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112
112화 상상 이상의 결과 (2)
한국에는 효도폰이라는 게 있었다. 예전에는 저렴한 폰을 부르는 말이었으나, 요즘에는 어르신들이 사용하기 편한 폰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그런데 2027년 4월인 현재. 그 효도폰의 개념이 바뀌고 있었다. 그것도 전세계적으로 말이다.
“일 때문에 아버지가 늘 집에 혼자 계시는데, 로키아 EVO 덕분에 걱정을 덜게 되었습니다.”
로키아 EVO는 스마트폰을 어려워하시는 어르신들이 사용하기 편할 뿐만 아니라, 위급상황이 닥쳤을 때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능했다.
이러한 기능은 홀로 사는 노인분들에게 크나큰 위안과 안심을 줄 수 있었고, 가족이 없는 1인 가구에게도 인기가 좋았다.
특히, 요즘에는 혼자 사는 젊은이들이 많은데. 그들도 만약을 대비해 로키아 EVO를 세컨드 핸드폰으로 구매하는 일이 많아졌다.
굳이 통신사를 개통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국가에서 긴급전화는 할 수 있었고.
와이파이만 된다면, 인공지능의 다른 기능들도 무리없이 사용할 수 있었기에. 로키아 EVO는 젊은 세대에게도 잘 팔리는 폰이 되었다.
“우리도 당장 개발을 시작하지.”
예상외로 로키아가 선전하는 모습에, 일성전자와 에이플에서도 인공지능 폰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예로부터 카피는 원조를 이기기 힘들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일성과 에이플이 가장 먼저 뛰어들어 시장을 점령했듯, 인공지능 폰은 로키아라는 인식이 생겨버린 것이다.
더군다나 로키아 EVO의 인공지능은 스스로 학습하므로, 회사에서 업데이트를 하지 않아도 알아서 발전하는 것이 가능했고. 구매자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그 발전 속도마저 점점 빨라져 갔다.
이러한 상황에서, 후발 주자인 일성 전자와 에이플이 로키아를 따라잡기란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미스터 윤, 앞으로도 우리의 우정이 변치 않았으면 좋겠군요.
내게 대뜸 전화를 건 윌 게이츠 씨가 한 말이었다.
핸드폰 스피커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엔 숨길 수 없는 기쁨이 느껴졌는데, 전화 너머에서 싱글벙글 웃고 있을 그의 얼굴이 선했다.
“글쎄요. 저도 그랬으면 좋겠지만, 윌 게이츠 씨도 알다시피. 일이라는 게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지라.”
-어떤 변수가 발생해 우리의 우정이 갈라질지도 모른다는 말씀이군요.
“뭐, 비슷합니다.”
-그렇다면 그런 위험 요소를 사전에 모두 없애버리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 말과 함께, 윌 게이츠 씨는 곧장 내게 한 장의 서류를 팩스로 보내왔다.
“…이건?”
-그건 우리 로키아가 더 좋은 제안을 받더라도, 넥스인텔리와의 계약을 먼저 파기하지 않겠다는 계약서입니다.
내가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니, 넥스인텔리에 유리한 항목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방금 윌 게이츠 씨가 언급한 사항이 더욱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는데.
만약, 우리 회사의 인공지능보다 더 뛰어난 인공지능이 개발되어 새로운 제안이 들어오더라도. 로키아는 넥스인텔리와의 계약을 절대적으로 우선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건 심하게 우리한테만 유리한 계약인데.’
추가 계약서에 명시된 항목 중 단 하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우리 넥스인텔리에 유리한 것 밖에 없었다.
‘그리고 로키아를 위한 그 항목조차 그다지 내게 나쁜 내용도 아니었고.’
[위의 모든 조건을 로키아가 이행하고 있다면, 넥스인텔리는 지금의 모바일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무조건 로키아 EVO 시리즈에만 제공해야 하는 의무가 발생한다.]‘원래 나는 내가 직접 모바일 기기를 만들 생각이었지.’
하지만 아무런 기반도 없이 모바일 기기를 만든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우며, 자본도 어마어마하게 들어간다는 것을 나는 이번에 알았다.
‘매우 귀찮기도 하고.’
내가 원하는 것은 멋진 폰을 개발하는 것이 아닌, 쓸만한 인공지능을 만드는 것이었다.
인공지능 폰은 그것을 위한 준비 과정일 뿐이니, 우리를 대신하여 기기를 만들어줄 협력업체가 있는 편이 좋았다.
다만, 이대로 얌전히 도장을 찍는 것은 윌 게이츠 씨의 의도대로 되는 것 같으니. 나는 계약서에 내 의견 하나를 더 섞고자 하였다.
“계약서에 제가 원하는 두 가지 항목만 추가할 수 있다면, 곧바로 도장을 찍겠습니다.”
-뭘 원하시죠?
“제가 원하는 첫 번째는 윌 게이츠 씨가 인공지능을 담을 태블릿 기기의 개발도 맡아주셨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나는 이왕 그와 계약할 것이라면, 최대한 연산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계약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좋습니다. 그럼 두 번째는요?
“아테나를 우리 회사의 인공지능으로 바꿔주시죠.”
-…뭐라고요?
아테나는 마이크로 시프트에서 야심 차게 개발하여 윈도우 OS에 적용한 AI 비서였다.
-…우리가 아테나를 개발하기 위해, 얼마의 자본을 투자했는지 아십니까?
“잘은 몰라도, 엄청난 자본이 들었겠죠. 하지만 솔직히 결과가 좋진 못했잖아요.”
아테나의 성능은 준수했지만, 그다지 인기는 없었는데. 그 이유는 모바일 인공지능 비서가 훨씬 접근성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거의 항상 켜두는 핸드폰과 달리, PC는 전원 버튼을 누르고 한참을 기다려야 하니 불편하지.’
게다가 PC에서의 인공지능 비서는 그 활용도가 매우 떨어졌다. 마이크가 기본 내장된 노트북은 그 사정이 조금 낫겠지만, PC에는 마이크를 사용하기 위해선 따로 설치가 필요했다.
‘마우스와 키보드라는 훌륭한 입력장치가 있는데, 굳이 마이크를 따로 달 이유는 없지.’
게임이나 음성채팅과 같은 특별한 목적이 없는 한 말이다.
하지만 우리의 인공지능은 달랐다. 스스로 생각하고 학습하는 인공지능은, 사용자의 패턴을 분석하여 원하는 서비스를 알아서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니 말이다.
-…하긴, 아테나는 이미 실패한 프로젝트이긴 하죠.
“앞으로의 이득만 생각하시죠. 우리의 인공지능… 음… 자꾸 우리의 인공지능이라고 표현하니까 말이 길어지네요. 그냥 간단하게 에보(EVO)라고 명명하겠습니다.”
-로키아 EVO에서 따온 건가요? 나쁘지 않네요.
“네. 아무튼 에보가 윈도우에 기본으로 설치되어 있고, 또 그것에 활용도가 높아진다면. 앞으로도 윈도우의 OS 점유율이 더욱 굳건해지지 않겠습니까?”
-…그야 그렇겠죠. 지금 에보의 성장 속도는 엄청나니까요. 그런데 미스터 윤, 당신이 말하고 싶은 것은 이게 전부가 아닐 텐데요?
나는 부정하지 않았다.
“뭐, 그냥 윈도우 사용자들에게 간단한 선택지만 보여주신다면 바랄게 없을 것 같네요.”
-선택지라면 어떤?
“PC 연산력의 일부를 에보에게 전송하는데 동의한다는 선택지를 말하는 겁니다.”
에보는 사용하지 않는 기기에서 연산력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발전 중이었다. 여기에 태블릿과 PC의 연산력까지 더해진다면, 그 발전 속도가 어마어마해질 것이 분명했다.
‘물론 PC는 모바일과 달리 항상 켜두는 기기가 아니기 때문에, 그리드 시스템이 적용되면 느려지게 되겠지만.’
그래서 선택지를 준다는 것이었다. 연산력 제공에 동의하지 않은 사람에겐 구형 버전의 에보를, 연산력을 제공하는 사람에겐 최신 버전의 에보를 제공한다면.
‘에보의 편리함을 알아버린 사람들은 결국, 연산력을 제공하는 것을 동의하게 될 거야.’
이러한 내 생각을 들은 윌 게이츠 씨가 괜찮은 의견을 내주었다.
-모바일과 달리 기기를 사용하고 있는 시간에도 연산력을 제공하게 되면, 언젠간 이용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게 될 겁니다. 그러니 그냥 지금의 컨셉을 유지하면 어떻겠습니까?
“컨셉을 유지하자고요? 어떻게요?”
-PC에는 절전모드라는 게 있죠. 일정 시간 사용하지 않는 PC가 잠시 대기 상태로 전환되는 거죠.
“아! 혹시, 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시간인 그때. 연산력을 확보하자는 말씀이신가요?”
-맞습니다.
PC를 사용 중일 때 그리드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보단 연산력 확보율이 줄어들겠지만, 사람들이 그리드 시스템을 왜 혐오하게 되었는지를 생각해보면. 확실히 윌 게이츠 씨의 의견이 더 괜찮을 듯싶었다.
“아무래도 그리드 시스템이 적용되면, PC가 느려질 테니. 동의를 한 사용자라고 해도 불만이 생기게 되겠죠.”
-맞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시스템도 추가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나는 어차피 절전 모드 상태에서만 연산력을 제공받는 것이라면, 그 비율도 사용자가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어떻냐는 의견을 냈다.
-절전모드 상태에서 얼마의 연산력을 제공할지, 사용자에게 선택권을 주자는 말씀이시군요?
“네, 연산력을 많이 제공할수록 전력도 많이 들겠지만. 그만큼의 혜택이 제공된다면, 연산력을 많이 제공하는 사람들도 생기게 될 것입니다.”
-혜택이라면 어떤?
나는 예전에 상필이와 이야기 했던 것을 윌 게이츠 씨에게 설명해 주었다.
“현재 에보의 아바타 이미지는 귀여운 동물들입니다. 하지만 그 디자인은 모두가 같죠. 저는 그래서 나중에 아바타들을 꾸밀 수 있는 시스템을 추가할 예정이었습니다.”
-아, 전에 미스터 윤에게서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 다마고치와 같은 마케팅을 해보시겠다고 했던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저는 이 꾸미기 시스템을 이용하여, 연산력을 많이 제공한 사람들에게 차등으로 특별한 꾸미기 아이템을 제공할 생각입니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예쁘고 귀여운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아무리 보기 좋아도 늘 똑같은 것만 보면 질리기 마련.
‘그러니 꾸밀 수 있는 수단이 생긴다면, 사람들은 연산력을 더욱 적극적으로 제공하게 될 거야.’
이러한 나의 생각에 윌 게이츠 씨는 이렇게 단 한 마디를 남기었다.
-Marvelous!(훌륭합니다!)
그런 윌 게이츠 씨의 반응을 들으며, 나는 곧장 새로운 추가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
그로부터 다시 한 달 뒤, 그러니까 로키아 EVO가 출시한 지 정확히 석 달째가 되던 날.
‘이렇게 잘 될 줄은 몰랐는데.’
나는 로키아의 부활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클릭해 보았다.
[…에보라는 인공지능을 만난 로키아는, 단 몇 달 만에 화려하게 부활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진화 중인 에보는 로키아의 위상을 급격히 끌어올렸으며, 옛 왕좌를 되찾아 준 혁신적인 기술이었다.] […에보의 편리함을 느껴본 사람들은 이제 이전의 스마트폰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그것이 지금 일성전자와 에이플이 부랴부랴 인공지능 개발에 뛰어든 이유이다.] […로키아 EVO는 어린아이부터 노년층까지, 전 연령의 사랑을 받고 있다. 누구나 말 한마디로 기기를 다룰 수 있게 해주는 인공지능 에보는, 현존하는 최고의 AI 비서라 할 수 있다.] [현재 로키아 EVO는 프리미엄 라인까지 동이 날 정도로, 그 인기가 절정에 다다라있다.] […인공지능 에보가 이렇게 급격히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난 한 달간 PC 환경에서의 연산력 확보가 주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에보의 아바타를 특별한 의상으로 꾸미고 싶어 하는 사용자들은 기꺼이 자신의 PC 연산력을 내어주었다. 심지어 자신의 PC 성능의 80%까지도 내어주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생겨났다.] [덕분에 연산력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에보는 현재 굉장한 진화를 거듭하여, 사용자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에보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다른 인공지능 후발 주자들은 어떻게 반응할 지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말해보자면…(중략)….]이 기사에 나온 내용대로, 로키아 폰은 대박이 났으며. 나 또한 목표로 했던 연산력을 충분히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내가 원하던 인공지능 개발을 완성했으니… 이걸로 뭘 하면 좋을까?’
내가 에보를 개발하고자 마음먹은 이유는, 처음에 ICU의 AI 시뮬레이션을 보고 막연히 가지고 싶다고 생각했을 뿐이었지. 이것으로 뭘 해보겠다는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생각보다 빠르게 연산력을 확보했으니, 이걸로 뭔가를 해보면 좋긴 할텐데….’
내가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누구지?’
발신자를 확인해보니, ICU의 크리스토퍼였다.
“여보세요.”
-미스터 윤, 제안할 것이 있습니다.
크리스토퍼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매우 진중해 보였다.
“어떤 제안이요?”
-우리 서로 협력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것은 ICU의 AI 시뮬레이션과, 나의 EVO를 이용하여. 이 세상의 모든 불치병 신약을 개발해보자는 제안이었다.