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108
108화 내가 벌인 모든 사업들이…! (2)
루비스피어 영화제가 끝난 다음 날.
나와 최지훈 감독은, 더는 촬영 일정을 미룰 수 없던 스티븐 감독님의 마중을 나왔다.
“미스터 윤, 먼저 가보겠습니다.”
“살펴 가세요.”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한 채, 탑승 수속을 밟으러 가던 스티븐 감독님은. 불현듯 무언가 생각났는지 다시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참, 미스터 윤이 출연하는 영화는 6개월 뒤에 전세계 동시 개봉할 예정입니다. 시간 나면 보러오세요.”
그렇게 스티븐 감독님이 떠난 후, 최지훈 감독이 내게 물었다.
“사장님도 이만 한국으로 돌아가실 것 아닙니까?”
“네. 그런데 그 전에 쇼핑 좀 하고요.”
나는 근처의 선물 가게를 들러 한국의 지인과 수녀님, 그리고 이삭 보육원 아이들에게 전해줄 선물을 잔뜩 골라, 캐리어 가방에 어떻게든 구겨 넣었다.
“그러고 보니 저도 아내와 딸에게 줄 물건을 사야겠네요.”
대상도 타고, 상금도 생긴 최지훈 감독은, 아내에게 줄 예쁜 목걸이와 딸아이에게 줄 드레스를 골랐다.
‘비싸 보이는데?’
대신 결제해 줄까도 생각해보았지만, 자신이 고른 선물을 바라보며 행복해하는 최지훈 감독의 모습에 나는 꺼냈던 카드를 다시 지갑에 집어넣었다.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그는 이번에 큰 명예와 상금을 받았고, 처음으로 아내와 딸에게 비싼 선물을 해줄 수 있게 되었다.
나 또한 처음 로또에 당첨되고, 그것을 기반으로 많은 돈을 벌어들였을 때. 원장님과 수녀님들에게 선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기뻤던가.
‘괜한 오지랖으로 최지훈 감독의 기분을 망칠 뻔했군.’
그렇게 선물을 모두 구매한 우리는, 곧장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한국에 돌아온 나는 집에서 하루 동안 여행의 피로를 푼 뒤, 곧장 루나리스 패션으로 향했다.
“오랜만입니다! 사장님!”
나는 오래간만에 만난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며, 그들에게 독일에서 사 온 선물들을 나눠주었다.
“감사합니다!”
직원들이 기뻐하는 모습에 나는 괜히 마음이 뿌듯해졌다.
“사장님.”
그때, 한유경 씨가 내게 다가와 말했다.
“결재하셔야 하는 서류들, 사장님 책상 위에 올려두었습니다.”
“그래요? 구상민 씨가 처리하지 못한 서류들인가 보네요?”
구상민 씨는 내가 독일에 있는 동안, 나를 대신에 한동안 한국에서 루나리스 패션의 업무를 봐주고 있었다.
“네, 엊그제 스위스로 떠나시면서 남기고 가신 서류들입니다.”
“알겠습니다.”
나는 겨우 이틀간 쌓인 서류라면, 그 양이 별것 아니니라 생각했다.
“그나저나 곽창민 디자이너는 어디 갔나요? 자리에 안 계시던데.”
그는 이번 루비스피어 영화제에 내가 입고갈 정장을 직접 제작해주었기에, 나는 감사 인사를 하고 싶었다.
“곽창민 디자이너는 오늘부터 일주일간 휴가예요.”
“일주일이나요?”
보통 휴가를 일주일이나 다녀오는 경우는 잘 없었기에, 나는 조금 놀랐다.
“곧 휴가철이니, 미리 길게 쉬려고 하신 모양이네요?”
“아뇨. 그런 이유가 아닌 것 같아 보였어요. 집에 무슨 일이 생겼다고 얼핏 들었거든요”
“아… 그래요?”
“네. 그런데 곽창민 디자이너의 표정이 그리 좋지는 않아 보였어요.”
“표정이 안 좋았다고요?”
그 말에 나는 곽창민 씨가 조금 걱정이 되었다.
‘다음에 곽창민 씨를 만나면, 안부를 자세히 물어봐야겠군.’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한유경 씨에게 루나리스 패션이 잘 운영되고 있는지를 물었다.
“네, 별다른 일은 없어요. 구상민 님의 지시하에 다음 시즌 명품 라인 준비도 잘 되어가고 있고, 회사 사무실이 확장되면서 새롭게 뽑은 직원들도 생각보다 빠르게 잘 적응하고 있으니까요.”
“그럼 아무런 문제는 없는 거겠군요?”
“굳이 문제라고 한다면, 요즘 루나리스 패션의 성장률이 좀 떨어진 것 같긴 해요.”
한유경 씨의 말대로 별문제는 아니었다.
‘성장률이 떨어진 것은 브랜드의 포텐셜이 떨어진 것이지, 매출액이 떨어졌다는 뜻이 아니니까.’
실제로 매달 루나리스 패션에서 내 통장에 들어오는 금액은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성장률이 떨어진 것은 아쉽지만, 당장은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는 데 집중해주세요.”
“성장률을 올릴 방법은 고민하지 않으실 건가요?”
“언젠가는 해야겠죠. 하지만 지금은 구상민 씨도, 곽창민 디자이너도 안 계시니. 일단 현 상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보죠.”
그런 내 결정에 한유경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나는 그녀에게 이런저런 근황을 물은 뒤, 곧장 내 사무실로 향했다.
그리고.
‘이게 뭐야?’
엄청나게 쌓여있는 서류의 양에 기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류가 좀… 많죠?”
뒤따라온 한유경 씨가 멋쩍게 말했다.
“이, 이게 다 뭡니까?”
“기존 명품 라인과 다음 시즌 명품 라인의 디자인 시안과 다음 시즌에 준비할 고객 감사 이벤트, 그리고 각종 홍보 수단 및 제휴 결재 시스템에 대한 승인 요청 건에 관련된 서류들입니다.”
“…….”
내가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에 입을 벌리고 있자, 한유경 씨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해요. 웬만한 서류는 제 선에서 처리해야 했는데, 요즘 다른 업무가 너무 바빠서 도저히 서류 결재까진 신경을 쓰지 못했어요.”
“…괜찮아요.”
그게 어떻게 한유경 씨의 탓이겠는가. 게다가 이것은 애초에 그녀의 업무도 아니었다.
‘원래는 구상민 씨의 업무였지.’
그러나 그는 나를 도와 해외 업무를 대신 맡아주고 있는 상태이므로, 한유경 씨가 이런 결재 업무까지 떠맡게 된 것이었다.
‘구상민 씨를 보조할 전문 경영인을 한 명 더 구하던지, 아니면….’
나는 차라리 한유경 씨의 업무를 대신한 사람을 구하고, 그녀가 구상민 씨의 보조가 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한유경 씨도 경영에 재능이 있어 보인다고, 구상민 씨가 말했었지.’
몸값이 비싸고 신뢰를 쌓지도 못한 전문 경영인을 구하느니, 유능한 그녀를 키우는 게 더 좋을 것 같았다.
“한유경 씨는 나가서 일 보세요. 저는 저 서류들과 시름 해야 하니까요.”
“네, 그런데….”
한유경 씨가 책상 아래쪽 서랍을 가리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기 안에도 서류가 있으니, 부탁드려요.”
“…….”
“그리고 내일까지 결재가 되어야 하는 서류들도 있어요. 혹시, 모르실까 봐 말씀드려요. 그럼… 화이팅 하세요!”
그 말을 끝으로, 한유경 씨가 사장실을 빠져나갔다.
‘…이런.’
아무래도 나는 오늘 또 야근을 해야만 할 것 같았다.
***
그로부터 한 달의 시간이 지났을 때, 라이언에게서 연락이 왔다.
-MO 플랜트의 다큐멘터리 제작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전에 라이언은 MO 플랜트에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주기로 약속해주었었다.
“잘 되었군요! 그럼, 제작 기간은 대충 얼마로 예상하시나요?”
-4개월 정도 걸릴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마 일정이 밀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최대 5~6개월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빠르면 4개월, 늦으면 6개월이라.
그 정도의 기간이면 얼추 MO 플랜트 사업이 시작되는 시기에 맞출 수 있을 것 같아 보였다.
-아, 그리고 넷플리스에 ‘죽지 않는 가시고기’가 업로드 되었습니다. 그 밖에 최지훈 감독님의 다른 작품들도요.
“오오!”
영화제가 끝난 지 어언 한 달밖에 안 된 시점이었으므로, 나는 그의 일 처리 속도가 빠르다고 느끼었다.
-저희 아버지께서 최지훈 감독의 영화를 보더니, 워낙 닦달하시는 바람에요. 뭐, 덕분에 제가 좋아하는 다큐멘터리 제작도 빠르게 시작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의 목소리엔 피곤함이 역력했지만, 동시에 기쁜 기색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럼, 잘 부탁합니다. 라이언.”
-예, 맡겨주시죠.
그렇게 통화가 종료된 후.
나는 오랜만에 미라클 에코의 두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 사장님! 어쩐 일로 전화를 주셨나요?
“안부 차 연락드렸습니다. 요즘 사업은 잘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아, 안 그래도 그에 관해서 기쁜 소식을 전해드리려 했습니다.
이동환 대표는 그동안 연구를 거듭하며, MO 플랜트의 효율을 5% 향상하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확실히 투자금이 빵빵하니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더군요. 감사합니다. 이 모든 게 윤 사장님 덕분입니다.
“뭘요. 저도 제 이득 때문에 두 분께 투자한 건데요.”
-그래도요. 그것이 아니었으면, 지금쯤 우리는 자금난에 시달려 사업을 접었을지도 모릅니다.
그야 그럴지도 모른다.
당시 미라클 에코의 두 대표는 무리하게 대출까지 받았던 상태였고, 그것을 갚을 능력이 없었으니까.
‘아마 누군가에게 기술을 헐값에 넘겼을지도 모르지.’
그러므로 두 대표가 나를 만난 것은 천운이라 할 수 있었다.
“본격적인 사업은 언제쯤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나요?”
-음… 설비공사가 완료되는 대로 시범 운영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요? 그럼 대충 4~6개월 뒤에 MO 플랜트가 가동되겠군요?”
구상민 씨에게 전해 듣기로, 폐건물을 개조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 최대 6개월이라고 했었다.
-네, 맞습니다. 그때쯤이면 미국, 스위스, 필리핀 모두 가동이 이뤄지고 있을 겁니다.
“그럼 그때까지 홍보 영상을 만들어 둬야겠군요?”
아무리 좋은 사업도,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으면 묻히는 법이었다.
MO 플랜트를 저 세 나라에서만 가동할 거라면 상관없겠으나. 다른 나라에도 사업을 진행할 생각이라면, 홍보는 필수라 할 수 있었다.
-그 점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각 나라의 정부가 약속한 지원 속에는 법적인 문제뿐 아니라 적극적인 홍보도 포함되어 있으니까요.
이동환 대표는 TV의 정규 채널에서 공익 광고처럼 MO 플랜트의 홍보가 이뤄질 것이라고 부연 설명을 해주었다.
“잘 되었네요. 그럼 사업을 진행하는 데 큰 문제가 없는 거겠네요?”
-네, 일단 지금은 그렇습니다.
그 긍정적인 대답에 만족한 나는, 이런저런 잡담을 조금 더 이어 나간 뒤. 그와의 통화를 종료하였다.
‘루나리스 패션도, 미라클 에코도. 알아서 잘 운영되고 있어.’
내가 개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두 사업은 아주 잘 진행되고 있었다.
‘MO 플랜트의 홍보 문제는 더 걱정할 필요가 없겠어. 정부 지원도 있는 데다, 라이언의 다큐멘터리가 완성되면 알아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질 테니까.’
영화도 넷플리스에 잘 업로드되었고, 죽지 않는 가시고기의 정식 영화 제작도 최지훈 감독이 알아서 할 문제였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ICU의 FDA 승인과 인공지능 개발뿐인가?’
슬슬 시기상으로 ICU의 FDA 승인이 났을 것이다.
‘이건 이따가 크리스토퍼 씨에게 전화로 물어봐야겠군.’
만약 FDA의 승인이 났다면, 나는 곧장 성윤복 장인을 미국으로 보낼 생각이었다.
‘그리고 인공지능… 이게 문제인데….’
다른 사업들은 앞으로 몇 개월간 신경 쓰지 않아도 되었으나, 인공지능 개발만은 달랐다.
‘개발이야 상필이에게 위임했으니 알아서 잘할 테지만, 그 외의 문제는 내가 해결해 주어야겠지.’
예를 들면, 우리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담을 하드웨어를 개발하는 문제가 남아 있었다.
‘인공지능의 초기 모델이 개발되면, 윌 게이츠 씨가 기기 개발에 들어간다고 했었지.’
그렇다면 인공지능 폰이 실제로 출시되는 시기가 꽤 길어지게 된다.
‘그건 곤란해.’
나는 하루라도 빨리 내가 투자한 인공지능이 작동되는 것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윌 게이츠 씨는 무조건 결과물을 보기 전까진 기기를 제작하지 않겠다고 아예 못을 박았었다.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설득해보았지만, 윌 게이츠는 요지부동이었다.
‘어쩔 수 없지 잠자코 기다릴 수밖에.’
저렇게까지 하지 않겠다는 사람의 마음을 억지로 돌릴 수는 없으니 말이다.
‘윌 게이츠 씨가 기기 개발을 서두르게 될 만한 어떤 계기가 있으면 좋으련만….’
나는 그런 아쉬운 마음을 품으며, 크리스토퍼에게 연락했다.
-오! 마침 잘 전화했어. 안 그래도 당신이 기뻐할 만한 소식이 있었거든.
크리스토퍼는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얼마 전에 FDA의 승인이 통과되었어. 그래서 파킨슨병의 치료제에 대한 시뮬레이션이 오늘부터 시작돼.
그것은 정말로 기쁜 소식이 맞았다.
“크리스토퍼, 그럼 시뮬레이션이 끝나는 한 달 뒤, 곧장 임상시험을 실시할 수 있는 건가요?”
-물론이지.
“혹시 임상시험 대상자를 선정하는데, 어떤 제약은 없고요?”
그런 나의 물음에 크리스토퍼가 안심하라는 듯이 말했다.
-미스터 윤이 뭘 걱정하는지 알아.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스터 성은 이미 파킨슨병 1차 임상시험 대상자 목록에 들어있어.
크리스토퍼는 성윤복 장인의 피아노를 가지고 싶어 했었다.
그랬기에 그는 자신의 힘으로 성윤복 장인을 임상시험 대상자 목록에 제일 첫 번째로 올려버렸던 것이었다.
-이건 미스터 윤과 나만의 비밀이야. 그리 큰 문제는 아니지만, 이슈를 좋아하는 기자들이 어떤 이상한 기사를 쓰지는 모르니까. 미리 조심해서 나쁜 것은 없겠지.
그것은 나도 동의하는 바였다.
“그럼 성윤복 장인을 언제쯤 미국으로 보내면 될까요?”
-시뮬레이션은 한 달 정도 걸려. 그 이후 약을 제조하는 데 필요한 시간까지 생각하면… 두 달쯤 뒤에 미스터 성이 미국으로 오면 될 것 같아.
“알겠습니다. 성윤복 장인에게 그렇게 전달해 두도록 하죠.”
그렇게 약 두 달 뒤, 성윤복 장인이 미국으로 건너가 임상시험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더… 더 이상 손이 떨리지 않아…!”
성윤복 장인은 멀쩡해진 손을 바라보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나 또한 그 소식을 전해 듣고,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하였다. 그런데 그때, 나는 예상치 못한 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
-미스터 윤, 기기 개발을 당장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비록 1차 임상시험이었지만, AI 인공지능 임상시험의 성공을 확인한 윌 게이츠가 마음을 바꾼 것이었다.
이것이 내가 벌인 사업의 첫 번째 연쇄 반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