시선에도 케일은 당당했다.
진짜였으니까.
그러다가 라온의 뒤에 서 있는 천마와 눈이 마주쳤다.
피식.
천마가 비웃는다.
그러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한 얼굴로, 그 무뚝뚝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어댄다.
‘저놈, 왜 저래?’
짜증이 확 치밀어오르려는 순간, 전음이 들려왔다.
-어린 용을 걱정하는 네 마음을 이해한다. 내가 무심했군. 배려심이 모자랐다.
…응?
-하긴, 그런 엄청난 고통 속에서 자연의 기운을 받아들이다가 죽을 뻔했다는 소리는 나 같아도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겠지. 내가 용의 강함만을 생각하고 그 나이를 미처 염두에 두지 못했다.
…뭐야.
케일은 이상함을 느꼈다.
천마의 전음은 너무나도 담담했다. 사실만을 말하듯.
-그런데 백회혈이 그렇게 열리는 건 무엇이지? 네가 조절한 건가? 그 정도로 날것의 자연 기운을 인간이 담아내다니. 네 실력이 감탄스럽군. 다만, 다음부터는 조심하게.
…뭔가 이상한데.
케일은 어쩌면 자신이 생각한 것과 다른 상황이 실제로 일어날 뻔했을지도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가 팡팡 터지는 게 아니라, 온몸이 터져서 죽었을지도 몰라.
천마는 계속 말했다.
그 이야기에 집중하던 케일은 순간 뭔가를 떠올리고 아차 싶었다.
전음.
…이거, 라온도 듣잖아?
케일은 차마 라온을 쳐다보지도 못한 채 입을 열었다.
하지만 천마가 빨랐다.
-아무리 사람들을 구하고 싶어도, 목숨을 걸지는 말게. 죽은 자네의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아.
식겁한 케일이 얼른 말을 쏟아냈다.
“아니, 전음 좀 그만-”
그 와중에도 천마는 나직이 말했고, 그 말에 케일은 멈칫했다.
-그리고 자네의 동료들을 생각한다면 말이야. 더욱더 목숨을 귀히 여기게.
라온이 움찔했다.
-내가 마교를 이끌면서 깨달았네. 누군가의 하늘로서 살아가는 것은, 많은 희생을 해야 하는 일이라는 걸.
마교의 하늘인 천마.
-그리고 자네 역시도 자네 동료들의 하늘이더군.
-뭐, 숭배를 한다거나 맹목적인 충성을 한다던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니야.
-다만, 그들은 자네를 믿고 의지하고, 자네를 마치 보금자리처럼 여기더군.
케일은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그리고 자네 역시도 마찬가지 아닌가?
묘하게 어린아이에게 조언하듯이 천마가 말했다.
그 어투에 짜증이 조금 일어난 케일이었지만, 딱히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나에게 마교가 내가 살아갈 터전이자 땅이듯. 자네에게도 동료들이 터전이자 고향이겠지.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며 의지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을 거야. 내가 그렇거든.
케일은 한숨을 내쉬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조금 더 본인의 몸을 소중히 여기게. 땅과 하늘은 서로가 없으면 살아갈 수가 없으니까.
그는 눈을 다시 떴다. 제일 먼저 라온을 바라봤다. 이 녀석이 천마의 전음을 들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
케일은 흠칫했다.
라온이 두 앞발을 꽉 주먹 쥔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날개가, 파닥파닥거리는 게 아니라.
파다닥 파다닥!
아주 빠르게 파다닥거렸다.
그리고 그 표정은 아주 비장했으며 케일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에 케일은 저도 모르게 얼떨떨한 얼굴로 툭 내뱉었다.
“나 진짜 괜찮은데.”
그 어벙한 모습을 영상통신 화면 너머로 보던 알베르 크로스만이 기가 차다는 듯 중얼거렸다.
-가관이네.
그러거나 말거나 라온은 쒸익쒸익 숨을 쉬다가 입을 앙다물었다. 그 때문인지 볼이 빵빵하게 변했다.
그러고는 홱 고개를 돌리더니 씩씩하게 외쳤다.
“나 땅 싫다! 하늘 할 거다! 인간이 땅 해라! 짱돌 해라!”
천마가 흠칫했다.
반면에 케일은 평소의 무심한 얼굴로 돌아와 답했다.
“그래, 네가 하늘 해라. 근데 짱돌은 별론데.”
무서운 짱돌.
그 녀석 하는 꼴을 보면 썩 닮고 싶지 않았다.
-크크.
짠돌이가 히죽히죽 웃어댔다.
케일은 이를 무시하고는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일단, 돌아가죠.”
라온이 어느새 날아와 케일의 등에 찰싹 붙었다. 물론 무겁지 않게, 공중에 뜬 채로.
케일은 손을 뒤로 뻗어 대충 등에 매달린 라온을 툭툭 두어 번 두드려주고는 걸음을 옮겼다.
그의 시선이 라온을 따라왔던 무인들을 비롯한 주변을 향했고 마침내 하늘로 향했다.
‘새벽이네.’
날이 밝아온다.
그때, 케일은 등 뒤로 작게 우물쭈물 건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간아, 사과파이 안 먹어도 되나?”
…라온의 아공간 안에는 사과파이가 도대체 몇 개인 것일까. 그리고 이를 언제까지 보관해 두려는 걸까.
“어. 안 먹어도 돼.”
아니지.
“하나 줘 봐. 오랜만에 먹고 싶네.”
케일은 라온이 히히 웃으며 등 뒤로 건네는 사과파이를 입에 베어 물었다.
배는 안 고프지만, 이상하게 이 맛이 생각났다.
그리고 한입 먹자 비로소 여기서 해야 할 일도 이제 다 끝나간다는 게 느껴졌다.
짠돌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케일. 그래도 저 천마라는 자에게 네 몸 상태에 대해서 설명은 들어두자.
물론 마무리를 위해 해야 할 일은 잊지 않았다.
케일이 머릿속으로 정보를 정리해 나가며 느긋하게 혈교 쪽으로 걸음을 옮길 때.
그를 뒤따라가던 천마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
-천마야.
김해일의 등에 찰싹 붙어있던 검은 용이 그를 바라봤다.
전음과는 다른 목소리가 머릿속에 들려왔다.
-우리 인간에 대해서 나한테 나중에 설명해라!
또렷한 눈빛을 담은 검푸른 눈동자.
어린 용은 어느 때보다도 씩씩하고 단호했다. 천마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든지.
전음으로 답을 하였다. 그러자 검은 용은 고맙다는 듯 순한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이내 그 모습이 점점 투명하게 변해갔다.
하지만 여전히 김해일의 등에 붙어있을 것이라 천마는 확신했다.
파닥파닥.
조금은 경쾌한 날갯짓 소리가 계속 들려왔으니까.
***
태양이 떠오르고 잠잠해진 바다로 다시금 배들이 그 길을 떠나기 시작했다.
지난밤 해남섬에서 벌어진 일은 삽시간에 내륙 해안가에 전해졌고 빠른 속도로 곳곳에 퍼져나갔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해남에서 띄운 배가 항구에 닿자마자 대기하고 있던 이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으니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비키십시오! 이럴 때가 아닙니다! 성주님부터 뵈어야 합니다!”
관과 황궁.
“맹주님께 가야 하오, 당장 가장 보법이 빠른 이를, 아니, 말을 준비해주게!”
“하오문에서 오셨습니까?”
“분타장님, 여기 호 장로님께서 개방주님께 은밀히 전달하라 이른 전서입니다.”
정사마.
모든 곳의 사람들이 항구에 모여 전해지는 소식들을 빠르게 중원 곳곳으로 날랐다.
더불어 그 외의 사람들도 기웃대며 하나의 정보라도 더 들으려고 했다.
지난밤, 바다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이 항구의 사람들도 보았으니까.
멀어서 자세히 볼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그 무시무시한 소리들로 상상이 가능했다.
더불어 푸른빛, 검은빛, 보랏빛 등등 여러 가지의 빛깔이 번쩍거렸고, 어디 신화적 존재가 요술이라도 부리는 듯 날씨가 자유자재로 바뀌어져 갔으니까.
이미 광동 해안가 일반 백성들 사이에서는 여러 말이 오가고 있었다.
해남섬에 재앙이 내렸다.
혹은 신이 노하셨다 등등.
허무맹랑하다 싶으면서도 그렇게밖에 설명할 수 없어, 갈수록 많은 말들이 만들어져 갔다.
그렇기에 관과 무림인들을 힐끗 쳐다보던 일반 백성들은 슬그머니 자신들만의 정보 창구를 찾아갔다.
바로, 지난밤 동원되었던 무수히 많은 배들 중 상단과 어부용 선박을 찾아간 것이다.
그 근처를 어슬렁거리며 그 배를 몰았던 선원 혹은 선박의 주인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 했다.
물론 그들이라고 해서 자세한 정보를 알고 있지는 않았다. 더불어 관에서 일단은 혈교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으라고 지시를 받기도 했다.
“아, 말하면 안 되는데.”
“에이 이 사람아! 지금 사방에서 이야기가 나도는데, 우리도 좀 알자고! 해남이면 우리 근처란 말일세!”
“아, 진짜 안 되는데.”
“내가 술 사겠네! 그리고 나도 자네에게만 듣고 어디 가서 말 안 하지! 응?”
하지만 사람들은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는 법이다.
“음. 그러면 말할 수 있는 것만 살짝 말하자면-”
“그래, 그래! 아무거라도 말해줘!”
어부는 슬그머니 주위 눈치를 살피다가 입을 열었다.
주위에서도 이미 다들 수군거리는 것을 보아 나도 입을 연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혈교 이야기만 안 하면 되잖아?’
지난밤, 그는 해남섬 사람들과 함께 높은 지대로 피신을 가야 했다.
허겁지겁 이동하던 그는 섬을 덮치려는 거대한 해일을 보며 바들바들 떨었다.
그리고 경이로운 광경을 보았다.
“그게 말이지. 지난밤 저기 해남이랑 여기 항구랑 다 엉망이 될 뻔했다는 건 아나?”
“응? 그게 무슨 소린가?”
“하. 진짜 살면서 본 해일 중에 제일 거대한 해일이 밀려오는데 말이야-”
“뭐라고?”
“아, 일단 좀 듣게.”
“알았어, 알았어. 얼른 말해주게!”
“크흠. 어쨌든 바다와 하늘이 뒤집어지는데 그걸 누가 막냐고. 그래서 다 죽는 거 아닌가 싶었거든? 근데 그때 말이야.”
주위를 살피던 어부는 이 순간만큼은 진지한 어조로, 나직이 말했다.
“한 사람이 나타나서 다 막아냈네.”
“…어?”
순간 이해를 못 하고 되묻는 이웃을 보며 어부는 피식 웃고는 더 몸을 수그리고 은밀하게 하나하나 자신이 본 것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보지 않았다면 믿을 수 없을 만큼 그 충격적인 장관을.
그렇게 하나둘 지난밤의 광경이 사람들에게 전해졌다.
그 속도는 마치 들불처럼 아주 빠르게 퍼져나갔다.
마치 신화 속에 나올 것만 같은 이야기였으니까.
***
“이, 인간아. 이, 이게 다 뭐냐?”
라온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더듬었다.
“그, 그러게.”
케일도 더듬거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청혈도.
혈마가 기거하는 곳으로, 케일 일행은 인원을 나눠서 청혈도 각 구역을 살펴보고 있었다.
최대한 정보가 될 만한 것을 찾고자.
그리고 케일과 라온은 한 사람을 데리고 비밀 공간을 찾았다.
한 어른과 한 어린 용은 황급히 본인들이 데리고 온 소혈마 후보 명을 바라봤다.
그 시선에 소혈마 후보 명은 의아하다는 듯 멀뚱히 시선을 마주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어른과 어린 용은 다시 서로를 바라보다가 정면을 응시했다.
지하 1층.
혈마와 그녀의 허락을 받은 자만이 들어설 수 있는 그녀의 수련 공간.
거대한 공동은-
위도,
아래도,
옆도,
그냥 사방이-
“그, 금!”
금이었다.
라온이 저도 모르게 외쳤다.
“이, 이쁘다!”
금으로 번쩍이는 게 너무나도 이뻤다.
라온의 검푸른 눈동자가 예쁘게 반짝였다.
띠링.
케일의 신물에서 메시지 알림음이 도착했다.
금을 멍하니 보고 있던 케일은 거울을 꺼내 메시지를 읽었다.
조금 전 케일은 중원이에게 통보했었다.
‘나 내일 집에 갈 거다.’
그에 대한 답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