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1
로또 1등 후 행운이 몰려와
1화 불운의 끝
“내 살다 살다 이런 사주는 처음 본다.”
어느 유명 점집의 무당이 황당한 얼굴로 내게 말했다.
“이렇게 재수 없고, 불운한 사주라니…!”
무당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고, 나는 입술을 꽉 물며 대답했다.
“네, 저는 지금까지 너무 재수 없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산책을 하다가도 하루에 새똥을 3번 넘게 맞고, 시험을 보면 찍는 문제는 모조리 틀립니다. 가벼운 내기를 해도, 단 한 번도 이긴 적이 없고, 심지어 가위바위보를 이긴 적도 없습니다.”
무당은 내 얼굴을 한참 동안 빤히 쳐다보았다. 나는 인내심을 가지고 무당의 대답을 기다렸다.
“방법, 있지.”
“뭐죠?”
“부적. 그것도 아주 비싼 부적.”
“…얼만데요?”
“천만 원.”
겨우 종이 쪼가리 한 장의 가격이라기엔, 너무나 큰 금액이었다.
“죄송합니다.”
정말 내 불운을 끝낼 수 있다면, 그까짓 천만 원이 대수가 아니겠지만. 문제는 내 통장엔 그만한 돈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곳에 방문하게 된 것도 내 돈이 아니라, 이미 선납까지 완료한 친구가 오지 못하게 되는 바람에 대타로 오게 된 것이었다.
“다른 방법은 없겠습니까?”
“굿이 확실하긴 한데….”
“…그게 더 비싸잖아요.”
무당은 언짢은 듯이 혀를 찼다.
“부적도 굿도 안 된다면, 어쩔 수 없어. 그냥 그렇게 살아야지.”
“정말 다른 방법은 없겠습니까?”
무당은 고개를 단호히 저었다.
“없지. 죽다 살아나는 거면 모를까.”
나는 실망감을 안은 채,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가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무당이 말했다.
“혹시 정말 죽다 살아난다면, 로또나 하나 사. 너는 그때부터 인생이 술술 풀리기 시작할 테니까.”
***
“그거 알아? 저번 주 로또 1등 당첨자가 무려 50명이나 나왔대.”
“정말요? 그게 어떻게 가능하죠?”
“그 사람들 전부, 역대 가장 많이 당첨된 번호로만 찍어서 그렇다나 봐.”
“아이고, 그 사람들 좀 억울하겠네요. 기껏 당첨되었는데 당첨금이 얼마 안 될 것 아니에요.”
“그러게. 세금 떼면, 3억에서 4억 정도 받으려나?”
근처를 지나다가 직원들의 잡담을 우연히 듣게 된 나는 생각했다.
‘로또라… 부럽긴 엄청 부럽네.’
5월 14일이면 내가 점을 보러 갔던 날이었다.
‘…죽다 살아나면, 로또를 사라고 했던가. 그때부터 일이 술술 풀린다고?’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사기꾼.’
그 무당은 그저, 너무나 당연한 말을 그럴듯하게 말해준 것이다. 로또에 당첨되어 거액의 돈이 생기면 당연히 인생이 술술 풀릴 테니까.
그리고 로또는 전생에 나라를 구한, 운이 좋은 사람 중에서도 가장 좋은 사람이 당첨되는 것이므로.
‘부럽지만, 쳐다도 보지 말자.’
나 같이 재수 없는 사람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 중 하나였다.
‘복권과 주식, 그리고 코인은 하면 안 돼.’
내가 할 수 있는 재테크는 오로지 적금과 예금뿐이다. 그것도 한 은행에 5천만 원 이상 예치해서도 안 된다.
‘재수 없게 은행이 망해버릴지도 모르니까.’
안전.
무조건 안전이 최고였다.
‘…하지만.’
안전만을 추구해선, 돈을 빠르게 모을 수 없었다.
‘집은 언제 사고, 차는 언제 사지?’
내 나이 이제 30살.
아직 창창하다면 창창한 나이이겠지만. 주위의 내 또래들이 잘나간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배가 아프고 초조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 소식 들었어? 영업 2팀 김 대리 말이야. 이번에 주식으로 대박이 났대.”
“전 재산을 투자해서, 50% 수익을 냈다던가?”
“아니, 그건 예전이고. 지금은 수익률이 두 배, 세 배가 넘었대.”
“와 씨, 부러운 놈.”
“…나도 김 대리 따라서 주식을 샀는데, 꽤 크게 수익이 났어. 그놈이 난놈은 난놈인 거 같아.”
“그게 정말이야?”
“하긴, 그놈만 따라 하면 실패는 안 할 것 같아.”
“안 되겠다. 당장 김 대리한테 종목 추천 좀 해달라고 해야지!”
김 대리는 내 입사 동기였다. 일머리는 없고, 입사 성적도 꼴찌였지만. 말주변이 좋아 상사들과 동료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다만, 유독 나와는 사이가 좋지 못했다.
그런 김 대리가 잘나간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나는 너무나 배가 아팠다.
‘쥐꼬리만 한 월급을 적금과 예금으로 부어봤자 김 대리가 주식으로 벌어들이는 것에 비하면….’
새 발의 피.
계약직 월급으로는 아무리 노력해봤자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 힘들었다.
‘물가와 대출금리는 오르는데 왜 예금금리는 낮아지는 거야.’
주식과 코인.
이런 것에 투자하지 않고 돈을 모으기엔 너무나 힘든 세상이었다.
“와! 대박! 김 대리 따라 주식 했더니, 수익률 장난 아닌데? 그 지지부진하던 삼호물산이 이렇게 떡상할 줄이야!”
“나도 마누라한테 어깨 좀 펼 수 있게 되었어! 고마워 김 대리!”
하지만 주위에서 계속 김 대리를 따라 하여 연신 대박을 터뜨렸다는 소식이 계속해서 들려오니, 내 마음에 점점 동요가 일어났다.
솔직히 부러웠다.
‘대체 얼마나 운이 좋으면.’
김 대리의 실력도 있었겠지만, 주식은 실력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었다.
‘운. 운이 중요하지.’
그래.
빌어먹을 운.
김 대리처럼 강한 운을 타고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잠깐.’
그때, 하나의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내가 운이 나쁜 것은, 내가 스스로 무얼 하려 했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아무리 재수가 없는 인간이라지만, 나와 반대로 재수가 엄청 좋은 인간의 선택을 그대로 따라만 한다면?
‘어쩌면 나도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아무리 운이 없어도, 다른 운 좋은 사람을 따라 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을 터다.
앙숙인 동기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 돈만 벌 수 있다면, 가난을 벗어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
평소라면 그저 웃어넘길 헛된 생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자존심 세울 때가 아니야.’
나는 귀신에라도 홀린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김 대리에게 달려갔다.
“혹시, 나한테도 종목 좀 추천해 줄 수 있어? 들어보니까 삼호물산이라는 곳이 괜찮다고 하던데.”
그런 내 말을 듣자마자 김 대리는 펄쩍 날뛰며 내게 짜증을 내었다.
“아이 씨! 너 때문에 삼호물산 팔아야 하잖아!”
“…그게 무슨 말이야? 잘 오르고 있는 종목을 왜 팔아?”
김 대리는 핸드폰을 조작하여 정말로 삼호 물산의 주식을 전부 매도했고, 내게 화를 냈다.
“네가 관심을 보였으니까!”
“…뭐?”
김 대리는 다 피운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던져 넣으며 말했다.
“너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질 만큼 재수 없잖아. 내가 살다 살다 너처럼 재수 없는 인간은 처음 본다고. 그런 네가 주식 종목을 언급해? 내가 장담하건대 삼호물산 곧 곤두박질칠걸? 뭐? 종목을 추천? 아서라. 너 같은 재수탱이는 절대 투자 같은 건 하면 안 돼.”
“…….”
나는 반박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어쩌면 정말로 주식이 곤두박질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되었으니까.
“아침부터 재수가 없으려니 원.”
쾅!
김 대리는 나 보란 듯이 재떨이 통을 발로 차 넘어뜨리고는 투덜거리며 사무실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날 오후.
[해외로 향하던 대형 무역선 폭발 및 침몰.] [안전 부주의로 일어난 대참사.] [폭발의 원인은 배에 실려있던 위험한 물품들이 유출되어 화학 반응을 일으켰던 것으로 파악됨.] [폭발한 무역선은 삼호 물산의 것으로 밝혀져.]예기치 못한 악재에 삼호 물산의 주가는 거짓말처럼 폭락하였고, 미리 김 대리의 언질을 받은 동료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정확히 일주일 후. 삼호 물산의 주가는 52주 최저가를 갱신하게 되었다.
‘…역시 나는 구제 불능일 정도로 불운한 걸까.’
흡연장에서 김 대리의 말과 행동에 화가 났었지만, 결국 김 대리의 말이 맞았다. 나 같이 운 없는 인간은 투자 같은 건 손도 대선 안 되는 것이다.
‘그래. 평소처럼. 안전하고 느리게.’
남들보다 늦더라도 천천히 돈을 모으자. 아끼고 또 아껴 저축하고. 적금과 예금으로 조금씩 돈을 모은다면, 나도 언젠가 꿈을 이룰 수 있으리라.
‘…이룰 수 있겠지?’
오르는 금리와 물가.
은행의 예금 이자는 갈수록 떨어져 가고, 매달 내야 하는 공과금은 매번 비싸진다.
‘어쩔 수 없지. 이게 최선이야.’
거북이처럼 느리더라도, 적어도 내 재산을 잃지는 않으리라.
‘언젠가… 기회는 올 거야.’
나는 무미건조한 얼굴로 사무실의 책상에서 키보드를 두드렸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지루한 일상 속의 쳇바퀴가 돌아간다.
“야! 보고서가 왜 이따위야! 다시 해와!”
결혼기념일을 잊어버려 지난 밤, 사모님에게 바가지를 잔뜩 긁힌 상사의 짜증을 감내하고.
“윤 대리 말야, 사람이 너무 음침하지 않아?”
휴게실에 모인 동료들이 내 뒷담화하는 것을 모른 체하며.
타닥타닥.
내 생각과 의견과 감정을 죽여가며, 나는 로봇처럼 감정 없이 키보드를 두드렸다.
그렇게 어김없이 시간을 흘러, 6시 반이 되었다.
“…수고하셨습니다.”
나는 회사에서 나와, 평소처럼 집으로 향하려고 했다.
멈칫.
하지만 평소와 달리 집과는 정반대로 가고 싶어졌다.
술.
술이 필요했다.
.
.
.
“여기 소주 한 병이요!”
어느 외진 골목길의 허름한 술집에 도착한 나는 연거푸 소주잔을 들이켰다.
“소주 한 병 더요!”
“소주 추가!”
“소주…!”
-아서라. 너 같은 재수탱이는 절대 투자 같은 건 하면 안 돼..
김 대리의 비웃음 가득하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씻겨 내려가도록, 나는 소주를 붓고 또 부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으…아…으…!”
가게에서 나와 찬 공기를 마시며, 나는 비틀비틀 걸었다.
목적지는 없었다.
현실만 잊을 수 있다면, 어디든 좋았다.
“왜애애! 히끅! 나만 불운하게 살아야 하는데! 왜애애애!”
답이 있다면, 좀 듣고 싶었다.
따지고 싶었고, 하소연하고 싶었다.
“나도 하고픈 것 하면서 살고 싶다고오….”
깊은 밤.
네온사인의 형형한 빛이 빙글빙글 돌고 있는 곳을 향해, 나는 계속해서 걸었다.
걷고…
또 걷고….
그러다 문득, 어느 현수막이 걸린 나무에 몸을 부딪쳐 넘어지고 말았다.
“아씨… 뭐야…!”
고개를 들어, 게슴츠레한 눈으로 현수막에 쓰인 글씨를 읽었다.
“막힌 운… 뚫어 드립니다… 선녀 보살…”
빠아앙-
직후, 나는 다급한 경적과 함께 자동차에 치인 내 몸이 붕 떠올랐다.
콰앙-!
잠시의 체공 끝에 나는 바닥에 몸을 부딪쳤고.
콰직.
내 몸이 바닥을 구르며 비스켓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동시에 끔찍한 고통이 뒤따랐다.
바닥에 흥건해지는 피웅덩이를 보며, 나는 곧 죽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억울해.’
흐려지는 의식 속, 나는 생각했다.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줄 알았다면.’
더럽게 재수 없는 운명을 타고났더라도, 내가 하고픈 일들을 하며 살아갈 걸 그랬다.
‘돈을 많이 벌고 싶었어….’
돈을 많이 벌어서. 남들처럼 집과 차를 사고,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고.
드라마에서나 보았던 장면처럼, 나를 홀대했던 회사에서 당당히 사표를 내던지고.
명품 옷과 시계를 차고 나를 무시하는 동료에게 당당히 어깨를 펴고.
하고픈 사업을 하고, 위험한 투자도 해보고.
남들에게 인정받고, 나 스스로 만족스러운 그런 삶을. 풍요롭고 여유로운, 럭셔리한 삶을 나는 살고 싶었다.
‘이렇게 죽을 줄 알았다면….’
운이 나빠 실패할 확률이 높더라도. 내 마음이 가는 대로 살아봤을 텐데.
나는 정신을 잃는 그 순간까지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
삐이이-
“150줄(J)! 차지!”
“쇼크!”
덜컹!
“됐다! 맥박이 돌아왔어!”
희미한 의식 속.
주위가 무척이나 부산했다.
이곳저곳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움직일 수 없는 내 몸을 더듬는 여러 손길이 느껴졌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렸어!”
“당장 수혈해야 해!”
“혈액 팩은 아직이야?!”
의사들의 다급한 외침에 나는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큰일났습니다! 이 환자 혈액형이…!”
내 혈액형은 RH- AB.
전 세계 인구의 단 1%만이 가지고 있다는 희귀 혈액형이었다.
“지금 구할 수 있는 RH- AB형 혈액 팩이 없어요!”
“그럼 이대로 보고만 있을 거야?! 당장 방송 때려! 병원 안에 RH- AB형인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나는 속으로 웃었다.
그야 운이 없으니까.
전 세계 1%의 희귀 혈액형 소유자를 우연히 실려 온 이 병원에서 찾아 수혈받을 수 있는 확률이 대체 얼마나 될까?
‘있을 리가 없….’
“RH- AB형! 찾았답니다!”
“그래?! 어서 수혈 준비를…!”
그런데 그 기적 같은 일이 내게 일어나고 말았다.
곧이어 한 의사가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환자분, 운이 엄청 좋네.”
‘운이 좋다고? 내가?’
그럴 리가 없는데….
그 생각을 끝으로, 나는 다시 완전히 정신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