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984
그는 단순히 폐를 끼쳤냐는 말에 ‘네, 아니오’의 대답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왕궁에 방문하실 의향이 있으십니까?”
순간 베일리는 케일의 입가에 지어지는 미소를 볼 수 있었다.
그는 미소를 머금은 채 부드럽게 물었다.
“방문하려고 한다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서로 물음만 오가는 와중에, 베일리는 물음이 아닌 답을 건넸다.
“제가 모시고 가겠습니다.”
됐다.
케일은 흡족한 마음에 미소가 더 짙어졌다.
‘말이 통하네.’
그러나 베일리의 표정은 웃고 있지 않았다.
“다만 은밀히 움직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녀의 말에 케일의 표정이 묘해졌다. 그는 곧장 물었다.
“왕궁 내에 우리를 환영하지 않는 이가 있단 말입니까?”
베일리는 바로 제 속뜻을 알아듣는 케일의 영리함에 감탄하며 답했다.
“네. 그런 이들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전하께서는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
“국왕 전하는 신성 제국에 적대적이고, 그 밑의 신하들 중에는 꽤 많은 이들이 제국 쪽에 붙었다고 보면 되겠군요.”
“그렇습니다.”
케일은 굳이 더 꾸미지 않고 물었다.
“장관님. 국왕 전하가 하르 왕국의 뜻을 대변합니까?”
왕국의 주도권을 누가 쥐고 있냐.
“저와 재상이 살아있는 한, 전하께서는 어떻게든 뜻하신 바를 이루실 겁니다. 다만, 저와 재상은 노쇠하였지요.”
외무와 내무를 각기 담당하는 베일리와 재상.
두 사람이 왕을 든든하게 받치고 있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들이 늙었으니, 언제 권력의 방향이 틀어질지 모른다는 뜻이기도 했다.
케일은 곧장 입을 열었다.
“저는 번거롭고 시간 오래 걸리는 일은 싫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국이 뭔가를 알아차리기 전에 먼저 국왕 전하를 뵈러 가시지요.”
한 나라의 왕이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왕의 결정에 따라야 했지만.
베일리는 이 자리에서 확언을 내렸다.
케일 헤니투스와 그의 동료들은 분명 국왕이 지금껏 기다리던 자들이 맞았으니까.
그녀는 말을 이었다.
“원래라면, 여기서 수도까지 가는 길에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텔레포트 마법으로 가실 거지요?”
“네.”
드래곤 라쉴을 본 베일리는 당연하다는 듯 물었고, 케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드래곤들은 마법을 쓸 수 있으니까.’
드래곤 피어를 통해 영역을 장악하면 텔레포트도 가능하다.
담담한 케일의 모습에 베일리는 눈치를 살피다가 최대한 담담한 척하며 물었다.
“케일 경.”
아주 중요한 질문이었다.
확답을 들어야 한다.
“앞으로, 신성 제국에 폐를 끼칠 일이 많습니까?”
케일은 베일리가 무엇을 염려하는지 알고 있기에 망설임 없이 답해주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내 신성 제국에 폐를 끼칠 겁니다.”
베일리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렇다면, 하르 왕국에 케일 경이 폐를 끼칠 일은 없을 겁니다. 전하께서도 분명 그리 답하실 겁니다.”
“흡족한 말씀이군요. 그럼 장관님, 두 가지만 더 여쭤보아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요.”
베일리는 무엇이든 답할 마음이 되어 있었다.
“쿨럭!”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기침이 튀어나왔다.
“도련님.”
검은 성의 집사가 다가와 그녀에게 손수건을 건네며 케일을 나직이 불렀다.
“긴 대화는 어렵겠군요.”
케일이 건네는 말에 베일리는 손사래를 쳤다.
쿨럭, 쿨럭. 하지만 계속 기침이 튀어나왔다.
아무래도 고령인 데다가 험한 눈밭을 지나왔으며 더불어 일반인의 몸으로 용 혼혈의 포스 등을 겪으며 몸에 무리가 갔다.
큰 부상을 입은 것은 아니지만, 쉬어야 하는 몸 상태였다.
“괜, 괜찮습니다.”
한사코 베일리는 더 대화를 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그럼 짧게 묻죠.”
케일은 곧장 들어야 하는 질문만 건넸다.
외교를 담당하는 장관이기에 누구보다도 가장 잘 알 분야였다.
“앞으로 신성 제국에서 어떻게 나올 것 같습니까?”
베일리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기다리던 물음이었다.
“오늘 밤, 아니 내일까지는 기다리겠군요. 내일까지 제뉴 기사단장이 어떠한 보고도 하지 않는다면. 더불어 용 혼혈 중 어느 누구도 죽지 않는다면.”
그녀가 손가락을 세 개 폈다.
“세 가지 행동을 동시에 보일 겁니다.”
“경청하겠습니다.”
케일이 가만히 들을 준비를 하자, 베일리는 입을 열었다.
“첫 번째로 토벌대를 또 보낼 겁니다.”
이는 케일도 예상한 바였다.
“다만 그 안에 용 혼혈 기사 외에도 이단심문관을 포함시킬 겁니다.”
케일은 잠시 손을 들어 그녀의 말을 끊었다.
“이단심문관은 어떤 이들입니까?”
베일리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에 케일은 웃으며 덧붙였다.
“저는 정말 아무것도 모릅니다.”
베일리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겸손함을 내세워,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와 하르 왕국 정보 간의 차이를 발견하기 위함이겠지.’
그렇다면 단순한 답은 안 된다.
보편적으로 알려진 것이 아닌, 숨겨진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이단심문관은 표면적으로 신성 제국에서 이단 혹은 사이비로 의심받는 인물 혹은 단체를 찾아가 판결을 내리는 이들이지만. 그들이 실질적으로 하는 일은 ‘청소’입니다.”
“청소요?”
“네. 교단과 제국이 대륙을 장악하는 일에 폐를 끼치는 모든 존재를 말살하는 청소를 하지요.”
제국과 교단의 그늘 속에 몸을 숨긴 채, 청소 작업을 해 오는 이단심문관.
“그들의 힘은 용 혼혈 기사단에 조금 못 미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제국을 떠받치는 막강한 전력 중 하나죠.”
“그리고요?”
케일은 베일리의 설명이 끝나지 않았음을 알고 질문을 던졌다.
그에 베일리는 역시 그가 원하는 대답은 겉으로 드러난 것이 아님을 알아채고 입을 열었다.
몸은 힘들었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빛나고 있었다.
“저희 하르 왕국에서 알아낸 바에 의하면, 이단심문관들이 신성 제국의 가장 강력한 전력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후우.
잠시 말을 멈추며 그녀는 기침이 나오려는 속을 가라앉혔다.
반백발의 집사가 건네주는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달칵.
찻잔을 내려놓으며 베일리는 말을 이었다.
이단심문관을 최고 전력이라고 여기는 이유는-
“그들은 인간으로 알려져 있지만. 저희가 모은 정보를 바탕으로 내린 결론은 인간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요?”
베일리는 정보를 바탕으로 알아챈 사실에 처음에는 얼마나 놀랐던지 모른다.
“이단심문관은-”
그들은.
“엘프입니다.”
드래곤을 가장 곁에서 모시는 자들이었다.
‘오.’
케일은 감탄을 속으로 내뱉었다.
엘프.
이건 생각지도 못했다.
‘하긴 세계수를 드래곤이 차지하고, 자연히 엘프들도 수하처럼 부리고 있겠지.’
케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럼 첫 번째 토벌대를 한 번 더 보낸다. 그 외의 두 가지는요?”
베일리는 엘프라는 단어를 들었음에도 조금의 거리낌이 없는 케일의 모습을 머릿속에 기억해 두며 입을 열었다.
“두 번째는 국왕 전하에게 연락을 취할 겁니다.”
“하르 왕국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보려는 것이겠군요.”
“그렇습니다.”
이 또한 당연한 행동 수순이었다.
“그럼 세 번째는요?”
“그건-”
베일리는 처음으로 말을 망설였다.
하지만 곧 그녀의 시선이 방 한쪽에서 졸고 있는 반삭발의 라쉴에게로 향했다.
그 시선을 따라 케일도 라쉴을 바라보았고.
“말 안 해도 알겠군요.”
세 번째를 알게 되었다.
“교단에서 드래곤을 끌어들인다는 겁니까?”
“네. 반드시 그럴 겁니다.”
신성 도시가 제국이 된 이래, 단 한 번도 용 혼혈 기사단 절반이 갑자기 연락 두절이 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중앙 신전은, 교황은 드래곤에게 연락할 것이다.
“당장 드래곤이 에르게 산맥을 찾아오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만에 하나 드래곤이 곧장 이곳에 올 수도 있습니다.”
베일리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아마 온다면 한 명 정도의 드래곤이 올 겁니다.”
“그렇군요.”
케일은 생각했다.
‘드래곤 하나면, 일단 그놈을 잡아서 추궁을 좀 해볼까?’
에르하벤 님이 먼지 나도록 패면 술술 다 내뱉지 않을까?
드래곤 여섯이서 드래곤 하나 두드려 패는 건 쉬울 것 같은데.
“…….”
베일리는 침을 꿀꺽 삼켰다.
너무나도 태연한 케일의 눈빛과 언제 졸았냐는 듯 눈을 반짝이는 드래곤 라쉴을 보며 절로 기대감이 차올랐으니까.
“쿨럭!”
하지만 나이가 든 몸은 이런 기대감을 품는 것도 버거워했다.
“이런.”
케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른 가서 쉬시죠. 잠깐 쉬고 계시면, 텔레포트 준비가 끝나는 대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한 가지가 남았잖습니까.”
베일리는 케일의 의문이 두 가지였음을 기억하고 있었다.
“다른 하나는 무엇입니까?”
“음.”
잠시 망설이던 케일은 말했다.
“용 혼혈은 만들어진 존재입니까?”
“하.”
베일리가 천장을 보며 탄식과도 같은 웃음을 터트렸다.
“교단에서는 용 혼혈이 태어난 존재라고 말하지만.”
그녀의 시선이 케일과 마주했다.
“저희는 수십여 년간 모은 정보를 바탕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확신은 아닌, 아직은 추측에 머무는 내용이었지만.
“용 혼혈은 분명 만들어졌습니다.”
그때, 케일의 입꼬리가 올라갔고.
침묵하던 드래곤의 목소리가 베일리의 귓가에 닿았다.
“그럼 용 혼혈들을 족쳐보면, 어떻게 된 건지 들을 수 있겠네.”
그리고 조용히 베일리를 보살피던 집사가 입을 열었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론이 말했다.
“취조는 제가 맡겠습니다.”
“!”
베일리의 눈이 커졌다.
그냥 집사가 아니었단 말인가?
“어. 부탁할게.”
케일의 평이한 대답에 그녀는 더 놀랐다.
‘여긴 만만하게 볼 대상이 단 한 명도 없구나.’
식은땀이 절로 흘러나왔다.
케일은 베일리의 몸 상태가 상당히 안 좋았음을 깨닫고, 론에게 말했다.
“장관님을 모셔다드려.”
“네, 도련님.”
베일리는 케일이 머무는 방을 떠나기 위해 걸음을 옮기다가 멈췄다.
문득 떠오른 생각 때문이었다.
“저, 케일 경-”
그녀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혹시, 드래곤께서 이곳에 몇 분이 머물고 계시는지요?”
그 순간 그녀는 케일의 입가에 지어진 미소를 볼 수 있었다.
“글쎄요. 제 생각에는 충분한 숫자만큼 머물고 있습니다.”
그의 담백한 대답에 베일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심장이 거세게 뛰었고, 그녀는 결국 작은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이 노인의 심장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정말 좀 쉬어야겠군요.”
“네. 곧 왕국 수도에 가야 하니, 짧은 시간일지라도 푹 쉬십시오.”
달칵.
베일리는 케일의 방을 나서, 손님방으로 왔다.
그곳엔 저를 기다리는 보좌관과 기사들이 있었다.
론마저 돌아가고, 침대에 누운 장관은 보좌관의 얼굴에 서린 초조함과 기대감을 보았다.
“장관님.”
“왜 그러나?”
보좌관은 망설이다가 주변 기사들, 관료들과 시선을 교환하고는 입을 열었다.
모두가 궁금해하는 바였다.
“그, 케일 헤니투스라는 분은 스노우 대공가와 연관이 있습니까?”
베일리는 눈을 감았다.
하얀 세상 속 고고히 서 있던 붉음이 떠올랐다.
“그분께서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하셨네.”
아.
누군가의 탄식이 들리는 순간, 베일리는 이어 말했다.
“설령, 그분이 대공가와 연관이 있다고 해도 우리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스노우 대공가.
그곳이 공격받을 때, 하르 왕국은 제국에 붙으려는 반대파와 제국의 압박에 무너져 어떤 도움도 제대로 전해줄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를 것이다.”
어린 왕 대니스.
그분이라면.
성이 헤니투스일지 스노우일지 알 수 없는 케일 경을 위해.
“우린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을 것이다.”
가진 것이 얼마 없더라도 말이다.
“보좌관.”
“네.”
베일리는 왕 대니스가 자신에게 건네준 가장 큰 권한을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큰 어르신께 전보를 넣어야겠다.”
보좌관의 눈이 커졌다.
“…그분 말씀이십니까?”
“그래. 내가 수도에 갈 때 함께 가서 너는 그분께 연락을 넣거라.”
베일리는 창밖을 바라봤다.
하얀 눈이 내린다.
그 눈만큼 하얀 존재.
하르 왕국의 숨은 수호자.
왕국이 멸망할 정도가 아니라면 나타나지 않을 최후의 한 수.
“하얀 뱀이 움직일 때가 왔다고.”
격변기 이전부터 살아남은, 고령의 수인족.
그녀를 불러들여야 한다.
“물론 큰 어르신이 움직일지는 그분의 뜻이겠지만, 일단 말씀은 드려봐야지.”
“움직이실까요?”
“…난 움직일 거라고 본다.”
오랜 세월이 쌓아준 경험이 베일리에게 말해오고 있다.
“…앞으로 신성 제국 혹은 하르 왕국. 둘 중의 하나는 끝을 봐야 하는 싸움이 펼쳐질 테니까.”
조국의 멸망을 언급하는 것과 달리 베일리의 눈빛은 그 노쇠한 몸에서도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기회를 찾은 자의 눈빛이었다.
***
“내가 가마.”
국왕 대니스를 보러 가려는 케일의 곁으로 고룡 에르하벤이 다가왔다.
29장. 승리의 상징
하르 왕국의 수도 델파인으로 이동하기로 결정한 후, 모든 준비는 신속하게 끝났다.
에르하벤의 뒤를 이어 최한이 앞으로 나섰다.
“저도 가겠습니다.”
에르하벤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최한 너는 이곳에 남도록. 케일, 네 생각도 그렇지?”
“어… 음.”
그는 옆에서 날개를 파닥이고 있는 라온을 가리켰다.
“저희 둘이서 갔다 와도 될 거 같습니다만?”
“안 된다.”
“안 됩니다.”
최한과 에르하벤이 동시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에 라온이 볼을 빵빵하게 만들었다.
“왜 그러나! 우리 둘이 가도 충분하다!”
후후.
드래곤 밀라가 나직이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둘 다 사고뭉치라서 안 된답니다.”
“…….”
“…….”
케일과 라온이 억울하다는 듯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그들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나, 라온, 케일. 이렇게 셋이 간다.”
더 이상의 변론은 들어줄 수 없다는 듯, 고룡이 결정을 내렸다. 그의 시선이 구석에 있던 하르 왕국 측 사람들에게로 향했다.
“…장관?”
“네, 네.”
베일리는 괜히 식은땀을 닦아냈다.
그 모습에 라온이 가까이 다가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장관아! 계속 아프나? 쉬어야 하는 거 아니냐?”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드래곤이시여.”
베일리는 지금 솔직하게 말해서 정신 줄을 놓을 것 같았다.
‘용이 몇이야?’
라온, 에르하벤, 라쉴, 밀라.
지금까지 본 용이 넷이다.
오랜 연륜이 없었다면, 아마 그녀는 진즉에 기절했을 것이다.
“…….”
“…….”
베일리의 보좌관과 기사 샘은 이미 정신 줄을 놓은 상태였기에, 그녀라도 정신을 붙들고 있어야 했다.
“장관님, 정말 괜찮으십니까?”
케일의 물음에 베일리는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굳은 표정으로 답했다.
“쉬어서는 안 되는 때지요.”
언제 신성 제국이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고 움직일지 모른다.
그러니 최대한 빠르게 행동해, 어떠한 상황에서도 대니스 왕이 당황하지 않게 해야 한다.
후우.
짧게 숨을 내쉰 베일리가 입을 열었다.
“하르 왕국에는 제대로 된 마법사가 단 한 명뿐입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제국파라고 하셨지요?”
“네. 그래서 부득이하게 국왕 전하께 따로 연락을 드리지 못하고 바로 텔레포트 해야 해서-”
잠시 말끝을 흐렸던 베일리는 이어 말했다.
“잠시 혼란이 일어나 어수선하더라도 이해 부탁드립니다.”
“네. 괜찮습니다.”
왕궁에 다짜고짜 쳐들어갈 생각을 했던 케일로서는 작은 소란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럼, 장관님. 이 좌표가 왕궁 어디입니까?”
“아-”
베일리는 미처 말해주지 못했음을 깨닫고 평이하게 말했다.
“침실입니다.”
“?”
“국왕 전하 침실이요.”
“?”
“거기가 제일 은밀하지 않겠습니까.”
케일은 잠시 침묵하다가 물었다.
“…별일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