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966
케일은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었다.
현존하는 다섯 개의 사냥꾼 가문.
검은 피. 샤올렌의 화이언스 가문.
푸른 피. 중원의 혈교.
보라 피. 아피토유의 용들.
투명 피. 제3지구에서 파악된 주식회사 투명 기업.
오색 피.
마지막으로 오색 피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는 오색 피를 검은 피의 화이언스 가주가 언급한 순간 죽었다는 점이었다.
더 말하라는 듯 케일이 쳐다보는 시선에 명은 말을 이었다.
“오색 피에서 보낸 이가 신녀를 데려가면 그 후의 자세한 일은 나는 모른다. 죽은 혈마라면 알겠지만. 그저 신께 바쳐졌다는 말만 들을 뿐.”
케일의 입꼬리가 묘하게 올라갔다.
“야.”
삐딱한 자세로 건네는 물음에 명이 멈칫했다.
“그러면 말이야. 원래라면 중원으로 오색 피에서 보낸 사냥꾼이 방문해야겠네? 전대 신녀를 데리고 가야 하니까.”
“그렇지?”
“그런데 이번에는 실패하겠어. 여기로 왔으니까.”
“맞다.”
고분고분 답하는 명에게 케일은 툭 던지듯 물었다.
“오색 피가 우리를 찾을 확률은?”
“신녀를 찾아올 확률 말인가?”
명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없다. 오색 피가 신녀를 찾을 수 있는 방도는 없다.”
“확실한가?”
거침없이 던져진 물음에 명은 다시 한번 멈칫했으나 곧 단호하게 답했다.
“그래. 없다. 혈마는 오색 피가 자신의 신녀들을 감시하는 것을 싫어했다. 혹시 공을 가로챌까 봐.”
“흐음. 그런 이유라면 조금 믿을 만하군.”
오색 피라.
정보가 너무 없다.
“보통 신녀를 데리러 오는 인원은?”
“2명이다.”
“늘?”
“내가 알기론 대대로 2명이었다. 그 이상의 접근을 혈마가 허락지 않았다.”
“왜?”
케일의 물음에 명은 이번에야말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이를 기다려 준 케일에게 명은 답했다.
“나는 오색 피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아피토유처럼 직접 가본 적도 없으니까.”
케일이 명을 데려온 이유 중 하나가 그녀가 아피토유를 가보았기 때문이었다.
특히 보라 피 가문의 수장인 드래곤 로드가 사는 저택에 간 적이 있다고 했다.
명은 말을 이었다.
“다만 혈마는 오색 피를 벽이라고 했다.”
“벽?”
“넘을 수 없다고.”
넘을 수 없다라.
혈마가 그리 여길 정도라고?
케일의 표정이 심각해져 갔다.
그는 명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오색 피는 순수 인간의 집단이라고 했다. 하지만 인간이 아니라고 했다. 인간을 초월했다고 했다.”
“인간을 초월해?”
“그렇다.”
명은 다시 망설였다.
“…그래서 나는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게 무슨 말이지?”
인간의 집단이라면서 인간이 아니라니. 이해할 수 없는 말에 케일의 미간이 찌푸려질 때, 명은 한숨을 내쉬었다.
스스로 말하면서도 상당히 불안해하는 모습이었다.
“…후우.”
“네 추측이라도 좋다. 편히 말하도록.”
케일이 건넨 말이 효과가 있었던 것일까. 망설이던 명이 입을 열었다.
“너, 방랑자를 아나?”
방랑자.
갑자기 던져진 말이었지만, 케일이 아는 방랑자가 있었다.
최정건.
최정수.
신이 될 자격이 있음에도 이를 거부한 단생자.
그들을 방랑자라고 부르기도 했다.
‘설마-’
케일의 얼굴이 굳어져 갈 때 명은 이어 말했다.
“혈마는 오색 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가장 오랫동안 혈마의 곁에 있던 소혈마 후보였기에. 아피토유까지 다녀올 정도로 신임을 받던 자였기에 명은 들은 것이 꽤 있었다.
“오색 피는 어디에도 존재하며,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이 머무는 세계는 없으며, 그들은 정처 없이 떠돈다.
더불어 그들은 시간의, 운명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들은 신의 눈을 속일 수 있다.
신들도 그들의 진짜 정체를 모를 것이다.”
이 말을 듣고 명은 오색 피의 정체를 생각했다.
그리고 그 결과로.
“나는 그런 일들이 가능한 존재 중 가장 유력한 후보가 방랑자들이라고 생각한다.”
케일은 저도 모르게 말했다.
“하지만 단생자를 사냥하는 집단이 사냥꾼들인데?”
그래서 최한이 위험할까 봐, 걱정했던 케일이 아니었던가.
그리고 최정수와 최정건은 죽음의 신 등을 도우며 사냥꾼과 대척점에 있다.
또한 그들은 신이 될 자격이 있지 않은가?
그걸 거부해놓고 절대신을 만들려고 한다고?
‘절대신.’
문득 케일은 이 단어가 가진 의미가 다르게 다가왔다.
신과 절대신.
그 차이는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나는 모든 단생자를 만나보지 못했다.’
케일이 모든 단생자를 아는 것이 아니었다.
방랑자. 그 수가 얼마나 될까.
케일은 알지 못한다.
또한 오색 피 가문에 몇 명의 사람이 있는지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케일이 오색 피에 대해서 아는 건 정말 없었다.
혈마가 말하지 않았던가.
신조차도 오색 피의 정체를 진정으로 알지 못할 것이라고.
“하, 하하-”
명이 처음으로 웃음을 터트렸다. 그녀는 새삼 케일을 순수한 존재라는 듯 바라보며 말했다.
“사냥꾼이 단생자를 죽이는 게 이상한가?”
그녀는 케일에게 물음을 던졌다.
“그럼 인간은 인간을 안 죽이나?”
순간 케일은 말문이 막혔다.
“같은 종족이라도, 이득을 위해서 동류를 죽일 수 있는 인간은 많아.”
명은 스스로 깨달은 바를 내뱉으며 계속 웃었다.
케일의 반응이 새삼 정말로 신선하다는 듯.
***
아카데미의 아침이 밝았다.
개학일이었다.
로운 왕국에는 이런 말이 있다.
‘로운 역사에 위대한 왕으로 꼽힐 자와 우리는 지금 한 시대를 공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말의 주인공은 당연히 알베르 크로스만이었다.
건국 왕과 그 외의 몇몇 왕과 더불어 아직 왕세자에 불과한 그가 벌써부터 미래의 성군이라 불리었다.
하지만 알베르 크로스만과 비슷하지만 다른 존재가 있었다.
케일 헤니투스.
그는 이미 위대한 영웅이다.
알베르처럼 미래에 무언가가 될 것이란 기대가 아니라, 현재의 그는 그런 존재였다.
이런 현실을 본인은 잘 몰랐다.
그가 어렴풋이 짐작하는 것 이상으로, 그는 현존하는 영웅의 위치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은 꽤 많이 체감하고 있었다.
“왜 그러지?”
그중 한 명이 릴리였다.
그녀는 케일의 무심한 목소리에 고개를 바짝 들었다. 무심한 눈동자는 꽤나 세심하게 릴리를 살피고 있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릴리는 씩씩하게 답하면서도 입안이 바짝바짝 말라 갔다.
‘어떡하지?’
처음 케일이 개학식에 부모님 대신 참여해준다는 말에 기뻤다. 둘째 오빠인 바센도 함께여서 더 좋았다.
세 남매가 함께 어디를 이동하는 경험은 처음이었으니까.
그리고 어제까지만 해도, 기대만큼 즐거웠다.
케일 오라버니는 바쁜 와중에도 꼭 함께 식사 시간을 보내주었다.
‘그리고 내 꿈에 대해서 들어줬어.’
헤니투스 영지에서 수도로 출발하기 전날 밤.
진로 상담이라며 케일은 릴리에게 그녀가 꿈꾸는 미래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처음에는 긴장한 채로 어색하게 답했던 릴리는 진지하게 들어주는 케일의 모습에 점점 더 편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전투와 전쟁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군사학을 배우고, 졸업 후에는 오지나 개척지 혹은 변경 쪽으로 가서 제대로 된 경험을 쌓고 싶어요.’
그에 케일은 담백하게 답을 해주었다.
‘원하는 대로 도전해 봐.’
참으로 무심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평이한 어조였지만.
‘도와줄 테니까.’
릴리는 제 오라버니의 심성을 이제 꽤 잘 안다.
‘그리고 무리하지 마.’
그 말을 들으며 기뻤다.
얼굴을 보기 힘들 만큼 바쁜 케일이 늘 자신과 바센, 그리고 가족들에 대해서 생각하고 함께하려는 것을 느꼈으니까.
그의 마음속에 가족이 담겨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다그닥.
마차가 멈췄다.
아카데미 안에서는 위급 상황 때를 제외하고는 텔레포트 마법 사용이 불가했다.
위급 상황에도 학장급 이상의 인장이 있어야 가동이 가능했다.
이는 혹시 모를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아카데미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마법학부에서 사고 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등의 여러 이유가 존재했다.
그 때문에 케일 일행은 수도에서부터 아카데미 근처로 텔레포트 해온 후, 대형 마차를 타고서 아카데미에 진입했다.
물론 가문의 인장은 마차에 달지 않았다.
지금 바깥은 말 그대로 시장통처럼 난리였으니까.
‘다 오라버니를 보러 왔겠지.’
학생을 비롯해 졸업생, 외부 인사, 학부모 등등. 허가서를 받은 이들이 엄청나게 몰려들어 아카데미 안은 시끌벅적했다.
그 사실에 기쁘면서도 부담감이 밀려왔다.
“릴리.”
다시 한번 저를 부르는 케일의 목소리에 릴리는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만약에 못하면 어쩌죠?”
두서없는 말이었다.
그리고 얼른 제 입을 다물었다.
지금 이 마차 안에는 케일 외에도 바센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이 몇 명 있었다.
그 사실을 떠올리니 창피함이 밀려왔다.
부디 저들이 자신의 말을 제대로 못 알아들었길-
위대한 영웅의 동생으로서 못난 모습을 보일까 봐, 오라버니의 그림자도 못 따라잡아서 사람들이 수군거릴까 봐 두렵다는 마음을, 제발 이들이 못 알아채길-
그때, 무심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케일이 툭 내뱉었다.
“못하면 못하는 거지.”
그는 자신을 바라보는 릴리의 시선에 뭐 문제 있냐는 듯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그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내가 학교생활을 제대로 해봤어야 뭘 알지.’
김록수의 학창 시절은 빈말로도 좋았다고 말할 수 없었다.
물론 끔찍하지는 않았지만, 흑과 백으로 따지자면 중간의 회색과 같았다.
참으로 무미건조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딱히 릴리에게 해줄 말이 없었다.
‘그리고 이 몸도, 케일 헤니투스도 공부 안 하지 않았나?’
망나니 행세하느라, 공부할 시간 없이 바빴다.
“…제가 못해도 괜찮을까요?”
마차에서 내려야 함에도 조심스럽게 릴리가 건넨 물음에 케일은 대답보다 의아한 표정을 먼저 지었다.
“누가? 내가?”
“…네.”
“나야 괜찮지. 안 괜찮을 게 뭐 있어?”
아니, 그렇지 않나?
“네가 정한 목표까지 도달하지 못하면, 네 스스로 안 괜찮을 수는 있겠지. 너는 꽤 승부욕이 있으니까. 그러니 스트레스 관리 잘해. 안 그러면 몸 상한다.”
케일은 제 할 말을 다 하고 릴리를 바라봤다.
“그리고 넌 남의 말이나, 다른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것에 대해선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성격 아닌가?”
그 순간 릴리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저도 모르게 헛웃음처럼 흘러나온 미소였다.
“맞아요!”
밝게 긍정을 표하는 목소리를 닮아 얼굴도 밝아져 갔다.
어릴 때부터 검을, 그것도 대검을 집어 들고 살아온 릴리는 남의 눈을 신경 썼다면 그렇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가 걱정하는 것은 다른 이들의 말보다, 자신의 모습에 가족들이 실망할까 봐 하는 문제였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그렇지 않을 거야.’
케일도 그렇고, 바센도 마찬가지다.
부모님도.
릴리는 최한과도 눈이 마주쳤다.
“전 공부 못했습니다. 정말 못했습니다.”
순한 얼굴로 말하는 모습이 참 진실해 보여 릴리가 멈칫한 그때, 바센이 끼어들었다.
“저는 잘했죠.”
릴리는 차마 반박할 수 없는 말에 인상이 저도 모르게 찡그려진 순간.
바센이 이어 말했다.
“검은 너보다 못하지.”
작은 오라버니. 릴리는 사람들이 케일에 대해서만 말하고 그가 영주가 되어 다스릴 헤니투스 영지의 미래를 논하는 것을 보면서 생각했다.
‘바센 오라버니도 장난 아닌데.’
어쩌면 바깥을 도는 케일보다 바센이 더 영지를 대단하게 만들지도 모르는데.
검을 들지 않아서일까.
릴리의 미래에 대해서 대단할 것이라 논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바센에 대해서는 그저 성실하고 조금 머리 좋은 차남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걸 릴리는 잘 알고 있었다.
‘케일 오라버니도 잘 알지.’
그래서 바센에게 영주 자리를 넘겨주고 싶어 하는 것도 안다.
이제는 그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바센 오라버니는 남들의 말에 휘둘리지 않지.’
왜냐면 부모님과 케일, 그리고 헤니투스 영지민들이 그를 인정하고 믿고 있으니까.
그리고 바센 스스로도 자신의 능력을 믿고 있고.
“릴리. 너와 내가 각자 잘하는 것도 각자 원하는 방향도 다르듯이 사람들은 다 다르다.”
“그쯤은 나도 알아!”
릴리는 냅다 그렇게 답하고는 마차 문을 열었다.
그리고 얼른 밖으로 내려서며 저를 바라보는 두 오라버니를 향해 짧게 인사를 건넸다.
“나중에 봐요.”
“나는 따라 내리는데.”
바센이 한숨을 내쉬며 뒤따라 내렸다.
케일은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나중에 보자.”
달칵.
마차 문이 닫혔다.
케일은 입을 열었다.
“론. 알아본 바는?”
“별다른 소문이 없었습니다, 도련님.”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아카데미. 곳곳에 사람이 없는 곳이 없었다.
“특히 테러 집단이나 과격한 행동을 하는 곳이 있나 알아보았는데, ‘암’이 해체된 후 요즘은 조용하다고 합니다. 뒷세계의 경우, 본인들 세력 다툼을 하느라 정신이 없고요.”
론의 보고에 케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른 이에게 물었다.
“최정수 연락 왔습니까?”
“아니.”
팀장 수이 칸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최한의 표정이 좋지 못했다.
‘오색 피는 방랑자일 수도 있습니다.’
케일은 소혈마 후보 명에게 들은 바를 곧장 수이 칸과 최한에게 전했다.
최정수는 자리에 없어서 전달하지 못했다.
그는 볼일이 있었다.
‘죽음의 신에게 다녀온다고 했지.’
무림에서의 일을 끝마쳤으니, 방랑자로서 맡은 바를 처리한 보고를 하러 간다고 했다.
이를 알고 있던 케일은 거울을 통해서 곧장 죽음의 신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안 받았지.’
바쁜 듯싶었다.
그래서 바로 메시지를 남겼다.
분명히 상대는 메시지를 읽었는데 답이 없다.
‘둘 중 하나지.’
진짜로 당황했거나 예상한 일이 벌어져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케일은 최정수와 죽음의 신을 기다렸다.
“영광입니다, 케일 경!”
빌어먹을.
오색 피에게 신경 쓸 틈이 없다.
총장이 거의 구십 도로 인사했다.
““영광입니다!””
그리고 다른 학부의 학장들도 단체로 인사를 건네왔다.
-인간아, 인간아! 네 동공이 흔들린다!
투명화한 라온이 건네는 말이 잘 들리지 않았다.
총장의 이어진 말 때문이었다.
“하하하. 사람들이 어찌나 케일 경의 연설을 듣고 싶어 하는지. 몇만 명이 모이려는 것을 겨우 줄였습니다.”
응? 몇만 명?
“연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음.
케일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개학을 축하하는 자리라고 들어서, 가볍게 준비했습니다만. 보통 그런 연설은 20분을 넘기지 않는다고 들어서-”
“하하하하! 걱정 마십시오!”
총장이 웃는다. 호탕하게.
“케일 경을 위해서 오늘 뒤의 일정을 싹 지웠습니다.”
-인간아! 동공이 계속 흔들린다!
“그러니 무엇이든 좋으니, 케일 경께서 겪어온 그 위대한 일들에 대해 학생들에게 알려주십시오. 아이들에게 큰 귀감이 될 것입니다. 저희 같은 어른들에게도요.”
-인간아, 인간아! 왜 그렇게 시든 감처럼 웃나?
“기대하겠습니다, 케일 경! 아니, 사령관님! 하하하!”
“…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별달리 연설 준비를 하지 않았는데.
어릴 적 학교 다닐 때, 훈화 말씀을 듣는 걸 귀찮아했던 케일로서는 상당히 깔끔하고 짧은 연설을 생각했었다.
‘그걸 애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그리 생각했으니까.
‘아무래도 잘못 생각한 거 같은데.’
케일은 예상과 다른 상황을 직면했다.
***
아카데미에는 작은 광장이 존재했다.
이를 중앙 광장이라고 하는데, 이곳을 중심으로 각 학부별 건물이 있었다.
“음.”
케일은 침음을 흘렸다.
“왜 그러십니까?”
총장이 과하게 사근사근하게 말을 걸어왔다. 케일은 처음부터 이런 모습을 보이는 총장이 부담스러웠지만 일단 답했다.
“수도와 비슷하군요.”
“맞습니다. 수도에서 착안했습니다.”
케일의 표정이 묘해졌다. 이를 본 총장이 상당히 부드러운 미소를 한껏 지은 채 말했다.
“그곳이 생각나시나 봅니다.”
“…네?”
“전설이 시작된 곳.”
케일의 표정이 굳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