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954
타이틀 화면에 뜬 글자.
새로 게임을 시작하는 버튼은 보이지 않았기에 케일은 ‘이어서 하시겠습니까?’ 아래에 뜬 ‘예 / 아니오’ 중 예를 터치했다.
삐-
그때, 날카로운 신호음과 함께 화면에 글자가 떠올랐다.
케일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이거 지문 인식이잖아.”
겉모양과 다르게 이 태블릿은 생각보다 성능이 뛰어난 기기였다.
“인간아, 왜 그러나?”
“이건 태블릿 주인의 지문을 인식해야 사용이 가능한 물건이야.”
“그러면 어쩌나?”
라온이 놀라서 말했다.
“혈마는 죽었지 않은가! 산산이 부서져서 하늘로 날아가 버렸는데!”
그에 케일은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팔은 남았잖아.”
“아, 맞다!”
라온이 민망하다는 듯 헤헤 웃어 보였다.
혈마는 팔 두 짝만 남겨주고 사라졌다.
그리고 그 남은 시신은 잘 처리해 둔 상태였다.
“론.”
“네, 도련님.”
케일의 부름에 론이 다가왔다.
“혈마 팔, 잠시 좀 빌려달라고 해.”
“알겠습니다. 조치를 취해 두지요.”
론이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순간 케일은 멈칫했다.
문득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태블릿을 사용하는 자신의 모습을 론에게 보인 것이 괜찮냐는, 이제 와서 하기에는 엄청나게 뒤늦은 생각을 한 케일은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피식.
인지한 미소가 아닌, 바람 빠지는 미소를 론이 흘렸다.
케일은 멈칫했다.
‘…지금 아주 가소롭다는 듯이 바라보지 않았어?’
론의 미소에 케일이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하지만 론의 얼굴에는 순식간에 다시 인자한 미소가 걸렸다.
“그럼 저는 위 상선에게 가보겠습니다.”
“…어, 그래.”
론은 소리 없이 물러났다.
현재 혈마 혹은 혈교와 관련된 모든 것들은 위 상선의 주도 아래 정리가 되고 있었다.
황궁의 대리인 격인 위 상선의 손에 이곳의 모든 정보가 모여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위 상선에게 간 론은 혈마의 시신을 잠시 빌려달라고 할 터.
‘금방 가져오겠군.’
아예 혈마의 시신을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잠시 빌려달라고 한 것이니 위 상선은 냉큼 내어줄 것이다.
혈교의 일을 처리한 후, 위 상선은 케일의 말을 무엇이든 들어줄 기세였으니까.
“으음.”
케일은 문득 묘한 찝찝함이 밀려왔다.
‘공자님, 언제 돌아가시는 건가요?’
‘혹시 이곳에 더 머무르실 생각은 있으신지요?’
‘공자님, 가장 원하시는 것이 무엇입니까? 공자님의 꿈이라든지, 혹은 소망이라든지. 이건 절대로 황제 폐하께서 물어보라고 말씀하셔서 여쭤보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지금껏 함께 다닌 소인의 작은 궁금증일 뿐이옵니다.’
‘중원에서 그간 일만 하셔서 힘들지 않으신지요? 이곳에 더 머물면서 중원의 아름다운 풍광과 온갖 산해진미를 만끽하시며 잠시 여유를 즐겨보는 건 어떠신지요?’
…당분간 위 상선은 만나지 말아야지.
“아, 맞다! 인간아, 위 상선이 나보고 엄청 맛있는 당과를 만들어준다고 했다!”
“…그래?”
“그렇다! 그런데 그 당과에 들어가는 과일이 반년은 지나야 열린다고 한다! 아쉽다! 맛보고 싶은데!”
“…….”
아무래도 위 상선 이 인간, 라온도 꼬드기고 있는 것 같다.
‘무서운 노인네 같으니라고.’
케일은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얼른 튀자.’
중원을 얼른 떠나야 할 것 같다.
현재 상황상 정사마 녀석들은 아직까지 케일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너무나도 경이로운 광경에 쉬이 다가갈 수 없다나?
아무튼 그런 말을 하며 안 다가왔다.
물론 천마 빼고.
그 녀석은 지금 케일이 아닌 최한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고 있었다.
‘으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왠지 모르게 무림인들이 아주 질척하게 달라붙을 것 같았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래, 빨리 돌아가자.’
무림인들이 달라붙기 전에.
그리고 황제랑 더 엮이기 전에.
이틀 뒤에 중원이에게 받을 거 받고.
조용히 사라지는 거다.
위 상선에게 편지 정도만 남겨두면 될 터.
‘훌륭하네.’
자신의 계획에 흡족함을 느낀 케일은 태블릿 화면을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음.’
설정 아이콘이 메인 화면에 보였다.
‘왠지 설정에 사용자 정보 변경이 있을 것 같은데.’
그걸 꾹 눌렀다.
역시.
일단 혈마의 지문을 통해 사용자 인증을 먼저 해야 할 듯싶었다.
“…가능하겠지?”
케일은 문득 처참한 꼴이 되었던 혈마의 팔을 떠올렸다.
‘지문은 남아있겠지?’
만약, 지문이 상해서 제대로 인식이 안 되면 어쩌지?
케일의 머릿속이 복잡해져 갔다.
하지만 그의 몸은 착실하게 움직였다. 케일은 품에서 거울을 꺼냈다.
그리고 영상통신을 연결했다.
-왜 그러나, 동생?
알베르가 아주 상쾌하다 못해 화사한 얼굴로 통신을 받았다.
“음.”
왠지 케일은 말문이 막혔다.
“…뭐 하셨습니까?”
-아, 별건 아니었어. 그냥 우리 동생 광산에서 나올 마정석이나 보석들을 두고 몇몇 왕국들과 대화를 좀 나누고 왔지. 하하하!
기분 좋을 만하네.
케일은 봄날에 피어난 꽃보다 더 산뜻함을 폴폴 풍기는 알베르의 미소에 담긴 음흉함은 무시했다.
“안로만, 기억하시죠?”
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당연히. 그자는 갑자기 왜?
케일은 태블릿을 들어 보이며, 알베르에게 그가 알아낸 정보에 대해서 전달했다.
-그러니까, 혈마가 어릴 적부터 한 것으로 추정되는 게임을 사냥꾼 가문에서 만든 것 같은데. 거기에 안로만이 1등을 한 것 같다?
“네.”
알베르가 툭 던지듯 물었다.
-안로만이 사냥꾼일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하긴, 그렇겠군.
알베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김록수의 세상, 그리고 너와 내가 살아가는 우리 세계. 그리고 안로만의 세계까지.
이곳의 공통점이 하나 존재했다.
-모두 괴물들 때문에 고생했지.
로운 왕국에 존재하는 세계, 무명 1.
아직 이름이 지어지지 않은 이 세계에 나타난 ‘등급 외 괴물.’
이것들은 마족, 그리고 봉인된 신과 연관성이 존재했다.
그리고 그 등급 외 괴물은 김록수가 살던 지구에도, 그리고 안로만의 세계에서도 나타났다.
또한, 케일과 알베르, 로운 왕국을 괴롭혔던 하얀 별.
그는 봉인된 신을 해방시키고 본인이 신이 되려고 했던 자.
그러나 봉인된 신, 하얀 별.
두 존재의 뒤에는 ‘사냥꾼 가문’이 존재했다.
결국 그 둘은 사냥꾼들의 손에 놀아난 꼴이었다.
즉, 김록수의 세상에 나타난 괴물들도, 제3지구인 안로만의 세계에 나타난 괴물들도 모두 사냥꾼들이 뒤에 자리하고 있다고 보면 되었다.
-등급 외 괴물을 없애기 위해서 만든 물건이 ‘태랑’이었고, 그 무기의 주인이 안로만이었으니. 안로만이 사냥꾼이거나 혹은 동료라고 보기는 어렵겠지.
“그렇습니다.”
-음, 안로만을 통해서 ‘투명 피’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겠어.
알베르는 잠시 손에 들고 있던 펜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 게임이라는 것의 이름이 ‘절대신 키우기’라며? 잘하면 절대신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겠고.
그는 담백하게 말했다.
-태랑 AS 쪽으로 연결하면, 안로만과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거다. 네가 오기 전에 미리 연락해 대화를 할 수 있을 만한 시간을 잡아두도록 하지.
말을 이어가던 알베르가 멈칫했다.
-…너 표정이 왜 그렇지?
케일은 흐뭇한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상냥하게 말했다.
“역시 우리 왕세자 저하께서는 참으로 영리하십니다.”
태블릿이 뭔지도 모르고.
게임이 뭔지도 잘 이해하지 못했으면서.
대략적인 이야기 흐름을 아주 잘 잡아내어, 케일이 원하는 방향으로 딱딱 계획을 세우고 알아서 일을 진행시켜 나간다.
‘역시 이런 사람이 왕이 되는 나라쯤 되어야, 내가 백수로 있을 수 있지.’
아직 백수의 꿈을 놓지 않은 케일이었다.
반대로 알베르의 얼굴이 구겨져 간다.
-…네 칭찬은 참으로, 기분이 나쁘구나.
케일은 가볍게 무시하고 미소를 지었다.
-쯧. 더 용건은?
“오랜만에 오붓하게 대화를 나눠봐도 좋을-”
뚝.
영상통신이 끊겼다.
케일은 어깨를 으쓱였다.
“인간아! 지금 엄청 즐거운 표정이다!”
오랜만에 불경하게 굴었더니, 뭔가 가뿐해진 기분이었다.
동시에 케일은 아쉬움을 느꼈다.
“왕세자 저하도 데리고 다닐 수 있으면,”
참 편할 텐데.
라고 말하려던 케일이 멈칫했다.
‘이건 좀 너무 불경한 것 같은데?’
제 발언 수위를 지키는 케일이었다. 그리고 현실 가능성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생각인지라, 그만 접었다.
‘왕세자 저하가 움직이면, 로운은?’
다른 나라를 조율하는 일은?
아직 하얀 별의 여파가 온전히 메꿔지지 않았다.
이를 수습하려면, 왕마저 사라진 로운 왕국에는 알베르가 필히 존재해야 했다.
‘말도 안 되지.’
알베르 왕세자가 함께 사냥꾼을 잡으러 다니는 일은, 상상할 가치조차 없는 일이다.
아마 로운의 사라진 왕을 찾으러 가는 일도, 왕세자는 웬만하면 케일에게 맡기지 않을까?
‘아닌가, 그 일은 본인이 나서서 하려나.’
케일은 사라진 왕과 관련된 일이 아니라면 왕세자가 나설 일이 없으리라 판단했다.
그러나 만약, 왕과 관련되지 않았음에도 왕세자가 나서야 할 일이 있다면 그건-
‘왕세자의 손이라도 빌려야 할 만큼-’
상황이 암담하다는 소리겠지.
케일은 부디 그런 상황만큼은 나타나지 않았으면 싶었다.
띠링.
그때, 화면이 꺼진 거울에서 다시 메시지 음이 들려왔다.
띠링, 띠링.
케일은 아까 무시했던 메시지를 읽었다.
케일은 단호하게 답했다.
“싫은데.”
뭐가 좋다고, 균형의 신을 만나?
균형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그간 케일의 일에 얼마나 방해가 되었던 신인가?
띠링.
그런데 죽음의 신 반응이 이상하다.
띠이리이잉.
뭐?
그때였다.
또각.
케일은 구두굽 소리를 들었다.
이 소리를 그는 그간 몇 번 들었다.
죽음의 신을 처음 만났을 때.
그리고 정화의 불과 대화를 나누었을 때.
그때도 이런 구두굽 소리가 울려 퍼졌다.
또각.
분명 저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였지만.
또각.
단 1초 만에 아주 가까이에서 들려왔다.
또각.
그래, 내 바로 옆이다.
케일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여긴 어디지?’
분명 혈마의 어린 시절 침실이었지만.
라온도 최한도 곁에 없다.
이곳에 존재하는 인간은 오로지 자신뿐이다.
물론 다른 생명체도 분명 존재했다.
바로 자신의 옆.
케일은 고개를 움직였다.
또각.
그때, 구두굽 소리가 멈췄다.
“고개를 들지 말려무나.”
케일은 움직임을 멈췄다.
아니, 멈춰졌다.
그는 석상이라도 된 것처럼 그대로 굳어버렸다.
‘뭐지?’
단아한 노부인을 떠올리게 하는 음성이 들려왔다.
“내가 누군지는 알고 있겠지?”
차분한 음성에는 묘한 기색이 서려 있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듯한, 고압적인 분위기가 담겨 있었다.
“케일 헤니투스. 너라는 존재는 현재 균형의 법칙에 어긋나 버렸단다.”
케일은 정말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마치 거미줄에 걸린 벌레처럼 발버둥조차 칠 수 없는, 그런 상태였다.
“넌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지. 네 동료들 역시도 마찬가지. 너희들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반대급부를 생각하지 않고, 한 세계의 운명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결국 그 무너진 균형을 다른 신들이 혹은 세계들이 안고 가고 있지만. 항상 너는 예상보다 더 많은 규칙을 어기고 균형을 무너뜨리더구나.”
케일은 자신보다 더 거대한 누군가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온화한 목소리에는 고집이 서렸지만, 동시에 부드러움도 깃들어 있었다.
“물론 사냥꾼을 경계해야 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점 인정한단다. 그래서 고마울 때도 있지.”
케일이 여전히 숨 쉬는 것을 빼고는 무엇 하나 제 뜻대로 하지 못하고 있을 때, 균형의 신은 평온하게 말을 이었다.
“하지만 지금 여러 세계와 몇몇의 신들이 감당하고 있는 ‘어긋남의 무게’는 네가 일을 크게 벌일수록 결국에는 그들의 한계치를 넘어설 거란다.”
“왜냐면 수많은 세계들을 이끌어가는 무형의 규칙은, 혹은 흐름은 나조차도 감당이 안 될 때가 있거든. 결국에 네가 선의든 혹은 악의든 혹은 무지든. 만들어 간 모든 ‘어긋남의 무게’는 일부라도 본인에게 돌아가는 것이야.”
그 순간 케일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그 업보는 너뿐만 아니라, 균형을 무너뜨리는 데 일조한 네 동료들 역시도 함께 겪을 거란다.”
후후.
작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케일의 동공이 흔들렸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균형을 맞출 방법을 하나 가져왔단다.”
그의 귓가에 균형의 신이 속삭였다.
신이 제시한 방법이 케일의 귓가에 닿았다.
“당장 인간의 탈을 벗어던지거라. 그리고 신이 되렴.”
신이 되어라.
“네가 이룬 것이 결국 ‘신화’가 되는 것이 가장 균형을 쉽게 맞출 수 있는 방법이란다.”
신화.
신에 관한 이야기.
“이 모든 게 한 인간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라면, 누구도 믿지 못하겠지. 하지만 신이 된 자의 이야기라면 이 수많은 세계선에 존재하는 생명체들이 인정할 것이다.”
케일은 침을 꿀꺽 삼켰다.
강압이 섞인 부드러운 음성은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었다.
“그렇게 인정을 받는다면, 결국 이건 순리가 될 터. 그 순리가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 낼 것이다.”
신은 마지막으로 케일에게 속삭였다.
“모든 과거가 승자의 역사로 새로이 기록되어 진실이 사라져가듯이 말이야. 어떠니? 신이 되어보겠니?”
케일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그때, 나직이 균형의 신이 읊조렸다.
“거절은 좋지 못한 생각이란다.”
케일은 생각했다.
‘빌어먹을! 좀 조용히 하라고!’
그는 미칠 것 같았다. 지금 최대한의 집중력을 사용하고 있었다.
-케일, 나를 말리지 마라!
사실 그는 균형의 신이 하는 말은 대충 흘려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나 한 판 붙어보고 싶다!
지배하는 아우라. 이 중후한 목소리를 지닌 허세 녀석이 갑자기 날뛰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나, 신도 내 아우라로 무릎을 꿇게 만들어보고 싶다고! 솔직히 무릎 꿇리는 건 힘들겠지만, 그래도 한번 맞짱 떠볼 수 있을 거 같은데!
제길!
어째 이 고대의 힘 놈들은 제정신이 없냐고!
케일은 날뛰려는 지배하는 아우라를 진정시키느라 모든 집중력을 쏟고 있었다. 왜냐면 그의 의지에 벗어난 아우라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았으니까.
“케일. 왜 대답이 없니? 이제는 말은 할 수 있을 텐데?”
몰라!
지금 내가 대답할 때가 아니라고!
케일은 눈가가 일그러져 갔다.
그때였다.
깜박.
침실 안이 어두워졌다가 갑자기 밝아졌다.
깜박깜박.
조명이 켜지고 커지듯.
연신 방 안의 빛이 깜박였다.
‘음?’
케일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을 때.
또각.
균형의 신이 움직였다.
“…희망의 신. 네가 무슨 일이지?”
희망의 신?
케일은 생각했다.
‘이건 또 무슨 일이야?’
그리고 지배하는 아우라가 급히 속삭였다.
-앗, 신 두 명은 좀 무린데. 그럼 나는 이만. 하하!
저 미친놈.
케일은 지배하는 아우라 욕을 안 할 수가 없었다.
균형의 신과 아우라로 맞짱 떠보자고 날뛰던 지배하는 아우라가 조용해졌다.
‘야, 야!’
케일이 연신 속으로 그를 불렀지만.
-…얘, 지금 안 들리는 척하는 것 같은데?
하늘을 잡아먹는 물이 기가 막힌단 투로 들려준 대답에 더 이상 저 허세 놈을 부르는 일을 그만두었다.
깜박깜박.
그 와중에도 혈마의 어린 시절 침실은 어두워졌다가 밝아졌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응?’
더불어 케일의 몸을 감싸던 압박이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다가를 반복했다.
침실이 어두워지면, 케일을 억누르던 압박이 사라졌다.
반대로 침실이 밝아지면, 그 압박이 다시금 생겨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