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981
오히려 겉으로는 수인에 대한 나쁜 것들을 가르쳐야 했다.
그러나 베일리는 어릴 적부터 이 수인에 빠져들었고, 가문에서 가르치는 것 이상으로 격변기 이전의 수인에 관한 지식을 있는 대로 습득했다.
그 결과 전대 왕과 대니스 왕의 지지를 얻고 임무를 받아, 외교부 대신까지 올라왔다.
물론 그녀의 수인에 대한 지식은 몇몇만 아는 비밀이었다.
“아-”
이런 일들의 결과로 그녀는 지금 눈앞에 자리한 저 아름다운 여인이 누구인지 알아챘다.
‘고래족-’
분명 저 여인은 고래족이다.
바다를 지배한다고 알려진 수인.
여러 수인 종족 중 단일 공격력만으로 따지자면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자들.
하지만 지금은 그 명맥조차 불투명한 종족이었다. 그들 중 살아남은 이가 없다고 알려져 있었다.
베일리는 심장이 뛰었다.
적발과 백발. 그 곁에 존재하는 푸른 머릿결.
스노우 대공가, 하르 왕가를 떠올리게 하는 이들 사이로 고래족이 있다.
이 순간을 그녀는 뭐라 표현할 길이 없었다.
또한 이 격동하는 마음을 차마 말로 내뱉지 못했다.
제뉴가 곁에 있었으니까.
그때, 제뉴가 입을 열었다.
“무슨 수인인가 했더니, 역시 고래족이었군.”
베일리는 흠칫 몸을 떨었다.
‘역시, 저 여인의 정체를 눈치챈 건가?’
1세대 용 혼혈 제뉴. 그는 200여 년을 넘게 살았다고 알려졌다.
즉, 격변기 때부터 그는 존재해 왔다.
그리고 제뉴의 시선을 받은 고래족 여인의 입이 열렸다.
“아, 정말 다행이야.”
위티라는 웃었다.
“또 내 소개를 해야 하나 고민했네.”
반면 제뉴는 무심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보니, 격변기 이전부터 존재해 왔나 보군.”
그 말에 주변에 있던 단원들이 동요했다.
200여 년 이상 산 수인.
그런 존재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대륙 곳곳에 숨어있는 고령의 수인들이 있었다.
그들을 찾아내서 죽이는 것이 제1기사단의 비밀 임무 중 하나였다.
왜냐면 그들의 경우 지금의 수인과는 달랐으니까.
지금 2세대 용 혼혈들이 맡은 일도 고령의 수인을 죽이는 일이었다.
“…놀랍네.”
또 다른 1세대 용 혼혈이 말했다.
“이다지도 수인의 티가 나지 않는 수인이라니. 반드시 죽여야겠군.”
그리고 말을 이었다.
“나인과 웨이가 상대하지 못할 만했어.”
두 용 혼혈의 상태가 납득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질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제뉴가 위티라를 향해 말했다.
“그대들의 생각이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조용히 살아야 했다.”
제뉴는 말에서 내려섰다.
스륵.
검을 늘어뜨리며 천천히 적들에게로 걸어갔다.
“고래족은 모두 멸종했다고 들었는데.”
그 말을 들은 위티라의 입가에 미소가 더 짙어졌다.
하지만 제뉴는 여전히 표정에 변화가 없었다.
“유일하게 살아남았다면, 더 그 목숨을 이어갔어야지.”
끼기기—-
기묘한 울음소리가 그에게서 울려 퍼졌다.
단원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제뉴의 검이 울음을 터트렸다.
제국 최고의 기사 제뉴.
그가 쌓아온 명성은 그를 최고라 칭하게 만들었다.
3세대 용 혼혈 중 한 명이 외쳤다.
“대장! 당장 저 더러운 피를 지닌 년을 없애주십시오! 죽여버려요!”
그에 동조하듯 용 혼혈들 몇 명이 포스를 피워올렸다.
“크윽.”
“큭!”
“커헉!”
그에 주위에 있던 일반 사람들이 고통에 신음했지만, 그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끼기기기–
오히려 대장의 검이 우는 소리가 높아지는 것에 맞춰 더 기세를 높일 뿐.
어떤 이는 그들의 포스에 억눌리는 이들의 신음에 흥겹다는 듯 더 짙은 미소를 짓기도 했다.
단원 중 다혈질인 사람이 흥을 참지 못하고 외쳤다.
“수인 따위-”
그때였다.
“참, 저 말 듣기 싫네.”
위티라의 입이 열렸다.
그녀는 조금 전 입을 열었던 용 혼혈들을 응시했다.
“!”
그에 저도 모르게 그들은 흠칫했다.
포스가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음에도 알 수 없는 압박감이 그녀에게서 흘러나왔다.
바다를 지키기 위해, 혹은 다스리기 위해 수많은 전투를 겪어온 그녀가 쌓은 경험은 굳이 포스가 아니어도 그녀 자체에서 뿜어져 나왔다.
끼기기—
그때, 제뉴의 검이 울음을 멈췄다.
단원들의 눈이 반짝인 순간.
“이제 공격할 건가?”
위티라는 제뉴에게 가볍게 물었다.
“그래.”
제뉴가 담담하게 답했다. 그는 태연하게 이어 말했다.
“바다가 아닌 곳에서 고래를 잡을 수 있게 되었으니, 운이 좋군.”
듣고 있던 외무대신 베일리의 표정이 굳어졌다.
‘맞아. 여긴 바다가 아니야.’
고래는 물이 있어야 광폭화를 할 수 있는 만큼, 그들은 바다에서 강했다.
이곳은 저 여인에게 너무나도 불리한 전장이다.
베일리는 안타까움을 참지 못하고 고래족 여인을 바라봤다.
‘!’
그 순간, 베일리의 눈이 커졌다.
여인이 웃고 있었다.
“나야말로 운이 좋아.”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베일리가 흠칫하고, 제뉴의 눈에 의문이 떠오른 순간. 그녀는 의문에 대한 답을 알려주었다.
“여긴 물이 정말 많거든.”
아.
베일리의 입이 벌어지고, 제뉴의 눈동자에 낭패가 스며들었다.
그들은 저 말의 의미를 바로 알아들었다.
이제야 비로소 그들의 눈에도 ‘물’이 보였으니까.
“이런.”
제뉴의 입에서 짧은 말이 흘러나온 그때.
위티라는 두 팔을 벌렸다.
“바닷물이 아니라서 아쉽지만. 그래도 뭐, 이 정도면.”
쿠웅-
땅이 진동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들이 딛고 있는 바닥이 떨렸다.
“뭐야?”
“아!”
용 혼혈 1세대 중 한 명이 외쳤다.
“눈이다!”
이곳은 바다가 아니지만.
수많은 물이 존재했다.
바로, 사방을 뒤덮은 새하얀 눈.
위티라의 시선이 하늘을 향했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이 보였다.
그녀의 고향은 대륙의 북부 바다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바다 위에 떠 있는 얼음 덩어리로 된 땅이었다.
사시사철 추운 곳.
눈이 정말 많이 내리는 곳.
여름에도 녹지 않는 얼음 땅.
왜 고래족이 거기에서 살까.
위티라는 그 이유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주위에 가득한 물에 만족하며 살았을 뿐.
위티라가 가볍게 발을 굴렀다.
쿠웅-
묵직한 소리와 함께 다시 한번 바닥이 진동했다.
그에 토벌대가 반응을 하기도 전, 제뉴의 검이 위티라를 향하기도 전.
제뉴와 위티라의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잖아.”
그 말이 무엇을 뜻하겠는가.
이미 그녀를 비롯한 동료들은 적들을 맞이할 준비를 끝냈단 소리였다.
그에 제뉴는 깨달았다.
덫이다.
콰아아아아—
굉음이 울려 퍼지며 땅이 솟구쳤다.
아니, 눈이 솟구쳤다.
순간이지만, 하늘이 아닌 땅에서 하늘로 눈이 내리는 것만 같았다.
쏴아아-
어디선가 파도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눈이 녹았다.
물이 되었다.
눈 알갱이가 한 방울의 물이 되어 뭉쳤다.
그리고 파도가 되었다.
쏴아아-
바다에서 들려야 할 소리가 북부의 척박한 땅 위에 울려 퍼진 순간.
거대한 파도는 토벌대 주위를 감쌌다.
원형의 거대한 파도 벽이 만들어졌다.
“아-”
베일리는 푸른 물결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광경에 감탄을 흘렸다.
하지만 곧 소름이 돋았다.
쩌엉—!
파도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 아름다운 물결조차 꽁꽁 얼었다.
한참 고개를 들어야 끝에 도달하는 높은 벽은 당장이라도 토벌대를 덮칠 것 같은 파도의 모습 그대로 멈췄다.
그리고 그 거대한 벽의 입구는 오로지 푸른 머릿결의 여인이 서 있는 곳에만 존재했다.
베일리는 자신이 마치 거대한 원형 경기장에 가둬진 것 같았다.
이곳이 무대 같았다.
‘아니지.’
이곳은 고작 경기장 따위가 아니다.
감옥이다.
고래족 여인은 토벌대를 얼음 파도 감옥에 가뒀다.
압도적인 광경에 베일리의 눈에 이채가 감돌았다.
생각 이상으로 고래족이 강하다.
어쩌면 우리가 이길 수도-
“크윽!”
하지만 베일리는 신음을 토하며 바닥에 쓰러지듯 주저앉아야 했다.
고개를 들 수도 없었다.
제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덫이라면 부수면 그만이지.”
제뉴의 포스가 사방을 뒤덮었다.
난폭하지도, 거대하지도 않은 무형의 기운은 서늘한 칼날과 같았다.
당황하고 혼란스러워하던 용 혼혈들이 제뉴의 포스에 정신을 차렸다.
순식간에 차분함이 기사단에 내려앉았다.
‘아.’
베일리의 눈동자에 서렸던 희망이 다시 사그라들었다.
‘제뉴는 특성이 있다고 했다!’
진정으로 선택받은 존재만이 가질 수 있는 그 힘.
저놈은 그 힘을 가졌기 때문에 단장 자리에 앉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제뉴는 검을 치켜들었다.
끼기기—
검은 기운이 솟구쳐 올랐다.
원형의 감옥 입구를 향해 겨눠졌다.
제뉴의 입이 열렸다.
적이 덫을 놓았다.
하지만 덫을 없애면.
“사냥에 실패한 사냥꾼의 말로는 죽음뿐.”
그때였다.
“뒷일은 내 몫이 아니라서.”
위티라는 그의 검에 조금도 두려움을 내비치지 않으며, 오히려 아쉽다는 듯 웃으며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그녀가 한 사람을 바라봤다.
제뉴도 따라 그를 바라봤다.
붉은 머리칼의 남자.
저자가 나서는 건가.
저자의 정체는 무엇인가.
제뉴의 머릿속에 몇 가지 생각이 떠오른 순간.
“날이 추우니, 얼른 끝내죠.”
태연하게 붉은 머리칼의 남자, 케일이 말했다.
“!”
그리고 제뉴는 숨이 막혀왔다.
“크윽-”
미세한 신음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의 동공이 흔들렸다.
눈이 커졌다.
표정이 처음으로 변했다.
놀람이 그의 얼굴에 서렸다.
그의 입이 열렸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내뱉지 못했다.
“커헉!”
오히려 더 큰 신음을 토해낼 뿐.
털썩.
툭.
주변에서 주저앉는 소리와 무기를 놓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제뉴는 옆을 볼 수가 없었다.
그저 한쪽 무릎을 꿇으며 간신히 검을 손에서 놓지 않을 뿐이었다.
‘이, 이게 무슨-’
공기가 그를 조여왔다.
보이지 않는 기운이 그를 압박했다.
아니, 지배했다.
-…이, 인간아! 확실히 내 몸통만큼 강해 보인다!
케일은 라온의 말을 들으며 무심한 얼굴로 앞을 바라봤다.
신성 제국 최고의 제1기사단.
5명.
그들 중 지금 고개를 들고 케일을 바라보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모두 그를 경배하듯 무릎을 꿇고 가쁜 숨을 내쉴 뿐.
케일의 귓가로 지배하는 아우라의 촐랑거리는 중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나 진짜 너무 세다니까. 아직 망토도 안 쓰고, 왕관도 안 썼는데, 우리 상대가 안 되네! 하하하! 다음에는 용이랑 한번 기세로 맞짱 뜨자!
그리고 케일은 생각했다.
‘아, 춥다.’
진짜 들어가서 따뜻한 벽난로 옆에서 눕고 싶다.
-인간아, 춥나?
케일은 귀신같이 제 상태를 알아채고 라온이 건넨 말에 조금 놀랐다.
-인간아, 체온 마법 해줄까?
하지만 이어진 라온의 말에 살짝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현재 라온과 라쉴에게 마법 사용을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해 놓은 상태였다.
“으음.”
아니다.
체온 보조 마법 조금만 써달라고 할까?
케일은 잠시 고민했다.
물론 여전히 그의 눈동자는 별생각 없이 무릎 꿇고 있는 용 혼혈 다섯 명에게로 향해 있었다.
“…….”
그리고 그 광경을 본 베일리 외무대신은 말 한마디조차 내뱉지 못했다.
‘분명히-’
분명 조금 전에, 제뉴가 뿜어낸 포스와 그 기운에 정신을 차린 용 혼혈들의 포스에 억눌려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했던 베일리였다.
특히, 노쇠한 몸은 다른 이들보다 더 포스에 취약했다.
오랫동안 이 약한 왕국에서 외교를 도맡아 하며 쌓아놓은 정신력이 아니었다면, 뭔 사달이 났어도 났을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갑자기 거대한 기운이 바람을 타고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 기운은 그녀를 옥죄지 않았다.
하지만 제 머리 위를 지나가는 거대한 기운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만약 드래곤이 제 머리 위를 지나간다면, 이런 기분이 들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그 기운이 포스를 모두 없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토벌대 주위에 만연하던 포스들이 저 기운을 맞이하는 순간 스스로 소멸했다.
‘그리고, 그리고-’
용 혼혈들이 하나둘 무기를 놓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단장 제뉴는 무기를 손에서 놓지 않았지만, 한쪽 무릎을 꿇었다.
이런 광경을 베일리는 살면서 처음 보았다.
주륵.
식은땀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용 혼혈을 저 정도로 압박할 기운이라면, 평범하고 나이 든 자신은 마주하는 순간 숨이 막히거나 혹은 기절하였을 것이다.
그녀의 시선이 붉은 머리칼의 남자에게로 향했다.
‘설마 저자, 드래곤인가?’
순간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어느 드래곤이 하르 왕국 사람들을 감싼 포스를 없애고, 용 혼혈들을 압박한단 말인가?
하르 왕국은 교단과 드래곤에게 반기를 들었단 이유로, 제국에서 왕국으로 강등되며 드래곤들의 미움을 받고 있었다.
드래곤들에 의해 이 땅이 초토화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인 상황이었다.
그런데 용이 그런 우릴 돕는다고?
‘아.’
문득 한 소문이 떠올랐다.
대륙 어딘가에 외톨이 드래곤이 있다고.
그 드래곤이 대륙 곳곳을 돌아다니며 수인을 구하고, 교단의 행사에 고통받는 이들을 돕는다고.
하지만 그 실체를 베일리는 끝내 발견하지 못했고 하나의 헛소문으로만 치부했었다.
‘그렇다면 저자는 그 드래곤일까?’
아니다.
베일리의 직감이 말해주었다.
‘저자는 그 드래곤이 아냐.’
분명 다른 세력이다.
‘!’
눈이 마주쳤다.
베일리는 무심하고 평온한 눈빛에 저도 모르게 시선을 피했다.
‘이런.’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그녀는 고개를 들다가 보았다.
“크윽!”
“음.”
용 혼혈들이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을.
그들의 눈동자에 서린 공포를 베일리는 똑똑히 보았다.
그녀는 알 수 없는 용기가 속에서 피어올랐다. 그녀는 힘차게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붉은 머리칼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와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