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101
101화 나도 하나 만들어보려고 (2)
“그러니까 네 말은, ICU의 AI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우리가 직접 만들자는 거야?”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휴. 다행이다. 나는 또 네가 정신이 돌아버린 줄 알….”
“나는 자금을 대고, 개발은 네가 해야지.”
“…돌았냐?”
상필이는 굉장히 어이없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너 설마, 진짜로 그게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
“그냥 AI 시뮬레이터 하나 만들겠다는데, 승산까지 계산해야 해?”
그런 내 대답에 상필이는 답답한 듯, 제 가슴을 쳤다.
“네가 이쪽 계열의 일은 잘 몰라서 그러는 것 같은데, AI 시뮬레이션 시스템은 ICU를 이길 수 있는 기업이 없어.”
“어째서?”
“그 분야는 ICU가 가장 먼저 선점했으니까. 구골에서 내가 개발했던 채팅형 AI를 ICU에 넘긴 이유가 뭔 줄 알아? 구골에서도 ICU의 아성을 넘어설 수 없을 거로 전망했기 때문이야.”
상필이는 ICU의 AI 시뮬레이션이 채팅형 AI의 상위호환 버전이라는 것을 설명해 주었다.
“내가 전에 개발하고 있다던 인공지능 챗봇 알지? 그것보다도 훨씬 진보된 기술이라고 보면 돼.”
“…이해가 안 되는데? 그렇게 진보된 기술이라면, 크리스토퍼 씨가 굳이 너희 구골의 챗봇을 사들일 이유가 없지 않아?”
“우리는 ICU의 AI를 이기기 위해서, 그들에게 없는 시스템을 하나 개발했거든. 결국 소용은 없었지만.”
“시스템? 무슨 시스템?”
상필이는 나를 향해 입에 지퍼를 채우는 듯한 모션을 취했다.
“그 시스템이 뭔지 언급하는 것도 구골의 비밀 유지 서약에 걸리는 거야? 이미 팔린 기술인데?”
“오히려 팔린 기술이라서 더욱 조심스러운 거야. 우리 회사뿐 아니라, 이젠 ICU와도 관련이 되니까.”
“아, 그렇겠네.”
납득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대단한 구골도 이 분야에선 ICU를 이기지 못했어. 그런데 일개 개인인 네가 인공지능 개발 사업에 도전한다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해보지 않고는 모르는 일 아닐까?”
“…뭐?”
“그리고 굳이 업계에서 1등을 해야 해? 2위든 3위든 심지어 꼴찌든, 손해만 보지 않으면 나는 이 사업을 한번 해보고 싶어.”
처음 크리스토퍼의 ICU에 대해 알게 된 날, 나는 인공지능이라는 분야를 처음 제대로 알게 되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도 이런 것을 만들어 보고 싶고, 가지고 싶다고.
그러한 생각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커졌고, 뉴욕행 비행기를 예매했을 때 최고조에 달했다.
“크리스토퍼의 AI 시뮬레이션은 몇 년이나 걸리는 임상 시험을 한 달로 줄일 수 있을 정도로 획기적이었어. 게다가 ICU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AI 시뮬레이션의 활용성은 무궁무진하더라고.”
“그야 당연하지. 제대로 된 인공지능만 개발된다면 지금 사람들의 업무 대부분을 대체할 수 있을 테니까.”
생산, 의료, 법률, 번역, 운송 등.
윤현민은 ICU를 조사하면 읽었던, 미래에 많은 분야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전문가의 기사를 떠올렸다.
“그러니까 우리 손으로 그걸 한번 만들어 보자는 거야. 너도 네가 만들던 프로그램을 빼앗긴 셈이니, 미련 있지 않아?”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나는 여전히 네 생각에 반대야.”
“…대체 왜?”
“네가 만들려는 인공지능은 아무런 장점이 없을 테니까.”
ICU의 AI 시뮬레이션은 FDA의 승인이 나기 직전일 정도로 그 성능이 압도적이었다.
그러니 지금부터 새로운 인공지능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그저 ICU의 것을 따라 한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상필이는 설명했다.
“아까 손해만 보지 않으면 된다고 했었지? 하지만 내가 봤을 때, 이 사업은 무조건 손해를 보게 되어있어. 만약 우리가 ICU의 것과 똑같은 성능의 인공지능을 개발했다고 쳐도, 사람들은 가장 먼저 시장을 점유한 ICU의 인공지능을 사용할 거니까.”
“그건… 그렇겠지.”
어느 분야의 시장이든 여러 카피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똑같이 만들더라도, 오리지널을 이기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차라리 식품 분야였다면 사정이 조금 나았겠지만, 인공지능 분야는 시장 독점의 정도가 더 심해. 오죽하면 구골이 두 손을 들어 올렸겠어.”
“…….”
상필이의 말은 충분히 이해되었다. 하지만 두 가지 녀석이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나는 실패하지 않아.’
첫째로 나는 운이 매우 좋다. 그러므로 상필이의 말처럼 적어도 손해를 보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우리만의 장점을 살리면 되잖아.”
나는 무작정 녀석에게 사업을 제안한 게 아니었다. 뉴욕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우리가 개발할 AI의 방향성을 고민하고 또 고민했었으니까.
그리고 뉴욕에 도착한 나는, 비행기에서 내리며 한 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연산력을 극대화하는 거야.’
크리스토퍼는 말했었다. 연산력만 된다면, 시뮬레이션 속도를 올릴 수 있다고.
‘상필이의 말대로 후발 주자인 우리는 ICU의 기술력을 따라가기에도 벅차. 하지만 그들이 가지지 못한 것을, 우리가 먼저 선점한다면.’
그렇다면 우리가 개발하는 AI는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뭐, 말은 되네. ICU보다 월등한 연산력을 가질 수만 있으면, 인공지능의 딥러닝 속도가 상대적으로 빨라질 테니 ICU와 경쟁도 가능하겠어.”
이러한 내 생각을 들은 상필이는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런데 그 연산력을 어떻게 확보할 건데?”
“그건….”
그러한 상필이의 물음에 나는 대답을 망설였다.
“…생각 중이야.”
그 답을 내리기엔, 뉴욕행 비행기의 안에서의 시간이 너무 짧았다.
“하지만 대충 생각해놓은 그림은 있어.”
“…뭔데?”
“전세계에 보급된 개인용 컴퓨터의 잉여 자원을 활용하는 거야.”
“…너 지금 그리드 컴퓨팅을 말하는 거야?”
그리드 컴퓨팅(Grid Computing).
네트워크로 연결된 컴퓨터들이 연산과 처리능력 등을 공유하여 컴퓨팅 능력을 향상하는 것을 말했다. (단, 자원이 소모되므로 각각의 컴퓨터의 성능은 필연적으로 저하된다.)
“맞아.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배포할 수 있다면, 연산력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을 거야.”
“…그거 개인 사용자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
“물론이지. 허락도 없이 그리드 프로그램을 설치하게 만들면, 불법이잖아.”
“하아….”
상필이가 한숨을 길게 쉬었다.
“현민아, 너라면 대가도 없이 자신의 컴퓨터 성능을 떨어뜨릴 프로그램을 설치하겠어?”
“물론, 아니지. 그래서 개개인이 그리드 프로그램을 설치할 대가를 고민해보긴 했는데…”
“뭔데?”
“그게 고민할 시간이 좀 부족해서 아직 좀 엉성하거든? 감안하고 들어.”
나는 개개인이 우리의 그리드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조건으로, 자원을 제공한 시간만큼 우리가 개발할 인공지능 시스템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어떨지에 대해 상필이에게 의견을 물었다.
“나쁘진 않네.”
예상과 달리, 상필이의 반응은 꽤 긍정적이었다.
“다만, 몇 가지 문제가 있겠어.”
“무슨 문제?”
“첫째, 너는 전세계 사람 대다수가 그리드를 설치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어. 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
“어째서?”
“아무리 무료 사용이 가능하더라도, ICU라는 대체제가 있는 상황에서 굳이 그리드를 설치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할 사람이 몇이나 될 것 같아? 나라면 그냥 돈을 지불하고 편한 것을 사용할 것 같은데?”
“…….”
“그리고 사람들이 인공지능 AI를 늘 사용하는 게 아니잖아. 챗봇만 하더라도, 그것을 활용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적어.”
상필이의 말을 들어보니, 내 아이디어가 아직은 구체화하기 힘들다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으음… 좋은 방법이 없을까?”
“네가 제안한 사업이니, 네가 생각해 내어야지.”
“그럼 만약 내가 그럴듯한 방법을 생각해오면, 내 제안을 받아줄 거야?”
그러한 내 물음에 상필이는 잠시 고민했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내가 받는 연봉을 유지해 주고, 나와 함께 일할 직원을 내 손으로 뽑을 수 있게 해준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해볼게.”
***
나는 상필이와 함께 점심을 먹으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녀석은 내가 엄청난 돈을 벌었다는 사실에 매우 놀라워했다.
“갑자기 스케일이 큰 사업 이야기를 하길래, 뭔가가 있다곤 생각했지만. 설마 돈을 그렇게나 많이 벌었다니…!”
이에 상필이는 농담으로 아까의 제안을 조금 수정하였다.
“지금 받는 연봉의 1.5배로 올려주면, 바로 이직한다.”
“…그래? 너 지금 얼마 받는데?”
“…뭐야? 야, 됐어. 농담이야.”
“…….”
뭐, 농담일지 아닐지는 두고 보면 알 것이다.
‘친구임을 떠나서, 상필이는 구골에서도 매우 괜찮은 대우를 받을 정도의 인재니. 연봉을 올려주는 것은 당연하겠지.’
나는 조만간 녀석의 연봉과 구골의 복지 시스템에 대해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
시간을 확인한 상필이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 먼저 가볼게. 중요한 약속이 있거든.”
“무슨 약속인데,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를 버리고 가는 거야?”
그런 나의 말에 상필이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데이트.”
“…뭐?”
“뭐, 아직 여자친구는 아니지만. 이제 곧 그렇게 될 것 같아.”
“…와. 맨날 일한다고 바쁘다더니, 여자 만날 시간은 또 언제 만들었냐?”
“원래 전쟁 중에도 연애는 하는 법이다. 어쨌거나 나는 간다. 나중에 연락하고!”
그렇게 상필이가 떠난 후, 나도 시계를 확인했다.
‘오후 두 시.’
어차피 나도 슬슬 일어나야 할 시간이었다.
‘아일라와 만날 시간이야.’
이번 뉴욕행 목적은 루카스 씨를 만나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에게 스타더스트 밴드의 사인을 구해주기로 약속했었다.
‘어디 보자… 주소가….’
그렇게 나는 아까 까톡으로 아일라가 알려준 주소로 출발했다.
.
.
.
뉴욕 브로드웨이에 있는 스타더스트 밴드의 작업실. 그곳의 문을 열자, 나를 기다리고 있던 아일라가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현민! 오랜만이야!”
“아일라.”
몇 달 만에 만난 아일라는 피부가 검게 타 있었다. 아마 세계 투어에서 야외 공연인 잦았던 탓이리라.
“왜 그렇게 빤히 쳐다봐?”
“탄 피부도 잘 어울리네.”
“그치? 공연이 바빠서 미처 선크림을 바르지 못했는데, 일부러 태닝한 것 같이 잘 되어서 다행이지 뭐야.”
그녀의 말대로, 잘 탄 피부는 오히려 건강미가 있어 보이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현민, 우리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아, 안토니오. 오랜만이야.”
나는 안토니오와 조반니, 그리고 피에트로에게 각각 인사했다.
“자, 이거 받아.”
“이게 뭐야?”
“선물이야.”
“오오!”
내가 선물한 것은, 녀석들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루나리스 패션의 옷이었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옷을 선물 받았다는 사실에, 아일라와 세 사람은 매우 기뻐해 주었다.
“고마워. 그런데 이거 설마 사과의 의미로 선물해준 것은 아니겠지?”
“사과? 내가 뭐 잘못했던 게 있었던가?”
“아시아 공연 말야. 오기로 해놓고 안 왔었잖아.”
“아.”
기억났다.
아일라가 다음 세계 투어 일정이 한국이라고 하였을 때, 나는 분명 찾아가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때는 정말 미안했어. 갑자기 일이 생겨서 바빠지는 바람에….”
“…….”
“아일라…”
나는 대답 없는 아일라의 모습에 허둥대었다. 그런데 그런 내 당황한 모습을 본 아일라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큭큭…! 하하하! 장난이야! 역시, 현민은 놀리는 맛이 있어.”
아일라가 내 등을 찰싹찰싹 때리며 즐겁게 웃자, 다른 멤버들도 나를 놀려대기 시작했다.
“…당했네.”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웃고 떠들며 서로의 근황을 물었다.
“현민, 우리 작업실 구경해볼래?”
“좋아.”
나는 아일라의 손에 이끌려 넓은 작업실의 모습을 구경할 수 있었다.
“저긴 녹음실, 여긴 연습실, 그리고 여긴….”
작업실이라는 이름답게, 음악에 관련된 모든 것이 다 갖춰져 있었다.
‘간만에 스타더스트 밴드의 연주도 보고 싶은데….’
그런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아일라가 연습을 좀 해야 한다며, 멤버들을 불러 모아 연습실의 무대 위로 올랐다.
탁탁탁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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