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102
102화 누굴 만나게 해준다고요?
나는 아일라에게 양해를 구하고 조용한 녹음실로 향했고, 곧장 상필이에게 전화를 걸어 방금 내가 떠올린 아이디어에 대한 피드백을 요청했다.
-…일단 가능은 할 것 같아. 요즘 스마트폰도 성능이 워낙 좋아서, 그리드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PC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만큼 효율이 줄어드는 데다가, 그리드 시스템이 활성화 되어 있는 동안. 개개인의 스마트폰 성능이 심하게 떨어지겠지.
“그건 괜찮아, 생각해둔 방법이 있어.”
내가 생각한 방법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시간에만 그리드 시스템이 적용되도록 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스마트폰 조작이 장시간 멈추는 것을 감지하여 시스템을 자동으로 켰다 끈다던가, 잠자는 시간에만 시스템이 활성화되도록 하는 거지.”
-…전자라면 논란이 조금 있을 수 있어. 성능이 저하된 상태라면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다시 사용할 때, 딜레이가 생길 테니까. 하지만 후자의 방법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대신 사용자 개개인이 잠자는 시간을 설정하도록 해야 해. 왜냐하면 사람마다 잠을 자는 시간대가 다를 수 있으니까.
“그래. 아무튼 이게 가능하다면, 우리는 24시간 연산력을 얻을 수 있는 거야.”
세계 각국의 시간은 각각 다르다.
우리나라가 낮이라면, 지구 반대편의 나라는 밤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단순히 생각했을 때, 지구 인구의 절반은 잠을 자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니 만약 우리가 만든 스마트폰이 전세계 모든 사람에게 보급이 된다면, 굉장한 연산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론상은 그렇지. 하지만 너도 그게 얼마나 터무니없는 이야기인지 잘 알고 있지?
“당연하지.”
현재 스마트폰 시장은 크게 일성, 와플, 타웨이 등이 석권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운 좋은 나라고 해도, 이 어마어마한 글로벌 기업들을 제친다는 것은 너무나도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였다.
“그래도 해볼 만하지 않아? 로키아라면 꽤 마니아층이 형성된 브랜드잖아.”
한국에서야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다지만, 외국에선 그래도 아직까진 옛날 피처폰 감성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꽤 많이 있었다.
“우리의 인공지능으로 피처폰의 감성과 스마트폰의 유능함을 하나로 합치는 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지금도 스마트폰엔 인공지능 비서가 있잖아. 그걸 조금 더 극대화하는 거지.”
-…구체적으로 설명해봐.
나는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상필이에게 내 아이디어를 열심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과 노키아폰을 합쳐버리면 피처폰의 감성이 사라져 버리니, 아예 인공지능이 스마트폰의 검색 기능 등을 대체하도록 하는 거야.”
-노키아 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어차피 스마트폰의 수많은 기능들을 잘 사용하지 않으니까?
“그래. 그래도 가끔 지도나 검색이 필요한 일이 있을 테니, 그것을 우리의 인공지능이 대신 알려주는 거지.”
-한 마디로 현재 스마트폰에 있는 인공지능 비서들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네?
“어.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있어. 우리의 인공지능은 사용자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그 성능이 올라간다는 거야.”
-…아!
현재 스마트폰의 인공지능 비서들은 하나같이 어딘가 모자른 부분이 존재했다.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거나, 사용자의 의도를 잘 파악하지 못하는 문제들이 있지.’
하지만 만약 내가 로키아를 인수하여 새로운 폰을 만들게 된다면.
‘그 새로운 폰에 들어있는 인공지능 비서는 아주 많이 다르겠지.’
무려 구골에서 챗봇을 만들었던 핵심 인재가 개발하는 인공지능이며, 또한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연산력의 향상으로 무궁무진한 발전이 가능했다.
그런 내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었는지, 상필이가 한 가지 조언을 해주었다.
-새로운 폰에 들어갈 인공지능은 여러 아바타가 존재하면 좋겠네.
“아바타?”
-어, 예를 들면 귀여운 동물이라던가.
“아! 옛날 우리 어릴 적에 가지고 놀던 다마고치처럼?”
다마고치는 손안에 들어오는 조그만 육성 게임기였는데, 그 안에는 가상으로 키울 수 있는 여러 애완캐릭터가 들어있었다.
“확실히 그렇게 하면, 더욱 친숙하게 새로운 인공지능을 소개할 수 있겠어. 고맙다, 정말.”
-…그래.
“그런데 네가 이런 아이디어를 제공해주는 것을 보면, 너도 이제 관심이 좀 생긴 것 같은데? 어때?”
그런 내 물음에 상필이가 조금은 긍정적인 목소리로 답했다.
-…솔직히 네가 그리는 그림에 나도 동참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는 해. 하지만 아직 확실하게 이직을 결심할 수는 없을 것 같아.
“어째서?”
-지금의 대화는 모두 가정일 뿐이잖아. 모든 것은 네가 로키아를 인수한 뒤에야 결정을 내릴 수 있겠지. 근데 현재의 너는 로키아 인수 금액도 모르는 상태잖아. 그런데 내가 무슨 결정을 내릴 수 있겠어.
“…….”
상필이는 내가 만약 로키아를 인수할 수 있다면, 그때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기로 말했다. 그리고는 이제 진짜 데이트해야 한다며 곧장 통화를 종료하였다.
‘로키아의 인수 금액이라….’
나는 즉시 인터넷에 검색해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뒤져도 마이크로 시프트에서 얼마의 금액에 내놓았는지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기업 인수는 어떻게 해야하는 거지?’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나는 기업 인수와 같은 일을 해본 적이 없었다.
‘막막하네….’
정보는 어디서 찾으며, 기업 인수의 절차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리고 그 밖에 주의할 사항은 무엇이 있는지 등.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괜찮아. 다행히 물어볼 사람이 있으니까.’
기업 인수 같은 것에 아주 빠삭한 인물이 있었다.
‘루카스 솔로몬 씨.’
솔로몬에게 물어볼 차례였다.
***
“그럼 내일 다시 오는 거지?”
마중을 나온 아일라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 오늘은 아무래도 루카스 씨와 함께 밥을 먹을 것 같아.”
루카스 씨는 말했었다. 내가 뉴욕에 방문한 날, 아주 거나하게 대접해 주겠다고.
“어쩔 수 없지. 대신 내일은 우리랑 같이 놀아. 오케이?”
“하하. 오케이, 알겠어.”
“아, 그리고 이거.”
아일라가 내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필요할 것 같으니 가져가.”
“그래, 고마워. 그럼 내일 보자.”
아일라가 준 그것을 가방에 넣은 나는. 스타더스트의 작업실을 떠나, 루카스 씨가 있는 리치만골드의 사무실로 향했다.
.
.
.
“드디어 뉴욕에 오셨군요, 미스터 윤.”
“다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루카스 씨.”
루카스 씨와 악수를 한 나는, 그가 안내해준 쇼파에 착석했다.
“미스터 구에게 소식은 들었습니다. 스위스의 일이 잘 풀렸다고요?”
“네. 루카스 씨도 미국의 지원을 받는 데 성공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하하. 저는 정부에 제 말에 귀를 기울여주는 친구가 한 명 있어서요. 그러는 당신은 어떻게 된 겁니까? 스위스 평의회 사람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운이 좋았습니다.”
나는 루카스 씨와 MO 플랜트와 관련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참이나 나누었다.
“생각보다 사업이 순조롭게 흘러가서 놀랐습니다.”
“뭐가 말인가요?”
“보통 이런 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변수가 한두 개쯤 튀어나오기 마련이거든요. 그런데 우리가 투자한 MO 플랜트 사업은 그런 것이 없잖습니까.”
루카스 씨의 말대로 지금 MO 플랜트는 미국과 스위스, 그리고 필리핀의 적당한 부지에 시설이 건설되고 있었다.
“다 구상민 씨 덕분이죠.”
구상민 씨는 미라클 에코의 두 대표와 함께 세 나라를 오가며 시설 건설에 힘쓰는 중이었으니, 그가 실질적인 공을 다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런 유능한 미스터 구를 고용한 것은 미스터 윤 아닙니까. 그러니 이것은 당신의 공이기도 하겠네요.”
“…그런가요?”
나의 반문아닌 반문에 고개를 끄덕이던 루카스 씨가 돌연 의미심장한 눈빛을 내게 보내었다.
“그러고 보니 미스터 구가 그러더군요. 미스터 윤과 함께하면, 모든 일이 술술 풀린다고요.”
“그래요?”
“예. 마치 행운의 신의 가호라도 받은 것 같다더군요.”
“쿨럭!”
하마터면 마시던 커피를 뿜을 뻔했다.
“이런, 괜찮으신가요?”
“…네. 괜찮아요.”
신은 없지만, 그만큼 운이 좋아진 것은 맞았으니, 구상민 씨의 눈은 꽤 정확하다고 볼 수 있었다.
“어쨌거나 그 말이 사실이라면, 저는 정말 투자처를 잘 고른 셈이겠군요.”
“…하하. 정말 행운의 신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정말로 행운이 깃들었다면, 하는 일이 늘 모두 잘 될 것 아닙니까.”
“…그러게요.”
자꾸만 행운 이야기가 계속되어 조금 불편한 마음이 든 나는, 새로운 주제로 화제를 전환했다.
“루카스, 혹시 로키아라는 기업에 대해 잘 아십니까?”
“그럼요. 로키아가 설립되었을 때, 제가 직접 대출 서류에 사인받으러 갔었는데요.”
“예? 정말이요?”
“뭐, 아주 먼 예전 일입니다. 그런데 로키아는 왜 물으십니까?”
“아, 그게….”
나는 루카스 씨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래서 지금 시장에 나온 로키아의 인수 금액이 궁금합니다. 혹시, 알고 계시나요?”
“…최근에 로키아가 매물로 나온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 금액이….”
루카스 씨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지, 인상을 팍 쓰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정확한 금액이 기억나지 않네요. 그런데 미스터 윤. 인수 금액을 안다고 해도, 미스터 윤은 로키아를 인수하실 수 없을 겁니다.”
“어째서요?”
“제 가물가물한 기억에는 마이크로 시프트에서 내놓은 로키아의 매각 비용이 최소한 조 단위였으니까요. 아…! 생각났습니다. 아마 8조 원이었을 겁니다.”
“네에?”
그래. 나도 어느 정도 비쌀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8조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치 못했다.
‘어떻게 하지? 포기해야 하나?’
아마 실패를 맛보고 다시 시장에 내어놓은 만큼. 8조 원보단 저렴하게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가진 1,000억 원으로는 로키아를 인수할 수 없을 것이 뻔했다.
‘대출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만약 한다고 하더라도, 인수 비용에는 터무니없이 모자랄 거야.’
그렇게 나는 머릿속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계속 고민했다.
그런 나를 가만히 지켜보던 루카스 씨가 입을 열었다.
“혹시, 로키아에 관심이 있으신 겁니까?”
“…네. 있었죠. 그런데 그 관심이 방금 거의 사라진 듯합니다.”
그런 나의 대답에 루카스 씨가 알 듯 말 듯 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참, 미스터 윤. 저에게 줄 물건이 있지 않습니까?”
“…아! 제가 지금 머릿속이 복잡해서, 깜빡하고 말았네요.”
나는 가방에 고이 모셔두었던, 스타더스트의 앨범들을 꺼내어 그에게 내밀었다.
“이, 이건…”
“스타더스트 밴드 멤버들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앨범 CD입니다.”
루카스 씨가 감격에 겨운 눈빛으로 내가 내민 앨범을 두 손으로 받아들였다.
“이것 참… 스타 더스트 밴드와 알고 지내시다니…. 미스터 윤의 인맥은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래요? 그런데 아직 놀라시면 안 됩니다.”
나는 가방 속에 감춰두었던 그의 선물을 한 가지 더 꺼내주었다.
“이건 또 뭔가요?”
“라이브 공연 관람 티켓입니다.”
“허억! 이건 이미 매진되어서 더는 구할 수 없는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의 티켓아닙니까?!”
눈이 튀어나올 듯이 놀라는 루카스 씨의 모습에 나는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네, 스타더스트 밴드가 공연하는 바로 그 티켓이죠.”
“이런 귀한 것을 어떻게 구하셨습니까?”
“운 좋게 손에 넣었네요.”
아까 아일라가 필요할 거라면서, 손에 쥐여준 것이었다.
“…이건 정말이지 예상치 못한 엄청난 선물이네요! 아까 신은 없다고 하셨죠? 당신이 바로 제 행운의 신입니다!”
“하하, 기뻐하시니 다행입니다.”
“이런 귀한 것을 받았으니, 저도 답례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이미 루카스 씨에겐 많은 도움을 받았었다. 그러니 이 이상 그에게 빚을 지고 싶진 않았다.
“네? 아뇨, 그러지 마세ㅇ….”
하지만 이어지는 루카스 씨의 말에 나는 손사래 치던 손을 슬며시 내려놓았다.
“로키아의 현 주인인 마이크로 시프트의 윌 게이츠와의 협상 자리를 마련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