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983
제뉴의 투쟁과 라쉴의 불굴.
제뉴가 가진 특성도 사용하기에 따라 상당히 좋은 능력이었지만, 라쉴의 불굴 앞에서 힘을 못 썼다.
비슷한 결의 힘이 부딪쳤지만, 제뉴는 제대로 된 반격조차 못 했다.
“음.”
케일은 문득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다.
“약한데.”
응?
케일은 누가 제 속마음을 말한 것 같아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엔 후드 아래 번들거리는 눈동자의 하나가 케일을 바라보고 있었다.
“야, 마음껏 싸우게 해준다더니, 왜 이리 다 약해?”
라온의 목소리가 뒤이어 들려왔다.
-인간아! 하나가 눈이 맛이 갔다! 왜 갔지?
몰라.
케일은 슬그머니 하나의 시선을 피했다.
이 아피토유에서 최강 국력을 지닌 신성 제국.
그곳의 최고 무력 집단인 제1기사단.
용 혼혈로 이루어져 그 힘이 엄청날 것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만큼은 아냐.’
용 혼혈 웨이와 나인의 예도 그렇고.
‘…우리 용 혼혈에 비하면 다 너무 약한데?’
물론 본 드래곤이 되어버린 우리 용 혼혈은 일반적인 용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용 혼혈이 아니라 키메라에 가까웠다.
더불어 드래곤 로드의 자식을 시작으로 몇 명의 용 심장을 먹은 놈이 우리 용 혼혈이다.
‘!’
케일은 순간 흠칫했다.
‘뭐야.’
나 왜 용 혼혈보고 우리 용 혼혈이라고 해?
그는 제 생각에 놀랐다. 그러면서도 체감했다.
‘얼른 이름을 합의 봐야겠네.’
이름을 못 정한 상태다 보니, 계속 다른 용 혼혈들과 헷갈려서 ‘우리’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되는 것 같았으니까.
‘어쨌든, 그래도 너무 약한데.’
용 혼혈로 이루어진 제1기사단.
그들이 정말로 신성 제국의 최고 무력 집단일까?
‘좀 알아봐야겠어.’
생각을 정리한 케일은 입을 열었다.
라쉴의 앞에서 꼼짝도 못 하고 있는 저 용 혼혈들을 기절시켜서 데려가야 했다.
‘저 녀석들의 입이 정보니까.’
하지만 케일은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어째서-”
드래곤 피어에 제대로 기를 펴지 못했던 용 혼혈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그녀는 3세대 용 혼혈 중 한 명이었다.
“어째서, 드래곤께서 인간을 보호하시는 겁니까?”
그녀는 진심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에 답해줄 이는 없었다.
케일은 듣지 않은 사람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라쉴 님, 이제 그만 다 데리고 돌아가죠.”
라쉴이 슬쩍 쳐다보자, 케일은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참으로, 든든하네요.”
“흥.”
콧방귀를 뀐 라쉴이 입을 열었다.
“네놈들한테 맡기면 시간만 오래 걸리니, 내가 하도록 하지!”
“말도 안 돼!”
3세대 용 혼혈이 다시 비명처럼 내뱉었다.
라쉴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위대한 드래곤께서 어찌하여 저 미천한 인간의 명령을 들으시는 겁니까? 왜!”
그녀는 진정 믿을 수가 없었다.
태어나고 자라오며, 보았던, 들었던 것들 중 어떤 경우에도 이런 상황은 없었다.
“드래곤이 인간의 말을 듣다니, 이건, 이건! 드래곤의 존재에 큰 폐를 끼치는-”
주먹이 날아왔다.
퍼억.
“커헉!”
그녀의 턱이 라쉴의 주먹에 맞아 튕겨졌다.
이런 아픔은 처음이었다.
눈물이 맺힐 것만 같았다. 그녀는 겨우 고개를 돌려 저를 때린 용을 쳐다봤다.
그리고 흠칫했다.
“…….”
가만히 저를 내려다보는 용의 눈빛.
저건 분명 ‘드래곤’이 맞다.
말조차 섞기 싫다는 듯, 내리깔아보는 저 눈빛.
드래곤들은 그들의 피를 이어받았음에도 용 혼혈들을 저렇게 바라봤다.
물론 온화하게 대하는 용들도 몇 있었지만, 꽤 많은 수는 용 혼혈들을 상대조차 하지 않았다.
그것이 ‘완전한 위대함’, ‘순수한 피’이기 때문이라 생각하던 그녀였기에.
“짜증 나네.”
저를 멸시하듯 바라보는 용의 시선에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져 왔다.
하지만 이어진 말에 눈을 크게 떴다.
라쉴은 한껏 짜증에 가득 차서 말했다.
“뭐 이런 편협한 사고방식을 가진 새끼가 다 있어?”
뭐, 편협?
용 혼혈은 기가 막혀서 외쳤다.
“편협이라니요, 이건 진실이자 진리입니다!”
일부 드래곤들에게 경멸을 받아도, 그럼에도 그 피를 이었기에 떠받들어지며 자라온 용 혼혈은 입을 열었다.
그녀는 어떤 사명감을 느꼈다.
이 눈앞의 용에게 진리를 설파할 위대한 기회.
그렇기에 그녀는 입을 열었다.
“신조차 버린, 망가져 버린 세계를 유지하고 있는 위대하신 드래곤!”
그녀의 목소리가 황량한 눈밭에 울려 퍼졌다.
“드래곤은 신이다!”
그 와중에 또 다른 용 혼혈이 숨을 골랐다.
마음을 진정시켰다.
조금 전 특성을 사용하는 제뉴에게 시선을 받았던 그 용 혼혈이었다.
‘기회는 지금뿐이다.’
저 미친 단원 놈이 용을 상대로 말을 지껄이는 이 순간.
‘수를 써야 돼.’
뭔 짓을 해도 해야 한다.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떠올려 보았다.
‘텔레포트는 안 된다.’
그 정도 규모의 마법은 저 용에게 들킬 것이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마나를 사용하는 것이 가능할 거야.’
자신이 마법을 쓰는 순간, 저 용이 그 사실을 느끼는 순간.
그 찰나에 모든 것이 끝나는 정도의 마법 혹은 마나 사용이 가능할 터.
‘…반드시, 제국에 이 상황을 알려야 해.’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인과 웨이를 제외한 3세대 용 혼혈 2명. 하나는 패닉에 빠져서 겁도 없이 지껄여대고, 다른 하나는 넋이 나가 있었다.
이런 상황이 처음이라 그러할 터.
그러다 또 다른 1세대 용 혼혈과 눈이 마주쳤다. 그가 살짝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래. 이 수밖에 없지?’
상대도 자신의 뜻을 알아챈 듯싶었다.
그에 결정을 내렸다.
자신이 할 것은 단 하나다.
‘폭주밖에 안 남았군.’
용 혼혈은 ‘폭주’라는 최후의 수단이 존재했다.
‘빌어먹을!’
그리고 반드시 그 끝은 죽음뿐이다.
‘제길!’
1, 2세대 용 혼혈들은 3, 4세대의 용 혼혈들이 모르는 것을 하나 알고 있었다.
바로, ‘폭주’였다.
그들이 가진 몸 안의 드래곤 피를 폭주시켜, 가장 강력한 힘을 얻는 동시에 결말은 죽음뿐이라는.
그 위험한 힘.
‘어쩔 수 없지.’
용 혼혈은 그 힘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충성심이 얕은 2, 3세대와 달리 1세대의 경우는 제국과 교단을 향한 충성심이 깊었다.
‘제국을 위한 일이다. 세상의 규칙을 위한 일이야.’
혼란에 빠진 세상을 구한 것은 드래곤과 교단이다.
그때, 막 지껄이고 있는 3세대 용 혼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인 드래곤을 경배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한 의무입니다!”
미친놈.
웃음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그 웃음을 속으로 삼켰다.
쿵. 쿵.
심장이 뛰었다.
‘폭주를 하면-’
그리고 자신이 죽으면.
‘중앙 신전에서 안다.’
용 혼혈의 죽음은 곧장 중앙 신전에서 알아차릴 수 있는 장치가 되어 있었다.
‘특히 폭주를 하다가 죽으면-’
최고 등급의 경보인 적색 등급 혹은 그 아래의 녹색 등급의 경보가 나오지 않을까.
‘그것만으로도 교단에 도움이 될 것이다.’
쿵. 쿵.
다시 심장의 박동이 느껴진다.
1세대 용 혼혈들 중 대부분이 죽었다.
그들 중 살아남은 이는 몇 되지 않았다.
‘이렇게 죽겠군.’
그리고 오늘 자신도 죽을 터.
긴장감이 밀려왔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교단에 대한 충성심. 그리고-
‘저 용의 눈을 피해야 한다.’
저 용의 눈을 피해, 순식간에 폭주해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은 하나뿐.
‘…보석을 부순다.’
보석.
이는 용 혼혈 오른쪽 가슴에 박힌 반짝이는 결정체를 칭하는 은어였다.
용의 피를 이어받았다는 증거인 이 아름다운 결정체를 부수는 순간, 몸 안의 드래곤 피가 폭주할 터.
‘마나로 순식간에 꿰뚫는다.’
주변을 살폈다.
“드래곤이 만든 세상의 법칙을 따를 때, 비로소 이 세계는 균형을 찾는다!”
교리를 지껄이는 3세대 용 혼혈에게 시선이 집중되어 있었다.
심지어 드래곤조차도.
무슨 말을 하는지 들으려는 모습 같아 보였다.
‘…….’
천천히 손을 움직여, 오른쪽 가슴 쪽으로 이동했다.
‘찰나야.’
마나를 손에 모아서 일순간 보석을, 내 몸을 꿰뚫는다.
그러면 된다.
손이 떨려왔다.
제 몸을 제 손으로 공격할 생각을 하니까.
하지만 마음은 침착해져 왔다.
‘모든 것은 이 세상의 규칙을 위해.’
교리 중 하나를 읊조린 그는 드래곤을 응시하며 오른손에 힘을 주었다.
마나를 모으자.
저 드래곤이 움직이기 전에, 내가 먼저 나를 죽이자.
그때였다.
“폭주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용 혼혈의 눈이 커졌다.
누군가 ‘폭주’라고 외쳤다.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용 혼혈이 폭주를 할지도 모릅니다!”
하르 왕국의 외무대신 베일리.
그녀가 그를 노려보며 외쳤다.
“용 혼혈이 폭주를 해서 죽으면, 그 소식이 교단에 전해질 겁니다!”
용 혼혈은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그걸, 어찌 너네 따위가-”
안단 말이냐?
차마 뒷말을 잇지 못하는 그에게 베일리는 미소를 지었다.
기쁨보다는 회한이 서린 미소였다.
베일리는 속으로 외쳤다.
‘우리도 그냥 가만히 있었던 게 아니다!’
하르 왕국은 그간 어떻게든 정보를 끌어모았다.
제국의 감시 아래 무력을 제대로 키울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그나마 ‘정보’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냐며. 마구잡이로 모아온 정보였다.
그중 하나가 이 내용이었다.
이를 위해 얼마나 많은 정보원들이 희생을 해왔던가.
하지만 그 정보가 이렇게 도움이 되었다.
헛된 일이 아니다.
베일리는 그 사실에 미소를 지었다.
저를 보며 구겨지고 허탈해하는 용 혼혈의 얼굴을 바라보며.
“아하.”
그때,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용 혼혈은 제 코앞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흠칫 어깨를 떨었다.
‘언제 왔지?’
누가 다가오는지도 몰랐다.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강직하면서도 묘하게 신뢰감을 주는 차분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하는 행동이 이상하길래, 주의해서 봤는데. 폭주라니. 그러면 곤란하죠.”
백발 녹안의 남자가 용 혼혈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어딘지 모르게 성스러워 보였다.
순간 신관인가,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는 차분히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말했다.
“그분의 앞길에, 변수는 나타나선 안 되지요.”
그분?
그 단어에 용 혼혈이 의문을 가지기도 전, 용 혼혈은 백발 남자의 말이 귓가에 제대로 닿지도 못했다.
툭.
오른쪽 가슴을 꿰뚫으려고 했던 자신의 손.
그 손목이 잘려서 바닥으로 떨어졌으니까.
“…….”
자신의 손이 눈밭으로 떨어지며 붉은 피를 흩뿌리는 상황.
비현실적인 광경에 순간 아픔조차 느끼지 못하고 용 혼혈의 말문이 막혔을 때.
백발의 남자, 클로페는 웃으며 케일을 바라봤다.
그분의 앞길에 변수가 나타나서는 안 된다고 말하던 클로페.
“그렇지요?”
그가 나직이 건넨 말에 케일은 다른 의미로 말문이 막혔고.
“미친놈.”
소드 마스터 하나가 중얼거리는 말에 케일은 고개를 저도 모르게 끄덕일 뻔하다가 겨우 참고 입을 열었다.
“일단, 다 기절시켜요.”
그리고 토벌대에 있는 하르 왕국 측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당신이 베일리죠?”
사뭇 상냥하게 말하는 케일이 내민 손을 베일리는 붙잡고 일어섰다.
그녀는 저를 바라보는 붉은 머리칼의 남자를 보며 생각했다.
‘어쩌면-’
어쩌면 지금 엄청난 일의 시작을 자신이 함께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이 세상의 규칙이 한 번 더 바뀌는 기회가 오지 않을까.
알 수 없는 기대감으로, 이제는 늙어버렸다고 생각한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
케일은 제 맞은편에 앉아있는 외무대신 베일리에게 따뜻한 차를 건넸다.
그리고 베일리는 그 차를 받아 들며 혼란에 가득 찬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 아무것도 모르신다고요?”
케일은 사뭇 온화하게 답했다.
“네.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냥 사실을 말했다.
아주 단호하게.
“스노우 대공가라니요. 저는 그런 가문은 들어보지도 못했고 하나도 모릅니다. 정말 하나도요. 저와는 어떠한 관련이 없는 가문입니다. 먼지 한 톨만큼의 관련성도 없죠.”
계속 이 질문을 받을 것 같아, 이참에 확고하게 사실을 말한 케일이었다.
“…그, 그렇군요.”
그리고 너무나도 확고한 부정에 외교를 담당하는 대신 베일리는 확신했다.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고 했다,’
분명, 이 적발의 남자는 스노우 대공가와 연관이 있구나!
눈앞의 남자와 스노우 대공가의 연관성.
이 한 문장 때문에 베일리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반면에 케일은 레몬차를 한 모금 마셨다.
‘편하게 됐어.’
토벌대 인원 중 하르 왕국의 외무대신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케일은 번거로운 과정을 겪을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국왕을 만나기 쉬워지겠어.’
왕궁에 어떻게 쳐들어가나, 아니, 잠입하나, 아니, 방문하냐에 대해 아주 잠시 동안 고민하던 케일로서는 지금 상황이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장관님.”
그렇기에 절로 온화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혹 우리의 행동이 하르 왕국에 폐가 되었을까요?”
신성 제국의 토벌대를 납치했다.
그 과정에서 유혈사태도 조금 있었다.
케일은 앞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야 할 하르 왕국의 입장을 생각해 예의상 한번 물어봤다.
‘!’
그리고 베일리의 표정이 아주 찰나 굳어졌다가 평소대로 돌아왔다.
너무 순식간의 일이라 케일은 이를 미처 알아채지 못했지만, 베일리의 심장은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시험인가?’
하르 왕국의 어떠한 기사단도, 병력도 신성 제국의 제1기사단을 막지 못한다.
그런 존재를 가볍게 제압한 이들이 하르 왕국을 걱정한다.
오히려 하르 왕국이 저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 봐 걱정해야 할 판국에 말이다.
‘저 질문의 속뜻은 두 가지다.’
지금 이 순간. 수십여 년간 외교부에서 일해온 베일리의 연륜과 촉이 말해주고 있었다.
케일 헤니투스.
정체를 알 수 없는 강력한 자들의 리더.
저 사람이 건넨 물음.
혹 우리의 행동이 하르 왕국에 폐가 되었을까요?
그 안에 담긴 두 가지.
베일리는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첫 번째로, 하르 왕국이 어떻게 나올지 지켜보겠다는 의미겠지.’
그녀는 아직 이 검은 성에 머물고 있는 케일 헤니투스의 세력을 모두 살펴보지 못했다.
하지만 백여 명이 이곳에 머물고 있다는 말은 집사로 보이는 이에게 들었다.
‘아직 내가 보지 못한 이들도 강할 거야.’
왜냐면 케일 헤니투스도, 심지어 성의 집사조차도 신성 제국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래서 저들은 궁금한 거야.’
하르 왕국이 신성 제국 쪽인지 아닌지에 대해.
그리고 하르 왕국의 태도에 따라 앞으로 자신들의 행동 방향을 결정짓겠지.
‘물론 아직 이들은 하르 왕국에 우호적이야.’
그러니 마을을 구하고, 기사 샘을 구한 것이리라.
여기까지 생각하자, 베일리는 두 번째 속뜻을 자연히 떠올릴 수 있었다.
‘…스노우 대공가와 연관이 분명 있어!’
그러니 베일리를 떠보면서도 하르 왕국에 대한 걱정을 숨기지 못하는 것일 터.
베일리는 답을 내렸다.
그녀는 자신이 해야 할 말이 무엇인지 알아챘다.
“케일 경.”
케일 헤니투스.
스노우라는 성을 쓰지 않는 자.
스스로를 ‘경’이라 부르면 충분하다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