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110
110화 내가 벌인 모든 사업들이…! (4)
워싱턴의 데일리 타임즈 신문사.
그곳에서 일하는 적갈색 머리의 기자, 안젤라가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백지의 워드 창에 대고 하품을 길게 쩍 하였다.
‘뭐, 재미있는 일 없나.’
안젤라는 너무나도 지루했다. 요즘은 그녀의 흥미를 끌 만한 기삿거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재미없는 기사는 쓰기 싫은데.’
데일리 타임즈에서 안젤라는 본인이 흥미있는 기사만 쓰는 괴짜로 유명했다.
보통 이런 식으로 일을 하게 되면, 해고당하기 마련이지만. 안젤라가 쓰는 기사는 모두 굉장한 이슈가 되기 때문에 편집장도 그녀를 많이 봐주는 편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마지막 기사를 작성한 게 무려 한 달 전이었으니, 이제는 그녀도 슬슬 편집장의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지. 이번에도 기사를 적지 않으면, 마귀 할망구가 나를 잡아먹으려 들지도 모르니까, 옥상에 올라간 고양이 이야기나 적어야겠다.’
이 워싱턴이라는 도시는 인구수가 70만 명인데 고양이 수가 무려 20만 명에 육박하는 신기한 동네였다.
그렇기에 옥상에 올라가 위기에 빠진 고양이는 주위에서 꽤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그래서 안젤라는 쓸만한 기사 내용이 없을 때마다 고양이 이야기를 쓰곤 하였다.
아, 참고로 그녀가 말한 마귀 할망구는 편집장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후우우….”
하지만 그 고양이 이야기도 질려버린 안젤라는 몇 번이고 의미 없는 글자를 썼다 지웠다 하며, 무료한 눈빛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우중충한 하늘. 곧 비라도 쏟아질 것 같은 먹구름을 보며 그녀는 생각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처럼 재밌는 기삿거리가 내 앞에 툭 떨어지면 얼마나 좋아.’
툭.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안젤라의 책상에, 무언가의 서류가 툭 떨어졌다.
“뭐야?”
그녀는 뜬금없이 한 뭉치의 서류를 툭 던진 장본인인 올백 머리의 남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앤더슨, 왜 이딴 종이 쪼가리를 내게 주는 거야? 나는 너의 쓰레기통이 아니라고.”
그 말에 앤더슨이 상처를 받은 듯한 과장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쓰레기라니, 너무하네. 나는 단지 순수한 마음으로 너의 고민을 덜어주려고 했을 뿐이라고.”
그 말에 안젤라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순수한 마음은 얼어 죽을. 내게 환심을 사서 어떻게든 자빠뜨리려는 목적이겠지.’
앤더슨은 정보 수집력이 뛰어나 마귀 할망구가 1년 전에 다른 신문사에서 스카웃 해 온 기자이며, 무려 1년 동안이나 안젤라에게 치근덕거리는 녀석이기도 했다.
‘가끔 재미난 정보를 물어오니, 가만 내버려 두긴 했지만.’
최근 들어 녀석은 정보를 가져다줄 때마다 뭔가 대가를 바라는 눈치였다.
‘일단 얘기나 들어 볼까?’
안젤라는 앤더슨을 향해 물었다.
“그래서, 이번엔 또 얼마나 재밌는 기삿거리를 찾아왔나 확인해볼까?”
그렇게 안젤라가 책상 위의 서류에 손을 뻗었을 때.
탁.
그녀의 손을 막듯, 앤더슨이 서류 위에 손을 올리었다.
“안 되지. 이번에도 정보만 홀랑 빼가려고?”
“…뭔데?”
안젤라는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이젠 내가 매력적이지 않나봐?”
그런 안젤라의 말에 앤더슨은 잠시 당황해했지만, 이내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이번엔 안돼. 나와 저녁을 먹어주던가, 아니면 이번 정보를 포기하던가. 결정해. 참고로 이번 정보는 역대급으로 흥미로울 거야.”
안젤라는 오늘따라 유난히 대가에 집착하는 앤더슨에게 짜증이 났다. 하지만 그가 장담하는 흥미로운 정보라는 것에 그녀는 강한 호기심이 들었다.
“좋아. 대신, 이 서류의 정보가 쓸만하다고 생각된다면. 그때 같이 저녁 식사나 하자고.”
“진짜? 예스!”
주먹을 불끈 쥐는 앤더슨의 표정과 태도가 자신만만한 것을 보니, 이번 정보가 그동안 가져왔던 그 어떤 정보들보다도 훨씬 특별한 것은 맞아 보였다.
‘어디 보자….’
안젤라는 앤더슨의 서류뭉치를 찬찬히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이게 뭐야? 한국? MO 플랜트? 이건 워싱턴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잖아? 나는 워싱턴과 관련된 기삿거리를 원한다고.”
데일리 타임즈 내에서 안젤라는 워싱턴에서 일어난 일을 주로 다루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멀리 이동하는 것을 싫어했고, 그랬기에 웬만해선 다른 지역이나 해외 출장을 갈 확률이 있는 기사는 잘 다루지 않았다.
하지만 이어지는 앤더슨의 설명에, 그녀는 약간의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런, 안젤라.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구나. 너의 말대로 그 정보는 워싱턴과는 관련이 없는 게 맞아. 하지만 미국과는 관련이 있지.”
앤더슨은 안젤라가 읽던 다음 페이지를 넘기며 설명을 이어 나갔다.
“그 서류에 나온 윤현민이라는 한국인은 굉장히 다양한 사업에 손을 대고 있어. 그런데 그 모든 사업을 전부 성공시키는 데 3년도 안 걸렸어.”
“오호, 그래서?”
“그런 사람이 이번엔 친환경 사업에 투자했단 말이야. 그것도 플라스틱 배출국 1위인 우리 미국에.”
안젤라는 흥미로운 눈으로 다시 서류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다양한 사업을 성공시킨 행운의 한국인이, 우리 미국에 건너와 시작한 친환경 사업에 투자를 했다라….’
게다가 그 한국인은 스티븐 에필버그 감독의 영화에도 잠시 출연하였고, 최근에 핫했던 독립 영화에도 관여한 듯 보였다.
‘확실히 재밌어 보이는 기삿거리야.’
앤더슨이 옳았다. 이 정보는 간만에 그녀의 마음을 설레게 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이건 워싱턴에 관한 게 아니잖아, 그러니 아까의 저녁 약속은 없던 걸로 하겠어.”
“뭐?”
“하지만 이 서류는 내가 가질게. 고마워 앤더슨.”
“…안젤라, 그건 아니지.”
고개를 저은 앤더슨이 손을 뻗어 안젤라에게서 서류를 빼앗으려던 찰나,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정보는 마음에 드네. 그러니까 저녁이 아닌, 점심 정도는 같이 먹어줄게.”
그런 그녀의 말에 앤더슨이 복잡미묘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항복하듯 두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조금씩, 천천히 다가오란 소리지?”
“…뭐, 그런 셈이지.”
“오케이. 그럼 난 먼저 가볼게. 점심으로 먹을 맛있는 음식점을 알아봐야 하니까.”
그렇게 신이 난 발걸음으로 앤더슨이 사라지고, 그녀는 생각했다.
‘미안해, 앤더슨. 오늘 점심은 마귀 할망구와 함께할 예정이라서.’
안젤라는 속으로 마음에 없는 사과를 하며, 서류를 면밀하게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약 30분 후.
‘이게 말이 되나?’
앤더슨의 말대로 이 신비로운 동양인은 그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일을 해내었었다.
‘그것도 상당히 극적으로 말이지.’
루미에 패션쇼부터 명품 패션 브랜드의 창립. 그리고 영화 사업에 친환경 사업까지. 일반인이라면 하나만으로도 벅찬 것들을 짧은 시간 안에 모조리 성공시켰다.
‘조금 더 자세히 알아봐야겠어.’
그녀는 서류에 적힌 간략한 정보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여기었다.
안젤라는 편집장과 점심을 빠르게 먹은 뒤, 곧장 자리로 돌아와 서류 속 윤현민이라는 남자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뭐야? 이 남자, 이런 영웅적인 면모도 갖추고 있다고?’
화면에 떠 있는 스위스의 한 신문 기사에는, 윤현민이 불길 속에 뛰어들어 한 아이를 구출하여 감사장을 받는 사진이 들어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야.’
희귀 혈액형을 가진 스위스 연방 위원의 아들에게 우연히 수혈을 해주어 살려내었다는 기사도 있었다.
‘이 사건 덕분에 MO 플랜트라는 친환경 사업이 스위스에서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었던 건가?’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빠져드는 그의 일화들에, 안젤라의 흥미는 더욱 강해져만 갔다.
‘어? 뭐야?’
그러던 중, 그녀는 또 우연히 찾아낸 기사에 입을 쩍 벌렸다.
‘MO 플랜트에 큰 투자를 한 사람이, ICU의 임상시험에도 관여했네?’
그녀가 읽고 있는 짤막한 기사에는, 세계적인 부자 크리스토퍼의 ICU에서 실시한 파킨슨병 치료제에 관한 것이 적혀있었다.
그리고 그 기사에는 이번에 임상시험 대상자가 된 어느 한국인에 대한 인터뷰가 나와 있었다.
[…성윤복 씨는 인터뷰 도중에도 한국의 윤현민이라는 사람에게 계속 감사함을 표했다.] [그가 아니었다면, 자신은 이런 기회를 얻지 못했을 것이라며 말이다.]안젤라가 알기로 ICU의 AI 시뮬레이션은 예전부터 꾸준히 주목을 받아왔던 신기술이었다.
그것이 이번에 FDA 승인과 파킨슨병의 치료제를 개발하며, 굉장히 크게 날아오르게 되었는데. 이마저도 정황상 그 윤현민이라는 남자의 개입이 있는 모양이었다.
‘…안 되겠다.’
안젤라는 오랜만에 자신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윤현민이라는 남자를 당장 만나고 싶었다.
그녀는 퇴근 시간을 훨씬 넘긴 바람에 어둑어둑해진 바깥을 바라보며, 편집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카밀라? 저 내일 한국으로 가요.”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오랜만에 인터뷰를 해보고 싶은 사람이 생겼거든요.”
-인터뷰? 한국에서 대체 누구를 인터뷰하겠다는 건데?
그런 편집장의 질문에 안젤라는 대답했다.
“있어요. 아주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남자죠. 참! 나 장거리에 쥐약인 거 알죠? 비즈니스석 타고 갈 거니까 경비는 회사에서 처리해줘요. 그럼.”
-뭐? 안젤라! 야! 야!
뚝.
아예 전화기의 전원을 꺼버린 안젤라는 인터넷으로 가장 빠른 한국행 비행기를 예매했다.
***
미국의 한 기자에게서 메일이 한 통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데일리 타임즈의 기자, 안젤라라고 합니다. 다름이 아니라….]그것은 나를 인터뷰하고 싶으니, 제발 만나달라는 내용이었다.
심지어 이 메일을 한국행 비행기 안에서 썼다고도 적혀있었다.
‘…너무 막무가내인데? 그렇게 무작정 한국에 왔다가, 내가 인터뷰를 안 해주면 어쩌려고?’
실제로 나는 그 인터뷰에 응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아니, 잠깐만. 이걸 잘만 이용하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불현듯 떠오른 생각에 나는 데일리 타임즈라는 신문사에 대해 알아보았다.
‘굉장히 유명한 신문사구나?’
데일리 타임즈는 워싱턴에서 일어난 일을 주로 다루는 신문사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나라나 도시의 소식들이 기재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굉장히 유명한 사건들은 데일리 타임즈에서 가장 먼저 다루는 일도 허다했다.
‘그러니까 이 인터뷰에 응한다면, 내게도 이득이 되겠는데? MO 플랜트를 더욱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을 테니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즉시 그 안젤라라는 기자에게 인터뷰에 응하겠다는 답장을 보내었다.
그렇게 다음날, 나는 그녀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다.
“대단히 많은 사업을 시작하시고 투자하셨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보통 개인이 여러 사업에 손을 대면, 그 리스크가 커지기 마련이죠. 하지만 저는 그 사업들에 확신이 있었습니다.”
“오, 사업을 보는 좋은 눈을 가지신 모양이네요.”
“뭐, 비슷합니다. 저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거든요.”
“호호. 농담도 잘하시네요. 그럼 다음 질문입니다. 최근에 이슈가 된 영화에….”
나는 안젤라 기자의 이런저런 질문을 모두 받아주었고, 인터뷰는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어갔다.
“MO 플랜트 사업에 투자를 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영화는 어떻게 시작하시게 된 건가요?”
“톰 크루거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기분이 궁금합니다.”
안젤라 기자는 노련하게도, 내가 지루하지 않도록 가끔 가벼운 질문들을 섞어가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나는 전에도 몇 번 인터뷰를 진행한 경험이 있었으나, 이토록 편안한 마음으로 인터뷰를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MO 플랜트는 앞으로 모든 국가에서 시행해야 할 정도로 중요한 사업이 될 겁니다. 왜냐하면….”
안젤라 기자의 질문에 답변할 때, 나는 사업을 홍보하거나 그것들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강조하며. 이번 인터뷰가 내게 최대한 이득이 되도록 만들어 나갔다.
“혹시 플라스틱 쓰레기를 MO 플랜트로 처리했을 때, 절약할 수 있는 대략적인 비용에 대해 설명이 가능하실까요?”
안젤라 기자 또한 나의 이런 의도를 알아챘는지, 간간이 내게 도움이 될 만한 질문들을 해주곤 했다.
그렇게 약 한 시간의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이런, 벌써 약속한 인터뷰 시간이 1분도 남지 않았네요.”
그녀는 손목시계를 확인하며, 아쉽다는 듯이 말하였다.
“그럼 마지막 질문입니다. 현재 윤현민 씨가 투자 또는 운영하고 있거나, 앞으로 손대고 싶은 사업이 있으십니까?”
그것은 내가 기다리고 기다렸던 질문이었다.
“물론이죠.”
“오! 정말입니까? 혹시 어떤 사업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지금 저는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 폰을 개발하려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