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105
105화 네 영화는 음식물 쓰레기야
그로부터 3주가 흘렀다.
윌 게이츠 씨와의 협력 체계는 무사히 구축되었다. 하지만 이 협력 사업이 시작되기 위해선, 반드시 이뤄야 하는 것이 있었다.
‘인공지능 기본 모델을 빠르게 만들어 내야 해.’
윌 게이츠 씨도 인공지능 개발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것이 보여야, 기기 설계를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었다.
‘그러니 인공지능 개발이 완료되어야 뭐라도 시작해볼 수 있어.’
한가지 다행인 점은, 상필이가 내 생각보다 빠르게 구골을 그만두고 나왔다는 것이었다.
나는 구골 같은 거대한 글로벌 기업에선, 녀석처럼 실력이 뛰어난 개발자는 쉽게 그만둘 수 없다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겐 정말 다행하게도, 녀석은 언젠가 구골을 뛰쳐나올 생각이었고, 그렇기에 처음부터 계약서에 특약사항을 넣어 놓았었다.
‘설마, 언제든 그만둘 수 있도록 조치를 해두었다니.’
상필이의 말에 따르면, 녀석은 언젠가 퇴사하여 스스로 회사를 설립하고 최고의 게임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했다.
‘핵이 없는 FPS와 TPS 게임을 꼭 만들고 싶다고 했었지.’
어쨌거나 상필이는 언제든 회사를 그만둘 수 있게 준비하던 중이었는데, 그 와중에 내가 녀석을 중간에 스카우트하게 된 것이다.
‘고마운 일이지.’
사실 상필이의 입장에선 아무리 자신이 만들던 챗봇에 미련이 있었다고 해도, 굳이 나를 도와줄 이유는 없었다.
‘나를 도와주면 그만큼 녀석이 꿈을 이루는 시간이 길어지게 될 테니까.’
그런데도 내게 흔쾌하게 도움을 준 상필이가 나는 정말 고마웠다.
‘내 일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너의 일도 내가 도와주마.’
그렇게 마음을 먹으며, 나는 차근차근 인공지능 개발을 준비해나갔다.
‘사실 내가 할 일은 별로 없긴 하지만.’
회사를 설립하는 일은 구상민 씨가, 넥스인텔리의 개발자와 직원들을 뽑는 일은 상필이가 맡아주고 있었으니. 내가 할 일이라고는 그저 자금을 알맞게 제공해주는 것뿐이었다.
‘회사를 만드는데 생각보다 많은 돈이 드네.’
아무래도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주체는 상필이기 때문에, 회사가 미국에 있는 편이 좋았다.
덕분에 한국에서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고 있던 구상민 씨가 부랴부랴 미국으로 건너와 다시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적당한 회사 사무실도 알아보고 있고, 직원들 월급도 넉넉하게 준비되어 있으니.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되겠군.’
한편, 미라클 에코의 MO 플랜트 설치는 스위스와 미국 그리고 필리핀에서 아주 잘 진행되고 있었다.
‘기존에 버려진 건물들을 재활용한다고 했었지?’
운 좋게도 세 나라 모두 MO 플랜트가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좋은 폐플라스틱 쓰레기가 많은 지역에, 연구단지로 조성하기 딱 좋은 버려진 폐교와 폐병원이 있었다.
구상민 씨와 나 그리고 루카스 씨와 미라클 에코의 두 대표는, 서로 의견을 교환한 뒤. 그곳들을 사들여 MO 플랜트 설비를 설치하는 데 동의했다.
‘그래야 공사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테니까.’
평범하게 제로부터 시작하여, 땅을 사고 건물을 지어 올리게 된다면. 아마 수년은 넘게 기다려야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될 것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이미 있는 건물을 개조하는 것은, 공사 기간을 수개월로 줄일 수 있으니. 내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날도 그만큼 가까워지는 것이다.
‘MO 플랜트의 일도 잘 진행되고 있고. 듣자 하니, 크리스토퍼가 FDA의 승인을 받는 데 성공했다고 했었지?’
모든 일이 순조로웠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일은….’
나는 달력을 확인했다.
‘벌써 7월의 마지막이 다 되어가네.’
본래 해외 일정은 짧게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내가 인공지능을 개발하겠다고 마음을 먹는 바람에 예정보다 일정이 매우 길어지고 말았다.
‘덕분에 뉴욕 구경도 잘하고, 스타더스트 멤버들과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지만.’
하지만 그런 바쁘면서도 즐거운 나날도 오늘로 마지막이었다. 왜냐하면 이제 곧 루비스피어 국제 독립 영화제가 개최되니 말이다.
‘안 그래도 최지훈 감독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었지.’
며칠 전 그는 기쁜 목소리로 우리 영화가 본선에 통과되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중요한 일 처리는 모두 끝났고, 이젠 기다리는 일만 남았으니. 잠시 자리를 비우고 독일의 영화제에 참석해도 되겠지?’
영화 또한 내가 하고 싶은 일 중 하나였으며, 루비스피어 영화제는 우리 영화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이벤트였다.
‘그곳에서 내가 짠 시나리오가 공식적으로 다른 이들에게 공개될 테니까.’
게다가 만약 영화제에서 상이라도 타게 된다면, 라이언과의 계약이 시작된다.
‘넷플리스의 지원으로 정식 영화가 제작되겠지.’
그 영화가 완성되면, 나는 꽤 쏠쏠하고도 일정한 이득이 생기게 된다.
물론, 내가 돈 때문에 영화를 제작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챙길 수 있는 이득은 챙기는 것이 좋았다.
‘그럼 갈 준비를 해볼까.’
그렇게 나는 영화제 일정에 맞추어 독일행 비행기에 올랐다.
***
“윤 사장님! 여깁니다!”
루비스피어 영화제가 개최되는 베를린에 도착한 나는, 이틀 전부터 독일에 도착하여 영화제를 준비하고 있던 최지훈 감독의 마중을 받을 수 있었다.
“제가 영화제 참여로 이 땅을 밟을 수 있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최지훈 감독의 두 눈은 감격에 겨워하고 있었다.
“본선에 진출했다는 소식에 가족분들 반응은 어땠습니까?”
“말해 뭐하나요. 그날 우리 가족 전부 서로 부둥켜안고 종일 울었습니다.”
최지훈 감독은 이 모든 것인 내 덕이라며 감사 인사를 전하였다.
“…뭘요. 저도 제 필요에 따라 최 감독님을 영입한 것인데요.”
“그렇다면 절 선택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래요.”
그런 최지훈 감독의 감사 표현에 새삼 민망해진 나는, 헛기침과 함께 말했다.
“오늘 저녁에 곧바로 영화제가 시작되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그럼 호텔에 짐을 풀고 바로 이동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내가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오후 두 시였다.
“그렇게 급한 것은 없습니다. 이미 이틀 전에 모든 준비가 끝났거든요. 아, 혹시 사장님. 정장은 챙겨오셨을까요?”
“아뇨, 그것도 짐이라서 따로 챙겨오진 않았습니다. 대신, 이따가 옷 가게에 들려 하나 사 입을 생각입니다.”
“후후…!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그럴 줄 알고 제가 미리 챙겨두었거든요.”
최지훈 감독은 혹시 몰라 독일로 출발하기 전에 내가 입을 정장을 챙기기 위해, 루나리스 패션 사무실에 들렸다고 얘기해 주었다.
그리고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루나리스 패션에는 제 정장이 없었을 텐데요?”
“곽창민 디자이너라는 분께서 왜인지 필요할 것 같아, 미리 만들어 두었다고 하시더군요.”
“아, 곽창민 씨가….”
나는 그의 이름을 너무 오랜만에 들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고 보니, 루나리스 패션에 요즘 신경을 거의 쓰지 못했네.’
영화제만 끝나면, 이쪽에도 신경을 좀 써줘야 할 것 같았다.
‘카페 드리머도 확장하였으니, 루나리스 패션의 사무실도 슬슬 확장을 해봐도 좋지 않을까.’
한국에 돌아가는 대로, 한번 알아봐야겠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럼 바로 호텔로 이동하시죠.”
나는 최지훈 감독의 안내를 받으며, 루스티카 호텔로 향했다.
.
.
.
호텔에 도착하자, 최지훈 감독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내게 내밀었다.
“여기 사장님이 묵으실 객실 카드 키입니다. 제가 아까 미리 체크인해두었고, 갈아입으실 정장도 객실에 넣어두었습니다.”
“그래요? 덕분에 쓸데없는 시간 낭비를 줄였네요. 감사합니다.”
그런 내 감사 인사에 최지훈 감독이 손사래를 쳤다.
“이 정도로 감사라니요! 애초에 이 호텔을 예약해주신 분이 사장님이시지 않습니까.”
최지훈 감독의 말대로 나는 본선에 진출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그와 촬영 스텝들을 위해 숙소를 예약해주었었다.
“그래도 감사한 것은 감사한 거죠. 어쨌거나 저는 일단 올라가서 짐을 풀고 다시 내려오겠습니다.”
“그럼 저는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네? 저 준비하는 데 꽤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요?”
뉴욕에서 베를린까지 9시간이 걸렸으므로, 나는 씻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아, 괜찮습니다. 저는 로비에서 쉬는 게 더 좋거든요. 지금 제 객실은 여러 가지로 엉망이어서요.”
최지훈 감독은 객실에서 과거 자신이 찍었던 영화의 모든 시나리오를 다시 살펴보며, 복기하였고.
그러다 보니 객실에는 여러 서류로 뒤덮여 있다고 설명하였다.
“그래서 어지러운 객실보다, 깔끔한 호텔 로비에 서 있는 편이 더 마음 편안합니다.”
“…그래요. 그럼 최대한 빠르게 준비하고 내려올 테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천천히 준비하셔도 됩니다. 여기 로비엔 읽을 책이 아주 많거든요.”
나는 로비에 비치된 책장에서 독일어로 되어 있는 책을 꺼내는 최지훈 감독을 뒤로한 채, 서둘러 객실로 올라갔다. 그리곤 대충 짐을 던져둔 뒤, 곧장 샤워를 시작하려 했다.
우웅-
그때, 어느 메시지가 수신되어 핸드폰의 진동이 짧게 울렸다.
‘누구지?’
나는 메시지의 내용을 확인하였고, 곧 두 눈을 크게 떴다?
‘이분이 지금 독일에 있다고?’
내게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영화제를 위해 독일에 와 있으니, 혹시 내가 독일에 도착했다면. 잠시 얼굴이나 보자는 것이었다.
‘…일단 답장은 보내 놓을까.’
나는 그에게 현재 내가 묵고 있는 호텔 주소를 알려준 뒤, 곧장 샤워실로 향했다.
쏴아아-
적당히 따뜻한 물이 몸을 적시자, 장시간 비행으로 인한 피로가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그 딱 알맞은 물의 온도가 너무 좋아, 나는 이대로 계속 씻고 싶었다.
‘…안 되지. 최지훈 감독이 기다리잖아.’
나는 유혹을 뿌리치기 위해 고개를 몇 번 저으며, 곧장 샤워기를 내려놓았다.
위이이잉-
나는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며, 적당한 빗질로 머리 모양을 잡아갔다.
‘오늘은 영화제에 참석해야 하니, 신경을 좀 써야지.’
그렇게 나는 정성스레 머리를 매만진 뒤, 최지훈 감독이 준비해놓은 정장을 입었고, 마지막으로 롤렉스 서브마리너를 왼쪽 손목에 착용하며 시간을 확인했다.
‘…40분이나 걸렸네.’
최대한 서두른다고 서둘렀지만, 이 정도가 한계였다.
‘얼른 내려가야겠네.’
나는 빠른 걸음으로 객실을 나서, 곧장 1층으로 향했다.
웅성웅성.
‘…응?’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몇 명의 구경꾼들이 로비에 몰려있었으며, 그 중심에는 처음 보는 외국인과 최지훈 감독이 서로 핏대를 세우며 언쟁하고 있었다.
“Huh! Do you know who I am!?”
간간이 들려오는 시비조의 말투에 무언가 일이 터졌음을 직감한 나는, 근처 구경꾼들 사이에 있던 낯익은 얼굴을 향해 다가갔다.
“무슨 일이에요?”
“아, 사장님 그게….”
그는 언젠가 촬영장에서 보았던 스텝 중 한 명이었다.
“최지훈 감독님이 마시던 아이스 커피를 실수로 떨어뜨리며, 커피 몇 방울이 저분의 팔뚝에 튀었는데. 그 때문에 시비가 붙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저분이 루비스피어 영화제의 심사위원 중 한 명인 로빈 스미스라지 뭡니까.”
“로빈 스미스라고요?”
로빈 스미스.
나 또한 그 이름을 들어보았을 정도로 유명한 감독이었다.
‘그런데 저 사람 논란이 있지 않았었나?’
로빈 감독은 다혈질적인 성격으로도 유명했는데, 그 정도가 심하여 자신의 영화에 출현하는 배우들에게 사소한 일로도 심한 욕설을 할 정도였다.
‘그 일로 꽤나 곤욕을 치렀다고 들었어.’
여러모로 구설에 많이 오르는 감독이었으나, 그가 만든 영화만큼은 매우 인기가 많았으며 그 실력만큼은 최고였기에. 이번 루비스피어 영화제에 심사위원으로 초빙된 모양이었다.
“최지훈 감독님은 묵묵히 계속 사과하셨습니다. 그런데 저 사람이 최지훈 감독님의 영화를 헐뜯고 욕하는 바람에….”
나는 곧바로 어떤 상황인지 이해했다.
‘자신의 영화에 진심인 최지훈 감독이니, 저럴 수 있지.’
영화에 대한 본인의 신념을 끝까지 지키던 그였으니, 아무런 이유 없이 자신의 영화가 욕을 먹는 것을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계속 저렇게 언성만 높이면, 영화제 심사에 좋지 않은 영향이 생길 텐데?’
로빈 감독은 당연히 우리 영화에 좋지 않은 감정이 생겼을 테니, 심사를 까다롭게 할 것이 뻔한데다. 이런 논란이 생긴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다른 심사위원에게까지 부정적으로 보일 가능성이 있었다.
‘일단은 말려야겠어.’
둘 다 머리에 열이 너무 올라, 제대로 된 대화가 되지 않는 상태이니, 제3자가 끼어들어 말리는 편이 좋았다.
물론, 나 또한 우리 최 감독님을 건드렸다는 사실에 열을 좀 받긴 했지만. 그래도 저 두 사람보단 냉정하다고 볼 수 있었다.
우웅-
그때, 내 핸드폰으로 하나의 메시지가 전송되었다.
[거의 다 와 갑니다. 어디로 가면 됩니까?]아까 샤워를 하기 전에 문자를 보내었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이거 잘만 하면…’
이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지금의 상황을 통쾌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로비로 오시면 됩니다.]그렇게 문자를 전송한 나는, 곧바로 저 싸움판에 끼어들었다.
“최지훈 감독님.”
“아, 사장님….”
“넌 또 뭐야!”
나는 나에게까지 소리를 지르는 외국인 심사위원의 말을 무시하며, 최지훈 감독에게 말했다.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괜찮으세요?”
“…죄송합니다. 그런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어요. 제 영화를 먹다 뱉은 음식물 쓰레기라고 하는데….”
“…음식물 쓰레기… 요?”
저 심사위원이 보았을 영화가 무엇이겠는가. 내가 각본을 맡았으며, 이번 영화제에 출품한 우리의 영화. ‘죽지 않는 가시고기’ 아니겠는가.
‘…짜증나네.’
나는 고개를 휙 돌려 그 외국인 심사위원을 쏘아보았다.
“뭐야 그 눈은? 왜? 너도 불만 있어?!”
막말하는 그에게 나는 침착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일단, 실수로 커피 방울이 튄 것은 제가 대신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화가 나셨다지만, 잘 만든 영화를 그렇게 무지성으로 깎아내리시면 되겠습니까? 그것도 공정하게 심사하셔야 할 분이.”
“그럼, 쓰레기를 쓰레기라고 말하지. 뭐라고 해야 하는데?”
나는 정중하게 말하였고, 놈에게 기회를 한 번 주었다. 하지만 저 자식은 내가 준 기회를 보기 좋게 걷어찼다.
“…듣자 하니, 우리 영화를 음식물 쓰레기라고 평하셨던데. 정말로 그렇게 형편이 없었습니까?”
“그래! 영화는 미개하고, 천박했지. 특히, 출현하는 배우들이 영 엉망이야. 스토리도 유치하고.”
“…하지만 그것은 당신 혼자만의 생각 아닐까요?”
“하! 영화를 좀 아는 사람이라면, 백이면 백 다 똑같이 생각할걸? 나는 솔직히 그 수준 낮은 영화가 어떻게 본선에 진출했는지가 참 의심스러워. 혹시…”
외국인 심사위원이 엄지와 검지를 비볐다. 그것은 다른 심사위원을 매수한 것이 아니냐는 조롱이었다.
“우리 영화가 정말 쓰레기라면, 이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어떻게 된 거라고 생각합니까?”
“눈이 삔 거지. 아니면 고등 교육도 받지 못한 수준 낮은 것들이거나.”
“…그래요?”
나는 외국인 심사위원의 어깨 너머를 향해 소리쳤다.
“감독님! 그렇다는데요?”
저벅저벅.
나의 외침에 구경꾼들 사이에서 한 명의 노인이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어? 저 사람…”
“그 사람 아니야?”
노인의 정체를 알아본 구경꾼들이 매우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Shit! 넌 또 누구…”
외국인 심사위원이 매우 불쾌한 기색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어?”
노인의 얼굴을 알아본 로빈 감독이 벙찐 표정을 지었다.
“내 눈깔이 삐었고, 수준이 낮다고 했나?”
당황한 로빈 감독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노인을 가리키며 말했다.
“다, 당신이 왜 여기에…!”
“나?”
그 말에 스티븐 에필버그의 시선이 최지훈 감독에게로 향했다.
“당신이 음식물 쓰레기라고 부른 그 영화를 보려고 왔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