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107
107화 내가 벌인 모든 사업들이…! (1)
시간을 조금 되돌려, 죽지 않는 가시고기가 상영되기 직전.
로빈 감독은 마침내 시작된 그 애송이의 영화에 이를 갈고 있었다.
‘평가해달라고? 좋아, 내가 하나하나 철저하게 분석해 주지.’
로빈 감독은 한 장면 한 장면 곱씹어가며, 영화 속의 사소한 결점까지도 찾아낼 의지를 불태웠다.
그어어-
그렇게 영화가 시작되었을 때, 로빈은 도입부 등장하는 좀비의 모습에 인상을 찌푸렸다.
‘시작부터 식상하군.’
좀비는 누구나 알고 있으며, 언제나 인기 있는 소재가 맞았다.
하지만 그 때문인지 몇몇 신인 감독들은 영화를 날로 제작하기 위해, 무지성으로 좀비 소재를 채택할 때가 있었다.
로빈 감독은 최지훈 감독 또한 그러한 분류 중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응애-!
‘…여기서 아기가?’
영화 속 좀비의 앞에 등장한 순진무구한 눈빛의 아기라니. 이다음 장면이 얼마나 잔혹할지 벌써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럼 그렇지. 주목받으려고 온갖 자극적인 소재는 다 집어넣었군.’
로빈 감독은 역시나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어?’
다음 장면에서 로빈 감독은 예상치 못한 전개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어어-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아기를 가만히 내려다보던 좀비는. 이윽고 조심스럽게 아기를 안아 들었다.
‘좀비가 아기를 안아 들어? 그것도 아기의 부모처럼?’
좀비의 몸에선 분명 시체 썩는 냄새가 나고 있을 테지만, 아기는 그런 것은 상관이 없다는 듯 방긋방긋 웃을 뿐이었다.
좀비는 그런 아기를 데리고 자신의 거처로 향하였다. 이후, 아기를 돌보는 좀비의 고군분투기가 시작되었다.
‘이게 대체 무슨…’
좀비가 아기를 먹이기 위해, 분주히 돌아다니며 식량과 생필품을 모으고. 그 느린 손으로 아기의 기저귀를 갈아주며, 아기가 잠이라도 들었을 때면 미동조차 하지 않고 조용히 한다.
그 모습이 마치 아기를 돌보는 여느 초보 부모의 모습과 같아 보여, 어느새 로빈 감독은 그 혐오스러운 좀비에 감정이 이입되고 있었다.
‘…주디.’
로빈 감독은 영화 속 아기에게서 먼저 하늘로 떠나버린 자신의 딸, 주디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영화의 중반부까지는 좀비 영화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평화스러운 장면들이 이어졌다.
좀비는 아기를 최선을 다해 돌봐주었고, 아기는 그런 좀비에게 행복한 웃음을 지어 보이는 평범한 일상이 지속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위기가 찾아왔다.
콜록콜록-!
영화 속 아기가 심한 감기에 걸리고 만 것이었다.
딱 봐도 심각해 보이는 아기가 기침할 때마다, 로빈 감독은 병원에서 괴로워하던 주디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라 눈물을 글썽였다.
또한 그런 아기를 데리고 어쩔 줄 몰라 하며 사방을 뛰어다니는 좀비의 모습에서, 과거 축 늘어진 딸아이를 안고 이 병원 저 병원을 찾아다니던 자신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제발… 제발….’
폐허가 된 약국에서 아기에게 먹일 약을 찾는 좀비. 천만다행으로 마지막 남은 약을 찾아 아기에게 먹인 좀비는 안도감에 털썩 주저앉았다.
‘다행이다….’
이제는 완전히 영화에 몰입한 로빈 감독이 영화 속 좀비처럼 안도했다.
그러나 위기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좀비가 약을 찾기 위해 온 동네를 뛰어다니며 소란을 피운 덕분에, 근처의 다른 좀비들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었다.
으앙-!
아기의 울음을 듣고 점점 다가오는 좀비들은 마침내 주인공 좀비와 아기를 발견하고, 인간 아기를 잡아먹기 위해 달려들기 시작한다.
주인공 좀비는 아기를 지키기 위해 혈투를 벌였다. 그 결과, 비록 한쪽 팔을 잃게 되었으나 주인공 좀비는 아기를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주인공 좀비는 천진난만하게 웃는 아기를 보며 생각한다.
-저… 아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지…
아기가 아팠던 이유는 병균 덩어리 시체인 자신과 함께 있었기 때문일 확률이 높았다.
또한, 앞으로도 아기를 잡아먹으려는 좀비들이 분명 나타날 것이며. 혹시라도 큰 소동에 인간들의 군대가 몰려올지도 모른다.
좀비는 상상했다.
인간들의 눈먼 총알에 아기가 맞는 장면을.
다른 좀비들에게 당해버린 자신이, 무력하게 아기가 잡아먹히는 장면을 보게 되는 것을.
-그것… 만은… 안 돼…!
좀비의 나래이션과 함께, 해가 빠르게 저물어갔다.
아기가 잠든 밤.
좀비는 계속해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그리고 새벽.
마침내 좀비는 결심한다.
이제는 세상 무엇보다 소중해진 이 아기를 인간들에게 데려다줘야겠다고.
히-!
어느새 잠에서 깬 방긋 웃는 아기를 남은 한 손으로 안으며, 좀비는 인간들이 거주하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제발…!’
로빈 감독은 진심으로 저 좀비가 살길 바라였다. 지금까지 아이를 위해 희생해온 좀비가 행복해지길 원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좀비의 독백에, 그는 이 영화의 슬픈 결말을 예상할 수 있었다.
-인간들의… 거주 구역에… 다가가면… 아마 나는… 죽게 되겠지….
-하지만… 나는… 멈출 수… 없다….
-이 아이의… 행복을… 위해서…!
좀비는 인간들이 모여 사는 곳을 향해 걸어간다.
한 발자국, 또 한 발자국.
거대한 벽에 둘러싸인 인간들의 거주지에 다가갈수록. 좀비에게 드리우는 죽음의 그림자가 짙어졌다.
경계선.
인간들의 감시 범위에 닿기까지 앞으로 한 발자국.
좀비는 아직 선택할 수 있다.
앞으로 나아가는 대신, 지금이라도 돌아간다면. 이전의 행복한 나날들을 다시 보낼 수 있었다.
좀비는 몇 번이고 왔던 길을 돌아보았고, 발걸음을 돌리려 했다.
하지만 그것은 아기의 미래를 대가로 얻는 불안한 행복이었다. 그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 좀비는, 결국 그 한 발자국을 내디뎌 경계선을 넘어갔다.
철컥-
저 멀리 어둠 속, 차가운 금속음이 희미하게 들려왔다. 좀비는 서둘러 안고 있던 아기를 바닥에 살포시 내려놓았다.
아우….
곤히 잠든 아기의 잠꼬대를 보며, 빙긋 미소 지어 보인 좀비는 비장한 표정으로 다시 일어나, 거주지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초 뒤.
타앙-!
빠르게 날아온 차가운 금속이 두개골에 박히며,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야가 기울어진다.
쿠웅-
바닥에 쓰러진 좀비는 본능적으로 몸을 다시 일으키려 하였지만, 그 썩어 문드러진 몸뚱이는 이제 더는 움직여지지 않는다.
으앙-!
소란스러움에 잠이 깬 아기가, 무언가를 느낀 듯이 울음을 터뜨린다.
천만다행하게도, 쓰러진 좀비의 시야에 아기의 꼼지락거리는 손이 보였다.
좀비는 자신이 지켜내고 싶었던 아기의 모습을 볼 수 있었음에 감사함을 느끼었다.
-이제…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잘… 살거라….
이제 곧 자신을 쏜 인간이, 살아있는 아기를 발견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아기는 마침내 인간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그렇게 아기를 위해 희생한 좀비가 눈을 감으려던 순간. 그의 머릿속에 무언가의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좀비가 되기 전, 그러니까 생전의 기억들이었다.
-이…건…
단정한 옷을 입은 자신이 어딘가로 달려가고 있었다.
숨을 헐떡이며 마침내 도착한 곳은 어느 새하얀 병실이었다. 그곳에는 막 출산을 마친 아내가 있었다.
힘없는 미소를 지어 보인 아내는, 곧 딸아이를 만날 수 있을 거라 이야기해준다.
그렇게 그가 아내의 손을 꼭 잡아주고 있었을 때.
간호사가 병실로 들어와 그를 어딘가로 데려갔다. 그렇게 그가 도착한 곳은, 신생아들이 모여있는 병원의 멸균실이었다.
간호사는 그에게 한 아이를 가리키며 저 아이가 막 태어난 그의 딸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 간호사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이동한 곳엔. 건들면 부서질 듯이 아주 작디작은 소중한 존재가 잠들어 있었다.
색… 색….
가는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던 그 아이는, 이제껏 좀비가 지켜오고 돌봐주었던 바로 그 아기였다.
세상에서 무엇보다 소중한 그의 아기.
-유나….
마침내 자신의 딸아이의 이름을 기억해 낸 좀비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두 눈을 스르르 감았다.
-잘 살렴. 사랑하는 나의 딸 유나야.
그런 좀비의 나래이션을 마지막으로, 영화가 끝이 났다. 그렇게 잠시 후 스크린에 검은 화면이 비치며 크레딧이 올라가기 시작했을 때.
브라보!
환호성과 박수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우레와 같은 소리에 정신이 퍼뜩 든 로빈 감독은, 고개를 푹 숙이며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나 지금 이 영화를 몰입해서 본 거야?’
인정할 수 없었다. 아니, 인정하기 싫었다.
하지만 그도 한 사람의 감독으로서, 더는 이 영화를 부정할 수 없었다.
‘…스티븐 감독님의 안목이 맞았던 거야.’
이런 감동적인 독립 영화를 보고도, 계속 그 동양인… 아니, 최지훈 감독을 깎아내릴 수는 없었다.
게다가 솔직히 지금의 그는 지금 심사위원이고 뭐고 간에, 다 때려치우고 곧장 숙소로 달려가 최지훈 감독의 다른 작품을 감상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그 전에 할 일은 해야겠지.’
로빈 감독은 심사위원용 비밀 평가지에, 방금 감상한 죽지 않는 가시고기의 점수를 적어 제출했다.
‘이제 약속을 지켜야 해.’
영화제가 끝난 후, 로빈 감독은 최지훈 감독을 찾아가 제대로 사과하리라 마음먹었다.
***
“대상은… 축하합니다! 심사위원에게 모두 만점을 받은, 죽지 않는 가시고기입니다!”
설마설마했지만, 정말로 대상을 탈 줄 몰랐던 나와 최지훈 감독은. 서로를 부둥켜안으며 기뻐했다.
“먼저, 못난 저를 끝까지 믿어준 제 아내와 아이에게 이 영광을 돌립니다.”
무대 위로 올라가 트로피를 수여 받은 최지훈 감독은, 무난한 소감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정말 잘 되었어.’
하마터면 꿈을 잃고 평범한 삶을 살 뻔했던, 최지훈 감독이. 이렇게나 큰 영화제에서, 그것도 무려 대상을 받은 모습에 나는 큰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제가 꿈을 포기하지 않고 이 작품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한국의 윤현민 사장님 덕분입니다. 이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최지훈 감독의 소감에 내 이름이 언급되니, 민망한 기분이 든 나는. 오른손 검지로 콧잔등을 긁적거렸다.
‘음? 잠깐만, 조금 전에 우리 영화가 심사위원들에게 모두 만점을 받았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다는 얘기는 로빈 감독 또한 우리에게 만점을 주었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고개를 돌려, 심사위원석에 앉은 로빈 감독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는 아까 영화가 끝났을 때 보았던, 로빈 감독의 어깨 들썩임을 떠올렸다.
‘…정말 우리 영화를 보고 감격이라도 받은 걸까?’
아직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시상식이 끝나고, 이어진 짧은 폐막식을 끝으로. 루비스피어 영화제는 모두 종료되었다.
“자, 스티븐 감독님. 그리고 윤 사장님. 가시죠, 오늘 저녁 식사는 제가 쏘겠습니다.”
트로피와 우승 상금을 한 손에 쥔 최지훈 감독이,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그거 사비로 내는 겁니까? 우승 상금은 아직 통장에 안 들어왔잖아요.”
“당연히 사비입니다. 우승 상금은 우리 모두 나눠 가져야 하니까 손을 대면 안 되죠.”
“그래요? 그럼 오늘 부담 없이 비싼 메뉴를 시켜도 됩니까?”
“당연하죠! 으하하!”
자신이 감독한 영화가 영화제 대상을 받은 것에 관해, 최지훈 감독은 이성보단 감성이 더욱 강해져 있었다.
‘계산은 내가 해야지.’
나는 최지훈 감독이 기껏 얻은 우승 상금을, 한순간의 감정으로 모두 소비하게 둘 수는 없었다.
잠시 후 가게에 도착한 나는. 일행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곧장 화장실로 향했다.
쏴아아-
그렇게 볼일을 마치고 나온 내가 모두가 있는 테이블로 돌아갔을 때.
‘음…’
나는 테이블에 앉은 최지훈 감독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로빈 감독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당신의 영화는 정말 최고였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런 영화를 멋대로 깎아내려서.”
최지훈 감독은 그의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아주었고, 이에 로빈 감독은 사죄의 의미로 지금 이 테이블의 식사비는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선언하였다.
원래 이 자리의 식사비는 내가 낼 생각이었지만, 나는 첫인상이 그리 좋지 않았던 로빈 감독이 지갑을 열겠다는데 굳이 말리고 싶지 않았다.
“많이 드세요.”
테이블 위를 가득 채우는 온갖 맛있는 음식들에, 모두의 입가에 군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저건 와규 스테이크?’
몇 주 전, 루카스 씨와 함께한 식사 자리에서도 와규 스테이크가 나오긴 하였으나. 그 당시의 나는 생각할 것이 많아서, 제대로 된 맛을 느끼지 못하였다.
‘잘 되었어. 이번에는 꼭 제대로 먹어 봐야지.’
그렇게 내가 와규 스테이크를 집어 가려던 찰나.
우우우웅-
핸드폰 진동이 무섭게 울리기 시작했다.
‘뭐지?’
확인해보니, 전화를 걸어온 상대는 다름 아닌 넷플리스의 라이언이었다.
아무래도 온전히 식사에 집중하기 위해선, 이 전화를 받아야 한다고 판단한 나는. 다시 식당의 프라이빗룸을 빠져나와 라이언의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축하드립니다! 소식은 잘 들었어요! 대상을 타셨다고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라이언은 그걸 어떻게 알았죠?”
-스티븐 감독님에게 문자를 받고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대단하시네요. 대상이라니….
라이언은 그 뒤로도 한참을 우리 영화에 대해 찬양을 해대었다.
“라이언. 제가 지금 식사 도중에 나와서 그런데, 별다른 할 말 없으시면 나중에 다시 통화해도 될까요?”
-아! 죄송합니다. 그래도 제 용건만 듣고 가시죠. 짧게 말하겠습니다.
라이언은 빠르게 전화한 용건을 밝히기 시작했다.
-먼저, 계약대로 ‘죽지 않는 가시고기’는 저희 넷플리스에서 곧장 영화 제작에 들어갈 겁니다.
“그래요? 생각보다 빠르게 제작에 들어가네요?”
-입상만 해도 영화화였는데, 무려 대상을 타버렸으니까요. 다만. 영화 제작이라는 게 단기간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므로, 꽤 시일이 걸릴겁니다.
“그렇겠죠. 하지만 넷플리스 자본이라면 그 기간을 단축할 수 있을 텐데요?”
유명 영화제에서 대상을 타버렸으니, 넷플리스에서도 적극적으로 우리 영화를 제작하려 할 것이 뻔했다.
-그야 그렇지만… 아무리 짧아도 반년은 걸리고 말 겁니다.
“반년이라….”
나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 기간을 곱씹으며 생각했다.
‘내가 벌여놓은 다른 일들도, 그때쯤 되면 두각이 드러나겠지?’
MO 플랜트와 인공지능 개발, 그리고 크리스토퍼와 협력하는 파킨슨병의 치료제 개발과 그밖에 잡다한 일들까지.
그 모든 사업이 6개월 뒤면, 꽤나 많이 진행되 있을 터.
‘그때가 빨리 왔으면 좋겠네.’
이때의 나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6개월 뒤에 내가 벌였던 모든 사업이, 도미노처럼 서로 연쇄 반응을 일으키며 대박을 터뜨려 버릴 줄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