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999
“미친!”
저도 모르게 거친 말이 흘러나왔다.
크어, 크어억-
지렁이의 신음이 들려왔다.
그리고 일반적인 지렁이와 달리, 오히려 육식 동물을 떠올리게 하는 입이 눈에 보였다.
그 벌어진 입은 지금 닫히지 못하고 있었다.
크어, 크어어-
위티라가 그 입을 잡고 있었으니까.
그녀의 텅 빈 두 손은 각각 지렁이의 벌어진 입을 위아래로 쥐고 있었다.
크억, 크어어–
지렁이의 입이 덜덜 떨렸다.
하지만 위티라는 지렁이가 입을 닫는 걸 허락해주지 않았다.
그녀의 손과 팔은 핏줄과 힘줄이 불거져 나왔다.
“아.”
그제야 타샤는 떠올렸다.
‘맞다, 고래지.’
체급으로 드래곤과 그나마 비벼볼 수 있는 존재.
마법?
물?
그딴 거 없어도, 타고난 신체 힘으로도 고래는 강했다.
그 고래 중에서도 가장 강한 자로 꼽히는 이가 고래족 왕이었고, 그다음이 위티라였다.
그리고 그 힘은 땅이라고 줄어들지 않았다.
콰아아—
지렁이의 몸이 점점 더 심하게 떨렸다.
위티라의 두 손에 힘이 더 강하게 들어갔다.
그녀의 손이 지렁이의 입을, 머리를 짓이겨 버릴 것 같았다.
“감히–!”
지렁이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들릴수록 야니의 눈동자에 분노가 일었다.
그녀의 흙검이 곧장 위티라에게로 향했다.
그 행동은 꽤 침착했다.
지렁이를 붙잡고 있는 위티라. 그렇기에 지금이야말로 그녀를 공격하기에 아주 좋은 타이밍이었다.
파스스—
흙검에서 금빛 기운이 머금어진 순간.
그 검은 순식간에 위티라의 머리로 향했다.
야니는 위티라와 눈이 마주쳤다.
‘죽어야 할 거야.’
야니의 눈동자에 살벌한 기색이 맺혔을 때.
위티라의 눈동자는 무심했다.
대신 그녀는 다가오는 흙검을, 야니를 향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공격을 감행했다.
“미친!”
엘프 피터슨이 저도 모르게 그 광경을 보다가 욕을 내뱉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렁이가 움직였다.
아니, 들렸다.
위티라는 지렁이의 입을 잡고는 두 손을 움직였다.
지렁이의 머리가 처음에 이를 따라 움직이더니, 몸이 들썩거렸다.
그리고 그 몸은, 이내 위티라가 팔을 크게 휘두른 순간.
콰아아아아아—
엘프 야니를 향해 지렁이의 몸이 휘둘러졌다.
마치, 그녀가 평소 사용하던 채찍처럼.
위티라는 거대한 지렁이를 휘둘렀다.
쿠—웅-!
거대한 지렁이의 몸체가 땅에 처박히며 큰 진동을 일으켰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가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미친. 역시 고래.”
케일이었다.
“인간아, 엄, 엄청나다……!”
위티라의 생각과 달리 천막 밖으로 나와 투명화한 채,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케일과 라온은 침을 꿀꺽 삼켰다.
특히, 케일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가라앉히며 생각했다.
‘역시, 아치가 위티라에게 못 덤비는 이유가 있네.’
문득 케일은 첫 만남 때 본체 상태로 거대한 꼬리를 휘두르던 위티라가 떠올랐다.
역시.
‘강하네.’
고래는 강하다.
그리고 위티라는 더 강하다.
특히, 싸움판에서는 아주 강하다.
스스스—
먼지가 가라앉았고, 그에 따라 드러난 광경 중 케일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위티라가 양팔을 걷어붙인 채.
콰앙, 콰앙!
주먹으로 지렁이를 두들겨 패는 모습이었다.
위티라는 거대한 지렁이의 몸에 올라탄 채로, 전신에 흙먼지를 뒤집어써서 추레해진 몰골을 한 채로, 어떻게든 그녀를 떨어뜨리려는 지렁이에게 악착같이 달라붙어서.
콰앙, 콰아앙!
패고 또 팼다.
그러다가,
쩌어어억-
그 몸체를 통째로 움켜쥐고 찢어버렸다.
지렁이 몸이, 흙이 부서져 나갔다.
“오와…….”
“이야…….”
7살 검은 용과 추워서 옷을 두껍게 입은 한 인간은 그저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봤다.
쿵, 쿠웅!
평소라면 눈발이 섞인 매서운 바람 소리만이 머물 휑한 평원에 거대한 충돌음이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쿠웅!
쿵!
어이구.
케일은 투명화한 채 그 소리가 들릴 때마다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찔거렸다.
그리고 또 다른 한 명, 케일처럼 어깨를 움찔거리는 이가 있었다.
고래 수인 아치였다.
그는 후방에 있는 천막 안에서 대기하고 있었는데, 땅을 울리는 굉음이 들릴 때마다 그 동공이 정처 없이 흔들거렸다.
“왜 그래?”
소드 마스터 하나. 고래족을 공격한 일로 인해, 아치와 사이가 불편해 둘이 있어도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던 그녀가 한마디 말을 건넬 정도로 아치의 눈동자는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다.
쿠웅!
다시 한번 땅이 진동하는 것이 저 멀리서 들린 순간, 아치는 저도 모르게 입을 열어 하나의 물음에 답했다.
“…빡쳤다.”
“뭐?”
“…내가 어릴 때 말이야.”
아치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그, 우리 마을이 빙판 위인 건 알지? 거기에-”
평소라면 하나에게 말 한마디 안 붙였을 그가, 오늘은 저도 모르게 말을 편하게 건넸다.
“암튼, 그 고래족에도 쓰레기 같은 놈이 있었다? 그놈이 위티라 님이 아직 어릴 적에 펭귄족 수인에게 행패를 부린 적이 있어.”
펭귄족 수인은 고래족과 함께 지내며, 그들의 일을 많이 도와주었다.
“그걸 본 위티라 님이-”
쿵!
다시 땅이 진동했고.
“어휴.”
아치는 저도 모르게 탄식을 흘리며 식은땀을 닦아냈다.
그러고는 말을 이었다.
“어쨌든 위티라 님이 그 쓰레기 자식을 잡으러 갔거든?”
“그런데?”
“그 쓰레기 자식이 도망가다가 그냥 고래화해서 바다로 뛰어들었단 말이야?”
“그래서?”
“그 고래놈을 위티라 님이 잡았지. 그리고-”
아치는 그 광경을 본 후로 위티라에게 덤벼서는 안 된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그 고래를 통째로 위티라 님이 들어 올려서 땅으로 패대기치는데.”
“…….”
쿵!
“지금, 지금 이 소리야! 그 패대기칠 때! 꼬리지느러미를 잡고 좌우로 반원을 그리면서 패대기를 칠 때! 그때, 그 소리가 이거였단 말이야!”
“…….”
쿠웅, 쿵!
“엄청나게 지금 빡친 거야. 위티라 님의 눈이 뒤집혔다고! 이건 그 당시 어렸던 파세톤 님이 울면서 ‘누나, 그만하자.’ 이렇게 매달리지 않는 이상 멈추지 않는다고! 이제는 파세톤 님이 커서, 아니지, 그래도 파세톤 님이 와서 울면서 위티라 님한테 매달리면, 위티라 님이 멈출 거야! 아씨, 파세톤 님은 로운에 있잖아! 어떻게 데려와! 어?”
“…그걸 나보고 왜 물어봐?”
“아니, 진짜 큰일 났다고!”
아치는 벌떡 일어나서 하나를 향해 외쳤다.
“이제 시작이라고, 시작!”
펄럭.
아치는 천막 입구 천을 들췄다.
“빌어먹을!”
그리고 거친 말을 내뱉었다.
하나는 혼자서 저러는 아치를 기가 막힌다는 듯 바라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치는 환장하겠다는 얼굴로 말을 쏟아냈다.
“눈이 계속 오잖아! 눈발이 더 심해지고 있다고! 제길! 여기 물이 끊어질 걱정은 안 해도 될 정도잖아!”
허.
하나는 탄식을 흘리며 황당하다는 투로 물었다.
“그러면 고래족한테는 좋은 거 아냐?”
눈이 많이 오면 좋을 일이지 않나?
그에 아치가 답답하다는 얼굴로 외쳤다.
“그러니까! 좋아서 문제라고! 이 정도 눈 쌓인 정도면!”
그는 머리칼을 움켜쥐며 소리쳤다.
“광폭화도 될 거라고!”
그는 결국 입구 밖으로 뛰쳐나갔다.
“제길! 다 부서지게 생겼네! 말려야 돼!”
하나는 미친놈 보듯이 떠나가는 아치의 등을 바라봤다.
그러나 아치는 진짜 진지했다.
그가 평소 진심으로 하는 생각이 있었다.
‘바다에서는 고래족이 드래곤이다.’
드래곤이 최강 최고의 종족이라는 평가는 ‘지상’을 기준으로 둔 것이라고.
인간이, 엘프가, 드워프가, 드래곤이 땅에 사니까. 그들의 기준으로 정한 강자의 척도라고.
그러나 바다에는 지상만큼 헤아릴 수 없는 다양하고 많은 생명체가 살아간다.
그들이 살아가는 바다를 수호하는 존재가 바로 고래족이다.
때문에 땅과 하늘이 드래곤이라면 바다는 고래라고.
아치는 많은 드래곤과 강자들을 만나면서도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비록 고래족은 마법도, 오러도 없지만.
그간 케일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 고래족의 위대함을 보여줄 기회가, 제대로 된 전장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아치는 믿었다.
때문에 그는 빠르게 굉음이 들리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몸으로 부딪치다니!’
위티라가 왜 빡쳤을까!
아치는 드래곤 라쉴과 켄달이 싸우는 걸 구경할 때와는 차원이 다른 다급한 얼굴로 뛰어갔다.
“인간아, 아치가 전장으로 간다! 왜 그러나?”
“…알 것 같은데.”
라온의 해맑은 물음에 답하지 못한 채 케일은 한 곳을 바라봤다.
그곳엔-
쿠웅!
“끄어, 끄으-”
이리저리 패대기쳐지고 있는 거대한 지렁이가 있었다.
지렁이는 이제 제대로 신음조차 내지 못했다. 그 몸체를 이루던, 바위만큼 단단해 보이던 흙이 가뭄에 삐쩍 마른 땅처럼 갈라지고, 폭풍우라도 지나간 듯 움푹 파인 곳이 많았다.
“이런!”
그런 지렁이를 구하려고 9심문관 엘프 야니가 검을 들고 달려들었으나.
부웅-!
지렁이의 거대한 몸이 그녀의 바로 코앞을 지나갔다.
그녀가 조금만 접근하려고 해도 위티라는 지렁이를 휘둘러 접근을 막았다.
“…….”
그리고 무심한 얼굴로 마저 지렁이를 부쉈다.
조금의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무심한 행동이었다.
“계속 그렇게 할 건가요?”
때마침, 야니의 차분한 음성이 들려왔다.
위티라는 쳐다도 보지 않았다.
그저 같은 행동의 반복이었다.
“별수 없군요.”
야니의 그 말이 들린 순간이었다.
콰직.
지렁이의 몸체에서 기이한 소리가 들렸다.
위티라의 눈에 이채가 나타났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때였다.
“지금의 행동을 후회하실 거예요.”
야니의 목소리에 은은한 분노가 서렸다.
세계수가 내어준 가지 혹은 세계수의 품에서 마을을 만들고 자라온 엘프들이다.
하지만 이단심문관을 맡게 된 24명의 엘프들은 세계수를 배신했다.
그리고 드래곤의 손을 잡은 결과로, 세계수를 통해 얻게 된 세계의 근원을 일부 손에 쥘 수 있었다.
이 근원을 바탕으로 그들은 엘프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했다.
각자의 이유를 가지고서 배신을 한 그들이었기에, 각자 그 근원을 이용하는 방식이 달랐다.
“엘프라는 신체가 가진 한계가 존재하더군요.”
야니는 드래곤을 동경했다.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위대한 영웅처럼, 드래곤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렇게 되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의 몸은 엘프였다. 드래곤이 아니었다.
콰직.
여전히 지렁이의 몸 안쪽 깊은 곳에서 다시금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을 때.
“하지만 엘프에게는 소중한 친우가 있죠.”
바로 정령이었다.
야니는 자신의 몫으로 주어진 세계의 근원을 정령과 나눴다.
소중한 나의 친우.
나의 유일한 친구인 정령.
야니는 생각했다.
‘엘프인 나와 정령이 둘 다 강해지면, 그리고 그 힘을 합치면 드래곤급이 되지 않을까?’
드래곤에 닿을 수 있지 않을까?
야니는 그 생각을 실현하고자, 친우와 같은 정령을 강하게 만들었다.
“내 친우를 건드린 죗값을 치러야 할 거예요.”
야니는 그 말을 남기고서, 손가락을 움직였다.
딱!
야니의 손가락이 부딪치는 소리가 났고.
아주 찰나였다.
찌지직-
무언가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위티라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녀는 황급히 지렁이를 손에서 놓으며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야니를 바라봤다.
무심한 얼굴의 위티라가 물었다.
“넌 친우라면서 이렇게 할 수가 있어?”
그 말에 야니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나의 친우라면, 나를 위해서 무엇이든 해줘야 하지 않나요?”
아무것도 해주지 않은 세계수와 달리.
정령은 무엇이든 해주었다.
그러니 친구다.
야니는 제 대답이 위티라의 귓가에 닿지 않았을 것이라 확신했다.
왜냐면 그녀의 말이 이어지는 순간-
콰아아아아—–
거대한 굉음과 함께, 지렁이의 몸이 폭발했다.
부서진 흙은 마치 고슴도치의 가시와 같이 날카로운 바늘이 되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쾅! 콰앙! 콰아아–
사방에 바늘이 꼽히며 땅이 뒤집히고 파이고, 폭발이 일어났다.
“윽!”
“아, 야니 씨! 좀 살살하지?”
다크엘프 타샤와 엘프 피터슨은 이를 피해 옆으로 도망쳐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피터슨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제대로 싸울 생각인가 보네!’
9심판관 야니.
이단심판관 각자의 앞에 붙은 숫자는 강함을 의미했다.
무력이든 지력이든 혹은 수완이든.
어떤 수단을 이용하든 상관없이 결과만을 따져 강자의 순위를 매겼고 야니는 9번째였다.
‘그리고 9번째로 미쳤단 소리지.’
자신의 정령을 아끼는 것처럼 보이는 그녀였지만, 실질적으로 야니가 제대로 된 전투태세를 만드는 순간은 다른 엘프와 좀 달랐다.
‘곧 정령을 잡아먹겠군.’
정확히 말하면 정령을 제 몸 위에 입힐 것이다.
야니는 자신의 최상급 땅 정령을, 정령왕보다는 모자라지만 규격 외의 강한 정령으로 만들었다.
그 대신 이지를 잃게 했다.
때문에 정령이 저렇게 지렁이도 무엇도 아닌 괴물과 같은 모습으로 변해 무식하게 싸워대는 것일 터.
‘제 친우는 생각을 할 필요가 없어요. 생각은 저만 하면 된답니다.’
언젠가 야니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미친년.’
저 지렁이는 폭발해도 상관없다.
“크큭.”
피터슨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너도 눈치챘나 보네?”
그는 다크엘프 타샤의 당황한 표정을 보고 있었다.
타샤는 저도 모르게 위티라와 폭발하는 지렁이 쪽을 바라봤다.
“이럴 수가, 본체는-!”
피터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지렁이가 저 정령의 본체가 아냐. 그저 껍데기일 뿐.”
정령은 원래 형상화가 되어 있지 않다.
엘프의 눈에는 보이지만, 대부분 이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하나의 속성을 지닌 기운이었다.
물론 그 기운은 인격과 마음을 가졌으며 엘프처럼, 인간처럼 이 세상을 살아간다.
그러니 생명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콰아아아아—
다크엘프 타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폭발하는 지렁이, 비산하는 흙 가시 사이로 거대한 기운이 느껴졌다.
잘 보이지 않았지만, 선명하게 느껴지는 것.
땅의 기운과 또 다른 미지의 기운.
두 가지는 기묘하게 뒤엉켜있었다.
서로의 구분이 어려울 만큼.
하지만 뚜렷하게 다른 두 개의 기운이 섞였다는 것은 느껴질 정도로.
그 기묘한 기운의 집합체가 야니의 친우, 변해버린 땅 정령이었다.
“…저건 정령이 아니야.”
타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타샤, 타샤!
그녀는 제 친우인 바람 정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예 잡아먹혔어.
야니의 땅 정령은 세계의 근원에 잡아먹혔다.
정확히 말하자면, 거대한 자연의 기운과 뒤섞이는 바람에 제 형체를 잃어버렸다.
-…용서 못 해!
제 친우의 분노와 함께 타샤의 눈에도 불길이 일었다.
“크크큭.”
웃고 있는 피터슨에게로 타샤의 눈동자가 움직였다.
“왜? 뭐가 화났어?”
그녀를 비웃는 피터슨에게 타샤는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몸에는 바람 화살에 베인 상처가 자잘하게 여러 곳 남아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흘러나오는 타샤의 목소리에는 아픔 대신 분노가 서려 있었다.
“우리는 순리를 지켜야 하지 않나?”
“하. 우리? 지금 다크엘프인 너와 나를 우리라고 엮는 건가?”
피터슨의 물음에 타샤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크엘프도, 엘프도. 모두 자연의 순리 속에서 살아간다. 너희는 살아있는 것들에게서, 그리고 나는 죽어있는 것들에게서. 힘을 얻으며 그렇게 이 자연 속에서 공존한다.”
인간이나 드워프, 수인족보다. 자연에게서 얻는 것이 많은 엘프와 다크엘프니까.
그러니 그 자연에 고마워하며 살아야 한다.
적어도 타샤는 그런 생각으로 살아갔다. 비록 엘프보다 냉대를 받고 죽음과 가까이 살아야 하는 다크엘프였지만.
적어도 그녀는 정령이 곁에 있기에,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