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989
고래를 절레절레 가로젓는 그의 모습에 그제야 라온의 표정이 밝아져 갔다.
“맞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우리 인간은 이 뱀 아빠 아니다! 우리 인간은-!”
거기까지 말하더니, 라온은 슬쩍 입을 다물었다.
케일은 그 모습에 신경 쓰기보다는 시선을 돌려 작은 뱀을 바라봤다.
“드래곤이 무섭나?”
과하게 라온을 두려워하는 모습에 건넨 질문이었다.
이 뱀은 에르하벤 쪽은 쳐다도 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에 뱀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엄마가 드래곤 보면 무조건 피해야 한다고 했어.”
쉭쉭.
그러더니 케일의 볼에 다시 한번 얼굴을 비볐다.
“내가 왜 네 아빠야?”
케일의 물음에 애기 뱀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그럼 엄마……?”
“응?”
이건 또 뭔 소린가.
케일이 의아해할 때, 애기 뱀은 입을 열었다.
“엄마랑 같은 냄새.”
아.
냄새 때문에 그런다는 사실에 케일은 납득하면서도 이상함을 느꼈다.
‘가만 보니까, 엄마도 뱀 같은데. 엄마랑 같은 냄새가 난다고?’
뱀이 냄새가 나나?
아니, 내가 뱀이랑 비슷한 냄새가 나나?
무슨 소리지?
케일은 의아해하다가 이상하게 조용한 분위기에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다.
하르 왕국 쪽 사람들.
재상, 외무대신, 국왕.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려고 했지만, 계속해서 놀라는 그들의 모습을 케일은 알면서도 모른 척했다.
굳이 다 설명하고 싶지 않았고, 그럴 시간도 없었으니까.
“케일 경.”
그때였다.
외무대신 베일리가 대니스와 시선을 교환하더니 케일을 바라봤다.
그 시선은 뭔가 조금 달랐다.
‘뭐지?’
갑자기 뒤통수가 서늘해져 온다.
그러거나 말거나 베일리는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대가 드래곤이 아닌 것은 알고 있어요. 인간이라고 생각했죠.”
그렇지.
난 인간이지?
아, 뱀 수인이라고 생각한 건가?
케일은 얼른 오해를 풀기 위해 입을 열었지만, 베일리가 조금 더 빨랐다.
“…용이 되지 못한 뱀. 이무기이십니까?”
케일은 기가 막혀서, 곧장 답했다.
“아닌데요?”
이제는 하다 하다 이무기냐는 소리를 다 들어본다.
‘음.’
하지만 묘하게 찝찝했다.
왜냐면 그의 품 안 아공간 주머니 속에 붉은 왕관이 있었으니까.
그 왕관은 두 개의 왕관과 이무기의 역린이 합쳐지며 탄생했다.
‘그 역린에서 냄새가 나는 건가?’
케일은 붉은 왕관 중앙에 박혀 있는 빨간 보석. 역린이 ‘그 냄새’의 원인인가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큰 어르신이, 이무기인가 보군요.”
“…그렇습니다.”
베일리는 숨길 것도 없다는 듯, 솔직하게 답했다.
쉭쉭.
그리고 뱀은 여전히 케일의 뺨에 제 얼굴을 연신 비벼댔다.
더불어 엄마가 전하라고 한 말을 그제야 말했다.
“엄마가 아프다!”
힝.
그리고 슬프다는 듯 힘없이 고개를 수그러뜨렸다.
“…큰 어르신이 편찮으시다고요?”
그 말에 국왕 대니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하르 왕국을 지키는 최후의 한 수. 백사 어르신이 아프다는 말은 그들에게 있어서 큰일이었으니까.
케일과 에르하벤의 시선이 부딪쳤다.
둘은 굳이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그 눈빛으로 뜻이 통했다.
‘백사를 만나봐야겠지?’
‘당연하죠.’
검은 성.
그곳에서 일을 해결하고 오면, 백사를 만나야 할 듯싶었다.
‘일단 라쉴이 벌일 난장판부터 정리하고 오자.’
그리고 이곳의 용과 가볍게 대화를 해봐야겠다.
케일은 질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여기 용이 아무리 강하다고 하더라도, 그 용은 한 마리이고 케일 쪽은 강자가 상당히 많았으니까.
“일단, 전 돌아가 보겠습니다.”
***
콰아아아아아–
굉음과 함께 라쉴은 산에 처박혔다.
“크윽.”
그의 입에서 한 줄기의 피가 흘러내렸다.
“허억. 허억.”
숨을 몰아쉬는 라쉴의 눈동자는 시뻘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그는 제 손을 내려다봤다.
손등이 다 까져서 벌겋게 피가 흘러내렸다.
“이 후진 용 새끼가-”
라쉴의 눈동자에 분노가 어렸다.
하얀 눈 위로 그의 핏방울이 붉게 물들어갔다.
“후후.”
그런 그의 앞에 은발의 남자가 내려섰다.
공중에서 내려온 그의 발은 사박 부드러운 소리를 내며 눈 위에 발자국을 새겼다.
“이상하네.”
10신 드래곤 중 마지막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승리의 신. 켄달.
그는 은발을 손가락으로 배배 꼬며 입을 열었다.
“너 어디서 나타난 드래곤이니?”
그는 라쉴을 내려다보았고, 그에 라쉴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입을 열었다.
“미친 새끼.”
후후.
여전히 켄달은 웃으며 말했다.
“이상하네. 반역자 빼고는 모든 용들이 다 성수를 먹었다고 들었는데. 너 왜 성수를 안 먹었니?”
후욱 후욱.
라쉴은 입술을 깨물었다.
켄달은 재밌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대답하지 않는 라쉴을 보며 말을 이었다.
“너무 약하니까, 재미없는데. 성수 좀 가져올 걸 그랬나?”
꽉 쥔 라쉴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러면서도 그는 주위를 힐끗 살폈다.
‘도망갔군.’
클로페 세카. 그놈은 다행히 도망갔다.
‘얼른 그놈이 가서 알려야 돼.’
라쉴은 생각했다.
‘나 정도가 두 명은 와야 돼.’
눈앞의 은발 용 새끼.
이 미친놈을 상대하려면 라쉴 급의 용이 둘은 있어야 했다.
“후후.”
은발의 용은 머리칼을 배배 꼬며 웃어댔다.
라쉴은 다시 켄달에게 달려들었다.
물론 한마디를 덧붙이며.
“재수 없게 웃지 마! 머리카락도 배배 꼬지 마! 짜증 나니까!”
진심이었다.
그때, 라쉴은 멈칫했다.
감각에 다른 생명체가 느껴졌다.
“후후. 수인족들인 거 같은데?”
눈앞의 재수 없는 은발 새끼가 즐겁다는 듯 웃었다.
***
고룡 에르하벤이 펼친 텔레포트 마법진 위에 올라선 케일은 난감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너 떨어질 생각 없냐?”
“…….”
동그란 녹안이 케일을 빤히 바라봤다. 하얀 뱀은 아예 케일 목에 몸을 두르고는 떨어질 생각을 안 했다.
“너 엄마한테 안 돌아가도 돼?”
“…안 갈래.”
아기 흰 뱀은 케일의 뺨에 얼굴을 다시 비벼댔다.
케일의 눈동자에 두 앞발을 꽉 쥔 채, 어쩔 줄을 몰라서 씩씩거리는 라온의 모습이 담겼다.
‘어휴.’
한숨이 절로 나오는 광경에 케일은 눈을 질끈 감았다.
지금 이 망해버린 세계, 아피토유를 구해야 하는 상황인데. 7살 용과 더 어려 보이는 아기 뱀 사이에 껴서 이게 뭔 짓인가 싶었다.
“네 엄마 아프다며? 옆에 없어도 돼?”
케일의 말에 흰 뱀이 움찔했다.
그러다가 힘없이 중얼거렸다.
“마음 아파서 보기 힘들다.”
그 순간, 라온의 몸이 움찔했다.
방황하던 검푸른 눈동자가 흰 뱀을 빤히 바라봤다. 그러더니 이내 케일을 보며 어깨를 끌어올리고 통통한 배를 앞으로 쭉 내밀었다.
“인간아! 그냥 같이 가자! 어차피 나중에 저 흰 뱀 엄마 만난다고 하지 않았나? 그때, 만나면 된다!”
그 순간, 흰 뱀이 조심스럽게 라온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직 두려움이 남아있는 듯, 그 행동이 느리고 주춤거렸지만. 라온을 보며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착한 용……?”
라온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멋진 용이다! 아주 위대한 용이다!”
“…멋진 용?”
“그래!”
“…위대한 용?”
“그래, 아주 위대한 용!”
케일은 뱀과 용의 대화를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듣고 있다가 피식 웃어대고 있는 에르하벤에게 손짓했다.
“그냥, 텔레포트 시켜 주세요.”
“그래, 그래.”
왕 대니스는 그 광경을 보며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켄달이 나타났는데, 저렇게 태연해도 되나?’
아피토유의 살아있는 10마리의 용. 아니, 신.
그중 말석을 차지하고 있지만, 드래곤 켄달은 상당히 강했다.
이를 케일 일행도 알고 있을 텐데, 그들은 참으로 태연했다.
파아앗—!
곧 텔레포트 진이 발동했고, 케일과 라온, 작은 백사가 떠났다.
에르하벤이 은은하게 피웠던 드래곤 피어에 움츠렸던 몸을 겨우 편 하르 왕국 측 일행들이 숨을 잠시 내쉬며 두려움을 밀어내고 있을 때.
똑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밖에서 기사단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하, 톨스 공작이 뵙기를 청합니다.”
에르하벤의 시선이 대니스에게로 향했다. 일순 날카로운 빛을 띄웠던 대니스의 눈동자에 그런 고룡의 모습이 보이자 그는 곧 차분하게 답했다.
“왕국 최고의 마법사입니다.”
하르 왕국 안에 공식적으로 단 3명만 존재하는 마법사 중에 최고 실력을 지닌 톨스 공작.
“그리고 반대파의, 제국파의 수장이지요.”
왕 대니스가 생각하는 하르 왕국 최악의 방해물.
하르 왕국보다 신성 제국에 기대어 권력을 이어온 제국파의 수장으로, 신성 제국을 숭배하기로 유명한 이였다.
“아무래도 뭔가 눈치채고 온 것 같습니다.”
왕의 말을 들은 에르하벤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맺혔다.
“쉬운 일은 없군.”
케일과 라온이 떠나고 홀로 남은 에르하벤이었다. 하지만 그는 내뱉는 말과 달리 그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가 머물러 있었다.
“회춘했다고, 할 일이 늘었어.”
케일이 라쉴 뒤처리를 하고 오기 전까지, 에르하벤은 한동안 바쁘겠다고 생각하며 대니스 왕에게 말했다.
“나 오늘부터 네 기사다.”
오랜만에 소드 마스터 행세나 좀 해볼 생각을 하는, 천 살을 넘어 회춘한 용 에르하벤이었다.
파아앗-!
그리고 케일은 라온, 아기 백사를 데리고 검은 성으로 돌아왔다.
“케일.”
“밀라 님.”
드래곤 밀라가 그들을 맞이했다.
그녀를 본 케일의 표정이 굳어졌다.
밀라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녀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느껴지지가 않아.”
“네?”
그녀의 시선이 창밖으로 향했다.
거대한 눈사태가 일어난 그 산을 향해 있었다.
“라쉴의 존재감이, 마나가 느껴지지가 않아.”
케일이 돌아온다고 해서, 일단 떠나지 않고 그를 기다렸던 밀라였다.
전 로드 쉐리트는 이미 검은 성 방어에 들어간 상태였다.
밀라는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로 말했다.
“아무래도, 뭔 일이 생긴 것 같다.”
나직이 덧붙였다.
“안 좋은 쪽으로.”
***
“아. 맞아.”
은발의 드래곤, 켄달은 그 고운 얼굴에 미소를 가득 그렸다.
“여기에 토벌대를 보낸 이유가 늑대족들이 있어서 그랬다고 했지?”
저벅.
그가 걸음을 내디뎠다. 분명 눈 위를 밟았음에도 눈 위에는 발자국 하나 남지 않았다.
“…….”
라쉴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땅에 처박히면서 묻은 새하얀 눈이 그의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후후.”
켄달은 그 모습을 보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너, 그 늑대족을 보호하고 있었어? 표정이 왜 그렇게 비장해졌어?”
빌어먹을.
라쉴은 켄달의 말에 성질을 내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수인족의 접근이 가까워지고 있다.
이를 라쉴도, 눈앞의 저 후진 용 켄달도 알고 있었지만 그저 모른 척했다.
켄달 같은 경우에는 이 상황이 재밌고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해서 그냥 지켜보는 것일 테고.
라쉴은-
‘제길! 왜 여길 오냐고! 딱 멀리서 봐도 싸움판이 열린 걸 알 건데!’
쉬이 움직일 수가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는 아피토유의 수인족들이 죽든 말든 알 바가 아니었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이 세계가 망하든 말든 그것도 별로 관심도 없었다.
다만, 다만-
‘보여주기 싫다고!’
케일의 일행인 어린 늑대 새끼나 늙은 호랑이가 자신의 이런 꼴을 보는 걸 용납할 수가 없었다.
“…짜증 나! 짜증 난다고!”
그의 말에 켄달은 더 즐겁다는 듯 어깨를 들썩였다.
“너 보기와 다르게 꽤 어린 용인가 보구나?”
켄달은 저렇게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라쉴이 우스웠다.
안 그래도 10신들 사이에서 막내 취급을 당해서 알게 모르게 짜증이 났었는데, 자신보다 더 행동이 어린 용을 보니 사뭇 즐거웠다.
“흐응.”
그래서 결정했다.
“너, 내 밑으로 들여야겠다.”
“…뭐? 내가 네 밑으로 들어간다고? 이 새끼가 돌았나?”
숨을 고르며 주변을 살피던 라쉴의 눈에 분노가 스며들었다.
그의 몸은 이미 이성적 사고를 하기 전에 먼저 움직이고 있었다.
삽시간에 켄달의 앞에 도달한 라쉴의 주먹이 그대로 켄달의 얼굴을 향했다.
콰아아아앙—-!
하지만 실드가 나타나며 라쉴의 주먹은 켄달의 앞에서 막혔다.
“후후.”
그 모습에 켄달은 웃었다.
원래는 자신을 귀찮게 만들었던 모든 존재들을 없애버릴 작정이었다.
에르게 산맥의 수인족과 이 근처, 나아가 하르 왕국 놈들을.
하지만, 지금은 기분이 꽤 좋았고, 저 드래곤을 한동안 가지고 놀아도 될 것 같았다.
본래라면 같은 용을 보고 그런 말을 하지 않겠으나.
“성수를 마시지 않는 이상. 넌 평생 가도 날 못 이겨.”
라쉴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입이 열렸다.
“…성수- 그게 뭐냐?”
라쉴은 성수가 무엇인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왜 지금 이 눈앞의 켄달을 이기지 못하는지 파악했다.
‘마나가 내 말을 안 들어.’
아무리 몸으로 싸우는 걸 좋아하는 라쉴이라도, 용에게 있어 마나는 공기와 같은 존재다.
그런데 그 마나가 드래곤 피어를 사용해도 라쉴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리고 저 후진 용 새끼는 마나가 너무 말을 잘 들어.’
아니다.
마나뿐만이 아냐.
‘이 구역에 내 편이 없어.’
켄달과 싸우고 있는 이 산 정상 부근.
이 공간에 존재하는 모든 것 중에 라쉴의 편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저 중립으로 이 세계에 존재해야 하는 대부분의 것들이 켄달의 편이었다.
‘그나마 공기마저 저 녀석의 것은 아니라서 다행인가?’
마나, 오러, 바람, 눈까지.
모든 것이 라쉴을 외면했다.
‘분명 성수라는 게, 이 모든 상황의 이유일 거야.’
그래서 성수의 정체를 알고 싶었다.
라쉴은 진지한 얼굴로 켄달을 바라봤다. 그 시선을 받은 켄달은 흥에 겨웠다.
승리.
그 특성이 발현된 후로, 그는 이 특성이야말로 자신의 성격을 정확하게 반영했음을 깨달았다.
그는 이렇게 패배를 앞둔 자의 얼굴이 좋았다.
절망에 가득 차서, 혹은 작은 희망을 가지고서 저를 바라보는 저 표정.
그리고 이를 짓밟을 때-
“성수가 궁금해?”
그는 살아있음을 느꼈다.
“어쩌지. 일단 내 장난감이 되면 알려줄게.”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같은 용일지라도, 드래곤 로드와 10신의 용들은 그들과는 격이 다른 존재였다.
‘그래, 난 신이니까. 내 밑에 장난감으로 용 하나쯤 두어도 되지 않겠어?’
안 그래도 성수를 마신 용들은 이렇게 가지고 놀 수가 없다.
드래곤 로드가 허락하지 않을 테니까.
‘보나 마나 성수, 세계의 근원을 함께 나눈 존재니까, 존중해 줘야 한다고 하겠지.’
때문에 켄달은 어린 나이였기에 신임에도 다른 이름 없는 용들에게 연장자 대우를 해줘야 했다.
어찌나 그게 짜증이 났는지.
하지만 성수를 안 마신 용이라면-
‘정체가 뭔지 몰라도, 내가 가져도 되겠지?’
용을 부리는 용이라니. 그야말로 신에 걸맞지 않은가?
켄달은 몸이 달아올랐다.
오랜만에 승리를 맛보는 기분이었다. 무료하기만 하던 삶. 역시 자신은 이런 싸움판이, 승리가 보장된 자신의 전장이 좋았다.
“자, 그럼 몇 대 맞으면, 교육이 좀 되겠지?”
켄달은 손을 뻗었다.
콰아아아—
거대한 마나 줄기가 그의 손에서 뻗어져 나오며, 채찍을 만들었다.
수인족들은 더 이상 다가오지 않았다.
겁이라도 집어먹은 건지. 하지만 도망가지 않는 모습에 켄달은 같잖음을 느꼈다.
눈앞의 용을 좀 가지고 놀다가, 수인족들을 이 채찍으로 찢어발기면 될 것이다.
그는 라쉴을 보며 한마디를 던졌다.
“외롭지?”
지금 네 편이 아무것도 없잖아.
그 말과 함께 그는 채찍을 휘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