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970
네?
“그리고 성에 숨어있으렴.”
…검은 성이요?
케일은 보수 공사를 한다고 공작 부부가 말했지만, 별달리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이는 검은 성을 힐끗 바라봤다.
고풍스럽지만 여전히 낡아 보였다. 마법진조차 성벽에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케일은 따로 공작 부부와 쉐리트에게 묻지 않았다.
왜냐면 검은 성은 ‘덤’이지 주력은 아니니까.
그런 케일에게 바이올란 공작 부인은 설계도를 넘기며 말했다.
“그러면 검은 성이 성을 공격하는 웬만한 건 다 때려 부술 거란다.”
주교의 동공이 그 살벌한 대화에 흔들렸다.
그때, 케일이 미소를 지었다.
“설계도를 꼭 확인하겠습니다.”
상당히 만족해하는 표정에 바이올란 공작 부인은 뿌듯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냉정한 얼굴에 작은 미소가 어렸다.
“그래. 돈을 엄청 때려부었으니, 그 돈값을 할거란다.”
“오.”
감탄하는 케일에게 바이올란 공작 부인은 미련 없이 뒤로 물러서며 인사를 건넸다.
“그럼, 잘 다녀오렴.”
“네. 다녀오겠습니다.”
주교는 이 담백한 대화가 세계를 구하기 위해 위험한 곳으로 떠나는 아들과 그를 배웅하는 어머니의 대화가 맞나 싶었다.
하지만 주교를 신경 쓰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가자.”
케일은 신물인 거울을 두드리며 말했다.
그 순간, 어둠의 숲이 정적에 휩싸였다.
그의 곁으로 평소와 다른 이들이 다가왔다.
“준비 다 됐다.”
사아아아-
금빛 가루, 먼지를 사방에 휘감은 에르하벤이 오른쪽에.
“나도 다 되었단다.”
언제라도 방패를 꺼낼 준비가 모두 다 된, 넘실거리는 백발의 전 로드 쉐리트가 왼쪽에.
케일은 검은 성 입구에 서서 뒤를 돌아보았다.
성벽에 최한과 라온이 대기 중이었다.
그리고 하늘과 가장 가까운 창문엔 메리가. 그리고 그 위의 지붕엔 본 드래곤 용 혼혈이 자리해 있었다.
‘응?’
케일은 제 시선을 피하듯 고개를 푹 숙이는 용 혼혈의 모습에 의아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대신 메리의 곁에 있는 론을 보며 한숨을 삼켰다.
‘결국 대화를 못 했군.’
아카데미 테러 이후로 정신이 없어서 론, 비크로스와의 대화 시간은 없었다.
‘아피토유에서는 틈을 내서라도 해야지.’
미룬다고 될 일이 아니다.
김록수와 케일 헤니투스.
그에 대해 말해야지.
우우우—우우우—
기묘한 울음소리와 함께 케일 발밑에서부터 검은 선이 뻗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검은빛이 거대한 문양을 그렸다.
지금까지의 이동과는 그 기세가 달랐다.
케일과 검은 성 모두를 감싸는 진이 마침내 완성된 순간.
우우-!
진동이 멈췄다.
케일은 어둠의 숲이 조용한 이유를 깨달았다.
이 기이한 신의 힘에 본능만이 남은 괴물들이 숨을 죽이고 있었다.
메시지를 본 순간, 케일은 저와 검은 성을 뒤덮는 검은빛을 보았다.
절로 눈이 감겼다.
그런 그에게 죽음의 신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피토유는 어떻게 되어있을지 모르겠다.
무엇 하나 예상할 수 없는 세계.
용이 지배하는 세상.
-일단 이동하는 곳은 최정건의 연락이 마지막으로 닿았던 곳이다. 그나마 그곳이 안정적이라 최정건이 그곳에서 연락을 했을 것이다.
최초의 드래곤 슬레이어이자 최한의 조상인 최정건.
행방불명된 그도 아피토유에서 찾아야 한다.
파아앗.
케일은 익숙한 감각을 느꼈고, 곧장 눈을 떴다.
아피토유.
그 미지의 세상에서는 곧바로 위험이 닥칠 수도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로드 쉐리트와 에르하벤을 양옆에 둔 케일이었다.
‘오랜만이네.’
오랜만에, 긴장감으로 몸에 잔뜩 날이 섰다.
마치 무엇하나 알 수 없게 변해버린 지구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어린 김록수가 된 기분이었다.
그리고 이런 상태가 되어야 맞았다.
아피토유.
그곳에서 케일은 지키면서 싸워야 했으니까.
어둠이 밝아진다.
아피토유에 왔구나.
그리 느낀 순간, 용이 지배한 세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음?”
케일은 멈칫했다.
저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들었다.
‘…너무-’
너무 추운데?
사방이 하얗다.
거센 찬바람과 함께 굵은 눈이 흩날리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상상하던 거랑 너무 다른데?’
약간, 예상과 다른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때였다.
“이런.”
에르하벤이 탄식을 흘렸다.
“…여기 마나를 쓸 수가 없는데?”
네? 그게 무슨 소리죠?
케일은 그리 말하고 싶었지만, 낯선 기척이 들려왔다.
고개를 돌렸다.
털옷으로 꽁꽁 싸맨 노인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뒤에 몇 명의 사람을 대동하고서.
그 노인은 케일을 보자마자 입을 열었다.
“…대공……?”
응?
뭐? 대공?
케일은 당황했다.
“아니, 그럴 리가 없는데. 아니, 그, 그-”
그런데 케일보다 노인이 더 당황한다. 그 모습에 케일도 덩달아 당황했다.
그때, 노인이 울 것 같은 얼굴로 더듬더듬 말했다.
“…대공의 후손께서, 영지를 구하러 오신 겁니까?”
대공? 후손? 영지?
눈이 바람에 휘날리는 풍경 속에서 케일은 다년간 장르 소설을 읽었던 독자로서 저도 모르게 떠오른 단어를 입 밖으로 내뱉었다.
“…북부 대공?”
그 말에 노인이 반응했다.
“역시, 맞으시군요! 아, 꿈에서 본 계시가 거짓이 아니었단 말인가!”
격렬한 반응에 케일은 아무 말도 못 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
-인간아, 춥나? 킁킁, 나는 춥다!
7살 용이 코를 훌쩍이는 소리를 들으며 케일은 찬바람을 잠시 동안 고스란히 맞이했다.
시종 론이 털옷을 가져다주기 전까지.
아피토유.
여기 뭔가 만만치 않다.
27장. 얼음 속 단 하나의 불꽃
아피토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사뭇 결연한 마음가짐을 품고서 도착한 세계.
어떠한 일이 있어도 당황하지 않으리라.
그렇게 다짐한 케일의 앞에 대공, 영지, 후손 등등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내뱉는 노인이 나타났다.
그것도 뒤에 몇 명의 사람을 대동한 채.
“…어… 어, 어-”
노인을 뒤따라온 사람 중 한 명이 넋이 나간 얼굴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 사람의 손가락이 하늘로 향했다.
다른 한 손은 노인의 어깨를 붙잡았다.
“어, 어르신 저, 저기-”
“이것 좀 놓게! 지금 내 눈앞에 대공가의 후손이, 드디어 이 땅을 구하러-”
“아니, 어, 어르신, 저기부터, 이, 일단-”
“왜 그러나!”
화를 내며 남자가 가리킨 곳으로 시선을 돌린 노인은-
“허억.”
경악을 하더니.
“어르신—-!”
“할아버지!”
“아이고, 이 노인네가!”
기절했다.
‘음.’
이 모든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케일은 힐끗 뒤를 돌아보았다.
검은 성 위에 검은 뼈로 된 드래곤이 자리해 있었다.
노인은 검은 본 드래곤을 보고 놀라더니 기절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왔던 사람들은 노인을 부축하면서도 겁에 질린 채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케일과 본 드래곤의 눈치를 심하게 살폈다.
‘음?’
그리고 케일은 본 드래곤 용 혼혈도 심하게 눈치를 보고 있음을 깨달았다.
원래라면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투명화 마법진이 발동해 용 혼혈을 투명화시켜야 했다.
검은 성이 어디로 떨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마법진은 발동하지 않았다.
“…….”
용 혼혈이 슬그머니 움츠러들었다.
그래 봤자 큰 몸집이었다.
케일은 이상하게 제 눈을 피하며 쭈구리처럼 구는 용 혼혈이 이상했지만.
“후우.”
마음을 진정시켰다.
눈보라가 조금 가라앉으며 주변 풍경이 보였다.
케일은 지금 꽤 높은 지대에 있었다.
뒤로는 험한 산맥이 보인다.
그리고 아래로는-
‘마을이군.’
상당한 규모를 지닌 마을이었다.
도시라고 보아도 무방할 규모와 형태를 이루고 있었지만 상당히 낡고 오래되어 보였다.
“일단.”
케일이 입을 열자, 모든 시선이 모여들었다.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추우니까, 안으로 들어가죠.”
그는 노인의 곁에 있는 사람 중 그나마 나이가 많아 보이는 중년인을 응시했다.
“따라오세요.”
끼이익.
검은 성 문이 열렸고, 케일은 그 안으로 들어섰다.
“형님-”
“…따라가 보자.”
그리고 중년인은 망설임 끝에 케일을 따라 들어섰다.
검은 성 안으로 이방인, 아피토유 사람 4명이 들어섰다.
***
케일은 아피토유 주민들을 만나기 전에 동료들 몇 명과 마주했다.
그는 굳은 얼굴로 에르하벤에게 입을 열었다.
“…진짜입니까?”
정말로.
“마나를 쓸 수가 없습니까?”
아래에 있는 마을 사람들로 추정되는 이들을 만나기 전. 에르하벤은 말했었다.
‘…여기 마나를 쓸 수가 없는데?’
케일의 눈빛을 받은 에르하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마나가 움직이지 않아.”
뒤이어 다른 드래곤, 밀라가 이어 말했다.
“꽁꽁 묶여 있어. 이런 건 처음 겪어봐.”
마나가 없는 것도 아니고, 마나가 묶여 있다고?
케일의 시선이 이제는 드래곤이 아닌 이에게로 향했다.
우우-
작은 진동을 일으키며 정신을 집중하고 있던 이가 눈을 떴다.
케일은 99명. 그 안에 당연히 이 사람을 데려왔다.
인간 중 마법으로는 최고라고 감히 케일이 자부할 수 있는 사람.
“드래곤님들 말씀대로예요.”
로잘린.
“마나가 움직이지 않아요.”
마탑을 건설하느라 정신이 없는 그녀에게 케일은 이번만큼은 동행을 부탁했다.
최강의 전력에 그녀를 뺄 순 없었으니까.
“그럼 종족의 문제가 아닌 건가.”
에르하벤이 한숨을 내쉬었다.
‘제기랄.’
케일의 표정이 굳어졌다. 현재 이 상황이 말하는 바는 간단했다.
“이 세계에 마나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차라리 별생각이 없었을 겁니다.”
그는 여기 있는 동료들에게만큼은 솔직하게 툭 털어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마나가 존재하지만, 이를 로잘린 씨, 그리고 드래곤이 쓸 수 없다는 건.”
마나가 묶여 있다.
그 말 속에 담긴 가장 끔찍한 가정을 케일은 내뱉었다.
“누군가가 이 세계의 마나를 통제하고 있다는 뜻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침묵이 내려앉았다.
아피토유.
이 세계는 현재 세계와 세계수 등의 모든 것이 보라 피 사냥꾼, 용의 지배 아래에 있었다.
마나란, 세계 속 하나의 법칙이었다.
용이 이 세계 자체를 억압하고 있다면 그 법칙도 통제할 수 있지 않을까.
“케일 님.”
그때, 최한의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렸다.
케일은 순간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불길함이 그를 자극했다.
고개를 돌리니 최한이 바짝 굳은 얼굴로 서 있었다.
“…오러도 약해졌습니다. 본래의 20%밖에 사용이 안 됩니다.”
오러.
마법사에게 마나가 있다면, 검사에게는 오러가 있었다.
물론 오러는 마나와 달랐다.
마법사가 주위에 있는 마나를 이용해 마법을 펼치는 것이라면, 오러는 검사의 내부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렇지만 이 또한 하나의 기운.
보통 오러를 마나와 비슷하게 보는 것이 상식이었다.
“마나뿐만 아니라, 이 세상의 여러 기운 자체를 통제하고 있나 보군.”
“억압 상태네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모르겠지만요.”
에르하벤과 드래곤 밀라가 차례대로 내뱉는 말에 케일은 한숨을 삼켰다.
“그래도 오러는 아예 안 되는 건 아니라서 다행이네요.”
그는 고룡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마나도 아예 없는 세계가 아니고, 통제 상태이면 이 통제를 풀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그래. 통제를 풀 방법을 찾아보마.”
에르하벤도 누구도 현 상황에 대해 좌절하지 않았다.
이는 케일 역시 마찬가지였다.
‘마나와 오러는 조금 아쉽지만.’
드래곤은 마나가 없어도 그 특성과 본체, 브레스로 엄청난 힘을 사용 가능했다.
동종의 용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면, 드래곤의 적은 없을 터.
케일은 이번에 드래곤을 용 혼혈까지 포함해 일곱이나 데리고 왔다. 겁날 게 없다.
‘그래, 조금 골치 아프지만.’
케일은 입술을 깨물었다.
좌절하지는 않아도 모두 고민이 깊어진 것은 사실이었다.
“으음.”
그때, 누군가가 침음을 흘렸다.
그것도 굉장히 맑고 귀여운 소리였다.
“으음.”
모두의 시선이 그 방향으로 향했다.
“왜 그래?”
케일의 물음에 침음을 흘리던 장본인, 라온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인간아.”
“왜?”
“나는 되는데.”
순간, 케일은 그 말을 못 알아들었다.
“응?”
“나는 되는데!”
라온이 확신한다는 듯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리고 통통한 앞발을 내밀더니 쫙 펼쳤다. 그래 봤자 여전히 짜리몽땅했고 통통했지만.
파앗.
“어?”
케일의 눈이 커졌다.
화르르-
작은 불꽃이 라온의 앞발바닥 위에 피어올랐다.
“지금은 이 정도가 한계다! 하지만 나는 마법 할 수 있다! 시간 더 들이면 더 잘할 수 있다!”
순간 케일의 시선이 그 작은 불꽃에서 라온의 얼굴로 향했다.
칭찬해달라는 듯 배를 앞으로 쭈욱 내밀고 날개를 파닥이고 있었다.
그때, 케일은 에르하벤, 쉐리트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는 두 용이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음을 알아챘다.
‘특성.’
라온의 특성은 ‘현재’였다.
아직까지 밝혀진 것이 제대로 없는 불명확한 특성.
어쩌면 지금 라온이 저렇게 마나를 쓸 수 있는 건 특성과 관련된 것이 아닐까.
“라온. 어떻게 한 거지?”
에르하벤이 묻자, 라온이 해맑게 답했다.
“그냥, 된다!”
케일의 표정이 떨떠름해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라온은 당당했다.
“마음속으로 이렇게 오라고 하니까 마나가 왔다!”
“오라고 했다고?”
“그렇다, 금 용 할배야! 원래 하던 대로-”
라온이 말을 멈췄다.
그리고 고개를 갸웃했다.
“응?”
덜컹.
케일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너!”
성큼 다가간 케일이 라온의 코를 훔쳤다.
“코, 코피-!”
라온이 제 코피를 보고 당황했다.
그리고 이를 본 케일은 단호하게 말했다.
“마법 봉인이다.”
“응?”
“너 마법 쓰지 마.”
“응?”
“쓰면 혼난다.”
“!”
당황한 라온이 한마디를 내뱉었다.
“이, 이럴 수가!”
그러거나 말거나 케일은 다른 이들에게 눈짓했다. 고룡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들렸다.
-분명 지금 라온에게 나타나는 현상은 ‘특성’과 관련되었을 거다.
-하지만 특성을 사용했다고 이를 신체적으로 부담을 느껴 코피를 흘리는 경우는 지금껏 보지 못했다.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 나와 쉐리트 님, 밀라가 살펴보도록 하지.
그리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