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993
허.
뒤에서 늑대족 노인이 탄성을 흘렸다. 다른 늑대족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위축되어 있으면서도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케일은 코우칸을 보며 한쪽을 가리켰다.
“…맞습니까?”
케일이 가리킨 방향.
“크르르르—-”
그곳에선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네, 맞습니다.”
코우칸이 힘없이 답했다.
그리고 케일은 울음소리가 들린 방향을 바라봤다.
철컹, 철컹!
쇠사슬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고.
“크르르! 크르르르—”
격렬한 짐승의 울음소리가 이어졌다.
케일의 귓가로 호족 주술사 가샨의 목소리가 닿았다.
“늑대족 족장입니다.”
와.
케일은 튀어나오려는 탄식을 겨우 삼켰다.
철컹, 철컹!
“크르르—”
동굴 안쪽.
그곳엔 라크가 광폭화를 했을 때에 필적한 덩치에 달하는 존재가 있었다.
더불어 손발톱도 상당히 날카로웠다. 물론 그조차도 구속당한 상태였다.
철컹. 철컹.
두꺼운 쇠사슬이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만 같았다.
늑대족 족장. 그 이름에 어울리는 상당히 강해 보이는 덩치였다.
“크르르-”
다만 라크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었다.
전신이 혼탁한 잿빛 털로 뒤덮여 있었으며.
“이지가 없군.”
침을 질질 흘리며 날카로운 송곳니를 여실히 드러낸 채 모두를 향해 날을 세우는 저 존재는 제대로 된 이성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말 그대로 난폭해 보이네.”
만약 저 족장처럼 수인들이 광폭화를 한 채 이지를 잃고 난폭한 행동을 했다면, 평범한 사람들은 두려움에 휩싸였을지도 몰랐다.
그만큼, 상당히 위협적인 모습이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케일의 물음에 가샨이 한숨을 살짝 내쉬며 입을 열었다.
“저희가 늑대족 마을에 도착했을 때 이미 이 상태였습니다.”
눈치를 보던 늑대족 노인이 슬쩍 앞으로 나섰다.
“족장님은 어떻게든 늑대족을 지키고 싶은 마음에 무리하게 광폭화를 시도했지요. 그러다 저렇게 거대한 몸집이 되었고-”
족장. 그녀의 광폭화가 성공하는 줄 알았다.
토벌대를 코앞에 두고, 드디어 그녀의 염원이, 늑대족의 바람이 이루어지는 줄 알았다.
하지만-
“갑자기 이성을 잃고 난폭해지셨습니다. 그때 때마침, 코우칸이 라크 님을 비롯한 여러분들을 모시고 마을에 방문했고 그 덕분에 족장님을 제압할 수 있었습니다.”
광폭화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늑대족들에게 족장의 저 상태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다.
늑대족 노인이 라크를 바라봤다.
“라크 님 덕분입니다.”
음?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케일이 라크를 보려는 찰나.
“크르르—!”
울음소리가 격렬해지더니 늑대족 족장이 그 몸을 뒤틀었다.
어떻게든 이 갑갑한 상황에서 벗어나고픈 모습이었다.
철컹! 철컹!
당장이라도 쇠사슬이 부서질 것만 같았다.
쩌적-
아니, 부서지고 있었다.
가공할 만한 힘에 케일이 놀랐을 때.
“라크 님!”
늑대족 노인이 라크를 불렀고, 케일은 라크가 늑대족 족장에게 다가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광폭화하지 않은 라크는 꽤 키가 컸지만, 광폭화한 족장에 비하면 상당히 왜소했다.
그런 라크가 족장 앞에 서더니.
“쉿.”
검지를 입가에 가져다 대었다.
“착하지?”
그리고 족장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라크야, 위험하다!”
라온이 저도 모르게 외친 순간. 케일의 눈이 커졌다.
끄응. 끙.
족장은 갑자기 반항을 멈췄다.
그리고 끙끙 앓는 소리를 내며 몸을 움츠러트렸다.
누가 봐도 라크를 무서워하는 모습이었다.
라크가 친절하게 대했지만, 그것조차 무섭다는 듯 족장은 그 거대한 몸을 웅크리고 또 웅크리며 라크의 시선을 피했다.
“역시! 푸른 늑대의 재림다우십니다!”
늑대족 노인의 감격에 겨운 목소리가 케일의 귓가에 닿았다.
푸른 늑대.
이곳에서 수인족들이 신으로 여기는 존재가 아니던가?
그때, 라크는 케일을 향해 어리숙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하.”
끄응. 끄응.
그 뒤로 늑대족 족장이 잔뜩 겁을 먹고 라크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스윽.
케일은 서늘한 감각과 함께 여지껏 그의 옷 속에 숨어있던 작은 하얀 뱀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백사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엄마?”
정확히 말하면 그 방향은 라크 쪽도 케일 쪽도 아니었다.
“…나?”
그곳엔 고래족 위티라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람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인간아, 나 이 아기 뱀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주특긴가 보다!”
그리고 라온이 씩씩거렸다.
더불어 백사도 말했다.
“엄마 냄새 난다.”
전에도 말하던 그 냄새를 언급했다.
케일은 이것을 이무기의 냄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위티라는 이무기가 아니다.
고래지.
케일이 의아해할 때, 아기 흰 뱀은 이어 말했다.
“엄마가 그랬다. 용의 자리를 가질 자격을 지닌 영물은 이 냄새가 난다고.”
영물?
케일의 눈동자에 이채가 감돌았고, 아기 뱀은 다시 말을 이었다.
“엄마가 무너진 세계는 이 세상에서 용을 배척하려고 한다고 그랬다.”
호오.
흥미로운 정보에 케일의 시선이 아기 뱀에게 머물렀다.
“그 말 자세히 들어볼 수 있을까?”
케일은 나름 상냥하게 아기 흰 뱀에게 물었다.
“인간아, 왜 사기꾼처럼 웃나?”
라온의 말에 그의 표정이 대번에 무심하게 변했다. 나름 상냥하게 굴려는 건데, 사기꾼이라니. 그냥 평소대로 케일은 흰 뱀을 쳐다봤다.
그리고 흰 뱀은-
“몰라!”
응?
케일의 동공이 흔들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흰 뱀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당당하게 말했다.
“나는 어려운 거 모른다. 아직 애기다. 애기는 많이 알 필요 없다고 엄마가 그랬다. 아기는 잘 먹고 잘 자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잠시 침묵하던 케일의 입이 열렸다.
“…훌륭한 어머니군.”
“맞다. 우리 엄마 멋지다!”
엄마 칭찬에 기분이 좋은지 흰 뱀이 케일의 어깨에서 춤을 추듯 요리조리 움직였다.
그리고 이를 지켜보던 라온이 중얼거렸다.
“저 아기 뱀이 맘에 드는 건지 아닌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케일은 라온도, 아기 뱀도 무시한 채 생각을 정리했다.
‘엄마가 그랬다. 용의 자리를 가질 자격을 지닌 영물은 이 냄새가 난다고.’
‘엄마가 무너진 세계는 이 세상에서 용을 배척하려고 한다고 그랬다.’
아피토유.
이 세계는 지금껏 케일이 방문한 세계와 다른 점들이 몇 가지 있었다.
그중 하나는 바로 ‘샤올렌’, ‘중원이’ 같은 존재가 이 세계에는 없다는 점이었다.
즉, 의식을 가지고 케일과 소통을 나눌 세계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세계가 무너졌다고 생각했지.’
때문에 이 세계를 살릴 방도를 몇 가지 생각해두고 실행하려는 케일이었다.
보라 피 가문의 손아귀에 사로잡혀 의식을 잃은 세계수를 대체할 방법을 준비하였고, 더불어 드래곤들이 세상을 장악한 것을 바로 잡을 생각이다.
‘그리고 실제로 와 보니 심각한 상태였지.’
마나와 오러를 비롯한 세상의 모든 기운이 억제당하는 세상이었다.
소수의 존재에게만 허락된 힘.
더불어 격변기를 기점으로 기상 이변이 일어나며 이상 기후에 시달리는 대륙.
또한 수인족들이 제대로 광폭화를 할 수 없는 세상.
‘으음.’
말 그대로 세상이 무너졌다고 보는 편이 맞았다.
‘그런데 그 무너진 세계가 용을 배척하려고 한다고?’
그 말은 아직 세계가 존재한다는 뜻 아닌가?
‘아니면 무의식적으로 이 세계가 존재하기 위해, 가장 위험한 요인인 용을 자연적으로 배척하려는 걸 수도 있어.’
케일은 전자든 후자든 나쁘지 않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이 세계가 유지되기 위해, 발악은 하고 있단 소리니까.’
그리고 그 방향이-
‘용의 자리를 대신할 존재를 만든다?’
즉, 용의 대적자를 만든다는 소리였다.
‘영물이라.’
케일은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김록수일 적, 오래 산 동물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었다.
오래 산 호랑이가 한 산의 신선이 되었다는 이야기, 수백여 년을 산 뱀은 마치 용과 같다는 이야기, 장수의 상징으로 여겨질 만큼 긴 생을 살아가는 거북이가 마치 현자와 같이 표현되는 이야기 등등.
‘영물이 될 자격이라.’
어쩌면 아기 흰 뱀이 반응한 존재들은 ‘용’만큼의 영향력을 이 세계에서 펼칠 수 있는 존재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 대상이 나와 위티라 씨이고.’
호족 주술사인 가샨에게는 반응하지 않았다.
분명 이 흰 뱀만의 냄새 기준이 있으리라.
‘그건 이 녀석 엄마를 만나면 답이 나오겠지.’
아프다고 했던가?
조만간 만날 수 있을 터이니, 케일은 미리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물론 이번 아기 흰 뱀의 이야기로 한 가지는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이 세계도 살아남으려고 하고 있어.’
다시 균형을 찾으려고 한다.
케일의 귓가로 라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간아, 갑자기 왜 그렇게 웃나?”
그는 그 말을 흘려들으며 생각했다.
‘은근-’
이 세계도 써먹을 데가 있단 말이지?
‘그리고 나한테 그 냄새가 난 이유는 확실히 이무기 역린을 습득해서 그런 것 같단 말이지.’
왕관. 그것만 아니면 이 흰 뱀이 자신에게 그런 소리를 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피식.
케일의 입에서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당연한 일이었다.
‘영물?’
자신은 동물도, 수인족도 아니다.
그런데 용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영물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아직 얘가 어려서, 잘 구분을 못 하나 보네.’
케일은 가벼운 마음으로 생각을 끝맺고는 입을 열었다.
“일단 텔레포트로 바로 성으로 돌아가죠.”
물론 라크에게 덧붙여 말했다.
“족장님은 네가 좀 챙겨.”
“…네.”
라크의 어색한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케일은 라온에게 눈짓했다.
얼른 성으로 돌아가 처음으로 잡아들인 켄달. 그놈을 좀 캐내 봐야 한다.
파아앗.
환한 검은 빛과 함께 케일과 일행의 모습은 사라졌다.
***
신성 제국 수도 중앙 신전.
교황 케실리아는 가만히 서서 허공에 펼쳐진 대륙 전도를 바라봤다.
대륙의 중앙인 이곳에는 대륙 전역에서 세상의 법칙이 흐트러지거나 큰 변화가 일어날 때 이를 표시해주는 장치가 있었다.
그리고 그 장치가 바로 이 대륙 전도였다.
“…….”
그녀의 시선은 대륙의 북쪽, 에르게 산맥 쪽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곳은 지금 평온했다.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는 다른 말이 흘러나왔다.
“엉망이네요. 여러분께서도 보셨죠?”
조금 전까지.
에르게 산맥은 올바른 땅의 형태를 보이지 않고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려 여기저기 일그러지고 뒤틀려져 있었다.
“얼마나 뒤틀림이 심했는지, 저는 세상의 법칙이 무너지는 줄 알았답니다.”
그들이 말하는 세상의 법칙.
그것은 격변기를 기준으로 하여, 새로이 정립된 이 세상의 기준이었다.
오러, 마나 등 세상의 기운이 통제되는 세상.
투쟁할 수 있는 무기를 잃은 채 그저 숨 쉬고 살아가야만 하는 세상.
그것이 이 세계의 기준이자 법칙이었다.
“켄달 님에게서 아무 연락도 오지 않았죠?”
“네, 교황님.”
교황 케실리아는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켄달이 진 것 같군요.”
그 말에 답하는 이는 없었다.
누군가의 대답을 듣기 위한 말이 아니었기에, 교황은 말을 이었다.
“켄달 님을 보좌하기 위해 뒤이어 1기사단과 이단심문관 일부가 파견 나갔다고 들었어요.”
“네. 맞습니다. 아마 조금 있으면 에르게 산맥에 그들이 도착할 겁니다.”
“하긴, 텔레포트 마법으로 이동한다고 했죠?”
“그렇습니다. 하르 왕국 국경 검문만 통과하면 곧장 에르게 산맥으로 텔레포트 할 예정입니다. 다만 하르 왕국 국경선 쪽에서 행동이 굼뜨다고 들었습니다.”
그 말을 들은 교황의 입가에 미소가 짙어졌다.
그리고 뒤이어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전 하르 왕국의 톨스 공작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왕궁에 심어둔 자신의 수하가 베일리 외무대신을 국왕의 궁에서 발견했다고요. 국왕이 은밀하게 무슨 수를 벌이는 것 같다고 합니다.”
베일리 외무대신.
그녀는 본래라면 지금쯤 토벌대를 도와 에르게 산맥 수인족 토벌에 앞장서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대니스 왕의 측근인 그녀를 왕궁에서 발견했다는 연락이 왔다.
피식.
케실리아는 웃음을 흘렸다.
“톨스 공작은 참으로 꼬리를 잘 흔들어요.”
한 나라의 공작쯤이나 되는 인간이, 타국에 대해 이리도 충성을 보이며 조국에 해가 될 짓을 서슴없이 한다니.
케실리아는 하르 왕국의 영토를 바라봤다.
“확실히 대니스 왕이 뭔가 일을 벌이고 있는 건 맞는 것 같군요.”
톨스 공작의 정보도 정보였지만.
“제국과 닿아있는 하르 왕국 국경선은 제국파가 아닌 국왕파가 지키고 있다고 들었어요.”
대니스 왕의 선대 국왕이 하르 왕국을 위해 행동한 업적 중에 하나라고 일컬을만한 것은, 신성 제국과 닿아있는 국경선. 그곳을 지키는 변경백을 하르 왕국을 위하는 충직한 장군으로 삼았다는 것이었다.
“그 변경백이 지금 어떻게든 추가 토벌대의 하르 왕국 진입을 지연시키려고 한다면, 이유가 있을 것이고요.”
케실리아는 잠시 침묵했다.
그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교황님. 황제가 하르 국왕에게 연락을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케실리아는 어떠한 표정의 변화도 없이 입을 열었다.
“황제는 참으로 어리석은 인간입니다.”
신성 제국은 교단의 힘이 제국의 힘보다 컸다.
즉, 교황이 황제보다 더 권위가 높았다.
그럼에도 제국은, 아니, 지금의 황제는 호시탐탐 자신이 더 많은 권력을 가지고 싶어 했다.
그래서 어떻게든 드래곤 로드에게 잘 보이려고 행동하였는데.
“부질없는 짓이거늘.”
케실리아는 드래곤 로드가 황제를 생명체로 취급하지 않는 것을 잘 안다.
“로드께 인간은 그저 수단에 불과하건만.”
이를 모르고 아등바등 거리는 황제가 우스울 뿐이었다.
지금도 봐라.
어떻게든 교단보다 먼저 움직여서 자신이 더 신을, 드래곤을 우선시 여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는가.
더불어 하르 왕국에 압박하는 것도 교단의 교황 따위가 할 일이 아니라, 제국의 황제가 해야 할 일이 맞다고.
교황에게 무언의 뜻을 전하고 있지 않은가.
“황제의 뜻대로 하게 하세요. 하르 왕국을 상대하는 일은 그에게 맡기세요.”
그리고 덧붙였다.
“톨스 공작이 우리에게 전해준 정보도 황제에게 알려주고요.”
“…그렇게 되면, 황제가 하르 국왕에게 심한 압박을 하지 않겠습니까?”
단순히 말이 아닌, 실질적인 경고를 하지 않겠냐는 물음에 교황은 차분히 답했다.
“그러길 바랍니다.”
교황은 이를 바란다.
“그래야, 더 세상이 혼란스러워지지 않을까요?”
하르 왕국을 시작으로, 제국이 얽히면.
결과적으로 이 대륙에 있는 모든 나라들이 뒤섞이게 될 것이다.
“…….”
“…….”
그녀의 말에 답하는 이는 없었다.
혼란, 혼돈.
나아가 파멸을 원하는 그녀를 알고 있었으니까.
똑똑똑.
그때, 문밖으로 그녀의 심복이 말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교황님.”
이어진 말에 케실리아의 표정이 처음으로 살짝 일그러졌다.
“투쟁의 신께서 방문을 한다고 연락이 오셨습니다.”
10명의 신 드래곤.
그중 나이순으로 했을 때, 9번째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나, 가진 무력만을 따졌을 때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강자.
“…하긴 켄달 님이 에르게 산맥으로 갔다는 걸 시스코 님도 들으셨겠지요. 그분께서는 은근히 켄달 님을 챙기고 계셨으니, 어떻게 된 건지 상황이 궁금했겠어요.”
케실리아의 표정이 다시 온화해졌다.
그녀는 뒤돌아서며 입을 열었다.
“시스코 님은 분명 켄달 님이 계신 곳으로 가고 싶어 하실 거예요.”
그녀는 살짝 두 팔을 벌렸다.
“나의 친우들이여.”
10명의 주교.
그들이 모두 케실리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진정한 용 혼혈로, 1차 성장을 끝내고 시한폭탄과 같은 목숨을 가지고 살아가는 자들.
그들은 모두 케실리아의 뜻에 동의를 표했다.
“시스코 님을 데리고 하르 왕국에 방문하실 분이 있으신가요?”
케실리아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우리가 지옥의 문을 열어보아요.”
이 땅이 혼란으로 뒤덮이게.
“어차피 우리는 이어질 수 없는 생을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이 세계도 이어져서는 안 됩니다.”
그녀의 눈동자에 광기가 어렸다.
그것은 끝을 알 수 없는 울분과 분노가 담겨 있기도 했다.
“교황님.”
그때, 한 남자가 앞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마치 광폭화한 수인을 떠올리게 만드는 거대한 덩치의 남자.
“3주교님.”
주교 자리 중 세 번째를 차지하고 있는 혼스였다.
“혼스 님이 가실 건가요?”
“…….”
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교단 내에서도 말이 없기로 유명한 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