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961
안로만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당시 우리 회사는 내실이 꽤 탄탄했지만 규모가 크지는 않았습니다. 직원 수도 많지 않았고요. 때문에 투자를 받으면 회사를 빼앗길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습니다.
“적은 직원 수로 가상현실 게임을 만들어냈다는 게 놀랍군요.”
-…….
잠시 침묵하던 안로만이 말했다.
-아버지는 최고의 개발자였고, 어머니는 최고의 공학자였으니까요. 두 분은 천재가 맞습니다.
그러고는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물론 두 분이 중심이 되어 개발한 가상현실의 형태는 투명 피에서 내놓은 게임만큼 완성도가 높지 않았습니다. 일종의 프로토타입, 원형에 가깝죠.
알베르가 입을 열었다.
“작은아버지가 결국 외부에서 투명 피를 끌어들였군.”
-그렇지.
케일과 알베르. 두 사람은 어떻게 안로만의 부모님이 게임을 빼앗기고 그 후에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묻지 않았다.
안로만은 말했다.
‘부모님의 피땀을 집어먹고 만들어진 세상’이라고.
두 사람이 말이 없어지자, 안로만은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이를 지켜보던 왕세자 알베르가 툭 던지듯 말했다.
“용케도 대통령이라는 자리까지 올라갔군. 만약 내가 투명 가문 사람이면, 자네를 가만히 두지 않았을 텐데.”
-하하-!
안로만은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내가 ‘모든 사실’을 알고 있단 사실을 그들이 알고 있다면, 그렇게 했겠지.
“그들은 모르나?”
-당연.
안로만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불의의 사고로, 부모님이 갑자기 돌아가시며 프로젝트는 멈추게 되었다. 더불어 경쟁 기업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공격으로 회사가 휘청였다. 그 상황에서 작은아버지는 모두를 위해, 부모님의 마지막 유지를 지키기 위해 투명으로 가서 뜻을 이어가자고 하셨지.
그때가 안로만이 10살 때였다.
-당시의 나는 이를 진실로 받아들였지. 그리고 친절하신 작은아버지, 작은어머니의 보살핌을 받으며, 대기업 투명 가문의 혜택을 조금이나마 얻으며 자랐다.
“그러다가 진실을 알게 된 건가?”
-어. 투명 기업에서 내놓은 게임을 보고 알게 되었지.
“어떻게?”
안로만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부모님이 게임 안에 진실을 숨겨놓았거든.
케일의 눈동자에 이채가 감돌았다.
그는 소파에서 등을 뗐다. 몸이 앞으로 기울어졌다.
안로만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아무리 투명 가문 놈들이 게임을 변형시켜도 근본은 우리 부모님이 만드신 시스템 안이었어.
은밀히 남겨둔 편지를 그놈들은 못 지웠고, 나는 찾았지.
-왜냐면 난 어릴 때 그러고 놀았거든. 우리 부모님이 좀 장난꾸러기셨거든? 그리고 나도 만만치 않았지. 우리만의 장난이었어.
케일과 안로만의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우리 가족의 장난을 함께했던 존재가 있었어.
케일의 입이 열렸다.
“…시스템.”
-그래. AI가 있었지. 가상현실 세계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인공 지능 시스템.
케일은 궁금했었다.
안로만이 어떻게 게임 랭킹 1위가 되었을까.
-그 AI는 내 친구이자 형제지. 나보다 한 해 먼저 태어났으니, 형이라고 해야 하나?
안로만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어렸다.
-그 AI는 게임 속에 꽁꽁 숨어 있었어. 물론 제 기능의 대부분을 투명 기업에 빼앗기듯이 내놓았지. 투명 기업은 AI가 있는지도 몰랐을 거야. 그 녀석은 꽁꽁 숨어서 기다렸지.
알베르의 입이 열렸다.
“너를?”
-그래.
안로만의 부모님은 작은아버지의 야욕을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최소한의 안배를 몇 가지 준비해 두었고 그중의 하나가 게임 속 AI라고 한다.
최고의 천재 두 사람이 합작해서 만든 연구물의 정수.
그 AI가 투명 기업이 만든 게임 속에서 은밀히 존재한 채, 안로만을 기다렸고.
-내가 랭킹 1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줬지.
가만히 듣고 있던 알베르가 케일에게 시선을 주었다.
“중원이와 비슷한 건가?”
“그렇죠. 하지만 중원이보다는 그 힘이 크지 않을 겁니다.”
케일은 안로만을 향해 물었다.
“그 AI는 게임을 좌지우지할 정도의 능력은 없는 거죠?”
-네. 대부분의 게임 속 권능이라 할만한 건 투명 기업에서 제어하고 있죠.
잠시 생각을 정리한 케일이 다시 입을 열었다.
“투명 기업은 그 게임으로 초월기업이 된 겁니까?”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시죠?
“조금 전, 대기업 투명 가문의 혜택을 얻으며 자랐다고 하셨잖습니까. 처음에는 초월기업이라고 설명하셨고요.”
-…맞습니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이시는 분이군요.
안로만이 상당히 흥미롭다는 듯 케일을 바라봤다.
그 시선에 케일은 무심한 눈빛으로 마주 응시했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많은 의미를 두는 분 같습니다만?”
-하하-
웃던 안로만은 가타부타 긍정의 대답은 없었다. 대신 물었다.
-그쪽도 말 한마디에 의미를 두는 분들 같은데. 사냥꾼이 뭡니까?
케일과 알베르는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설명은 케일의 몫이었다.
그러나 그 전에 물어야 할 것이 있었다.
“투명과는 친하십니까?”
안로만. 아직은 그를 완전히 믿을 수 없었다.
옆을 슬쩍 보니 알베르도 안로만을 완전히 신뢰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그 이유는 명백했다.
‘안로만은 3선 대통령이다.’
3선. 이는 세 번을 연달아 연임했음을 뜻했다.
초월기업 투명. 그곳과 싸우고 있다면, 적대하고 있다면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앉기 힘들 것이다.
케일은 그 순간 냉정해 보이던 안로만의 얼굴에 화사한 미소가 맺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알베르와 꼭 닮았다 생각한 순간.
-아주 친하죠. 정치적으로도, 사적으로도 참으로 친한 사이랍니다.
아.
그 순간, 케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인간아! 저 미소 왕세자랑 똑같다! 왕세자가 사기 칠 때 미소다!
가만히 있던 라온의 음성을 듣던 케일은 알베르를 쳐다봤다.
알베르가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건 동류를 만났을 때 보이는 반응이었다.
그때, 안로만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리고 저는 앞으로도 웬만하면 초월기업인 투명과 가까이 지낼 생각입니다. 서로 상부상조하면서요.
아.
그는 작게 탄성을 흘렸다. 마치 잊고 있던 바를 갑자기 떠올렸다는 듯, 과장되게.
-참고로, 투명 기업은 제가 랭킹 1위인 걸 모릅니다. 왜냐면 태랑의 대외적인 이름은 부러지지 않는 창이니까요.
랭킹 1위 태랑가져간놈뒤진다.
-아 참고로 그건 닉변한 건데, 처음에는 태랑가져간놈뒤진다가 아니고, 불효자였죠. 하하하.
…역시 이 사람, 만만치 않다.
케일이 그리 생각한 순간.
-이만하면 저도 이제 그쪽 이야기를 조금 들어도 되는 겁니까?
“…….”
잠시 침묵하던 케일은 툭 내뱉었다.
“하긴 그쪽 세계가 멸망할지도 모르니, 알려줘야겠죠.”
-…네?
안로만의 얼굴에 처음으로 당황이 맺혔을 때. 알베르가 씨익 웃었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이제 저 녀석도 케일 헤니투스의 화법을 겪어보게 되겠군.”
물론 그 중얼거림 따위 케일은 불경하게도 싹 무시했다. 그리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주식회사 투명은 본래 투명 피 가문입니다. 그들의 정체는 사냥꾼의 집합이라고 볼 수 있죠.”
당연히 그간 있었던 일들을 간략하게, 안로만이 알아야 할 정도만 설명했다.
모든 것을 설명할 순 없었다.
‘아직 완전히 안 믿으니까.’
자신도, 알베르도.
설명을 끝낸 케일은 자신이 설명하는 동안 침묵하고 있던 안로만을 가만히 응시했다.
생각을 정리하던 안로만은 이내 마무리를 지었는지, 곧장 입을 열었다.
-나소절에 접근하고 싶겠군요. 그러기 위해 나에게 연락했고.
“나소절?”
의문을 표한 알베르에게 그가 답했다.
-게임 이름을 줄였어. 나만의 소중한 절대신 키우기. 나소절. 우리는 대개 나소절로 불러.
그의 표정이 씁쓸해졌다.
-…파랑이가 얼굴도 보기 전에 죽었다니-
그놈의 파랑이.
케일의 표정이 떨떠름해진 순간.
-태랑을 이용하면, 태블릿에 새로운 사용자 계정을 팔 수 있을 겁니다.
원하던 정보다.
태랑.
알베르의 부러지지 않는 창에 존재하는 AI.
“기존 사용자 계정에 접근하는 것은요?”
-사용자 신체 정보는 잘못 건들면, 아예 게임 접근이 불가능해질 겁니다. 차라리 새 계정을 만드는 우회로를 파는 게 안전합니다.
안로만이 덧붙였다.
-물론 파랑이 아이디로 접속하는 방법도 알아보도록 하죠.
그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푸른 피 가문의 수장이 사용하던 게임 아이디면, 분명 상당히 흥미로운 흔적이나 정보가 파랑이 계정에 남아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라온이 케일의 머릿속에 외쳤다.
-인간아! 안로만 악당 같다!
그러게.
-인간아, 너도 비슷한 표정이다!
그럴 것 같았어.
-인간아, 우리 왕세자 표정이 이상하다.
케일은 시선을 돌렸다.
저와 안로만을 보며 고개를 가로젓던 알베르와 눈이 마주쳤다. 알베르가 인자하게 미소지어 보였다.
왠지 기분이 나빴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어지는 안로만의 말에 다시 집중했다.
-다만 이 두 가지 모두 시간이 꽤 걸릴 겁니다. 적어도 한 달은 확보해야 합니다.
케일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렇게나요?”
한 달. 너무 길다.
그 전에 케일은 아피토유 보라 피 가문 세계로 가야 했다.
최정건. 행방불명된 그를 찾아야 하니까.
-네. 원래 한 기기당 한 계정만 사용 가능하거든요. 투명 기업이 그런 부분에서는 상당히 철저해서요.
“음.”
-좀 빠른 방법이 하나 있긴 합니다.
호오.
케일이 얼른 물었다.
“무엇이죠?”
갑자기 안로만이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알베르를 바라봤다.
“음?”
알베르는 멈칫하더니, 저를 가리켰다.
“나?”
-그래. 정확히 말하면 네가 들고 있는 부러지지 않는 창. 그건 태랑 같은 고도의 AI를 탑재할 정도의 훌륭한 기기다. 그 기기에 내가 태랑을 통해 전송한 게임을 설치하는 건 쉬울 터.
“…….”
-혈마의 것과 달리, 부러지지 않는 창은 신규 기기이고 계정 문제 등도 전혀 걸릴 것이 없으니 앞의 문제들에 비하면 아주 쉽지. 물론 이곳에서 태랑에게 게임 패키지를 보내는 게 조금 난이도가 있지만 그 정도는 나도 금방 가능해. 한 일주일 정도?
“…….”
알베르는 말없이 저를 바라보는 케일의 시선. 그리고 안로만의 미소 짓는 얼굴을 보며 잠시 말을 잃었다.
“케일.”
“네, 형님.”
갑자기 형님이다.
“태랑 잠시 빌려줄까?”
“저 아피토유에 가서 열심히 일해야 하는데요?”
-알베르. 사용자 계정을 등록하게 되면, 게임을 하는 내내 너는 태랑을 사용하기 힘들 것이다. 케일 헤니투스. 그쪽이 계속 가지고 있어야 게임 접속이 가능하니까. 잠시 빌려주는 게 아니라, 오랫동안 빌려줘야 한다.
케일과 안로만이 차례로 말했다.
알베르는 케일을 뚫어질 듯 바라봤다.
“…나도 바쁜데?”
“덕분에 로운에 대한 걱정 없이 세상을 구하러 다닐 수 있죠! 형님, 존경합니다!”
“…….”
알베르는 두 손으로 제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런 그에게 안로만이 담담하게 위로를 건넸다.
-걱정 말게. 나와 내 형, 아까 그 AI를 말하는 거네. 아무튼 우리 둘이 자네 버스를 태워주지.
“…버스?”
-쉽게 강해지게 도와준다는 말이야.
“…….”
알베르는 한숨과 함께 내뱉었다.
“…돌겠네.”
케일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형님, 믿습니다.”
정말, 진심이다.
아피토유에 가면 정신도 없을 텐데.
알베르라면 태랑과 안로만의 도움을 받으며 ‘나소절’ 가상현실 게임에서 잘 적응하며 추후 투명 피 가문을 상대할 때 도움이 될 여러 발판을 준비해 줄 것이다.
“하. 일단 해보도록 하지.”
알베르는 골치 아프다는 얼굴로 긍정을 표했다.
결국 로운 왕국 첫 번째 게임 유저가 될 사람은 알베르 크로스만으로 결정 났다.
아이디.
불경한황제.
이 유저가 만들어낼 파란을 케일은 아직 알지 못했다.
아니, 꿈도 꾸지 못했다.
***
대신에 케일에게 한 가지 난관이 찾아왔다.
“…이게 뭐지?”
시종 론이 인자한 목소리로 상냥하게 설명해주었다.
“곧 편입을 하게 되실 릴리 아가씨를 따라 공자님께서 개학식에 참여하시는 걸 알고, 아카데미 학장이 연설을 부탁하셨습니다.”
라온과 홍이 끼어들었다.
“우아, 인간아 연설하나?”
“재밌겠는데! 나 얼른 아카데미 구경 가고 싶은데!”
“나도! 인간아, 나도 구경 갈 거다!”
그리고 온이 그 옆에서 아카데미 교육 과정 설명 책자를 살피고 있었다.
케일은 왕세자의 마수로부터 막냇동생 릴리를 지킬 겸, 그리고 평균 10살에게 구경을 시켜줄 겸 조용히 아카데미를 방문하고자 했다.
물론 케일은 그의 방문 사실을 학장에게 알리지 않았다.
“…론.”
“네.”
“… 왕세자 저하가 학장에게 말한 거겠지?”
론은 말없이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케일은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나소절. 게임을 떠안게 된 왕세자의 쪼잔한 복수이리라.
띠링!
그때, 신물 거울에 연락이 왔다.
죽음의 신으로부터 온 연락이었다.
용들이 지배하는 세계.
보라 피 가문이 있는 아피토유로 어둠의 숲에 자리하고 있는 검은 성이 통째로 가는 것이 이제 가능하다.
26장. 방패 공자, 전설의 귀환
똑똑똑.
로운 아카데미.
왕국의 이름을 명칭으로 붙일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아카데미는 왕국의 오랜 역사만큼 기나긴 시간을 존재해 왔으며 더불어 걸출한 인물들을 수없이 배출해 냈다.
똑똑똑.
수많은 학문 분야는 물론, 행정, 군사, 예체능 분야까지.
전 영역에 대한 다양한 교육 커리큘럼과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아카데미는 총장의 자부심이자 자랑거리였다.
똑똑똑.
총장, 에프릭은 역대 총장의 얼굴이 새겨진 초상화들을 바라보다가 눈을 질끈 감았다.
똑똑똑.
결국 그의 입이 열렸다.
“들어오게.”
벌컥, 문이 열리며 백발에 기골이 장대한 노인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그리고 총장의 앞으로 직행했다.
“…….”
그리고 가만히 서서 총장을 응시했다.
그 눈빛에 총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군사학부에서 맡기로 했네.”
노인의 눈가가 일그러졌다. 그리고 빤히 총장을 응시했다.
계속해서. 아무 말도 없이.
결국 총장은 그 기세에 밀리고 말았다. 그는 저도 모르게 냅다 외쳤다.
“그러면 어떻게 해! 릴리 헤니투스는 군사학부 쪽으로 편입하기로 했는데!”
“…….”
“아니, 군사학을 배우고 싶다는 사람을 기사학부로 보낼 수는 없잖아?”
“…….”
“좀! 그만 단념 좀 하게!”
“…….”
“좀!”
총장의 얼굴이 벌게졌고, 그제야 노인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군사학부 학장이 이번 개학식에 그분께 연설을 부탁했다 들었소.”
움찔.
총장 에프릭은 저도 모르게 노인을 쳐다봤고, 이글거리는 눈동자를 보았다.
꿀꺽.
총장이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을 때.
“그 연설, 기사학부도 들어야겠소.”
부탁이 아니라, 통보였다.
“아니, 그 일은 일단 성사가 될지 안 될지도 모르고-”
“그분의 의형님이신 왕세자 저하께서 손을 거드셨다고 들었습니다.”
“아니, 그건 어디서 들었- 아.”
총장은 열린 문 너머 누군가를 발견했다.
반백발에 긴 로브를 걸친 여인이 상당히 꼬장꼬장한 기운을 풍기며 들어왔다.
“마법학부도 들어야겠어요.”
이쪽도 통보다.
“끄응.”
총장의 얼굴이 흐려져 갔다.
그러거나 말거나 마법학부 학장은 말을 이었다.
“케일 헤니투스. 로운 왕국이 낳은 전 대륙 최고의 영웅. 그분의 연설은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아주 유익한 배움이 될 거예요. 그러니 마법학부도 듣습니다.”
“기사학부도.”
총장은 빽 소리쳤다.
“아니, 이 사람들아! 몇 달 전에 연락한 것도 아니고, 갑자기 급하게 부탁한 연설 요청인데 그 규모를 우리 마음대로 확 늘리면 되겠나?”
“그렇게라도 해야죠.”
마법학부 학장이 툭 던진 말에 총장이 멈칫했다.
“갈수록 학생 수도 줄어들고, 이름값도 떨어지는 판국에 이런 큰 기회가 왔는데 뭐라도 해봐야죠.”
끙.
총장은 다시 한번 앓는 소리를 흘렸다.
사실 로운 아카데미는 잘 나가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닥 그렇게 이름이 드높지는 않았다.
“그, 그래도 우리만큼 역사가 오래되고 많은 인물을 배출해낸 아카데미가 어디 있었나?”
“못해도 이십 년 전 이야기를 하고 있군요.”
기사학부 노인의 말에 총장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그의 어깨가 축 처졌다.
마법학부 학장은 총장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만 우울해하고, 이번 기회에 분위기를 좀 타봅시다.”
총장은 학장과 시선을 마주했다.
“자, 실로 오랜만에 로운에서 영웅이 나왔죠?”
“그렇지.”
“위대한 방패 공자. 그는 요즘 은둔하듯이 보내고 있죠? 요양을 한다고 전해지고 있죠.”
“그래.”
“사람들은 케일 헤니투스, 그를 살아있는 전설로, 분명 그가 전설로 남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죠?”
“그렇지?”
“그런 사람이 지난해 그 격렬한 전투 후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 엄청나겠죠? 그것도 그 공식 석상이 우리 아카데미네?”
“…엄청 좋겠지?”
“그렇죠. 그러니 그 판을 최대한 크게 만듭시다.”
끄응.
총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한번 다시 부탁해 봄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