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104
104화 그건 제가 할 말 같은데요?
-굳이 비싼 로키아를 무리하게 인수해야 할까요?
-윌 게이츠와 인수 협상이 아닌, 기업간의 협력을 끌어낼 수 있다면. 로키아의 생산 시스템은 그대로 이용하면서도 사장님의 목적을 이룰 수 있을 겁니다.
구상민 씨가 일주일 전에 내게 주었던 조언이었다.
그는 내게 회사를 하나 만드는 것을 추천했고,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나를 위해 대리로 회사 설립 절차를 도와주었다.
그렇게 나는 내 소유의 넥스인텔리라는 회사를 만들게 되었다. 하지만, 겨우 일주일만으로는 절차를 모두 진행할 수 없었으므로. 명함만 만들었지 아직 세상에 실체가 없는 회사였다.
나는 이 점을 윌 게이츠 씨에게 제대로 설명하였다. 혹시라도 나중에 법적인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러니까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은 회사를. 그것도 페이퍼 컴퍼니를 가져와서 나와 협상하겠다는 겁니까?”
“아니요, 협상이 아니라 윌 게이츠 씨가 제게 협력할 기회를 드리는 겁니다.”
“혹시, 지금 나와 장난하자는 건가요? 미안하지만 내 시간은 아주 귀중합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윌 게이츠 씨가 길가에 떨어진 돈을 줍지 않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지금 제가 드리는 제안은 윌 게이츠 씨의 시간을 더욱 값지게 만들 겁니다.”
“…대체 뭘 가지고 왔길래 이리 자신감이 넘치는지 어디 한번 말해보시죠.”
그리 말하는 윌 게이츠 씨의 목소리엔 가시가 돋쳐 있었다.
아마 그가 이해할만한 설명을 하지 못한다면, 윌 게이츠 씨가 분노하는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어릴 적의 우상이 내게 화를 내는 모습을 볼 수는 없지.’
나는 서둘러 설명을 시작했다.
“제가, 아니. 우리 넥스인텔리가 윌 게이츠 씨에게 제공할 것은, 윌 게이츠 씨의 오랜 염원을 이뤄줄 하나의 아이디어입니다.”
“내 오랜 염원이 뭔 줄 알고요?”
“윈도우폰의 대중화를 꿈꾸시지 않으셨습니까?”
내가 곧바로 대답할 줄은 몰랐는지, 윌 게이츠 씨의 눈이 커다래졌다.
‘구상민 씨와 루카스 씨의 말이 맞았네.’
두 사람은 윌 게이츠가 은퇴 후, 왜 로키아로 돌아왔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여러 소문을 기반으로 그 이유를 예상해 볼 수는 있다고 말했다.
‘구상민 씨가 윌 게이츠는 PC 시장뿐 아니라 모바일 시장까지 점령하길 원한 것 같다고 말씀하셨지.’
일 리 있는 말이었고, 방금 확인도 마치었다. 그렇다면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너무도 뻔했다.
“지금 당신의 아이디어를 들으면, 윈도우폰의 대중화를 노릴 수 있다는 뜻인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윌 게이츠 씨는 얼른 내 설명을 요구하며 흥미를 보였다.
그런 그에게 나는 구상민 씨와 함께 보강한 아이디어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리 회사는 ‘어떤 시스템’을 만들 겁니다. 그 시스템을 로키아의 핸드폰에 적용한다면, 모바일 환경에서 다소 불편했던 윈도우가 굉장히 간편해질 겁니다.”
“그 시스템이 대체 뭐길래 그렇게 장담을 할 수 있는 겁니까?”
“그건….”
무심코 윌 게이츠에게 대답하려던 나는, 구상민 씨의 조언이 떠올라 급히 입을 다물었다.
-계약서를 쓸 때까지는 절대로 윌 게이츠에게 우리의 아이디어를 말해줘서는 안 됩니다.
구상민 씨는 우리의 아이디어를 윌 게이츠에게 빼앗길 것을 우려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윌 게이츠가 누렸던 시대는 남의 아이디어를 훔쳐서 사업을 하는 일도 비일비재했었다.
‘윌 게이츠 씨가 실제로 어떤 성격인지는 아직 잘 몰라. 하지만 구상민 씨의 생각대로 그가 살아온 시대를 생각해보면, 아이디어를 말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 맞아.’
그러니 구상민 씨의 조언대로 나는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까지, 절대 내 아이디어를 말할 생각이 없었다.
“…나보고 아이디어가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당신이 말하는 협력을 하라는 말입니까?”
“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정신 나간 소리라는 것은 압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이 아이디어를 설명할 수 없는 이유를, 윌 게이츠 씨도 잘 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
“다만, 한 가지만 먼저 말씀드리자면. 이 기술이 적용된 핸드폰은 지금까지의 그 어떤 스마트 폰보다 월등하며 스마트해 질 것입니다.”
“…윈도우폰으로 그게 가능하단 말이죠?”
“물론입니다. 오히려 윈도우폰이어야 더욱 효율이 높습니다.”
내가 최종적으로 개발하고자 하는 것은 인공지능 시뮬레이터이다. 그리고 그 인공지능 시뮬레이터의 기반이 되는 OS는 당연히 윈도우였다.
그 말인즉, 핸드폰의 연산력을 가져오기 위해선, 모바일 운영체제가 안드로이드나 IOS보단 윈도우인 편이 여러 가지로 호환성이 좋다는 뜻이었다.
‘아무래도 다른 운영체제보단 PC와 같은 운영체제인 편이 좋을 테니까.’
그런 내 말에 윌 게이츠 씨는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제껏 사업을 하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았습니다. 그 중엔 내게 도움이 되겠다고 나타났던 인간들도 더러 있었죠. 그리고 그들 대부분이… 사기꾼들이었습니다.”
그의 의심스러운 눈초리가 나를 향해 있었다.
“…저는 사기꾼이 아닙니다.”
“제가 그걸 어떻게 믿습니까? 지금 이 상황을 보십시오. 나는 로키아를 매각하려는 자리에서, 뜬금없이 공동사업 제안을 받은 겁니다. 그런데 그 사업에 근간이 되는 아이디어가 무엇인지도 설명을 듣지 못했어요.”
“…….”
“그런데 당신이 사기꾼이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믿으라는 건가요?”
“그럼 제가 어떻게 해야 믿으시겠습니까?”
나의 물음에 윌 게이츠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사업의 기본은 신뢰입니다. 그러니 제게 먼저 믿음을 증명하셔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그건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만약, 그 아이디어를 말씀하시지 않는다면, 나는 지금 당장 이 자리를 박차고 떠날 겁니다.”
“…….”
“그런데 미스터 윤. 당신이 방금 말하지 않았습니까. 당신의 아이디어를 적용하기엔 윈도우폰이 제격이라고요. 참고로 지금 세계에서 가장 윈도우폰을 잘 만드는 기업은 바로 우리 마이크로 시프트입니다.”
나는 세월에 흐름에 주름이 자글자글해진 한 시대의 거인을 마주 보았다. 비록 나이가 들어 은퇴하였지만, 눈앞의 거인은 전혀 노쇠해 보이지 않았다.
‘역시 만만치 않아.’
윌 게이츠의 단호한 모습에서 나는, 어떻게든 내 아이디어를 듣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았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한 시대를 풍미했던 거인, 윌 게이츠. 나는 그런 그의 행동을 지구 반대편에서 예상한 구상민 씨가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이걸 예측하고 대비책까지 세워주시다니 말이야.’
나는 테이블 밑에 놓아두었던 가방에서, 구상민 씨가 팩스로 전해준 대비책을 꺼내 들었다.
“그게 무엇이죠?”
“이것은 윌 게이츠 씨가 말한 믿음과 신뢰입니다.”
나는 영문으로 빼곡히 적혀있는 한 뭉치의 서류를, 윌 게이츠 씨가 잘 볼 수 있도록 테이블에 펼쳐 놓았다.
“윌 게이츠 씨가 믿음을 보이라고 그러셨잖습니까. 지금 보고 계신 이것이, 저를 증명하는 모든 자료입니다. 보고, 판단해 주시죠.”
“…….”
윌 게이츠 씨의 반개한 눈이 나를 한참 응시하다 이내, 그 시선이 테이블 위의 서류들로 향하였다.
팔락.
무표정하게 서류를 넘기던 윌 게이츠 씨의 눈가가 살짝 꿈틀거렸다.
팔락팔락.
다음 장, 그리고 또 다음 장을 넘길 때마다. 그의 눈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팔락.
그렇게 마지막 장.
윌 게이츠 씨는 더 이상 서류를 읽지 않았다.
“지금 여기 적힌 것들이 모두 사실입니까?”
“제가 뭐 하러 금방 들통날 거짓말을 할까요. 어차피 윌 게이츠 씨라면 이 서류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금방 알아내실 수 있잖습니까.”
윌 게이츠 씨는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정말 사실이라면, 미스터 윤. 당신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사업 운을 타고난 것입니다.”
윌 게이츠 씨에게 건네준 서류는 다름 아닌, 내가 그동안 해왔던 성공 스토리를 구상민 씨가 정리한 것이었다.
‘나는 이제껏 손대는 모든 사업에서 성공을 해왔으니. 윌 게이츠 씨가 이 서류를 본다면, 내 사업 운에 밑져야 본전 식으로 협력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게 구상민 씨의 생각이었지.’
특히, 윌 게이츠 씨의 시대에선 사업에 있어 운이라는 요소가 특히나 중요하다고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윌 게이츠 씨는 내가 건네준 서류를 손바닥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루미에 패션쇼, 라이브 카페, 명품 루나리스 브랜드, 독립 영화 제작, MO 플랜트라는 사업을 하며 필리핀과 스위스 그리고 미국의 지원 사업 획득에 성공하기까지. 이 모든 것을 고작 3년도 안 되어 이루었다는게 믿기지가 않는군요. 그것도 고작 17억으로 시작해서 말이죠.”
와.
이렇게 다른 사람의 입으로 내가 이룩한 것들을 전해 듣고, 그 윌 게이츠에게 대단하다는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정말 좋았다.
‘나 그동안 많은 것을 해왔었구나.’
나는 속으로 뿌듯함을 느끼며 대답했다.
“서류에서 보셨듯이, 저는 사업을 하며 실패해 본 경험이 없습니다. 어떻게든 성공시키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는 서류에 적혀있다시피 기대 이상이었죠.”
“…그래 보이는군요.”
“그러니 윌 게이츠 씨가 저와 협력한다면, 아마 기대 이상의 결과를 보게 되실 겁니다.”
윌 게이츠 씨는 또다시 나를 가만히 응시하였다. 다만, 그것은 아까의 날카로웠던 시선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아까는 사기꾼을 보는 눈이었다면, 지금은….’
파트너로 괜찮을지를 판단하는 눈이었다.
그렇게 잠시 후, 윌 게이츠 씨가 입을 열었다.
“…계약서를 작성하면, 당신의 아이디어를 설명해 준다고 했던가요?”
“네, 그렇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윌 게이트 씨가 사무실의 전화로 비서를 호출하였다.
“지금 테이블 위의 서류를 가져가서 사실 여부를 확인한 뒤, 알맞은 계약서를 가져와 주세요.”
“알겠습니다.”
미모의 비서가 테이블의 서류를 주섬주섬 들고 가는 모습에 나는 생각했다.
‘철두철미하시네. 하긴, 이러니까 한때 최고의 부자로 불렸던 것일 테지.’
잠시 후.
나는 비서가 가져온 계약서를 읽다가 특이한 문장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계약서를 작성한 직후, A는 B의 아이디어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A는 그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즉시 이 계약을 무효화 할 수 있다.]여기서 A는 윌 게이츠, B는 나를 지칭했다.
‘…진짜 철두철미하시네.’
나는 그의 이런 꼼꼼함에 혀를 내두르며, 한 문장을 더 추가할 것을 요구했다.
[만약 A가 계약 해지를 원할 경우, A는 B의 아이디어를 어떤 경우에도 사용하지 않기로 합의한다. 이를 어겼을 시, B는 A에게 1,000억 달러의 막대한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이런 나의 모습에 윌 게이츠 씨도 혀를 내둘렀다.
“미스터 윤이 왜 사업에 실패하지 않았는지 알 것 같군요.”
“그건 제가 할 말 같은데요?”
나와 윌 게이츠 씨는 서로를 향해 씨익 웃으며 악수를 나누었다.
“자, 그럼 들어볼까요? 당신의 그 아이디어가 얼마나 대단한지.”
***
“뭐?!”
오늘도 엘리사와 데이트를 즐길 생각에 들떠 있던 윤상필은, 수신된 윤현민의 메시지에 하마터면 핸드폰을 놓칠 뻔했다.
[윌 게이츠와 사업 파트너가 되었다. 로키아와 협력하여 윈도우 기반의 인공지능 폰을 개발할 예정이니, 너도 구골에서 얼른 퇴사할 준비 해.] [아! 그리고, 네가 알고 있는 실력 좋은 개발자들 전부 데려와. 연봉은 원하는 대로 맞춰 준다고 전하고.] [하는 김에 네 연봉도 두 배로 올려줄게.] [자금은 걱정하지 마, 로키아를 인수하지 않고 협력 파트너가 되어서. 상당한 돈을 아낄 수 있었거든.]“…이 미친놈이?”
상필은 하나밖에 없는 친구의 추진력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